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재진행형’ 광주교대 채용 사태

총장 말 한마디에 또 재조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돌고 돌아 제자리로.’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지방 교육대학서 일어난 채용 논란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처음 문제 제기 이후 학내서 해결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총장의 말 한마디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관심에도 큰 변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유가 뭘까? 왜 사태는 끝나지 않는 걸까?

지난해 5월 광주교육대학교(이하 광주교대)는 2학기 교수 초빙 공고를 올렸다. 1·2차 전형을 거쳐 같은 해 7월 김모씨가 미술교육과 교수로 최종 합격했다. 합격자 발표 직후 2차 전형에 올랐던 5명의 지원자 가운데 1명이 김 교수의 개인전 실적과 채용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일요시사> 1454호 <단독> 광주교대 ‘맞춤형 채용’ 의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2740 기사 참고).

명분도 없고

전공 적부·연구 발표실적·연구 내용 등의 심사 기준서 광주교대가 지원자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수 초빙 분야를 ‘서양화’로 한 당시 미술교육과 채용 전형은 총 250점 만점으로, 전공 적부·연구 발표실적·연구 내용 등이 150점을 차지한다. 평가에 따라 지원자의 당락이 갈릴 수 있는 배점이다. 

광주교대는 채용 과정서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평가해 수·우·미·양·가로 구분, 점수를 매긴 후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를 최종 합격자로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중 전공 적부 심사는 초빙 분야와 지원자의 학위논문·학력·경력 등이 일치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정량평가가 가능한 항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 작가에 따르면 일부 심사위원이 김 교수의 전공 적부 심사서 상향 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교수가 미술교육과 교수 초빙 분야인 서양화를 전공한 것은 석사까지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김 교수에게 주어져야 하는 점수는 ‘미’인데 두 단계 높은 ‘수’를 맞았다는 게 핵심이다.


일정 기간에 진행한 개인전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연구 발표실적‧연구 내용 심사서도 석연찮은 구석이 드러났다. 김 교수는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이 시작되기 전 3개월 동안 개인전을 5번이나 진행했다. 특히 신작이 70% 이상 포함된 전시만 개인전으로 인정된다는 심사 기준을 봤을 때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개인전이 집중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지원자였던 조모 작가는 김 교수의 개인전서 ▲자기 표절 ▲중복 전시 ▲허위 전시 등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술관에 대관료를 지불하고 진행하는 대관전을, 미술관서 비용을 부담하는 초대전으로 둔갑시킨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 기준에 따르면 초대전은 대관전에 비해 배점이 높다. 광주교대서 개인전 심사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는 ‘현장사진’을 평가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광주교대는 첫 문제 제기 이후 4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연구윤리위원회를 가동해 조사에 들어갔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연구의 진실성 검증을 통해 교직원과 연구원, 학생, 교원 신규채용 지원자 등의 연구 부정행위를 판단한다. 윤리규정에 따라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 ▲부당한 중복 게재 등을 연구 부정행위로 판단해 제재를 ‘권고’할 수 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예비조사를 진행해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외부위원 3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된 본조사위원회는 ▲개인전 전시 실적 중복 의혹(부당한 중복 게재 혐의) ▲자기 표절 의혹(변조 혐의) ▲현장 사진에는 없는 작품이 도록에 수록됐다는 의혹(위조 혐의) 등 3개 안건을 두고 검증을 진행했다.

본조사위원회는 논의 끝에 ‘임용 취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김 교수가 제출한 7회의 개인전 실적 중 2회의 전시를 ‘부당한 중복 게재’로, 자기 표절 의혹이 있는 작품을 ‘변조’로 판단한 것이다.

두 번 진행했지만 같은 결론
조사위원만 바꿔서 무슨 의미?


‘2023학년도 2학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에 명시된 ‘지원 자격 등 임용조건에 하자가 발견되거나 제출한 서류에 허위 사실이 발견되거나 학위논문, 연구 실적물 등이 연구윤리에 저촉됐을 때는 심사서 제외되거나 합격 취소 또는 임용 후에도 임용을 취소할 수 있음’이라는 기타 사항에 근거한 결정이다(<일요시사> 1462호 <단독> 광주교대 채용 논란 그 이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2112) 기사 참고). 

지난 2월 연구윤리위원회는 제보자와 김 교수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재조사가 필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진행한 첫 번째 조사의 결과가 유효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김 교수의 임용을 취소해야 한다는 권고도 그대로 유지됐다. 학교로 공이 넘어간 것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2월까지 7개월 동안 이어진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난 5월 상황이 반전됐다. 허승준 광주교대 총장이 재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광주교대 연구윤리 규정 제24조(결과에 대한 조치) ‘총장은 보고받은 조사 내용·결과의 합리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연구윤리위원회에 추가적인 조사의 실시 또는 조사와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연구윤리위원회는 이를 수용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에 따른 지시로 추정된다.

문제는 재조사 지시 배경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연구윤리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2024. 03. 26.)에 대한 조치’ 문서를 보면 허 총장은 지난 5월20일 ▲피조사자의 민원을 수용해 전면 재조사 실시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본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문서에는 ‘피조사자가 제기한 민원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일면 타당하고, 조사 결과가 피조사자의 신분상에 심각한 불이익을 야기한다고 볼 때 조사 결과를 다각도로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재조사가 불가피함’이라고 명시돼있다. 또 본조사위원회를 전원 외부 인사로 위촉하라는 내용도 확인된다. 

하지만 조 작가는 연구윤리위원회의 재조사가 결정된 이후 근거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광주교대 미래교육혁신원 관계자 역시 재조사 배경을 묻는 <일요시사>에 “그 부분까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말을 아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재조사가 앞서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연구윤리위원회와 같은 안건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예비조사를 진행해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교육혁신원 관계자는 “현재 본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외부위원을 섭외하는 중이다. 본조사위원은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과가 나오는 시기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외부위원을 포함해 9명의 연구윤리위원이 두 번이나 같은 결론을 내린 사안으로 재조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같은 안건으로 진행되는 연구윤리위원회서 앞서 나온 결정과 다른 판단이 나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근거도 없고?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채용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감을 통해 교육부에 질의가 들어가는 등 정치권도 나섰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은 허 총장이 ▲김 교수의 연구 윤리 부정행위에 대한 임용 취소 권고를 뭉개고 있는 점 ▲명분도 증거도 없이 재조사를 지시한 점 등에 대해 총장을 비롯한 교무처장, 교무팀장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교대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나 감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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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