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교대 ‘맞춤형 채용’ 의혹

3개월에 개인전 5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등의 가치는 경쟁 과정서 나온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서 같은 신호에 따라 같은 거리를 달려 거머쥔 승리는 그 자체로 값지다.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역할은 심판에게 부여된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상황서 다툴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꼼수를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야 할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진 도덕
대신한 꼼수

최근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서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지원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7월 합격자 발표 직후 지원자들 사이서 제기된 의혹은 4개월째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서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광주교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주교대는 5월24일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를 게시했다. 국어교육과·수학교육과·미술교육과에 각 1명씩 교수를 채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자격심사·전공적부심사·연구발표실적심사·연구내용심사 등 1차 전형서 한 차례 지원자를 거른 후 교수능력심사·면접심사 등 2차 전형을 진행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채용 과정을 명시했다.

세 학과 교수 지원자는 학위 논문을 제외하고 최근 4년간(2019년 6월9일~2023년 6월8일) 국제학술지,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등에 게재한 논문 2편을 제출해야 했다. 미술교육과의 경우 ‘개인전 발표 실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빙분야별 심사기준과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을 참고하라고 공고했다.

채용 불공정 의혹이 불거진 학과는 미술교육과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분야를 서양화로 지정하고 ‘미술교육 강의 가능자’를 지원자격으로 제시했다. 미술교육과 심사기준은 ▲전공적부심사(50점) ▲연구발표실적심사(50점) ▲연구내용심사(50점) ▲교수능력(50점) ▲면접심사(50점) 등 총 250점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이 제출된 서류 등을 평가해 수·우·미·양·가로 구분, 점수를 매긴 후 합산 결과 가장 높은 점수의 지원자를 최종 합격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적공적부심사는 초빙분야와 지원자의 학위논문·학력·경력 등이 일치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분야다. 연구발표실적심사와 연구내용심사는 지원자의 논문, 개인전 실적 등을 양적·질적으로 평가한다. 총 100점이 배점된 만큼 2차 전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2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5명이 1차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자 발표 직후 이의 제기
학과 교수들까지 “문제 있다”

이후 7월26일 김모 교수가 미술교육과 최종 합격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다음날인 7월27일 2차 전형에 참여했던 지원자 일부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전공적부심사, 연구발표·내용심사 등 채용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교대에 명확한 검증을 요구했다.

쟁점으로 부각된 부분은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다. 문제를 제기한 조모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이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집중돼있고 그 내용 또한 ‘자기표절’ 작품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지원자들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김 교수와 차점자의 총점은 1점 차에 불과했다. 개인전 실적 심사에 따라 합격자가 뒤바뀔 수도 있던 셈이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는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이 명시돼있다. 전시회는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180점)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일반전(100점) ▲국내서 진행한 초대전(130점) ▲국내서 진행한 일반전(70점) 등으로 점수를 배정했다. 

초대전은 미술관 측에서 작가에게 요청해 관련 비용을 지불하면서 진행하는 전시고, 일반전 이른바 대관전은 작가가 미술관에 제안하는 전시다. 운영지침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개인전 인정 기준이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외 미술관 및 공인된 단독갤러리서 6일 이상 전시한 경우’에만 개인전으로 인정된다. 

또 전시 작품 중 70% 이상 신작이어야만 개인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동일한 작품으로는 몇 번의 개인전을 개최해도 1회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도록(팸플릿) ▲현장사진(개인전에 한함) ▲전시확인서 1부 등을 증빙서류로 요구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도록에는 싣지 않았어도 현장에는 작품이 걸려 있는 경우가 있다. 도록과 현장사진, 그리고 미술관의 전시확인서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해야 개인전 여부와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잡음 터지고
대처 도마에

조 작가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 중 5건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3개월여 동안에 집중돼있다. 미술교육과 교수 지원을 위해 실적 쌓기용 전시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개인전이 진행된 장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술관을 비롯해 병원 아트갤러리, 대학 박물관, 갤러리형 카페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조 작가는 “병원 로비, 카페 등에서 진행한 전시를 개인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전시 내용 또한 개인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작 비율이 70%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도리어 작품 중복률이 50~60%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4월 전남 화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에 등장한 작품이 다음달인 5월 세종시의 한 갤러리형 카페 전시서도 확인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당 작품이 위아래가 뒤바뀐 채 현장사진과 도록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미술작품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라면 얼핏 다른 작품으로 착각할 법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기존 작품과 다른 작품처럼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면 사기 행위에 가깝다. 도록에 싣는 과정서 실수한 것이라도 문제가 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 도록에 작품이 잘못 게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작가는 “김 교수가 개인전 실적이라고 낸 작품 중 한 점은 2011년 전시에 출품한 작품에 풀만 몇 개 더 그려서 신작이라고 전시한 것”이라며 “대표적인 자기표절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11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 5항은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 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부당한 중복게재’로 명시했다. 

