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난’ 뻔한 개각의 한계

또 보이는 그때 그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잠자코 있던 원조 친윤(친 윤석열) 인사들이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의 부름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 쇄신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달리, 측근을 통해 자신에게 인의 장막을 치겠다는 소리와 다름없어 보인다. 국정운영보다는 자신의 방패막이가 필요한 걸까?

해외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당분간 국내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민생 현안과 더불어 최근에는 대통령실의 개각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현재 대통령실은 후보군을 추리는 단계에 돌입했다. 

원년 멤버

당초 개각 시기는 이달 말경으로 점쳐졌으나 검증이 필요한 만큼 몇 주가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각 대상엔 지난 22대 총선 직후 사의를 밝힌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석열정부 출범과 동시에 임명된 장·차관이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최근 환경부 및 노동부 차관을 용산 비서관 출신으로 임명하는 등 몸풀기에 들가는 모양새다.

한 총리 외에도 이상민(행정안전부)·한화진(환경부)·이정식(고용노동부)·이주호(교육부) 장관이 교체될 전망이다. 개각 대상으로 언급된 조규호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가 띄운 의료개혁의 마무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관 교체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 총리의 후임자로도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었는데, 결국 적임자를 찾지 못해 무위에 그쳤다. 이번 개각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지율 하락을 통한 국면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대구·경북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기록해 왔는데, 이를 반등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서도 국정 쇄신 차원서 개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관 교체에는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돼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어서다. 그동안 윤정부의 장관 임명은 순탄한 적이 없었다. 

여러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서 혹독한 검증을 받았고, 몇몇은 낙마했다. 장관 후보자의 리스크도 적지 않았던 탓에 민주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하지 않았다. 몇몇 후보자들은 도중에 사퇴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관 교체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대안으로 차관 임명으로 방식을 선회했다. 차관직은 인사청문회 과정이 따로 필요 없다. 결국 가시밭길을 걷지 않고, 실세 차관을 통해 힘을 실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각 부처의 얼굴인 장관에게는 수난사일 수밖에 없다. 논란이 수면 위로떠 오를 경우 책임은 오롯이 장관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 최대 69시간제 도입을 예고했다가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젊은 세대의 의견을 청취하라”고 지시하자 발표에 혼선이 생겼고, 이 장관의 사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박순애 전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겠다는 안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사퇴한 바 있다. 

지금까지 장관 수난사 다수
측근 챙기며 방어에 치중?

현재 윤정부는 장관직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격으로 신선한 인사 발탁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장·차관 후보의 선택지가 많지 않은 셈이다. 지난 총선서 낙선했던 국민의힘 이용 전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21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던 이 전 의원은 22대 총선에선 민주당 추미애 후보와 경쟁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친윤(친 윤석열)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앞서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후보로도 언급됐으나 끝내 제외됐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와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지냈던 바 있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원내대표는 야당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는 등 나름 당을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 기간에도 선대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직을 수행했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조직 운영, 재난 관리 등을 맡아 정부의 핵심 부처 중 한 곳이다. 역대 정부서도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도맡아 맡았다. 문제는 윤 원내대표가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다.

현재 여당을 향한 야당의 공세도 상당하다. 윤 원내대표가 중도이탈하게 될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장관 카드’로 쓰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른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행안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인물은 친윤 중의 친윤으로 평가받는 장제원 전 의원이다.

장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근거리서 보좌해 윤정부의 국정 철학에 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심지어 정진석 전 의원에 앞서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후보로 언급됐을 정도였다.

장 전 의원은 지난 총선서 친윤계 인사들 중 유일하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역 의원이 아닌데다, 야권 공세에 맞받아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통한다. 다만 아들 노엘군의 가족 리스크가 있고, 야당과의 대립각을 심하게 세워왔던 만큼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친윤 세력의 장·차관직 임선에 대해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세 인물이 처음 시작을 함께했다는 점에서 원년 멤버 중심의 개각이 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사람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인물이 없어도 친윤 중심으로 개각을 진행한다는 것은 국정 쇄신이 아니다”라며 “국정 동력이 약화돼 직을 맡으려는 인사가 없다는 점이 문제일 텐데, 쇄신을 위해서라면 신선한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