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대담> 황우여 위원장 비상대책을 말하다

“지금 비대위는 당무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비상대책위원회는 관리형도, 쇄신형도 아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서 분석했던 현재 비대위의 두 가지 성격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우리 비대위는 당무형”이라는 입장이다. 지금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지지치 않고 뚜벅뚜벅 당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시도 중이다. 

국민의힘은 비상 상황이다. 당 대표 체제로 이끌지 못하고 걸핏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문제는 당의 위기에 나서는 이가 딱히 없었다는 점이다. 혼란한 상황 속 구세주 같은 존재로 떠오른 인물이 바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다. 황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큰 어른이다. 그런 그는 고심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쉴 틈 없이
강행군

77세의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실제로 마주한 그에게선 이팔청춘 느낌이 강했다. 에너지가 넘쳐 흐르며, 당을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팔팔 끓었다. <일요시사>는 황 비대위원장을 만나 당내 상황 등을 물었다.

황 비대위원장의 정치경력은 30년이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뒤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정치를 해왔다. 최근 그는 말 그대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쉴 틈도 없이 하루에도 여러 개의 일정을 소화 중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기간은 두 달여로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 안에 다양한 당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런 만큼 스스로 느꼈을 부담감도 컸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사실 부담을 잘 느끼진 않는다. 고민은 많았지만, 그냥 덜컥 맡았다. 옛말에 ‘노마식도’라는 말이 있다. 경험이 많으면 그 일에 능숙하다는 뜻인데, 앞이 깜깜할 때 늙은 말을 풀어놓는 전법”이라며 “병사들은 길을 몰라도 늙은 말은 이미 갈 길을 다 알고 있다. 당이 나를 부른 게 그런 취지라고 생각한다. 지혜를 모아 당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명암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기 위해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서 참패한 국민의힘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실 각오까지 마쳤다. 총선 결과 국민의힘은 ‘영남당’이 돼버렸다. 수도권서 패배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그중 ‘수도권 민심이 곧 전국 민심’이라는 말처럼 국민의힘이 전국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패배의 주요 원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황 비대위원장은 “수도권은 1~2%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결국 수도권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 게 크다. 수도권에는 전국 각지서 모여든 호남, 충청권 사람들이 많다. 결국 국민의힘이 충청과 호남 민심을 등에 업지 못해 패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거론했다.

이어 “나는 인천 사람인데 인천 인구는 27만명서 현재 300만명까지 늘었다. 이런 식으로 수도권에 이주한 사람이 많다. (이들이)수도권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전국 민심을 아우르는 선거 정책 개발과 선거전략을 펼쳐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야당은 선거 구조상 현 정부의 지난 과오를 꺼낼 수밖에 없다. 반면 여당은 전통적인 선거 구도상 미래 담론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번에는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이 그대로 먹혀들었다.

여당은 현 정부가 추진해나갈 수 있는 사안을 디테일하게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여당이 야당의 전략에 말려든 대목이다. 정책은 실종됐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에 혈안이 됐다. 결국 국민의힘은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지켜내는 데 그쳤다.

“수도권 민심은 전국 민심…못 읽었다”
“전대 룰? 치열한 논의 후 결정할 것”


그렇다고 여당의 선거전략이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윤석열정부의 3년을 위해서는 총선 승리는 절실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민주당과 야당이 심판론을 들고 나오면서 국민의힘서 이조 심판론으로 맞불 작전을 펼치다 보니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빠졌다”며 “선거를 끝낸 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저출산 대책, 연금개혁 같은 사안을 어떻게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어야 했다. 미래의 꿈을 심어 미래 VS 과거의 구도로 선거전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총선 패배의 여파는 상당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총선 책임론을 가지고 다투는 중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선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거론된다. 양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총선 백서의 작성 작업도 쉽지 않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단장을 맡았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으로 적시될 방향성이 제기되자 당내가 시끄럽다.

이를 두고 인물이 아닌 진짜 총선 참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만큼 현재 국민의힘은 많이 갈라져 있다. 황 비대위원장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전략적인 부분과 똘똘 뭉치지 못한 부분을 꼬집었다. 

그는 “선거는 미래를 위한 하나의 축제이자 투자다. 여당은 과거를 심판하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 프레임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머리에 남는 게 없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담겨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보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정통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게 필요하다. 다시 뭉쳐야 하고, 동지애도 절실하다”고 짚었다. 

야당에
동지애

이런 명분하에 탄생한 게 황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한 황우여 비대위다. 정치색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그는, 지난 23일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광폭 행보를 보이며 동지애를 펼치고 있는데,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야당에 대한 적극적인 동지애를 통해 국민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다. 대외적으로 이런 전략은 일정 부분 인정받는 분위기다. 다만 비대위가 출범하고 시간이 어느 덧 흘렀지만, 도대체 비대위의 콘셉트가 뭐냐는 질문이 계속 쏟아진다.

