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대담> 살아 있는 정치사 박지원을 만나다

“7공화국 문을 여시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 9단 박지원’이 여의도로 귀환했다. 92.35%라는 최고 득표율과 함께 ‘최고령 국회의원’이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박 당선인은 ‘팔순 새순’ 국회의원이라며 웃어 보였지만 정치 9단이라는 별명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결코 아닐 테다. 여의도 사무실서 <일요시사>와 만난 박 당선인은 국내 정치의 현주소를 조목조목 짚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지난 4·10 총선서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 승기를 꽂는 데 성공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그는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변인과 비서실장 등 굵직한 직을 두루 연임했다.

박 당선인은 <일요시사>와 만나 여의도로 복귀한 소감에 대해 “기쁘지만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며 “싸우지 않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이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지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을 통해 5선을 달성했다. 당선인의 동력은 무엇인가?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답게, 독립지사의 아들답게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혼을 가지고 있다. 그 DNA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열심히 정치를 하려고 한다.

-오랫동안 민주당의 역사를 함께했다. 그동안의 변화 중 체감되는 게 있다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 구성원도 바뀌기 때문에 당연히 민주당도 바뀌어야 한다. 개혁하고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선당후사’ 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은 충성심과 애당심이 많았다. 지금의 의원들은 개개인의 생각을 조금 더 중요시하는 쪽인 것 같다.

-선당후사 정신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부모님이나 윗사람이 무언가를 시키면 싫더라도 눈물을 찍찍 흘리면서 그 말을 따랐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지 않나. 시대가 변했으면 거기에 맞게 적응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정치 지도자는 변화를 이끌거나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선수가 높아 이번 국회의장 선거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불출마를 선언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후보 등록 마감 전날인 지난 8일, 이재명 대표와 점심을 먹었다. 오찬 사실을 여태 공개하지 않았는데 오늘(13일 기준) 여기서 처음으로 밝히는 것이다. 그날 이 대표와 1시간 반 동안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 결과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가 나에게 “나오지 마십시오”라고 직접 말한 건 아니다. 1시간 넘게 얘기하다 보면 대화의 흐름 정도로 알아챌 수 있지 않은가.

-국회의장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후보들의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기계적 중립은 필요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많았는데 어떻게 봤나?

▲국민의 정서는 중립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국회의장도 한때 당적을 가졌던 의원이고 임기를 마치면 당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친정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윤 대통령이 개혁, 입법, 특검 등을 향해 거부권을 남발한다면 의장으로서 삼권분립 원칙에 의해 국회 의견을 존중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존경의 대상인 국회의장이 초반부터 “중립의 의무가 없다”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라고 하는 건 올바른 정치가 아니라고 본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박 당선인은 이 대표의 연임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인물로 꼽힌다. 당내 주요 인물들이 연임론에 군불을 때면서 점차 기정사실이 되는 듯했다.

“이 대표 연임은 당연한 것”
정권 교체의 길로 ‘뚜벅뚜벅’

하지만 지난 16일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의 주인공이었던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 경선서 낙선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의 의중을 뜻하는 ‘명심’은 추 당선인을 향했지만, 투표 결과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는 대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과의 반작용으로 이 대표의 연임론이 굳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민주당이 아주 건강한 정당이라는 걸 국민에게 보여줬다”며 “결과적으로 우 의원의 당선이 이 대표를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연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총선이 끝나고 내가 처음으로 이 대표의 연임론을 얘기했는데 당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대표의 연임은 당연하다고 본다.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 이뤄진다.

총선서 승리하면서 국민은 이 대표를 재신임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2년 내내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의 절체절명 목표는 정권교체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큰 이 대표를 앞세워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친명 일색’ ‘이재명 독주’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어떠한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이어가는 것과 같다. 정권교체의 길을 이 대표가 끌고 가야 한다.민주당 내 당 대표 연임을 금지하는 당헌·당규는 없다. 단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1년 전에 당원·당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시 김대중 총재도 문재인 대표도 전부 1년 전에 사퇴했다.

인터뷰가 중반에 접어들고 본격적으로 현 정부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다. 정부가 각종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범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으로 향하는 길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박 당선인은 “특검 거부 마일리지는 탄핵 마일리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시기를 생생히 겪은 정치인이다. 과거를 회상하던 박 당선인은 개헌을 통한 4년 중임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근거는 무엇인가?

▲탄핵의 물결은 정치권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시작됐다. 3·15 부정선거, 4·19 혁명, 6월 항쟁, 광우병 파동, 촛불 혁명까지 전부 민중의 불꽃이었다. 마지막 정의만 정치권서 다뤘을 뿐이다. 현재 탄핵에 대한 동력이 충분치는 않다.

일각에선 탄핵 남발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민생, 물가, 남북관계, 외교·안보 모두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지금은 6공화국 시대로 우리는 옛 시대를 정리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7공화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

-윤 대통령을 대상으로 4년 중임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인가?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개헌을 해야 한다. 본인의 임기를 1년 앞당긴 2026년으로 단축하고 같은 해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방법은 막대한 예산과 정치적 혼란도 줄일 수 있다.

이명박 전 정부 당시 여당 당 대표와 개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그 대표가 “책임지고 대통령을 설득하겠다”고 장담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잘 안 된 모양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런 단언을 내릴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다. 역사적인 미래로 가는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바뀌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대통령이 변하지 않고 불통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남은 임기 동안 변화가 없다면 엄청난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15 부정선거부터 촛불집회까지
“탄핵 물결은 민중의 불꽃서 시작”

그렇게 되면 우리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 강대강 국면이 이어지면 나라와 국민이 길을 잃는다. 민생을 비롯한 물가와 외교 남북관계 모두 어디로 가겠는가?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이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과 우리가 볼 때는 전혀 아닌데 말이다.

-용산 참모진의 문제도 있다고 보시나?

▲글쎄 참모진들도 문제지만 결국엔 대통령 스스로가 성찰하고 바뀌어야 한다.

-영수회담 추진 과정서 비공식 특사 라인이 가동됐다는 이른바 ‘용산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함성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주축이라는데, 이는 어떻게 보고 계시나?

▲우리나라는 ‘박근혜 비선 트라우마’가 있다. 국정 농단으로 탄핵이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비선이든, 공식 라인이든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야당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서 농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

두 교수가 어떤 이유로 나섰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임 교수한테 물어보니 (사전에 답변을)조율하기로 했는데 그게 잘 안 된 모양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등판 시기를 예상한다면?

▲전당대회가 7월로 늦춰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시기가 늦어질수록 한 비대위원장 등판에 아스팔트를 깔아주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인 100% 당원투표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한 비대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50대 50으로 한다면 유승민 전 의원이 될 확률이 있다.

숫자에 맡길 일이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과 유 전 의원 모두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으니 누가 당선되더라도 흥미진진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과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이번 총선서 개혁신당은 3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이 당선인은 지금처럼만 잘하시면 된다. 이 공동대표는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계속해서 투쟁하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민주당과 협력하는 협력 관계라고 본다.

-협력 이상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합당이라든가, 아직 거기까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22대 국회 개원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희망하는 상임위와 발의하고 싶은 법안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보위원회다. 아무래도 지난 12년 동안 해온 것들인 만큼 익숙하기도 하다. 발의하고 싶은 법안으로는 사형제 폐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0일부터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았다. 2007년 국제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지만 법으로는 정비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가법이 없으면 회원으로 받지 않는 만큼 이제는 법과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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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