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루밍 성폭력’ 키다리 목사의 최후

장애 아동도 건드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키다리 아저씨’라고 불린 안모 목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성폭력 및 특수폭행 혐의를 받는 안 목사에게 징역 6년9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혐의를 부인해왔다. 일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강압적 성폭행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등의 이유로 ‘그루밍 성폭력’을 사실로 판단했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이하 센터) 대표 안모 목사는 2020년 4월28일 KBS 1TV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에 출연한 바 있다.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해 부모가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고 싶다던 인물은 어느새 악마가 됐다. 자신이 보호하던 이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척 지옥을 선물했다.

녹취에 담긴
저속한 발언

의정부지법 형사11부 지난달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특수폭행 혐의를 받는 안 목사에게 징역 6년9개월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을 10년간 제한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안 목사에 관한 재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부 비공개로 진행됐다. 안 목사 측 변호인은 지난 공판서 “증인신문 과정서 성 관련 부분이 언급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 재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방청을 제한하고, 피고인 측이 요청한 증인 2명에 대한 신문을 진행한 바 있다.


안 목사는 지난해 4~5월 자신이 운영하는 보호종료아동센터서 입소자 4명을 상대로 신체접촉하며 추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한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선 경기북부경찰청은 안 목사가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놓인 입소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항거불능 상태는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사실상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행한 안 목사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10명 가까이 된다. 그루밍이란 단어 뜻 그대로 ‘길들이기’를 의미한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쌓거나 호감을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피해자에게 성적 가해를 하는 범죄를 말한다.

일반적인 협박이나 폭행 등에 의한 성폭행·성추행이 아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지하도록 만든 뒤 관계성을 강조하며 성적 착취를 가하기에 입증하기가 매우 힘들다.

피해자 중 1명은 뇌전증 장애가 있는 데다 가족도 없었다. 경찰은 안 목사가 이 입소자에게 폭행을 가하며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봤다.

안 목사는 지난 7월 열린 첫 재판서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하며 “수사기관이 언론의 기사 내용을 증거자료로 첨부했지만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영상 속 안 목사는 폭언을 일삼았고 성추행도 서슴지 않았다. 안 목사는 “XX 가슴은 내 가슴과 같아” “XX랑 XX을 하고 싶었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도 일삼았다.


한 센터 피해자는 “안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안 목사의 생일이 7월16일인데 그날 여자아이가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배가 끝나면 항상 술을 마셨다. 안 목사가 ‘벗어야지! 벗어야지!’라고 말할 때 저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인 행위 “거룩한 타락” 성경에 비유
혐의 부인…재판부 6년9개월 실형 선고

안 목사는 이 같은 성폭력을 성경에 비유하면서 본인이 하는 행동이 “세상이 바라볼 때 타락이겠지만 하늘이 볼 때는 거룩”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 목사의 비상식적 행태에 치를 떨던 일부 아이는 센터를 피했다. 안 목사는 센터를 피하거나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불러 쇠몽둥이로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한 아이는 몸에 안 목사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기까지 했다.

다른 피해자는 “‘넌 나에게 복종해야 된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넌 내 말 안 들으면 뇌혈관 세포가 터질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또 안 목사는 ‘네 인생서 최고의 선물은 본인 영어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는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안 목사는 설교 예배 중 신도들에게 “내 말에 집중 안 하면 뇌혈관 세포를 터트려 버린다. 기절해봤어, 안 해봤어?”라고 겁을 줬다. 피해자는 “센터에서는 처음부터 딸, 엄마, 아빠 이렇게 부르니까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라고 불리는 사람과의 관계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딸의 가슴을 만지는 아빠는 없지 않나”라면서 “진짜 가족이 없어서 원래 가족이 이런 건지 모르겠다. 근친상간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돼야겠다고 한 건 센터를 홍보하기 위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목사는 센터 설교 도중 “루시퍼가 나쁘지만은 않다. 일부 악마의 행위는 타락이 아닌 거룩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안 목사는 성폭행이 발생한 그날(지난 7월16일) 술자리를 ‘거룩한 타락’으로 합리화했다”며 “평소 폭력을 가하거나 성희롱할 때 자신의 행동을 성경에 비유하면서 ‘세상이 바라볼 때 타락이겠지만 하늘이 볼 때는 거룩’이라는 말로 자신의 죄를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안 목사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그곳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싶었던 셈”이라며 “새 율법이라는 자신만의 율법을 만들고 ‘영적 멘토’(안 목사 자신)를 하나님 다음으로, 하나님과 같이 섬겨라’라는 의미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십자가로
길들이기

이어 “센터에 근무하는 선생님과 보호아동들에게 각각 뜻이 있는 이름과 숫자를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안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꿈나무마을 출신이었다. 이들이 꿈나무마을서 퇴소한 이후 센터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 안 목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다.

