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미국 공화당이 미국 군함을 동맹국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한국의 함정 수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내 함정 건조 분야 양대 산맥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2054년까지 1조750억달러(약 155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미국 함정 시장 공략을 위한 원팀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국내외 함정사업 발전적 추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해외 함정 수출 ‘원팀’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표는 “미래 시스템적인 측면서 보면 우리 기술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많다. 협력관계를 잘 이뤄서 준비를 차근차근 해가야 한다. 원팀, 팀십 코리아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사장)도 “업체들이 서로 양보하며 고집피우지 않으면서 원팀을 만들어가야 한다. 서로의 이익을 양보하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잘 극복해, 시장을 잃어버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호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만간 사업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KDDX 사업자 선정은 지난해 말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군사기밀 불법 탈취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23년말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공정성 이슈가 불거졌다. 이에 대한 갑론을박 끝에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2개 회사를 모두 KDDX 건조 능력을 갖춘 방산업체로 지정했다.
조만간 방사청이 방추위를 개최하고, 최종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이 건조될 KDDX는 배 선체서부터 전투체계, 레이더 등 모든 분야를 100%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국내 최초의 구축함이라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북미, 유럽, 중동, 남미 등 전 세계적으로 함정 수출 시장이 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의 함정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 시기에 맞물려 국내 최초의 순수 국산 이지스함 건조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수출형 함형 개발 공통투자, 국내 기술 결집을 통한 개발 기간 단축, 분할 건조를 통한 국내 생산 자원 효율적 활용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수출형 함정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함정 수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 시발점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KDDX라는 것이다.
방사청이 국산 명품 이지스함을 최고의 함정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함정 역량을 총망라한 ‘공동개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체들의 공동개발을 통해 국내 최고의 함정 기술이 집대성된 최고의 명품 이지스함을 개발해 실전에 배치함으로써, 우리나라 최고의 해외 함정 수출 상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공동개발의 성공적인 사례는 많은 만큼 우리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나발그룹과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는 2005년 FREMM 다목적 호위함 사업 공동개발을 시작해 2012년 첫 함정을 진수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8척씩 도입한 이 함정은 이후 미국, 이집트, 인도네시아, 모로코 등에 걸쳐 총 '31척 수출'이라는 실적을 거뒀다.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을 이루고 대규모 수출 실적까지 일궈낸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해군 사상 최대 함정인 ‘퀸 엘리자베스호’는 당시 여러 업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BAE시스템즈, 탈레스그룹, 밥콕인터내셔널 등 5개 기업과의 연합 컨소시엄(ACA, Aircraft Carrier Alliance)을 구성해 2척의 항공모함을 2017년과 2019년에 성공적으로 취역시켰다.
이는 여러 업체들의 분쟁을 해결하고 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건조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방식대로 KDDX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구태를 탈피해야 할 때”라며 “국내외 다양한 협력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공동개발을 통한 명품 국산 이지스함을 건조함으로써, 글로벌 함정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국부를 창출해야 할 필요가 큰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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