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선택 이해찬-김부겸 시너지 계산서

다시 소환된 올드보이 역할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두로 ‘180석 압승’을 이끌어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문재인정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힘을 보탰다. 민주당에서는 ‘매머드급 선대위’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중도층 표심까지 흔들지는 미지수다. 세 사람의 합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총선 채비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구원투수
승부수는?

선대위 공식 명칭은 ‘정권 심판·국민 승리 선거대책위’다. 한차례 폭풍처럼 당내를 휩쓸고 간 공천 파동을 빠르게 잠재우고 ‘윤석열정부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선대위원장 또한 혁신·통합·국민참여·심판을 상징하는 인물로 구성됐다. ‘혁신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민주당 영입인재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황정아 박사가 발탁됐다.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에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줄기로 이어지는 민주 통합을 상징한다는 이유에서다.

‘심판 공동선대위원장’에는 백범 김구의 증손자인 김용만 영입 인재와 김용민·이소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공동위원장은 친일 잔재 등에 관한 심판을 맡고 김 의원은 검찰 독재, 이 의원은 정권 비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참여위원회’는 국민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서 참여 또는 추천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이날 선대위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라며 “나라를 망치고도 반성 없는 윤정부의 심판을 위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국민이 승리하는 길에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역사의 갈림길마다 바른 선택을 해왔던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며 “심판의 날에 국민들은 떨치고 일어나 나라의 주인은 영부인도, 천공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용산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이번 총선은 내가 지금까지 치러 본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가 꼭 심판을 잘해서 국민이 받는 고통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실하고, 절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차례 휩쓸고 간 공천 피바람
‘큰 어른’ 등판…파동 잦아들까

끝으로 김 전 총리는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이 알아 주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면 안 된다”며 “역대 선거를 보면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켜 선거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후보들은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대위는 더 이상의 공천 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대위 출범식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이 전 대표는 “이미 그것은(공천 갈등은) 다 지나간 하나의 과정”이라며 “다행히도 최근 경선서 진 분들이 흔쾌히 전체 선거에 동참하겠다는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새로운 분열적 요소는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집토끼 이탈을 막고 나머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탄탄한 삼각형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컷오프나 경선 결과 등으로 인한 잡음·이탈을 이 전 대표가 제어하고, 친문(친 문재인) 상징성을 가진 김 전 총리가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방안이다.

이 전 대표는 다양한 직위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1999년 국민의정부 시절 제38대 교육부 장관을 맡았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제36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 대표를 맡았고 지역구 선거서 ‘7전7승’의 결과를 냈다. 2018년에는 제3대 민주당 대표를 맡았는데 이때 ‘민주당 180석’이라는 기록을 거두기도 했다.

이를 끝으로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치를 떠나기로 한 그가 다시 민주당에 돌아온 계기는 윤정부를 심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출범식서 “현실정치를 떠났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절실한 심정이 들어서 선대위에 합류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막강한 정치력을 지닌 인물인 만큼 민주당의 ‘큰 어른’으로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재정비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김 전 총리는 선대위 참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합동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던 때다.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많은 일이 발생한 만큼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공천 및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부분의 비명(비 이재명)계가 하위 20%에 속했고, 원외 친명을 지역구에 내리꽂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에 불복해 당을 거칠게 비판하고 나가는 이들로 인해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김 전 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며 “현재 진행되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김부겸·정세균)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며 선대위 참여 조건으로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로부터 김 전 총리가 마음을 바꿔 선대위에 합류하기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정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 선대위 합류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인 윤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한 이유에 관해서는 “우리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평가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컸다.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과정이야 어쨌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따뜻한 통합의 메시지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면서도 “모든 것을 떨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버리자”고 강조했다.

아슬아슬
위태위태

김 전 총리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마침내 공천 파동이 잦아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비교적 계파색이 적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통합이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던 김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는 건 민주당이 숙제를 마쳤기 때문”이라며 “김 전 총리의 결정이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김 전 총리는 친문계 인사로 공천 파동의 뇌관이었던 계파색을 띠고 있다”며 “그런 그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온 것 자체가 통합과 화합의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총리의 합류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합류를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마지막 한 수가 ‘임 전 실장의 동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은 임 전 실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SNS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공멸이다.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친명도, 비명도 없다.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던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복귀 사실을 알리면서 날 선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고 최고위원은 공천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도부 안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합심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차원의 설득이 이어지자 결정을 바꿔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최고위원은 지난 “지금은 윤정부의 폭주를 막는 일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폭주에 저항하는 모든 국민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을 둘러싼 잡음을 한 꺼풀씩 걷어낸 선대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곧바로 민심잡기에 돌입했다. 이재명·이해찬·김부겸 선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선을 앞두고 언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말 리스크는 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만이 아니라 중도층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대위 차원서 공식적으로 경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 심판 벨트’ 순회 나섰지만…
흐리멍덩 ‘중도 공략집’ 해법은?

이 전 대표는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 여러 가지 선거 경험에 비춰 보면 말 한마디로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대위는 후보의 언행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공천 취소를 포함한 비상 징계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민의힘이 장예찬 후보의 ‘난교’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만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울 강북을 경선서 승리한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DMZ(비무장지대) 발목지뢰 목발 경품 발언’ 논란이 불거져 마찬가지로 민심의 회초리를 피하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한 방송서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라고 발언한 바 있다. 2015년 경기도 파주 DMZ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을 잃은 사건을 조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사과를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피해 장병들이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는 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민주당은 지난 14일, 정 전 의원의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당의 고삐를 말아쥔 선대위는 ‘윤정부 심판 벨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이 대표는 대전·세종·충북 청주을을 찾아 “윤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유세에 나섰다. 그는 “R&D 예산은 대전에 민생”이라며 “이 정권은 폭력적인 R&D 예산 삭감으로 대전의 오늘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심판과 국민 승리가 가능할지 여부는 바로 대한민국의 중심인 이곳, 대전에 달려 있다”며 “오늘 함께하고 있는 일곱 명의 국회의원 후보, 그리고 중구청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승리의 확신이 살아 있다”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 여주·양평을 방문해 ‘서울-양평고속도로 게이트’ 의혹을 재점화했다. 지난 11일에는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한 ‘해병대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이슈화하기 위해 충남 천안을 방문했다.

이 밖에도 서천 화재 피해 발생 지역인 충남 보령·서천을 거쳐 엑스포 유치 실패로 ‘정부 무능론’을 부각하기 위한 부산 일정을 소화했다.

‘잡음 없는 공천’을 자랑했던 국민의힘 내부서도 뒤늦게 균열이 일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재조준하려는 기류가 포착된다. 이 대표가 일선서 총선을 지휘한다면 타격은 불가피한 만큼 이 전 대표와 김 전 총리가 반 발자국 앞서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중도층
잡아라

일각에서는 3톱 체제에 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세 사람이 뭉친다면 야권의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폭넓은 중도 확장을 위한 로드맵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이미 공천 작업이 끝난 만큼 김부겸·이해찬 선대위원장이 너무 늦게 등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층 포섭 한계론’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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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