자기표절?
부정행위

조 작가의 연이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광주교대는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가 ▲전공적부심사 ▲외부심사위원 초빙 등에 문제가 있다고 공문 등을 통해 언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문에는 ‘양적 평가의 공정함과 질서를 훼손하는 심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광주교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합격자 발표 전날까지도 공채관리위원회가 열렸고 이 자리서 미술교육과 교수들이 제기한 문제가 언급됐다”며 “하지만 광주교대는 해당 문제에 대한 별다른 반응 없이 교수 채용을 강행했다. 지원자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문제를 지적하는 상황서 학교가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한탄했다. 

개인전 증빙서류 중 하나인 현장사진을 심사 과정서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광주교대의 국민신문고 답변서도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조 작가는 합격자 발표 직후 국민신문고에 ‘실기 실적 중복 의혹’ 등의 민원을 제기했다. 

광주교대는 해당 민원에 답변하는 과정서 “실기실적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위해 모든 지원자에게 공통적으로 ‘도록과 전시확인서’를 제출받았으며”라고 답했고 또 “미술 실기 업적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장에 비치된 지원자의 도록과 전시확인서 등을 열람하면서 중복작품 등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원업적평가 및 성과급적연봉제 운영지침’에 따라 심사했다면서도 해당 지침에 포함된 현장사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현장사진을 일괄적으로 심사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이른바 ‘맞춤형 채용’을 진행했다는 의심이다.

초대전과 일반전(대관전)을 제대로 구분해 검증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준에 따르면 국내 초대전은 130점, 국내 일반전은 70점으로 배점됐다. 배점 차이가 60점에 이른다. 광주교대는 연구내용심사에서 개인전 실적으로 ‘국내외서 진행한 국제 초대전, 국내 초대전에 한함’이라고 명시했다.

지원자 등에 따르면 내용심사에 제출하는 개인전은 전체 실적 중 가장 ‘자신작’을 내놓는다고 한다.

“절차대로 했다” 일관하더니…
결국 학내 윤리위원회 구성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교수는 연구내용 심사에 지난 5월 전북 전에서 진행한 전시자료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당 전시가 초대전인지 일반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전시 요청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초대전과 일반전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전시 비용의 주체 역시 미술관과 작가로 갈리기 때문에 채용 과정서도 배점 차이를 두는 것.

심사기준에 따르면 해당 전시는 초대전이어야 맞다. 하지만 조 작가에 따르면 해당 미술관 관계자는 김 교수의 전시를 “대관전(일반전)”이라고 말했다. 초대전이었냐는 조 작가의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해당 미술관 SNS에 게재돼있던 김 교수 전시 관련 자료는 현재 전부 삭제된 상태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광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 공고문과 합격자 발표 공고를 홈페이지서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교대 홈페이지 채용공고 게시판에서는 해당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지난 17일 기준). 게시 기간이 오래돼 삭제했다고 하기엔 그보다 더 이전의 게시글도 살아있는 상태다.

문제를 제기한 조 작가, 미술교육과 일부 교수들, 지역 미술계 관계자 등은 광주교대의 채용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광주교대는 조 작가의 국민신문고 민원에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교수 공채를 진행했으며 향후에도 교수 채용의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신문고 답변과 달리 광주교대는 불분명한 기준, 부실한 검증, 안일한 사후 대처 등으로 채용 불공정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제 공은 연구윤리위원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연구윤리 규정에 따라 예비조사, 본조사 등을 거쳐 6개월 이내에 판정을 내려야 한다.

광주교대는 연구윤리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광주교대 교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연구윤리위원회서 연구윤리와 관련해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며 “현재 연구윤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으로선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교수에게는 미술교육과 학과 사무실, 교수실, 개인 번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결과 판정
6개월 뒤에야

조 작가는 “순수미술(서양화)은 예술의 순수성을 지향하면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통해 미술계 전반의 인정과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이어져왔다”며 “미술작품 공모 선정 과정서 자기표절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 검토를 통해서 당선을 취소할 정도로 미술계서 윤리 검증과 작가의 양심,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번 채용 과정서 불거진 의혹이 사회통념상 공정과 상식에 따라 상세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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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