‘답 없는’ 의정 갈등 1년의 기록

벌써 1년? 아직 1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어코 1년을 채웠다. 난 자리는 끝내 채워지지 않았다. 빈자리를 메꾸던 이들도 지쳐 떨어져 나가고 있다. 문제는 1년으로 끝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내내 사회를 달궜던 이슈지만 현 시국(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으로부터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어느덧 1년째로 접어들었다. 의료 공백은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대란으로 이어졌다.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데엔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작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

당근도 싫다

정부는 지난해 2월6일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 전 해부터 의대 정원과 관련해 군불을 지피던 게 보건복지부 발표로 확정되자 의료계는 집단 반발했다. 전공의를 비롯해 의대생, 의대 교수까지 ‘결사반대’를 외쳤다.

의정 갈등의 키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공의가 쥐고 있다. 전공의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이후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난해 2월20일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당근’과 ‘채찍’으로 회유책과 강경책을 사용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 사법부의 판단을 등에 업은 정부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 법원은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서 ‘공공복리’를 언급하며 의대 증원 자체에는 정당성이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5월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하고 의대생의 신청은 기각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니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그러면서도 의대생은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의대생이 의대 증원으로 입을 피해와 공공복리를 놓고 저울질했다. 의대 정원이 과다하게 늘어 의대 교육이 부실화되고 파행을 겪게 되면, 의대생이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의대생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의대 증원을 멈췄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의대 증원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해 5월24일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심의해 확정했다. 1998년 제주의대 신설 이후 추가로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데 27년이 걸렸다.

이로써 의대 정원은 3058명에서 1509명 늘어난 4567명이 됐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후 108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의대 증원이 확정됐지만 의정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당장 내년도 입시부터 모집정원을 ‘0명’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의료 공백과 의료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의료계 내부 문제도 분출됐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회장만 두 번 바뀌었다. 이필수 전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사퇴했다.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임현택 전 회장이 의협 회장에 당선됐다.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불리던 임 전 회장의 취임으로 의료계의 대정부투쟁은 강경 일변도로 진행됐다. 임 전 회장은 의사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향해 서슴없이 막말을 던졌고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서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낼 정도였다.


의료계 내부서도 임 전 회장의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탄핵당했다. 지난해 3월 당선, 5월 취임 이후 임기를 반년밖에 못 채우고 쫓겨난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던 의협은 지난 1월,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

김 회장 역시 강성으로 꼽히던 터라 의협의 투쟁 노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치권과 의료계, 정부 등은 갈등 해소를 위해 협의체를 만들어 타개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주요 의사단체가 불참하는 등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입장 차가 너무 뚜렷하고 어느 한쪽이 ‘통 큰 양보’를 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래도 정치권은 물론 의료계와 정부서도 의정 갈등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 공백, 의료 대란을 넘어 의료 붕괴라는 ‘공멸’의 길밖에 남지 않는다는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특히 의정 갈등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그 피해 정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났다. 비상계엄으로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은 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의료계 이슈도 마찬가지였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표된 포고령에 전공의를 언급한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지만 그뿐이었다.

앞서 의료계는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결정권자의 ‘한 방’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대타협’의 가능성은 사라졌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서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해도 최소 몇 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의료계와 의료 환경이 변화했다. 일단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과반은 일반의로 재취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의는 의대 졸업 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했지만 전공의 수련을 밟지 않은 의사다. 일반의가 과목별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로 7월부터 사직 처리가 시작되면서 전공의의 재취업 길이 열렸다. 전공의 5176명 가운데 58.4%인 3023명은 의원급 기관서 근무 중이다. 이들 가운데 3분의 2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의원에 다시 취업했다.

상급종합병원에 재취업한 전공의는 1.7%인 88명, 병원 81명, 종합병원 763명, 요양병원 383명, 한방병원 58명 등이다.

결국 전공의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으로 귀결된다. 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를 오래전부터 보내왔다. 대형병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대병원 적자가 전년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는 자료도 나왔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대학 총장이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안을 제시했다.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1법안소위를 열고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2건과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4건, 정부의 수정 대안을 심사했다.

채찍도 싫다

복지부는 수정 대안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급추계위원회와 보건의료정책심위의원회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사 인력 양성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학의 장은(중략)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2026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 계획 중 의대 모집 인원을 2025년 4월30일까지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의 장은 교육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부칙을 추가했다.

추계위서 정하지 못하면 대학에 조정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서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라는 요구를 흔들림 없이 고수하고 있는 만큼 복지부의 제시안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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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