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열리는 ‘건진법사 게이트’ 막전막후

2018년 지선 영향력 행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원조 비선 실세’로 불린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연결고리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검찰이 전씨의 자택과 핸드폰을 압수수색하면서 여권 인사 또는 김 여사와의 물밑거래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선 캠프서 활동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딸은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깊다. 여권 인사 대부분은 전씨의 행보가 윤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씨와의 인연을 끊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씨는 김 여사와의 커넥션을 과시하며 2년간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내막은?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은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자택과 강남구 법당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씨의 컴퓨터와 장부, 핸드폰 3대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씨를 구속하기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피의자가 금원(금전)을 받은 날짜, 금액, 방법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 부장판사는 “검사가 의심하는 대로 피의자가 정치권에 해당 금원을 그대로 전달했다면 피의자의 죄질을 달리 볼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전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과정서 전씨가 경북 영천 지역 정치인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사실이 포착되며 시작됐다. 2018년 영천시장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을 받으려고 경쟁했던 인물은 정재식 전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소장, 하기태 전 영천시 행정자치국장, 김수용 경북도의원 등이다.

자유한국당 공천은 김수용 경북도의원이 받았지만 본선서 승리한 사람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현 최기문 시장이다. 당시 지역 정가에선 ‘지역구 현역 의원과의 관계가 공천에 결정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각종 금품 비리 의혹이 난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최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윤 대통령 탄핵 정국과 전씨 체포와 관련해 “건진법사는(지난) 대선 과정서 완전히 배제됐고 그 이후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2018년도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이라며 “2018년이면 아시다시피 윤 대통령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한참 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게 대통령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남부지검서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피의자가 자기 형량을 줄이려는, 이른바 플리바게닝 하려고 몇 달 전에 제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권 지역 정가 금품수수 의혹 난무
“전성배 믿고 돈 줬다” 진술들 확보

진행자가 이를 두고 “코인 사기와 연결된 모양”이라고 묻자, 장 전 최고위원은 “그 코인 사기 피의자가 건진법사의 심부름을 하던 사람인 것 같다”며 “남부지검이 피의자 제보를 몇 달 묵혀뒀다가 탄핵 국면서 대통령 권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니까 긴급 체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몇 달 전부터 제보가 있었던 건이라 남부지검서도 어느 정도 증거수집을 했을 거라고 본다”며 “2018년 공천과 관련돼 무리한 정치자금 오간 게 있다면 당연히 조사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2018년 지방선거에 한정돼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서 나오는 내용에 따라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국민의힘 공천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경우 휴대전화서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 파일,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메시지 등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의 핸드폰 및 컴퓨터 포렌식 과정서 인사청탁이나 세무조사 무마 등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이권 개입 수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8년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이고 아직 정계에 입문하기 전이었기에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해 전씨에게 돈을 건넨 것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영천시장 선거 과정서 자신이 받은 1억원의 정치자금은 ‘경선 승리를 위한 기도비’고 이후 돈을 일부 되돌려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전씨의 자금 수수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 전씨에게 돈을 건넨 지역 정치인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상장 폐지된 가상화폐 ‘퀸비코인’ 자금 흐름을 수사하던 검찰은 전씨와 관련된 자금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퀸비코인은 사업 목적 없이 투자를 받는 ‘스캠(사기) 코인’으로, 검찰은 올 7월 피해자 1만3000명으로부터 300억원을 편취한 퀸비코인 발행업자 등 6명을 사기죄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정치인
커넥션

남부지검 관계자는 “배우 배용준씨의 투자 참여는 앞에서 욘사마 코인으로 불렸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서 확인된 사실”이라며 “전씨가 정치자금을 세탁하려고 했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월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하위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 등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전씨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부터 자신이 윤 대통령의 대선 도전을 조언했고, 스스로를 국사가 될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씨의 ‘비선’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문제의 네트워크본부 자체를 해산했다. 권영세 당시 선대본부장은 “‘고문’이라는 것은 스스로 붙인 명칭에 불과하고 공식 임명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전씨는 과거 김 여사의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서 고문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최근 ‘명태균 게이트’ 수사 과정서 명씨와 ‘공천 신통력’을 두고 경쟁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명씨는 지난 1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회계 담당자 강혜경씨와 통화하며 “(김영선이)건진 법사가 (자기한테)공천 줬다더라. 나 내쫓아내려고.(내가) 공천 줬는데 나한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건진법사가 (자기한테)공천 줬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명씨를 전씨로 교체하려고 하자 명씨가 항의했다.

