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40억 돈세탁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25 10:22:04
  • 호수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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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까지 이용해 검은돈 배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불법 주식거래로 실형을 살고 나온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이 최근 가상화폐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화폐를 대거 사들여 가격을 의도적으로 올렸고,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한 것. 사실상 증권시장서 가상화폐 시장으로 판을 옮긴 셈이다. 동종범죄로 재조명되면서 8년 전, 40억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6년 9월, 이희진과 친동생 이희문은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구속됐다. 당시 검찰은 이희진이 소유한 부동산,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 등 312억원의 관한 몰수 및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추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재산을 미리 빼돌려서 형이 확정된 후 받아내지 못할 것을 대비해 양도나 매매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도록 막겠다는 조치다. 

이번엔 
동생과…

이씨 형제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과정에 부모와 지인들을 동원했다. 이희문의 고교 동창인 박모씨에게 허위 계산서를 발행해 30억~40억원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씨 형제의 역할은 뚜렷했다. 이희진은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하는 유료 종목 추천 방송으로 수익을 보는 미라클인베스트의 대표였다. 그의 동생 이희문은 이희진이 추천한 장외주식을 중계하는 업체인 미래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사실상 두 회사는 이희진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2015년과 2016년 사이, 연구개발 등의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미라클인베스트먼트로 수억원을 송금했다. 횡령 및 탈세를 위한 명분 만들기인 셈이었다.

동생 이희문은 자금세탁을 위해 지인들까지 동원했다. 그의 고교 동창이자 P사 대표였던 박씨는 미래투자파트너스와 2015년 2월경 신사업 제안 및 기술개발 컨설팅 용역 계약서를 작성했다. P사는 해당 사업으로 1년6개월간 30억~40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P사 매출의 일부는 이희진에게 돌아갔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의 법인통장서 100만~1000만원씩 소액으로 출금해 대학교 후배 100여명에게 나눴다. 박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후배들은 이희진에게 다시 전달했다. 박씨가 이씨 형제의 횡령 및 탈세에 가담한 것이다.

당시 박씨와 근무했던 한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P사 핵심 직원들은 눈치채고 있었다”며 “당연히 박씨가 대학교 후배들에게 지시한 사항이라 일반 직원들은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박씨는 이씨 형제가 비상장주식 매매로 돈 버는 모습을 보고, 2015년 6월 P사를 설립했다. P사 수익 중 25%는 박씨가, 나머지 75%는 이씨 형제가 챙기기로 구두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박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횡령에 관한 내용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런 전화, 굉장히 불쾌하다.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씨의 억울하다는 입장과 달리 이희진의 과거 지인들은 “박씨가 돈 배달한 건 이희진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이희진은)지인들과 모임서 친인척을 동원해 돈세탁하는 방법을 자랑하듯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산 중 일부는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은 이희진의 재산을 추징보전 청구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그가 보유한 예금과 채권, 슈퍼카는 추징보전 됐다. 미래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강남구 청담동 빌딩 2채는 각각 60억원대로 합쳐서 약 127억원 역시 추징보전 됐다. 모두 300억원의 재산이 동결됐다.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검찰의 추징보전이 한참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씨 형제의 은닉 재산이 더 있음에도 검찰이 찾지 못했다는 취지다. 피해자 모임에서는 이희문 명의로 보유한 전환사채(CB)를 주목하고 있다. 이씨 형제는 퍼시픽바이오 전환사채 물량 10억원 정도를 보유했는데 이를 P사 대표 박씨가 허위로 양도했다는 것이다. 

허위 계산서 발행해 40억 매출 올려
100명 동원해 결국 이희진 주머니로

제보자에 따르면 법원 판결에 따라 범죄수익으로 추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희진이 박씨에게 전환사채를 넘겼다. 약 10억원의 전환사채가 넘어갔지만, 확인된 것만 약 5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 물량이 이씨 형제 계좌에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제보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검찰에 수사요청서로 제출했다. 수사요청서에는 이희진이 대표이사였던 미라클위즈의 자본금 3억원과 60억원씩 추징보전 된 청담동 빌딩 2채의 임대료가 이희진의 계좌로 지급되고 있다며 이 또한 추징보전을 요청했다.

