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백지화된 빙그레 인적 분할

기대 효과 크지 않다고 판단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했던 빙그레가 당초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인적 분할을 거쳐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려 했던 큰 그림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영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는 건 한층 힘들어졌다.

빙그레는 지난해 11월 인적 분할 계획을 공표했다. 존속 법인 ‘빙그레홀딩스(가칭)’는 신규 사업 투자와 자회사 관리 등을 맡고, 신설 법인 ‘빙그레(가칭)’는 분할 대상 사업에 집중한다는 게 골자였다. 공식 분할일은 오는 5월1일, 신설 법인 재상장은 오는 5월26일로 예고된 상태였다.

뒤집힌 결정

신설 빙그레는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 생산 및 판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었다. 빙그레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투자 및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였다. 이를 계기로 ‘오너 일가→빙그레→자회사’였던 지배구조는 분할 후 ‘오너 일가→빙그레홀딩스→빙그레 및 자회사’로 변경이 예상됐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한 인적 분할 계획은 두 달 만에 백지화됐다.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빙그레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분할 계획에 대한 진행사항 및 분할계획서 일체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빙그레 측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 결과,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이전에 더 명확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해 추후 사업의 전개 방향이 보다 분명히 가시화된 후 인적 분할 및 지주회사 추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빙그레가 인적 분할의 실질적 효과가 미진할 것으로 판단해 당초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인적 분할이 이뤄지면 대주주는 신설 법인 주식을 지주회사에 이전한 대가로 지주회사의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인적 분할은 지배력 확충을 꾀할 때 유용하게 쓰이지만, 빙그레 오너 일가는 지배력만 놓고 보면 인적 분할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 빙그레 특수관계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빙그레 지분 40.89%를 보유 중이며, 최대주주는 김호연 현 회장(지분율 36.75%)이다.

다소 밀린 지배구조 개편 작업
예측 힘든 후계자 등판 계획

김 회장 측은 인적 분할 이후에도 빙그레홀딩스 지분 40.89%, 빙그레 지분 40.89%를 갖게 되는 구조였다.

자사주의 마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인적 분할 계획을 철회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빙그레는 인적 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 100만9440주(총 발행주식 중 10.25%)를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인적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를 달래고, 주주가치 극대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기 위함이었다. 대신 빙그레 오너 일가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으로 활용하는 ‘자사주의 마법’을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인적 분할의 효용 가치가 낮아졌음을 뜻했다.

인적 분할 무산의 영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예단하긴 힘들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김 회장을 제외한 빙그레 특수관계인은 ▲김구재단(2.03%) ▲제때(1.99%) ▲현담문고(0.13%) 등이다. 김 회장의 자식들은 빙그레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 같은 지분 구조는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정상적인 증여 절차를 밟아 승계가 이뤄질 경우 천문학적인 증여세 부담을 피하기 힘든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5일 기준, 김 회장이 보유한 빙그레 주식의 가치는 2839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의 후계자들이 부친의 보유 주식을 온전히 증여받을 경우 1400억원대 증여세가 뒤따른다.

경영권 승계 절차에 돌입하면 ‘제때’의 쓰임새가 부각될 것으로 점쳐진다. 제때는 김 회장의 자식들이 지배하는 오너 가족회사다. 김 회장의 3자녀(김동환·김정화·김정만)가 33.3%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 빙그레의 물류대행 사업을 맡은 이래 내부거래로 덩치를 키웠다. 2012년경 50%를 상회했던 내부거래율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빙그레에서 파생된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전한 실타래

김 회장의 자녀들은 제때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혜택이 커진다. 제때가 덩치를 키운 상태에서 빙그레홀딩스에 흡수되면 김 회장의 자녀들은 제때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을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때는 매년 배당을 집행하면서 현금 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최근 5년간 배당금은 ▲2019년 7억3000만원 ▲2020년 19억원 ▲2021년 20억원 ▲2022년 24억원 ▲2023년 28억원 등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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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