전씨는 ‘한국불교 일광조계종(일광조계종)’ 소속 승려다. 일광조계종은 건진 법사 전씨의 스승인 승려 ‘혜우’ 원모씨가 창종한 종파로, 충주 일광사를 본산으로 두고 있다. 전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골목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 법당을 차려 유력 인사들과 교류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네트워크
비선 원조


원씨는 지난 2021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전씨에 대해 “신내림을 받고 나한테서 자랐다” “(전씨에게)윤석열을 지키라고 했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씨가 속한 일광조계종은 과거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바치는 행사를 주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광조계종은 지난 2018년 9월 충주 중앙탑공원서 열린 ‘2018년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 등불축제’를 개최했는데, 머리와 발끝만 남기고 가죽이 모두 벗겨진 소 사체를 온종일 전시했다. 한 시민단체는 전씨를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야권에선 문제의 행사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이름이 적힌 등이 달려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 부부가 등 값을 내거나 그 어떤 형태로든 행사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 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컴퓨터·핸드폰 포렌식 따라 정치권 파장
딸은 김건희와 인연 “제대로 해명 안 돼”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이명박 전 대통령)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지난 2022년 7월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권 입장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상황서 달가울 리가 없었다.

국민의힘 한무경 전 의원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에서 전씨가 소속된 불교 종파의 사회복지법인에 1억원을 출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효림에이치에프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연민복지재단에 1억원을 출연했다. 효림에이치에프는 자동차, 중장비 등 단조부품 공급 전문업체로, 한 전 의원이 21대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인 2020년 초까지 대표로 있던 회사다.

돈을 받은 연민복지재단은 노인·청소년·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곳인데, 주소지와 연락처 모두 충주에 위치한 일광사와 동일하다.

연민복지재단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설립을 추진했다. 이 전 청장은 지난 2017년 10월29일 재단 발기인회의를 열고 본인을 포함한 8명의 재단 이사진을 임명하고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때 이사로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전 청장과 고향(대구)·학교(영남대)·직장(국세청)으로 얽힌 지인들이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임모 이사는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지냈고, 감사를 맡은 조모씨도 국세청 고위 관료 출신이다. 임원 박모씨는 전 대형 회계법인 대표였는데, 박씨와 조씨 등은 모두 이 전 청장과 ‘대구·영남대’로 묶인다.

연민재단
실체는?