언론에서는 관리형으로 보고 있지만, 황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황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당무형이다. 나에게 부여되는 권한을 어떤 특정인이 부여한 게 아니다.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규정돼있다. 당은 전당대회(이하 전대)서 할 일이 있으면 준비해야 하고, 쇄신할 것이 있으면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쇄신이냐, 관리냐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자칫 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나는 당무를 집행할 뿐이다. 비대위 발족 때 목적을 정해줬으며 이후에 포괄적인 비상 대권이 부여되는데, 그걸 고친 게 나”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제 당내 문제도 논의를 착수할 시기다. 대표적인 문제가 전대 룰 수정 문제와 개최 시기다. 국민의힘은 직전 전대서 기존의 룰을 바꾸면서 당심 100% (당원)투표로 선거를 치렀다. 최근에는 여러 곳에서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 세력은 당심 100%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비윤(비 윤석열)계는 민심이 필수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전대 룰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갈리는 상황이다.

황우여 비대위는 이런 환경 속에서 전대 룰을 손봐야 한다. 비대위는 지난 20일, 상임고문단을 만나 전대 룰과 관련한 부분도 청취했다. 아직까지 황 비대위원장의 입장은 여러 의견을 모아보겠다는 정도다. 

이와 관련해 황 비대위원장은 “전대 룰과 관련한 의견은 노코멘트다. 개인적인 생각이 있지만 이것을 이야기하는 순간에 당헌·당규 개정 문제가 발생한다. 관리자 신분인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순간 자격에 문제가 생긴다”며 “일각에선 바꾼다고도 이야기하는데, 결정된 부분은 없다.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지켜봐야 안다”고 말을 아꼈다. 

당우도
신경 써야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우리나라의 헌법 개정 절차가 있듯이 국민의힘에는 개정 절차가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어떤 말에도 휩쓸리지 않고 내부서 치열한 논의를 한 뒤에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탓에 당 내부 일각에선 혁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여러 번의 비대위를 거쳐왔다.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분란이 이어져 왔고, 여전히 내분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혁신 문제 역시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번마저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국민의힘은 스스로 설 기회를 영영 잃을 수도 있다. 

황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비판받아도 어쩔 수 없고, (내가)말할 수 있는 권한도 별로 없다. 비대위원장이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 해석이 나오면 할 수 있는데, 비대위는 충실하게 집행하는 데 그쳐야 한다. 전대 룰에 관한 부분은 양론이 있다. 당 대표는 당원만 뽑아야 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그는 당우(당원이 아니면서 밖에서 당을 돕는 사람)를 신경써야 할 문제라고 봤다. 즉 교육자, 공무원, 소상공인, 경제인 등 입당을 하지 못하거나 입당을 꺼리는 상당수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을 포용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게 황 비대위원장의 견해인데, 이 문제 역시 당헌·당규의 개정 문제가 걸려 있다. 그는 출마자 5(당원) 대 5(당외) 당의 대표자는 7(당원) 대 3(당외) 방식을 택해야 이색적인 선택이 유입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친윤·비윤 간 분란…당의 건전한 에너지”
“차기 당 대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길”

그에 따르면 여러 분야의 사람을 흡수하기 위해 전대 룰을 바꿀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비대위원장이 “어떻게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한 표밖에 되지 않는 만큼 크게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잘못하면 나만 의심받고 공정하게 이걸 수행하는 점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우리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를 통해 정리해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절차가 있는 과정서 개정하라고 당이 원하면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대 룰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계파간(친윤과 비윤)으로 나뉘어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총선을 통해 내부 상황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됐지만, 국민의힘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의 세력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만큼,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임에는 자명해 보인다. 특히 비대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황우여 비대위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비대위원장은 “이 부분(압박)을 오히려 좋은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윤상현 의원이 쇄신하지 않고, 널브러져 있냐는 식으로 나를 엄청 공격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짧은 기간에 쇄신할 부분이 어딨냐는 식으로 비판했다”며 “관리나 잘하라는 식이었는데, 오히려 고마웠다. 이 부분을 즐기려 한다. 당을 자꾸 억압하고 눌러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분란을)당의 건전한 에너지로 본다”고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 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당 대표에 따라 당의 정체성과 방향성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권주자로 나경원 당선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도 신경써야 한다는 점에서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저마다 세를 불리기 위해 각자 활동 중이다. 

대청소
마무리

황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당 대표는 내년 보궐선거를 신경써야 하고, 다음은 지방선거다. 대선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선거서 이겨낼 인물이 적합하다고 본다. 4년 내내 선거가 있어서 당 대표가 스타트를 잘 끊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비대위 관리만 하면 반대서 정신 차리라는 이야기를 하는 만큼 청소의 뒷마무리를 한다든지, 당의 필요한 부분을 빨리 처리해 나가려고 한다. 매듭 지을 수 있는 부분은 빨리 짓고, 쇄신 문제도 가열차게 처리해 임기를 잘 마쳐 후임 대표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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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