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열리는 ‘건진법사 게이트’ 막전막후

2018년 지선 영향력 행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원조 비선 실세’로 불린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연결고리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검찰이 전씨의 자택과 핸드폰을 압수수색하면서 여권 인사 또는 김 여사와의 물밑거래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선 캠프서 활동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딸은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깊다. 여권 인사 대부분은 전씨의 행보가 윤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씨와의 인연을 끊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씨는 김 여사와의 커넥션을 과시하며 2년간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내막은?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은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자택과 강남구 법당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씨의 컴퓨터와 장부, 핸드폰 3대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씨를 구속하기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피의자가 금원(금전)을 받은 날짜, 금액, 방법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 부장판사는 “검사가 의심하는 대로 피의자가 정치권에 해당 금원을 그대로 전달했다면 피의자의 죄질을 달리 볼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전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과정서 전씨가 경북 영천 지역 정치인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사실이 포착되며 시작됐다. 2018년 영천시장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으려고 경쟁했던 인물은 정재식 전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소장, 하기태 전 영천시 행정자치국장, 김수용 경북도의원 등이다.

자유한국당 공천은 김수용 경북도의원이 받았지만 본선서 승리한 사람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현 최기문 시장이다. 당시 지역 정가에선 ‘지역구 현역 의원과의 관계가 공천에 결정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각종 금품 비리 의혹이 난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최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윤 대통령 탄핵 정국과 전씨 체포와 관련해 “건진법사는(지난) 대선 과정서 완전히 배제됐고 그 이후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2018년도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라며 “2018년이면 아시다시피 윤 대통령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한참 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게 대통령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남부지검서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피의자가 자기 형량을 줄이려는, 이른바 플리바게닝 하려고 몇 달 전에 제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권 지역 정가 금품수수 의혹 난무
“전성배 믿고 돈 줬다” 진술들 확보

진행자가 이를 두고 “코인 사기와 연결된 모양”이라고 묻자, 장 전 최고위원은 “그 코인 사기 피의자가 건진법사의 심부름을 하던 사람인 것 같다”며 “남부지검이 피의자 제보를 몇 달 묵혀뒀다가 탄핵 국면서 대통령 권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니까 긴급 체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몇 달 전부터 제보가 있었던 건이라 남부지검서도 어느 정도 증거수집을 했을 거라고 본다”며 “2018년 공천과 관련돼 무리한 정치자금 오간 게 있다면 당연히 조사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2018년 지방선거에 한정돼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서 나오는 내용에 따라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국민의힘 공천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경우 휴대전화서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 파일,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메시지 등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의 핸드폰 및 컴퓨터 포렌식 과정서 인사청탁이나 세무조사 무마 등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이권 개입 수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8년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이고 아직 정계에 입문하기 전이었기에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해 전씨에게 돈을 건넨 것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영천시장 선거 과정서 자신이 받은 1억원의 정치자금은 ‘경선 승리를 위한 기도비’고 이후 돈을 일부 되돌려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전씨의 자금 수수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전씨에게 돈을 건넨 지역 정치인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상장 폐지된 가상화폐 ‘퀸비코인’ 자금 흐름을 수사하던 검찰은 전씨와 관련된 자금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퀸비코인은 사업 목적 없이 투자를 받는 ‘스캠(사기) 코인’으로, 검찰은 올 7월 피해자 1만3000명으로부터 300억원을 편취한 퀸비코인 발행업자 등 6명을 사기죄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정치인
커넥션

남부지검 관계자는 “배우 배용준씨의 투자 참여는 앞에서 욘사마 코인으로 불렸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서 확인된 사실”이라며 “전씨가 정치자금을 세탁하려고 했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월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하위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 등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전씨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부터 자신이 윤 대통령의 대선 도전을 조언했고, 스스로를 국사가 될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씨의 ‘비선’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문제의 네트워크본부 자체를 해산했다. 권영세 당시 선대본부장은 “‘고문’이라는 것은 스스로 붙인 명칭에 불과하고 공식 임명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전씨는 과거 김 여사의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서 고문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최근 ‘명태균 게이트’ 수사 과정서 명씨와 ‘공천 신통력’을 두고 경쟁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명씨는 지난 1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회계 담당자 강혜경씨와 통화하며 “(김영선이)건진 법사가 (자기한테)공천 줬다더라. 나 내쫓아내려고.(내가) 공천 줬는데 나한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건진법사가 (자기한테)공천 줬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명씨를 전씨로 교체하려고 하자 명씨가 항의했다.

전씨는 ‘한국불교 일광조계종(일광조계종)’ 소속 승려다. 일광조계종은 건진 법사 전씨의 스승인 승려 ‘혜우’ 원모씨가 창종한 종파로, 충주 일광사를 본산으로 두고 있다. 전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골목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 법당을 차려 유력 인사들과 교류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네트워크
비선 원조


원씨는 지난 2021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전씨에 대해 “신내림을 받고 나한테서 자랐다” “(전씨에게)윤석열을 지키라고 했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씨가 속한 일광조계종은 과거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바치는 행사를 주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광조계종은 지난 2018년 9월 충주 중앙탑공원서 열린 ‘2018년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 등불축제’를 개최했는데, 머리와 발끝만 남기고 가죽이 모두 벗겨진 소 사체를 온종일 전시했다. 한 시민단체는 전씨를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에선 문제의 행사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이름이 적힌 등이 달려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 부부가 등 값을 내거나 그 어떤 형태로든 행사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 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컴퓨터·핸드폰 포렌식 따라 정치권 파장
딸은 김건희와 인연 “제대로 해명 안 돼”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이명박 전 대통령)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지난 2022년 7월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권 입장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상황서 달가울 리가 없었다.

국민의힘 한무경 전 의원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에서 전씨가 소속된 불교 종파의 사회복지법인에 1억원을 출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효림에이치에프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연민복지재단에 1억원을 출연했다. 효림에이치에프는 자동차, 중장비 등 단조부품 공급 전문업체로, 한 전 의원이 21대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인 2020년 초까지 대표로 있던 회사다.

돈을 받은 연민복지재단은 노인·청소년·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곳인데, 주소지와 연락처 모두 충주에 위치한 일광사와 동일하다.

연민복지재단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설립을 추진했다. 이 전 청장은 지난 2017년 10월29일 재단 발기인회의를 열고 본인을 포함한 8명의 재단 이사진을 임명하고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때 이사로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전 청장과 고향(대구)·학교(영남대)·직장(국세청)으로 얽힌 지인들이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임모 이사는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지냈고, 감사를 맡은 조모씨도 국세청 고위 관료 출신이다. 임원 박모씨는 전 대형 회계법인 대표였는데, 박씨와 조씨 등은 모두 이 전 청장과 ‘대구·영남대’로 묶인다.

연민재단
실체는?

그해 12월 초 이 전 청장은 재단 설립 인가권을 가진 충청북도에 정식으로 설립허가를 신청한다. 당시 재단 자산은 현금 13억원과 토지 3억5000여만원이었다. 현금 13억원 중 7억원은 임 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계법인서 출연했다. 이 전 청장의 사비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기부된 토지는 원씨의 가족이 소유한 땅이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