그해 12월 초 이 전 청장은 재단 설립 인가권을 가진 충청북도에 정식으로 설립허가를 신청한다. 당시 재단 자산은 현금 13억원과 토지 3억5000여만원이었다. 현금 13억원 중 7억원은 임 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계법인서 출연했다. 이 전 청장의 사비는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기부된 토지는 원씨의 가족이 소유한 땅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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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펜스로 둘러쳐진 땅에는 드문드문 잡초만 나 있었다. 입구 쪽의 주차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거리 주변서 이 땅만 ‘이가 빠진 듯’ 공터 상태다. 누가 봐도 ‘목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한 위치지만 오늘도 텅 비어있다. “원래 보건소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그전에는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 청사)가 있었고요. 노인분들이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그랬어요.” 한 성남시민이 텅 빈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대기업 사옥, 오른편으로는 상가, 뒤편으로는 아파트가 자리한 이른바 ‘노른자위 땅’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도를 확인한 뒤 “완전 정자동 메인이네.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했다. 앞 뒤 양 옆 꽉꽉 찼는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3번지 일원 2832㎡(약 854평) 규모의 땅. 원래 성남시 소유의 땅이었다가 용도변경을 거쳐 기업에 매각됐다. 성남시가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부지의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이다. 2020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기업이 4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6월에 이르도록 건물 건립을 위한 삽 한 번 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사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 이후에도 해당 부지는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다. 한 성남시민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성남시는 정자동 163번지에 보건소를 세우려 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16일 성남도시관리계획에 의거해 공공청사 부지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성남시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토지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2016년 1월2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16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 시의원이 “정자동에 있는 공공청사 부지를 매각해서 업무 단지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라고 질문하자 성남시 회계과장은 “고용도 창출하고 시 재정의 효율성도 증대시키고, 실제로 보면 기업체가 유치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시의회는 2016년 1월과 3월, 5월에 ‘정자동 163번지 기업 유치를 위한 매각’ 안건을 두고 질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두 번의 부결 끝에 2016년 5월24일 안건이 가결됐다. 당시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대금이 지역주민들께 일정 부분 투입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 ‘부르는 게 값’ 노른자위 땅 보건소 부지였다가 용도변경 성남시는 2017년 5월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부지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첨단산업육성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에 기업 유치를 위한 공모 지침과 평가 기준을 확정한 뒤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모집 공고’를 냈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11억원(㎡당 745만원), 감정평가액은 376억원(㎡당 1329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선 상태였고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청사)는 그해 9월 분당정자 청소년 수련관으로 옮긴다고 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입 자격을 ▲제조업의 연구시설 ▲벤처기업 집적 시설 ▲문화산업 진흥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지식산업, 전략산업, 벤처기업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성남시는 “성남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등 3대 산업집적지와 한 축을 이뤄 도시 균형발전과 첨단사업 고도화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접수는 그해 7월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이뤄졌다. 성남시는 공급 신청서, 기업 현황, 사업 계획, 입찰 계획 등을 작성해 성남시 창조산업과에 직접 방문해 제출하라고 고지했다. 8월 중에 개발 방향 이해도, 사업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고 득점 기업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상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의회서도 지역 기여 강조 성남시는 ▲기업 현황(정량 300점) ▲사업 계획(정성 500점) ▲토지 가격(20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현황의 경우 규모와 재무 상태로 구분해 각각 70점, 230점을 배점했다. 사업 계획은 사업 평가(200점), 건축 운영(150점), 지역 기여(150점) 등 세 분야로 나눴다. 2018년 4월 성남시는 드림시큐리티가 제안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설치 사업 계획이 시 첨단산업 육성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드림시큐리티는 핀테크 서비스와 FIDO 기반의 생체인증 기술,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과 암호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중심의 IT 벤처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드림시큐리티 간의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드림시큐리티 측에서 매입을 철회했다. 이후 재차 공모 절차를 거쳐 ㈜마이다스아이티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회사 소개서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 및 구조 분야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웹 비즈니스 통합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20년 2월14일 424억원에 해당 부지를 샀다. 당시 성남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1114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963㎡,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벤처기업 집적 시설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4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입주하고 판교제1테크노밸리에 있던 마이다스아이티 직원 600명이 모두 옮겨온다고도 덧붙였다. 삽 한 번 안 떠 시민 의문 제기 그러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창업보육 지원, 커뮤니티 공간 조성, 청소년 자인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주말에 주차장(240면)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 매칭·치매 예방·스마트 제조혁신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관련 기관에 무상 지원하고 지역 주민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성남시가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서 150점을 배점한 ‘지역 기여’ 관련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공사 완공 시점으로 2023년을 언급하면서 조감도도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정자동 163번지 부지는 분당벤처밸리 내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고 인근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등 첨단지식산업 업체가 대거 포진해 벤처기업 집적 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아시아실리콘밸리 조성의 한 축이 돼 자족 기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매각 이후 5년이 지났다. 매각 전인 2019년 12월부터 주민 자율 주차장(90면)으로 사용되던 것도 이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세운 ‘개발 부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안내문에는 ‘본 지역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구/업무 공간 ▲자연주의 인본 경영 공간 ▲시민 행복 공간 등이라고 쓰여 있다. 한 성남시민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다가 기업에 매각된 이후 계속 비어있다. 성남시가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시기로 따지면 8년, 마이다스아이티가 땅을 산 시기로 보면 5년째 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성남시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정은 둘째치고 성남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판교 벤처기업 매입 “구체적인 내용 안내 어렵다” 성남시의회가 2020년 10월16일 진행한 경제환경위원회 제4차 회의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문제가 언급됐다. 매각 이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당시 한 시의원은 “빨리빨리 언제까지 안 되면 계약위반으로 통보해야 한다.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은 꼼꼼히 따져서 빨리빨리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담당관이 “지금 그곳은 설계 단계다. 주차장 사용 문제는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시의원은 “우리가 정해진 규칙대로 (첨단산업)육성위원회에서 심의했던 내용대로 계약위반이 아닌지 우리가 따져야 하는 거고…(중략)…우리한테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을 안 했을 경우 계약위반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 이후 성남시의회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설계 변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협약서에 공사 시점에 대한 부분이 있긴 하다. 다만 그 부분에 단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다스아이티서 단서 조항을 통해 공사 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하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공사 지연에 대한 성남시 대응을 묻자 “더 이상 저희도 같은 사유로는 연장을 안 해주려는 상태”라면서도 “성남시 차원서 마이다스아이티 측에 법적으로 공사를 재촉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항이 명확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시 직무유기? 제재 못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사옥을 지을 예정”이라며 “사옥을 처음 세우는 것이다 보니 잘 짓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 보도자료에 언급된 부분(지역 기여 관련)이 설계에 포함돼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추가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