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40억 돈세탁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25 10:22:04
  • 호수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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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까지 이용해 검은돈 배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불법 주식거래로 실형을 살고 나온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이 최근 가상화폐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화폐를 대거 사들여 가격을 의도적으로 올렸고,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한 것. 사실상 증권시장서 가상화폐 시장으로 판을 옮긴 셈이다. 동종범죄로 재조명되면서 8년 전, 40억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6년 9월, 이희진과 친동생 이희문은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구속됐다. 당시 검찰은 이희진이 소유한 부동산,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 등 312억원의 관한 몰수 및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추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재산을 미리 빼돌려서 형이 확정된 후 받아내지 못할 것을 대비해 양도나 매매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도록 막겠다는 조치다. 

이번엔 
동생과…

이씨 형제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과정에 부모와 지인들을 동원했다. 이희문의 고교 동창인 박모씨에게 허위 계산서를 발행해 30억~40억원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씨 형제의 역할은 뚜렷했다. 이희진은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하는 유료 종목 추천 방송으로 수익을 보는 미라클인베스트의 대표였다. 그의 동생 이희문은 이희진이 추천한 장외주식을 중계하는 업체인 미래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사실상 두 회사는 이희진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2015년과 2016년 사이, 연구개발 등의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미라클인베스트먼트로 수억원을 송금했다. 횡령 및 탈세를 위한 명분 만들기인 셈이었다.

동생 이희문은 자금세탁을 위해 지인들까지 동원했다. 그의 고교 동창이자 P사 대표였던 박씨는 미래투자파트너스와 2015년 2월경 신사업 제안 및 기술개발 컨설팅 용역 계약서를 작성했다. P사는 해당 사업으로 1년6개월간 30억~40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P사 매출의 일부는 이희진에게 돌아갔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의 법인통장서 100만~1000만원씩 소액으로 출금해 대학교 후배 100여명에게 나눴다. 박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후배들은 이희진에게 다시 전달했다. 박씨가 이씨 형제의 횡령 및 탈세에 가담한 것이다.

당시 박씨와 근무했던 한 제보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P사 핵심 직원들은 눈치채고 있었다”며 “당연히 박씨가 대학교 후배들에게 지시한 사항이라 일반 직원들은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박씨는 이씨 형제가 비상장주식 매매로 돈 버는 모습을 보고, 2015년 6월 P사를 설립했다. P사 수익 중 25%는 박씨가, 나머지 75%는 이씨 형제가 챙기기로 구두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박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횡령에 관한 내용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런 전화, 굉장히 불쾌하다.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씨의 억울하다는 입장과 달리 이희진의 과거 지인들은 “박씨가 돈 배달한 건 이희진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이희진은)지인들과 모임서 친인척을 동원해 돈세탁하는 방법을 자랑하듯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산 중 일부는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은 이희진의 재산을 추징보전 청구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그가 보유한 예금과 채권, 슈퍼카는 추징보전 됐다. 미래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강남구 청담동 빌딩 2채는 각각 60억원대로 합쳐서 약 127억원 역시 추징보전 됐다. 모두 300억원의 재산이 동결됐다.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검찰의 추징보전이 한참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씨 형제의 은닉 재산이 더 있음에도 검찰이 찾지 못했다는 취지다. 피해자 모임에서는 이희문 명의로 보유한 전환사채(CB)를 주목하고 있다. 이씨 형제는 퍼시픽바이오 전환사채 물량 10억원 정도를 보유했는데 이를 P사 대표 박씨가 허위로 양도했다는 것이다. 

허위 계산서 발행해 40억 매출 올려
100명 동원해 결국 이희진 주머니로

제보자에 따르면 법원 판결에 따라 범죄수익으로 추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희진이 박씨에게 전환사채를 넘겼다. 약 10억원의 전환사채가 넘어갔지만, 확인된 것만 약 5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 물량이 이씨 형제 계좌에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제보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검찰에 수사요청서로 제출했다. 수사요청서에는 이희진이 대표이사였던 미라클위즈의 자본금 3억원과 60억원씩 추징보전 된 청담동 빌딩 2채의 임대료가 이희진의 계좌로 지급되고 있다며 이 또한 추징보전을 요청했다.

