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브레이크’ 새만금 태양광 수사 중간 체크

점점 지워지는 검은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 과정서 사람이 죽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사건을 끄집어 올리고 있다.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 정부였던 문재인정부의 유산을 지우려는 현 윤석열정부의 횡포일까? 검은 그림자의 존재를 놓치고 있는 걸까?

지난달 28일, 전북 임실군 소재의 옥정호에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47분쯤 옥정호 운암대교 인근서 낚시를 하던 주민이 “호수에 사람이 떠 있다”고 신고했다. 지문 대조 결과 시신은 전북의 한 중견 건설사 대표 A씨로 확인됐다.

실종 13일
시신으로

A씨의 시신은 실종 13일 만에 발견됐다. A씨의 아내는 지난달 15일 오전 8시40분쯤 “남편이 힘들다고 말한 뒤 집을 나갔다”고 경찰에 실종 사실을 알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옥정호 인근서 A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주변을 수색해 왔다. 

A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현재로선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익사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A씨의 업체는 2020년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 과정서 이 사업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과정서 군산시가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에 혜택을 줬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북부지검은 군산시와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10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공공·민간서 시행한 40㎿ 규모 이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4건을 집중 점검한 뒤 지난해 6월 강임준 군산시장 등 3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A씨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발전사업은 군산시가 출자해 설립한 시민발전주식회사와 한국서부발전이 1268억원을 들여 군산시 내초동 새만금 산업연구용지 동쪽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은 2개 공구로 나눠 추진됐는데 2-2공구서 A씨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결과 발표
중간발표에 군산시장 수사 의뢰

당시 감사원의 감사 과정서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면면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민간 주도로는 최대 규모(300㎿)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 발전소 허가 과정서도 산업부 공무원과 민간업자들이 유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발표를 종합하면 이 사업을 추진한 업체는 군청 반대로 사업부지의 1/3을 차지하는 초지(목장용지)를 개발용지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자 산업부로부터 잘못된 내용의 유권해석을 받아 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해당 업체와 협력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중간발표 이후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도 무리하게 목표를 상향해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사업 목표와 이행 ▲사업 인프라 구축 ▲사업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사업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간발표 당시 수사 의뢰한 38명을 제외하고 추가로 49명을 고발하는 등 40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산업부가 목표를 무리하게 상향 조정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업 목표를 수립한 뒤 후속조치 이행에 소홀하거나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실현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잡았다는 것이다. 

특히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따라 산업부가 신재생 발전 목표를 30%까지 올린 과정을 감사원은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2030년까지 20% 상향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달성이 어려웠던 상황서 목표치를 올린 것이다. 

문재인정부
주력 정책

발표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국제적 흐름을 보면 NDC 상향 자체를 문제라고 보지 않으며 청와대 등 상급기관서 산업부에 특정한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NDC 이행 수단은 주무 부처의 몫이고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실현 가능성을 따져 적정 목표를 설정했어야 하는데 단기간에 무리하게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문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 필요성을 계속해서 묵살했고 이 과정서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017년 6월 국정기획위서 ‘신재생에너지 정산 단가는 다른 발전원보다 높아 신재생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을 2018년과 비교해 최대 49.5%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는 산업부가 제시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지적했다. 결국 산업부는 요금 인하 요인만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선별적으로 적용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문정부와 여당은 “향후 5년간은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부는 전문가 검증 등 없이 자체 판단으로 국회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10.9%라고 보고했다. 이 전망치에 대해 국회와 언론 등에서 비현실적 수치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산업부는 문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입장을 고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산업부의 지시로 2019년 7월 국회가 요구한 ‘전력 구입비 연동제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 우려 내용은 대거 삭제하고 제출했다. 

총체적 난국
민낯 드러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졸속 운영되는 과정에 관여한 공무원도 대거 적발됐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전,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251명(퇴직자 11명 포함)이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제도 혜택을 받아 소형 태양광 발전소 운영 권한을 얻은 2만4000여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한국형 FIT는 정부가 2018년 7월 100㎾ 이하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농축산어업인 자격만 증빙하면 조건 없이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급격히 올리면서 농업인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로 우대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서 815명이 서류를 위조해 허위 등록하는 등 ‘가짜 농업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전문 브로커를 통해 가짜 농업 법인체까지 세워 가며 차명으로 투자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한 이후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특히 새만금 태양광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역에서는 정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정부서 집중적으로 추진한 사업인 만큼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들어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3월19일에는 전국 군산시 공무원 등에게 군산 일대 사업 공사 수주를 알선하는 등 브로커 역할을 하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브로커가 구속됐다. 

지난달 17일에도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합수단은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군산시민발전주식회사 대표 서모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북 정재계 인사 실명 거론
군산시의회 “발본색원해야”


서씨는 2020년 군산시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사업 관련 청탁을 하는 대가로, 새만금솔라파워 사업단장 최모씨에게 1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새만금 솔라파워는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현대글로벌이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최씨는 발주 문제와 시민단체의 환경오염 문제 제기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자 서씨에게 청탁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9일 최씨 역시 용역업체를 통해 설계‧인허가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2억4300여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한수원이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과정서 수행 자격이 없는 무자격 업체인 현대글로벌에 설계용역을 맡겼다는 내용의 공익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새만금호 전체 면적의 약 7%인 28㎢에 2025년까지 2100㎿급 세계 최대 규모 수상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4조6200억원에 달한다. 

군산시의회는 지난달 16일 새만금 태양광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설경민 의원은 “지난해 7월 검찰의 압수수색 후 브로커가 구속됐다는 상황만으론 비리가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와 감사원의 고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들에 26만 군산시민의 마음은 배신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 태양광 사업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 오명을 벗고 시의 신뢰도 및 대내외로 추락하고 있는 새만금 태양광 사업의 당위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일부 관련자만 처벌하는 수준의 봐주기식 결과는 또 다른 비리 고위층의 범죄를 양산하는 악영향을 끼치므로 발본색원해 신속히 밝혀주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관련자 구속
윗선까지?

검찰은 지난 2일 알선수재 혐의로 브로커 1명을 구속 기소하고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사망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법조계서도 주요 피의자의 사망으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숨진 대표에겐 소환 통보조차 한 적이 없다’며 강압수사 논란에 선을 그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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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