2016년 9월 이씨 형제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구속돼 이희진 앞으로 66억, 이희문 앞으로 61억, 소유차량 부가티 베이론이 추징보전 됐다. 이후 2017년 5월 29일 이희문 회사명의 빌딩을 팔아 61억원의 추징금이 완납됐다.

2016년 9월 구속된 이희문은 2018년 11월 출소했다. 1심서 이희문은 2년6개월에 벌금 150억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부가티 베이론을 분당에 있는 도로오토모티브 중계로 20억원에 매도했다. 이 과정서 15억원은 이희문 법인 회사 딥마이닝(구 미래투자파트너스)으로 입금하고 5억원은 현금으로 받았다.

제보자는 “1심서 벌금만 150억원인 상태서 이희문이 부가티 베이론을 매도했다”며 “벌금을 갚지 않고 가납 상태의 자산을 매매한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라고 토로했다.

이희진은 자금세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방송서 자랑했던 청담동 ‘미라클 빌딩’ 등을 사들였다. 이씨 형제가 2015년 5월 계약한 청담동 91-3번지 임대차 계약서는 2부가 존재한다. 건물의 전 주인 김모씨는 5층은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이희진)와 계약하고 6층은 미래투자파트너스(이희문)와 계약했다. 

이 과정서 미래투자파트너스가 미라클인베스트먼트에 임대료까지 내줬다. 미래투자파트너스는 김씨에게 임대료 등을 지출하면서, 미라클인베스트먼트와 연구개발 등의 명분을 만들어 2억~5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계약서에 따르면 2016년 3월 이후 미라클인베스트먼트가 청담동 건물을 통째로 매입했다. 그 이후에도 미래투자파트너스는 미라클인베스트먼트에 임대료를 매달 지불했다.

주변인
총동원

비슷한 방법으로 이희문은 2015년 V사와 허위 자문계약서를 만들었다. V사가 이희문으로부터 경영 자문을 구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계약서에는 2억2000만원의 자문계약서를 작성했지만, 2015년 8월 세금계산서에는 경영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6억6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들은 탈세를 목적으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씨 형제가 벤처기업 인증을 취득한 회사는 관련성이 적은 증권정보 제공업으로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회사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때 결정적으로 기여한 기술보증 추천서를 써준 기관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2016년 당시 강효상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씨 형제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2015년 8월 말 ‘발명자 이희진 전 미라클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희문 전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 외 2명’이 특허청에 3가지 출원을 신청했다. 

신청한 발명의 내용은 비상장 주식거래 방법, 보유현황 확인이 가능한 비상장 주식거래, 이미지를 이용한 비상장 주식거래 등이다. 결국 2015년 9월11일 미래투자파트너스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하고 그 인증서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으로부터 받았다. 

이렇게 만든 서류를 바탕으로 2015년 11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서 기술보증 추천서를 받았다. 기술보증 추천서는 벤처기업 인증에 핵심 요소다. 미래투자파트너스는 추천서를 받은 다음 날인 11월4일, 기술보증기금에 벤처기업확인 신청서를 넣었고, 5일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미래투자파트너스가 기술보증을 받으면서 내건 명목상의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였으나, 주 제품은 증권거래관련 소프트웨어였다. 실제로 미래투자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 관련 판매를 한 적 없다. 

당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서류 요건이 있기 때문에 조건이 안 되는 곳이 인증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인증을 받을 당시 서류상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허술한
벤처인증

결과적으로 이씨 형제는 벤처기업 인증을 통해 막대한 감면 혜택을 받았다. 벤처기업에 주어지는 혜택 중 사업용 재산에 관한 취득세 75%, 5년간 재산세 50%, 5년간 법인세 50% 감면 혜택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미래투자파트너스의 경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2015년 11월5일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11월23일 청담동에 200억원대 건물과 토지를 취득했다. 이때 벤처기업 인증을 통해 12억5000만원의 세금 중 9억400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았다.