2016년 9월 이씨 형제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구속돼 이희진 앞으로 66억, 이희문 앞으로 61억, 소유차량 부가티 베이론이 추징보전 됐다. 이후 2017년 5월 29일 이희문 회사명의 빌딩을 팔아 61억원의 추징금이 완납됐다.

2016년 9월 구속된 이희문은 2018년 11월 출소했다. 1심서 이희문은 2년6개월에 벌금 150억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부가티 베이론을 분당에 있는 도로오토모티브 중계로 20억원에 매도했다. 이 과정서 15억원은 이희문 법인 회사 딥마이닝(구 미래투자파트너스)으로 입금하고 5억원은 현금으로 받았다.

제보자는 “1심서 벌금만 150억원인 상태서 이희문이 부가티 베이론을 매도했다”며 “벌금을 갚지 않고 가납 상태의 자산을 매매한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라고 토로했다.

이희진은 자금세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방송서 자랑했던 청담동 ‘미라클 빌딩’ 등을 사들였다. 이씨 형제가 2015년 5월 계약한 청담동 91-3번지 임대차 계약서는 2부가 존재한다. 건물의 전 주인 김모씨는 5층은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이희진)와 계약하고 6층은 미래투자파트너스(이희문)와 계약했다. 

이 과정서 미래투자파트너스가 미라클인베스트먼트에 임대료까지 내줬다. 미래투자파트너스는 김씨에게 임대료 등을 지출하면서, 미라클인베스트먼트와 연구개발 등의 명분을 만들어 2억~5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계약서에 따르면 2016년 3월 이후 미라클인베스트먼트가 청담동 건물을 통째로 매입했다. 그 이후에도 미래투자파트너스는 미라클인베스트먼트에 임대료를 매달 지불했다.

주변인
총동원

비슷한 방법으로 이희문은 2015년 V사와 허위 자문계약서를 만들었다. V사가 이희문으로부터 경영 자문을 구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계약서에는 2억2000만원의 자문계약서를 작성했지만, 2015년 8월 세금계산서에는 경영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6억6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들은 탈세를 목적으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씨 형제가 벤처기업 인증을 취득한 회사는 관련성이 적은 증권정보 제공업으로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회사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때 결정적으로 기여한 기술보증 추천서를 써준 기관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2016년 당시 강효상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씨 형제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2015년 8월 말 ‘발명자 이희진 전 미라클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희문 전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 외 2명’이 특허청에 3가지 출원을 신청했다. 

신청한 발명의 내용은 비상장 주식거래 방법, 보유현황 확인이 가능한 비상장 주식거래, 이미지를 이용한 비상장 주식거래 등이다. 결국 2015년 9월11일 미래투자파트너스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하고 그 인증서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으로부터 받았다. 

이렇게 만든 서류를 바탕으로 2015년 11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서 기술보증 추천서를 받았다. 기술보증 추천서는 벤처기업 인증에 핵심 요소다. 미래투자파트너스는 추천서를 받은 다음 날인 11월4일, 기술보증기금에 벤처기업확인 신청서를 넣었고, 5일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미래투자파트너스가 기술보증을 받으면서 내건 명목상의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였으나, 주 제품은 증권거래관련 소프트웨어였다. 실제로 미래투자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 관련 판매를 한 적 없다. 

당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서류 요건이 있기 때문에 조건이 안 되는 곳이 인증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인증을 받을 당시 서류상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허술한
벤처인증

결과적으로 이씨 형제는 벤처기업 인증을 통해 막대한 감면 혜택을 받았다. 벤처기업에 주어지는 혜택 중 사업용 재산에 관한 취득세 75%, 5년간 재산세 50%, 5년간 법인세 50% 감면 혜택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미래투자파트너스의 경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2015년 11월5일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11월23일 청담동에 200억원대 건물과 토지를 취득했다. 이때 벤처기업 인증을 통해 12억5000만원의 세금 중 9억400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았다.

