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0월 위기탈출' 빅카드는?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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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 어려우면 대봉합이라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추석 직후 '친박계 2선 퇴진론'을 시작으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다(多)갈래 내부갈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진짜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경고음이 들려온다. 박근혜 후보로선 당 내분을 막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의 승산이 없어 보인다. 밖으로 대통합에 나섰던 박 후보가 이제 안으로의 대봉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박 후보가 내놓을 대봉합 카드를 미리 예측해봤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4일 개최된 새누리당의 비공개 의원총회는 '친박실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당초 주제는 경제민주화였지만 참석자들 대부분은 격앙된 목소리로 작심한 듯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필패한다"며 친박 실세들의 실정을 비판했다.

쇄신요구?
지분요구?

심지어 참석 의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제외한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 당직자 등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쇄신파 김성태 의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2002년 이회창 대선 패배의 아픈 경험을 반복할 것"이라며 "우리 전체 의원들과 구성원들은 머리를 삭발해서라도 야권 단일화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 후보도 몸빼(일바지 또는 왜바지) 입고 머리 풀고서라도 처절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에 지고난 뒤 당 지도부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야 한다"고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의총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노선 정리를 기대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다음 날 "새누리당은 더 이상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퇴를 시사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요구한 사항은 경제민주화 노선을 둘러싸고 자신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질이었다.


다갈래 내부갈등 봉합했지만 불씨는 '여전'
새누리 내전 진짜 이유는 쇄신 아닌 권력다툼?

박 후보 측은 "대선을 불과 7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지목한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총사퇴는 사실상 선거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버텼지만 쇄신파 의원들의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지난 7일 최경환 비서실장이 전격사퇴를 선언하며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쇄신파 의원들은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로는 부족하다"며 당 지도부 총사퇴 입장을 굽히지 않고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와중에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위원장도 박 후보가 자신이 검사시절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시켰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자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롭게 영입한 인사가 비리 연루자라면 제가 아무리 쇄신을 외쳐도 진정성만 의심될 뿐"이라며 사퇴의 배수진을 쳤다.

추석 이후 이른바 '10월 대반격'을 준비하던 박 후보로서는 난데없는 당내 분란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과 안대희 위원장은 박 후보가 이번 대선의 대표키워드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 두 사람이 한꺼번에 박 후보 곁을 떠난다면 대선 필패는 불 보듯 뻔한 상황. 마치 나비효과처럼 당 쇄신을 놓고 시작된 작은 갈등이 일파만파 커져 아예 대선판을 뒤집어 버릴 지경에 다다른 것이었다.

발목 잡혔던 박근혜
위기 탈출 일단 성공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박 후보는 지난 9일 오후 일정을 모조리 취소하고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당 내분 수습을 위한 최종 담판을 가졌다. 박 후보는 먼저 김 위원장에게는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중재안을 내놨고, 안 위원장에게는 박 후보 본인이 직접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고 한 고문에게는 다른 직책을 맡기겠다는 유화책을 제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 사람이 끝내 뜻을 굳히지 않고 박 후보와 결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두 사람은 결국 박 후보의 제안을 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당무에 복귀했다.


박 후보는 또 당내 쇄신요구에 대해서는 김무성 전 의원을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탈박(탈박근혜) 인사에 대한 발탁이라는 측면에서 당의 화합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인적 쇄신 논란의 수습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발 빠른 대응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던 당내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위기로 여겨졌던 당내 갈등을 잘 봉합함으로써 박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도 소폭 상승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박 후보는 그동안 야권 단일화 이슈에 밀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며 "박 후보가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내면서 당내 갈등이 오히려 박 후보의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분석해보면 이 같은 사태가 대선과정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쇄신파들은 "박 후보가 야권 후보들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임에도 측근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 쇄신을 요구한 것"이라며 "권력다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명분으로 소외되었던 당내 세력이 박 후보의 측근들을 몰아내고자 했던 일종의 '미니 쿠데타'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 내에는 친박계와 비박계는 물론이고, 같은 친박계라고 하더라도 박 후보와의 친밀도에 따라 이른바 '근박'(近朴)과 '원박'(遠朴)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세력이 권력다툼에서 사실상 밀려난 원박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당내에서 대선승리 후 지분을 보장받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와 거리를 두고 차차기를 노리겠다는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인사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등은 이제 시작
묘책 찾아야

실제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11일 박 후보의 화합형 중앙선대위 인선 발표 후에도 "진짜 쇄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쇄신파 의원들 중에는 자신의 기존 자리까지 걸고 당의 대선승리를 위해 직언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제는 그 중 자리다툼을 하고자 하는 인사들이 다수 섞여 있다는 것"이라며 "충신과 내부 스파이를 구분할 수 없게 된 현 상황에서는 쇄신의 목적이 '대선승리'가 아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조건적인 물갈이'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박 후보가 대통합 행보를 펼치며 영입한 외부인사와 내부인사 간의 갈등, 외부인사와 외부인사 간의 갈등도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의 갈등, 안대희 위원장과 한광옥 고문 간의 갈등으로 이미 뚜렷하게 표출됐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안 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당내 지분도 확실하게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선캠프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캠프참여 이유에 대해 국가발전이니 국민행복이니 허울 좋은 변명들을 늘어놓지만 실상 대부분은 대선승리 후의 보상을 바라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박 후보의 대선 화두가 '대통합'이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했는데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은 기껏 불러놓고 대접이 형편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기존의 내부 인사들은 지금까지 충성한 것은 우리인데 토사구팽이냐며 반발한다. 당연히 서로 권력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는 대선 초반 중도층을 끌어안는데 주효했지만 억지스런 '대통합'이 결국에는 '대분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도부 사퇴 필패론 vs 지도부 유지 필패론
또 터질지 모르는 당내 갈등 '지뢰밭 대선길'

이렇게 형성된 다갈래의 복잡한 갈등 전선은 앞으로 박 후보의 대선행보에서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은 존재가 됐다. 당내 내분이 대선정국 내내 반복된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박 후보의 필패는 분명해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당분간 밖으로의 '대통합'보다는 이미 영입한 인사들과 당내 소외세력을 다독이며 안으로의 '대봉합'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내놓을 대봉합 카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박 후보가 앞으로의 인선에서 근박과 원박 인사들 간의 탕평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봉합을 명분으로 근박 인사들을 배제하고 원박인사들을 자주 기용하다보면 박 후보에 대한 캠프 내 인사들의 충성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물밑에서는 박 후보가 당내 인사들 간의 지분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권력다툼이라면 대선 승리 후의 지분을 미리 약속함으로써 원박 세력의 불만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묻지마 영입 부작용
대봉합 카드 무엇?

이밖에도 원박 세력이 거론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측근을 거치지 않고서는 박 후보와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였기 때문에 박 후보가 원박 세력과의 직접적인 소통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모든 이들을 다 끌어안고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껏해야 당분간 측근들과 거리를 두고 원박 세력 눈치 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그동안 박 후보 캠프는 무조건적인 인재영입에만 집중하다 정작 이미 영입한 인재들을 관리하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급하게 쌓아올린 탑은 쉽게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기반부터 튼튼히 다져야만 더 높게 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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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