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발’ 거부권 무력화 전략

“더 이상 거부를 거부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2대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의 특징인 입법 독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를 보이콧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기세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는 ‘대통령 거부권’만이 남아 보인다. 하지만 거대 야당은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고 타파할 법안도 두루두루 내놓고 있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지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거부권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과반 의석을 얻은 야당은 입법 독주를 일삼고 있는 가운데, 여당에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모아 보니…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위원장직을 차지한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국회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쟁점 법안을 재추진하며 ‘입법 독주’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2 특별검사·4 국정조사’를 밀어붙인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2 특검’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말한다. 국조 대상은 채상병 순직 은폐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송 장악, 동해 유전개발 의혹이다. 특히 채상병 순직 사건은 특검과 국조 둘 다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선출 이후 상임위 일정에 대해 전면적으로 보이콧 중이다. 또 여야 합의 없이 단독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선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방 독주로 엉터리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집권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과거보다 많다고 하지만, 이는 거대 야당의 의회 독주 결과물이다. 재의 요구 건수는 민주당 의회 독재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서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지속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한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 자랑 일변도의 국회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어렵사리 확립한 국회의 관례와 전통은 어떤 면에서는 국회법보다 더 소중히 지켜야 할 가치”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윤 대통령도 수도권·TK(대구·경북)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 자리서 “예산 편성권이나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상력을 야당과 대등하게 끌어올리면 좋겠다”고 말해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2 특별검사·4 국정조사 내세워
“대통령에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에 나와 있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회서 의결된 법률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환부거부). 대통령의 거부권은 정치학적으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국민의 뜻에 반해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기능, 국회의 재의결이 있을 때까지 법률안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기능 등을 두루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서 ▲지난해 4월4일 민주당과 정의당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지난해 5월15일 간호법 제정안 ▲지난해 12월 노란봉투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5가지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올해 들어선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농어업회의소법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등 많은 논쟁이 발생한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통해 22대 국회 첫 과제로 ‘대통령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해당 제안이 부결되자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 13일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14개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상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무분별하게 행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아닌 헌법의 원칙상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최고 직책의 공직자로서 공익을 수호하는 대표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사익을 배제하고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임 2년 14건 행사
“이해충돌 행사 위헌”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재임 2년간 14번의 법률안 무소불위의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다”며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해충돌 상황서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거부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개정안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제한 여부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상에도 나와 있는 권한”이라며 “국회와 행정부의 권력 균형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많이 행사한 것은 맞지만 해당 개정안은 행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의 법 위에 제한을 두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을 실현해야 하는 공무원인 대통령이 본인이나 가족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공정성·중립성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입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상설 특검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주철현 의원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28명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설 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 임명 요건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검은 개별 특검법과 상설 특검법 등 두 가지 방법으로 임명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개별 특검법은 특정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개별 법안을 발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특검 도입이 무산된다.

반면 상설 특검법에 따른 특검은 국회가 본회의서 의결만 하면 즉시 발효돼 특검 임명절차가 개시된다. 법률안이 아니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다만 상설 특검에 따른 특검 임명을 위해서는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 위원회 구성을 담당하는 여당·야당 등 교섭단체 중 한 곳이 의도적으로 추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등 위원회 구성을 방해할 경우 특검 임명이 불가능하다.

상설 추진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낸 ‘국회의 책임성과 국회 임기 만료 시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문제’ 이슈 페이퍼는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해 국회가 다시 논의 및 재의결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거부권이 행사된 뒤 국회가 재의결하고 정부가 공포하는 절차까지 완료할 수 있는 일정을 국회가 운영되는 날짜 안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하면 국회 임기 만료 직전 대통령이 돌려보낸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보장된다는 취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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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