미라클인베스트먼트도 2016년 3월31일 400억원대 건물과 토지를 취득했다. 마찬가지로 벤처기업 인증을 통해 24억8000만원의 세금 중 18억60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았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는 기업재산을 유용하거나 은닉하는 등 기업경영에 관해 주주, 사원, 이해 관계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벤처기업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씨 형제는 선량한 투자자를 현혹해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아 실형을 받은 만큼, 벤처기업인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 의원은 “국내 벤처기업 육성 차원서 다양한 세제지원 정책은 필요하지만, 이를 악용한 벤처기업의 경우 그 책임을 강화하고, 적절한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촘촘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20대 국회서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해 12월 강남구 세무과는 미래투자파트너스에 12억8000만원을 추징한 데 이어 약 7개월 뒤 미라클인베스트먼트에도 20억7000만원을 추징했다.

화려했던 이희진의 삶만큼이나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2019년 3월18일 경찰은 이희진의 부모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씨의 부친은 평택의 한 창고서, 모친인 황모씨는 안양 자택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범의 이름은 김다운. 그는 이희진의 미환수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다운은 범행에 앞서 드론과 차량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이희진의 부모를 쫓았다. 이어 인터넷 구인광고를 게시해 중국 출신의 공범 3명을 고용했다. 그는 2019년 2월25일 경찰을 사칭해 공범 3명과 함께 이씨 부모의 자택으로 침입했다. 이어 이들을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달아났다.

주식서 코인으로 갈아타 
8년 만에 드러난 ‘창구’

시신을 숨기고자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 부친 시신을 집에서 43㎞ 떨어진 한 컨테이너 창고의 냉장고에 유기했다. 이씨 모친의 시신은 집 장롱 안에 이불가지와 함께 숨겼다.

부검 결과 피해자들의 시신 허벅지 앞쪽에는 벌어진 상처가 있었다. 인대가 끊어질만한 손상도 확인됐다. 살해 과정서 김다운은 정보를 얻기 위해 피해자의 아킬레스건 부분에 고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이 발생한 지 2주가 흐른 3월16일, 이희문이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과 119 구조대원은 부부의 집으로 출동한 지 2시간 만에 모친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깔끔하고 사람이 잠깐 나간 것처럼 컴퓨터가 켜져 있었다”며 “집을 나서려던 마지막 순간 부패 냄새가 나서 확인하는 도중에 옷장서 이불이랑 옷가지로 가려진 모친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CCTV 추적을 통해 용의자 4명 중 주범 김다운을 검거했다. 중국 국적의 공범 3명은 끝내 잡지 못했다. 3명은 사건 발생 직후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으며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추적했지만 오리무중이다. 경찰에 검거된 김다운은 수사 초반엔 강도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은 겁을 주려 했을 뿐인데 공범들이 부친을 둔기로 내리치고 모친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혈흔을 닦는 데 사용한 락스와 범행에 사용된 도구 대부분을 김다운이 구입한 것으로 확인했다. 김다운은 강도살인, 시체유기, 강도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021년 10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검찰은 김다운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 특별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범행이 아주 잔혹하고 중대하지만 사형을 선고해야 할 정도로 김다운의 정신상태 심리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다운은 비록 자신의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며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보이지 않아 원심서 판단한 무기징역형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희진은 범행에 온 가족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3월 잔혹하게 살해당한 이씨 형제의 부모 또한 불법 행위와 무관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 황씨가 대표로 있었던 케이론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결국 이희문이 대표로 있었던 미래투자파트너스를 포함해 세 회사는 가족 계열사나 다름없다.

특히, 이희진 소유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의 감사는 모친 황씨가, 케이론인베스트먼트 감사는 동생 이희문이 맡았다. 황씨는 기소유예 처벌로 끝났지만, 케이론인베스트먼트 법인은 벌금 5000만원을 받았다.

