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한동훈 탄핵론 민주당 딜레마

제거하려다 매장당할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도 탄핵이라는 단어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꺼내들긴 했지만 어쩐지 눈치를 본다. 숙성되기도 전에 일단 외치고 본 탓이다. 또 시작된 민주당의 탄핵 카드가 한 장관을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려는 모양새다. 명분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면서 가결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해볼테면 해보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내비쳤다.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은 한 장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모양새다. 

일단 질러?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책임론으로 총공세를 퍼부었다. 한 장관은 특유의 자신감 있는 태도로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을 이어나갔다. 

대표적인 책임론은 인사 검증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책임론도 한 장관에게 가해졌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가 주요 공직자 인사 문제라고 비판했다. 1차적으로 인사검증관리단이 수집해 판단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요 공직 후보자를 상대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한 1차 검증이 부실했기 때문에 적합한 인물을 골라내지 못한 책임이 법무부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윤정부의 인사 검증 문제는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인사검증단은 제대로 된 검증을 하겠다며 윤정부서 마련한 장치다. 문재인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법무부서 법적인 쟁점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기도 하다.

통상 인사 검증 체계는 ▲인사기획관이 3~5배수로 후보를 압축 ▲법무부 장관이 검증 지시 ▲인사정보관리단이 자료 등 검증 ▲법무부 장관이 검증 자료 대통령실 전달 ▲공직비서관 2차 검증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문제는 정권 초기부터 부실 검증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검증 이후 많은 후보가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논란과 의혹이 우후죽순 터져나왔다. 한 장관의 자존심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세 높이며 책임론 가하기
직무 정지 시 총선 길 막혀

최근 지명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까지 여러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국방부 국정감사는 파행됐고, 여권 내에서도 김 후보자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두고서 한 장관은 “과거에도 비슷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또 법무부는 자료만 판단했을 뿐 결정은 대통령실이 한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검찰의 수사 상황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이 대표를 향한 수사 등에 관한 사안이 한 장관에게 타격을 가했다. 일단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원서 기각됐다. 


이로 인해 한 장관에게 본격적으로 스크래치가 생겼고,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한 장관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공개석상서 이 대표를 사실상 범죄자로 취급했다는 점도 포함됐다. 혐의 내용을 오랫 동안 설명한 부분도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하는 사유 중 하나다. 또 이와 관련해 검찰의 부실 수사 문제도 거론했다. 

다만 민주당은 당장 탄핵을 추진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장관을 파면시키라며 요구 중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월 중하순경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 여부를 보며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국정감사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사안도 물고 늘어질 양상이다. 이는 한 장관의 취약한 부분 중 하나로 김 여사의 의혹과 관련된 수사가 미진하다는 것을 고리로 정치적인 편향 수사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행하는 것은 무리
오히려 몸값 키워주는 꼴

이런 탓에 한 장관도 민주당의 공세를 견뎌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실상 적지 않은 부담을 짊어진 셈이다.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그에게 타격으로 흠집이라도 생길 경우, 자연스레 대권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의도는 한 장관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차지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을 추진한다면 내년 총선서 한 장관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즉시 직무가 정지돼 전면에 나서기가 힘들어진다. 

내년 총선의 얼굴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한 장관의 출마 길이 막혀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공직선거법상 공직자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내년 1월11일까지는 물러나야 하는데, 탄핵 시 그 전에 헌법재판소 판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민주당도 ‘기각’으로 인한 역풍의 부담을 떠앉을 수밖에 없다. 또 탄핵 카드로 한 장관의 힘을 빼겠다는 심산이지만, 기각 이후가 문제다. 

국민의힘이나 한 장관으로선 기각이 결정될 경우, 몸값을 더 높일 수 있고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더욱 커지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 신중론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탄핵을 희화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길목서 너무 쉽게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신중하게 쓰여야 하는 탄핵이라는 무기의 위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위험

또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가해질 경우도 문제다. 한 장관 탄핵이 중도층에게는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여겨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장관에게 비판이 가해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한 장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며 “즉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당에게 위험할 수 있다. 그만큼 정치적인 부담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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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