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코앞’ 시끄러운 선관위 내막

제2의 소쿠리 투표 또 나올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달 뒤 정치권 최대 게임이 열리는 가운데, 현재 정당들은 선수 선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본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는 승리만을 위해 달려야 한다. ‘승자 독식’, 이긴 쪽이 모든 것을 갖는 게 게임의 규칙이다. 문제는 심판이다. 단판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만큼 심판의 역량이 중요한 상황서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정치권 최대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째에 접어든 만큼 안정론과 심판론이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는 다음 달 5~6일 사전투표와 10일 본투표 등 3일간 진행된다. 사흘간의 투표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활 건
정당들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지점은 심판 역할을 맡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공정성과 중립성이 생명으로 이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벌을 선고받은 게 아닌 이상 신분이 보장된다. 

1963년 이래 60년간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를 관리해 온 선관위의 위상이 불과 1~2년 새 나락으로 향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 부분서 삐끗하더니 내부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선관위 시스템이 해킹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취약한 보안에 대해서도 말이 얹어졌다. 

특히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은 그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선관위는 사전투표 용지 직접 날인 건에 대해 국민의힘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7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사전투표 용지에)실제로 꼭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현재는 관리관 직인이 인쇄된 사전투표 용지를 유권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인데 이를 법 규정에 따라 관리관이 투표장서 직접 도장을 찍어 나눠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본투표에서는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는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 혹시라도 제기될 수 있는 ‘부정투표’ 논란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허철훈 선관위 사무차장을 불러 면담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 용지 직접 날인과 관련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장 사무총장은 선관위의 입장에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했다. 

사전투표 용지 직인 두고
국민의힘과 힘겨루기 상황

장 사무총장은 “국민이 선거 관리에 불신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면 선관위는 선거 관리가 공명정대하고 투명하다는 신뢰를 주는 게 역할이자 책무”라며 “가장 중요한 책무인 공정 선거관리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의지가 없다면 선관위가 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선관위는 사전투표소서 관리관이 직접 날인할 경우 투표 절차가 길어지고 유권자 대기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기존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편의를 이유로 내세운 것이다. 또 사전투표 관리 매뉴얼 등이 이미 확정된 상황서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2019년과 2020년, 20201년 대법원이 사전투표 관리관 인쇄 날인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점을 들어 법적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해 적법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측에서 말하는 대량 조작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여당의 선관위 압박이 총선용 노림수라고 의심하는 중이다. 사전투표는 젊은 층이나 직장인이 많이 참여하는 만큼 투표율이 높을수록 보수 진영에 불리한 편이다. 여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전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불신을 조장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사전투표 음모론’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을 키운 건 선관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대선 과정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가 플라스틱 소쿠리나 종이박스 등에 담겨있는 것이 발견되면서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논란으로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했다. 

헌법기관
방패로

선관위는 사전투표 용지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해 책임자에게 2~3개월의 정직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갈무리했다. 공직선거 절차 사무를 총괄 관리하는 핵심 간부와 선거정책실장이 각각 철퇴를 맞았다. 실무 부서장인 선거1과장은 ‘불문 경고’ 처분을 받았다. 명시적인 징계는 아니지만 과거 표창 공적 소멸 등으로 불이익을 주는 조치다. 

선관위는 창설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보안 논란으로 또 한 번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선관위‧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이 합동보안전검팀을 구성해 선관위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국정원은 “국제 해킹조직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해킹 수법을 통해 선관위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었다”며 “북한 등 외부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라도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선관위 시스템은 총체적인 부실 상태였다. 유권자 등록현황과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의 해킹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사전투표 용지의 무단 인쇄,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일도 가능했다.

이뿐만 아니라 선관위 내부망을 외부와 분리하는 작업이 미흡해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내부망까지 침입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전에 일어났던 해킹 사고 대응과 관련해서도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최근 2년간 국정원서 통보한 북한발 해킹 사고에 대한 사전인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적절한 대응 조치도 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선관위 시스템에 대해 외부 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라도 공격 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채용 의혹
치명타

반면 선관위는 “해킹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단순히 기술적인 해킹 가능성만을 부각해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까지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가 국정원의 발표를 재반박하면서 방어에 나섰지만 신뢰에는 이미 금이 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부정선거에 대해 선관위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 등에는 그 가능성이 ‘망령’처럼 떠돌았다. 


지난 1월 국정원은 선관위가 지적사항을 개선했는지를 두고 재점검을 진행했다. 총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선관위는 지난해 국정원의 보안점검 이후 개표 과정서 사람이 투표지를 일일히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를 도입하는 등 부정선거 논란 차단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여기에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불거진 도덕성 논란이 선관위 자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선관위 자체 조사 결과로만 20건이 넘게 확인됐다. 이마저도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사람만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허철훈 사무차장은 지난해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4촌 이내 친족으로 확인된 특혜채용 의심자가 몇 명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허 사무차장은 “특별채용으로 선관위에 전입한 직원 가운데 직원과 친족 관계에 있는 직원은 (기존에 알려진)11명을 포함해 모두 21명”이라고 답했다. 

부실 관리 논란 여전
부정선거는 선 그었다

송봉섭 전 선관위 사무차장은 구속 기로에 섰다. 송 전 차장은 선관위 경력 채용서 자녀를 부당하게 채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8년 1월 자신의 딸 송모씨를 충북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서 부당하게 채용하도록 한모 전 충북선관위 관리대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선관위 인사담당자에게 관계 법령을 위반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선관위 사무차장으로 재직 중이던 송 전 차장이 한 전 과장에게 채용을 청탁했고 한 전 과장은 채용 절차가 진행되기 전 딸 송씨를 합격자로 내정하고 채용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 전 과장은 해당 경력 채용 당시 자신의 고교 동창 딸인 이모씨를 충북선관위 공무원으로 채용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시민단체의 고발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10월 송 전 차장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검찰은 채용에 관여한 선관위 직원 사무실, 선관위 등에 강제 수사를 진행했다.

송 전 차장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사퇴했다. 일단 법원은 송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상태다.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지난해 6월경 불거져 현재진행형인 선관위 특혜채용 논란은 직무감찰을 두고 감사원과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더 큰 논란으로 확대됐다. 특히 선관위가 헌법기관,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하면서 정치권 등에서 비판이 빗발쳤다. 국민의힘에서는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서 회계감사만 받을 수 있으며 직무감사 대상은 아니라고 항변하다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감사원 직무감사의 정당성을 따져달라는 취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선관위의 행태로 기관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판 역할
잘할까?

각 정당은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향후 국정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판 역할을 맡은 선관위의 행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부실 선거 논란, 보안 이슈, 도덕성 문제까지 선관위는 이미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 선관위의 신뢰 회복 정도에 따라 선거 전과 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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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