억소리 나는 
수익과 탈세

황씨는 이희진을 대신해 증권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희진은 당시 유료회원에게만 제공되는 증권방송을 진행했는데 방송을 시청하는 유료회원들에게 비상장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남겼다. 

2020년 1월 대법원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허위·과장 정보를 흘린 혐의 등으로 이희진에 관해 징역 3년6월,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희문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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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함정 취재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북한 개입설’을 거론하면서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최재영 목사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남북 문제나 국제 정세 등을 김건희 여사에게 조언하려 접촉했다.” 지난달 30일 최재영 목사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성공에 대한 축하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평 사건’에 관한 김 여사의 대처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폭로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극단적 관점 고치려 조언 최 목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서 진행됐다. 그는 여러 번을 북한에 다녀온 미국 시민권자인 재미교포다. NK(New Korea) Vision 2020이라는 단체의 대표와 손정도 목사기념학술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점이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내용 중 선제타격론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북, 반김, 반통일, 친일, 친미 스탠스가 뚜렷했다. 한국은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안 되는 나라”라며 “중립적으로 현명한 외교·안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통일과 대북정책을 이원화해왔다. 이 두 가지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통일부는 두 개를 하나로 묶은 상황이다.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 자체를 적대시하는 대북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인 신뢰를 계기로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는 물론,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다. 환대를 받은 최 목사는 취임식 40일 뒤인 지난해 6월20일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최 목사는 김 여사를 만났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최 목사는 소형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이를 통해 김 여사와의 만남을 촬영했다. 당시 코바나컨텐츠 앞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지만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 선물을 받았다. 취임 40일 후 6월·9월 인사차 방문 소형카메라 내장 손목시계 차고 촬영 최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 정도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명품 선물을 준비했던 지난해 6월과 9월이다. 이후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가방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씨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여사와 최 목사 간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김 여사는 이 기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김 여사는 최 목사에게 “인간도 아니다. 공손하게 양해를 구했고 사연까지 말했다. 어머님이 구속됐을 때라서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쇼핑백 3개 중 하나는 ‘Shilla Duty Free’라는 영문이 보이는 신라면세점 쇼핑백이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김 여사에게 주려는 선물이 있었던 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담자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할 다음 차례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무실을 나오자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연이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인이 가져간 물품에 대해 내용물까지 확인하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보안 절차 특성상 다수의 경호원이 두 차례나 자신이 가져간 명품들을 확인했다. 그때마다 당황함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안검색을 했다”며 “김 여사가 여러 사람과 면담해왔다면 그만큼 선물을 준비했던 사람도 더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했다. 논란이 된 지 일 주일이 돼가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일단 ‘로키’로 대응하면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함정 취재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 배후설, 독수독과론 등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최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서울의 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선물 구입을 위해)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가방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독수독과론을 내세워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동영상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위법 여부를 따져보더라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서 “선대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찾아오고 하면서 결국에는 함정을 파서 정치공작을 펼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나 정치공작에 대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 공익적 목적? 최 목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날 최측근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논란이 됐던 수행원들이었다. 이들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정모씨는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씨는 김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왔다. 이 기자도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한 바 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폐지 전, 언론을 통해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왜 갑자기 폭로했나 “함정 취재? 알 권리 먼저”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이번 사건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논란 외에도 함정 취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장인수 전 MBC 기자가 함정 취재에 대해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했던 발언을 반박했다. 장 전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 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 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세계적으로) 함정 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 언론윤리헌장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함정 취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당한 취재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옳고 그름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수사기관의 함정 수사를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위법적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도 떠오른다.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는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서울의 소리>의 취재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함정 취재’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있다.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정치 공작? 북한 개입? 그러나 수사기관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가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고 인정하면 사실상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의 소리>의 취재 과정에 관해 법적 대응을 하는 순간 이슈가 지속돼 버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소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의 행방 등 사실관계가 특정돼야 한다. 자칫 수사기관이 김 여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쉽사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