미라클인베스트먼트도 2016년 3월31일 400억원대 건물과 토지를 취득했다. 마찬가지로 벤처기업 인증을 통해 24억8000만원의 세금 중 18억60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았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는 기업재산을 유용하거나 은닉하는 등 기업경영에 관해 주주, 사원, 이해 관계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벤처기업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씨 형제는 선량한 투자자를 현혹해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아 실형을 받은 만큼, 벤처기업인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 의원은 “국내 벤처기업 육성 차원서 다양한 세제지원 정책은 필요하지만, 이를 악용한 벤처기업의 경우 그 책임을 강화하고, 적절한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촘촘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20대 국회서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해 12월 강남구 세무과는 미래투자파트너스에 12억8000만원을 추징한 데 이어 약 7개월 뒤 미라클인베스트먼트에도 20억7000만원을 추징했다.

화려했던 이희진의 삶만큼이나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2019년 3월18일 경찰은 이희진의 부모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씨의 부친은 평택의 한 창고서, 모친인 황모씨는 안양 자택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범의 이름은 김다운. 그는 이희진의 미환수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다운은 범행에 앞서 드론과 차량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이희진의 부모를 쫓았다. 이어 인터넷 구인광고를 게시해 중국 출신의 공범 3명을 고용했다. 그는 2019년 2월25일 경찰을 사칭해 공범 3명과 함께 이씨 부모의 자택으로 침입했다. 이어 이들을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달아났다.

주식서 코인으로 갈아타 
8년 만에 드러난 ‘창구’

시신을 숨기고자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 부친 시신을 집에서 43㎞ 떨어진 한 컨테이너 창고의 냉장고에 유기했다. 이씨 모친의 시신은 집 장롱 안에 이불가지와 함께 숨겼다.

부검 결과 피해자들의 시신 허벅지 앞쪽에는 벌어진 상처가 있었다. 인대가 끊어질만한 손상도 확인됐다. 살해 과정서 김다운은 정보를 얻기 위해 피해자의 아킬레스건 부분에 고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이 발생한 지 2주가 흐른 3월16일, 이희문이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과 119 구조대원은 부부의 집으로 출동한 지 2시간 만에 모친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깔끔하고 사람이 잠깐 나간 것처럼 컴퓨터가 켜져 있었다”며 “집을 나서려던 마지막 순간 부패 냄새가 나서 확인하는 도중에 옷장서 이불이랑 옷가지로 가려진 모친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CCTV 추적을 통해 용의자 4명 중 주범 김다운을 검거했다. 중국 국적의 공범 3명은 끝내 잡지 못했다. 3명은 사건 발생 직후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으며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추적했지만 오리무중이다. 경찰에 검거된 김다운은 수사 초반엔 강도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은 겁을 주려 했을 뿐인데 공범들이 부친을 둔기로 내리치고 모친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혈흔을 닦는 데 사용한 락스와 범행에 사용된 도구 대부분을 김다운이 구입한 것으로 확인했다. 김다운은 강도살인, 시체유기, 강도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021년 10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검찰은 김다운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 특별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범행이 아주 잔혹하고 중대하지만 사형을 선고해야 할 정도로 김다운의 정신상태 심리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다운은 비록 자신의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며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보이지 않아 원심서 판단한 무기징역형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희진은 범행에 온 가족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3월 잔혹하게 살해당한 이씨 형제의 부모 또한 불법 행위와 무관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 황씨가 대표로 있었던 케이론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결국 이희문이 대표로 있었던 미래투자파트너스를 포함해 세 회사는 가족 계열사나 다름없다.

특히, 이희진 소유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의 감사는 모친 황씨가, 케이론인베스트먼트 감사는 동생 이희문이 맡았다. 황씨는 기소유예 처벌로 끝났지만, 케이론인베스트먼트 법인은 벌금 5000만원을 받았다.

억소리 나는 
수익과 탈세

황씨는 이희진을 대신해 증권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희진은 당시 유료회원에게만 제공되는 증권방송을 진행했는데 방송을 시청하는 유료회원들에게 비상장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남겼다. 

2020년 1월 대법원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허위·과장 정보를 흘린 혐의 등으로 이희진에 관해 징역 3년6월,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희문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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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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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