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슬로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04 17: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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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슬로건 하나가 열 정책보다 낫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후보를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친구·고향·건강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일곱 번째로 그들의 '슬로건'을 살펴봤다.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잘 만든 슬로건 하나가 열 정책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단 한 줄의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자신의 정책적 방향은 물론이고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까지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슬로건은 '단 한 줄의 승부'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 단 한 줄의 승부 슬로건 대결에서 승리하게 될 후보는 누구일까? <일요시사>는 각 후보의 슬로건을 살펴봤다.


박근혜 <박근혜가 바꾸네>
"무엇보다 쇄신이 중요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선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박 후보는 슬로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침대는 과학'이라는 카피로 유명한 조동원씨를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눈에 띄는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무척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4·11총선 때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100% 대한민국'으로 정해 큰 효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1% 대 99%의 대결'을 내세운 민주당을 역으로 겨냥한 슬로건이었다.

민생에 방점

박 후보 측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에 대해 "시대적 과제인 '변화', 박 후보의 정치철학을 상징하는 '민생', 유권자가 원하는 '개인화' 등을 키워드로 슬로건을 만들었다"며 "기다려온 변화 박근혜, 국민의 삶과 함께 가는 박근혜, 내 삶을 위한 선택 박근혜 등이 더해져 깔때기 원리에 의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지난 7월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가진 대선출정식에서도 '국민' '행복' '꿈'을 수십 차례 언급하며 "우리 정치는 민생과 상관없는 정쟁과 비방에만 몰두해있다"며 "이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 국민 모두가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박 후보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은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의 말풍선 안에 '박근혜' 이름의 초성인 'ㅂㄱㅎ'과 함께 '스마일'을 한데 모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박 후보 측은 "그동안 지도자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사진, 이름, 캐리커처 등이 사용됐지만 디지털문화를 상징하고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이모티콘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슬로건과 PI(Presidential Identity)는 나오자마자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박 후보의 'ㅂㄱㅎ' PI가 경선상대였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PI인 'ㅇㅌㅎ'을 따라한 것이라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 시민단체인 '내가 꿈꾸는 나라'는 박 후보의 슬로건에 대해 자신들의 단체명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슬로건은 우리나라에 500개가 넘고, 사람이름 초성을 사용하는 것은 최근의 트렌드"라며 일축했다.

한편 슬로건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그 뜻이 모호해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박 후보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례적 슬로건 추가

이러한 논란 때문인지 박 후보 측은 지난 7월20일경 '박근혜가 바꾸네'란 대선 슬로건을 이례적으로 새로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경선 선거운동기간에는 당초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발표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보다 이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이 슬로건은 "국민 여러분 저 박근혜가 바꾸겠습니다"라는 발언에서 나온 것으로, 박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문, 또 뒤이은 정책발표를 통해 자주 나왔던 문구다. 이를 '박근혜' 발음과 비슷하게 표현해 '슬로건화'한 것으로 보인다.


변추석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비롯해 실무진 다수가 이 슬로건을 제안했고, 박 후보도 제안에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박 후보의 철학과 정책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박근혜가 바꾸네는 쇄신과 실천의지를 강조하겠다는 의지로 다가온다. 캠프 측은 이를 통해 친근감을 높이면서도 '박근혜=쇄신·개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 정하기 힘들다 힘들어"

"슬로건 좋던데, 좀 빌릴까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손학규 당시 경선후보는 지난 7월23일 방송토론회에서 슬로건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손 후보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을 빌려 써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나 손 후보는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그만큼 손 후보의 슬로건이 탐난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한 것이다.

손 후보는 비록 경선에서 패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건배사로 쓰일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문 후보는 당초 여성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겨냥해 헌신·용기·원칙을 키워드로 한 '대한민국 남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중도 폐기됐다.

중도폐기 아픔도

문 후보는 SNS를 통해 "대한민국 남자 PI를 사용도 안 했는데 걱정이 들려왔다. 페북(페이스북)과 트윗(트위터)으로 의견을 물었는데 반대의견이 많았다"면서 "(폐기를) 받아들인다. 의견을 여쭤보길 잘했다"고 적었다.

 후보는 슬로건을 놓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 후보는 출마선언을 통해 "소수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마선언을 했다. 하지만 출마선언 때의 슬로건인 '우리나라 대통령' 또한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캠프에서는 "아직 메인 슬로건으로 확정 된 것이 아니다"라며 급히 발을 뺐다.

즉각 캠프에서는 '노무현의 카피라이터'로 불린 정철 사무국장과 시인이자 캠프 대변인인 도종환 의원,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정만호 메시지팀장이 참여해 슬로건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의 최종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가 됐다.

이 슬로건은 현 정부, 여당이 민생을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 경선 승리 후 다음 날 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같은 날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는 '일자리가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연 것도 슬로건에 입각한 행보로 풀이된다.

드림팀 구성

하지만 문 후보의 슬로건 역시 표절시비를 겪었다. 사람이 먼저다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때 내걸었던 슬로건 'Putting People First(국민이 먼저)'를 표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7월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뒤 'Putting People First'(PPF)로 명명된 집권 비전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실업자 증가, 빈부격차 확대 등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재정운용 방안과 관련한 정책 대안들을 내놨고, 결국 선거에서 이겼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 슬로건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인간의 존엄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담은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홍익인간'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후보의 심벌은 황록색의 담쟁이를 형상화 했다. 문 후보 측은 "담쟁이 잎 하나가 수백, 수천 개의 담쟁이 잎과 손잡고 결국 벽을 넘는 것처럼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새로운 변화의 시작>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일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아직 슬로건과 PI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안 후보 측은 선대위 인선이 마무리 되면 슬로건과 PI도 곧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홍보팀이 꾸려지면 그곳에서 담당해 슬로건과 PI를 만들고 박선숙 총괄선대본부장이 최종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출마선언 당시 단상 플래카드에 새겨져 있던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사실상의 슬로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 줬다"며 "저는 18대 대선에 출마해 국민들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고 밝히며 특히 '변화'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변화'

안 후보 측은 일단 이 문구가 슬로건이라고 보면 되지만 이를 계속 가져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출마선언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서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때문에 안 후보의 슬로건은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이렇게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제도권 정치인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3자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변화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은 안 후보의 차별화 된 집권 플랜과 국민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대선출마과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향후 대선 행보 또한 새로운 변화라는 슬로건에 맞춰 파격적인 정치실험을 거듭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에 기반하지 않은 선거운동, 독자출마,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 등의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다. 또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에서 '국민이 선택하는'이라는 부분은 정치적 이득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민심만을 따르겠다는 안 후보의 정치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해당 문구가 적혀있던 플래카드의 바탕색깔인 '흰색'이 안 후보의 상징색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흰색은 안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와도 잘 맞고, 박 후보의 상징색인 빨간색이나 문 후보의 상징색인 초록색과도 겹치지 않는다. 또 안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국민' '정치' '미래' '변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향후 PI에는 이러한 개념이 반영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대와 우려 동시에

한편 정치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당 배경을 가지지 않은 후보가 대선에서 이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치실험임은 분명하지만 때문에 여러가지로 위험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 제안 등의 참신한 행보는 정치권의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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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