김씨는 안 목사와 일하기 이전 꿈나무마을서 활동했다. 2020년 4월28일 KBS1서 방영된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에 출연했던 A씨도 꿈나무마을서 커왔다. 안 목사는 2016년부터 A씨의 법적 보호자가 됐다.

꿈나무마을과 센터 간 연계 활동이 안 목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안 목사의 횡령 의혹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6월 센터에 다니던 C씨의 통장에 국내 한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특별 장학금 500만원이 3분 만에 센터 상임이사의 계좌로 송금됐다.

한 달 후에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병원비 명목 후원금 1000만원이 들어왔다. 이 중 700만원도 센터 상임이사에게 보내졌는데 C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써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이 누적됐다면 행정안전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았다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서초동 소재의 한 변호사도 “기부 목적 이외에 금전이 유용됐다면 횡령으로 볼 수 있고 대기업과 개인 후원자를 기만한 것이기에 사기죄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횡령 금액이 커진다면 처벌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체나 개인이 후원금을 받는 단체를 검증하면 좋겠지만 외부서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체는 후원금을 받은 곳에 대해 자금 흐름 및 사용처 감사를 정부기관에 요청할 수는 있으나 개인은 권한 자체가 없다.

재판 넘겨진
꿈나무마을

심지어 단체가 요청해도 후원금을 받은 센터가 형식적 자료만 제출하기에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꿈나무마을서 퇴소한 아이들이 센터로 갔기 때문에 안 목사 측이 갈취하거나 횡령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안 목사가 구속되면서 그에게 제기됐던 기부금 횡령과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도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안 목사의 최측근이자 센터 소속인 주모씨는 현행법상 금지된 겸임을 유지하다가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경기도북부청사 어린이집 원장직서 물러났다.

김씨는 경기도 인권위원이었다. 2019년 3월부터 센터서 일한 김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인 2021년 위촉됐다. 김씨도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안 목사의 행태를 세세히 알고 있었다.

꿈나무마을과 센터가 자주 왕래하지는 않았다. 각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간부들끼리 서로 비난하기 바쁜 각자도생 상태였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피해자들은 꿈나무마을과 센터가 그간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각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간부들끼리 서로 비난하기 바쁜 각자도생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꿈나무마을의 아동학대·폭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후부터 각 단체의 간부가 모여 오해를 풀었다며 연계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꿈나무마을 보육원 출신 B씨(22)는 지난해 8월 아동학대 혐의로 이 시설 보육교사 3명을 고소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1까지 6년간 이들로부터 장기적인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B씨는 꿈나무마을서 핸드폰 등으로 맞아 머리가 찢어진 일도 다수 있었고 몽둥이로 폭행을 당한 데 이어 강제로 정신병원에도 입원되는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이 일어났다고 주장해왔다.

아동센터 입소자들 상대로 신체 접촉
성희롱 등 상습적으로 성범죄 저질러

B씨는 2020년, ‘꿈나무마을 내 집단 아동학대 사건과 시설관계자의 은폐’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꿈나무마을 보육시설 생활관서 벌어진 보육교사의 아동학대와 성폭력 ▲시설관계자의 방임과 사건축소 등으로 100여명이 아동학대 피해를 입어 심각한 사회 부적응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지났다며 이를 반려했다.

센터 출신 C씨는 “꿈나무마을과 센터의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 도우려 하지 않았던 건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내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인간극장>에도 언급됐던 센터가 좋은 곳이라 믿고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꿈나무마을의 아동폭행 학대 사건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서울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은 지난해 10월24일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꿈나무마을 보육교사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꿈나무마을서 자란 B씨를 지난 2011~2016년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의 수사결과통지서에 따르면 보육교사 성모씨는 2011~2016년 동급생들 앞에서 B씨를 ‘저능아’ 등으로 부르며 상습적으로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 2012년 9~10월에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B씨의 뺨을 10차례 때렸고, 휴대폰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5회 가량 내리찍었다.

성씨의 학대 행위는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2013년 여름에도 같은 방식으로 B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2015년 여름에는 동급생들에게 B씨를 때리라고 지시하고, 휴대폰으로 B씨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다른 보육교사 장모씨는 2016년 8월 동급생과 싸웠다는 이유로 쇠파이프 재질의 대걸레 봉으로 B씨의 엉덩이를 10~30회가량 때린 혐의를 받는다. 정모씨에게는 2011년 동급생과 싸우라고 시키는 등 B씨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는 혐의가 있다.

침묵하는
방관자들

다만, 성씨 등 3명이 다른 동급생에게 지시해 B씨를 학대하게 한 일부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됐다. 목격자 등 동료들이 증언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보육교사 3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정현승)는 이들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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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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