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영풍 화물열차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21 09:32:09
  • 호수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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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안 쓰는 불량품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아연 생산기업 영풍(주)이 발주한 화물열차에 탑재된 중국산 핵심 부품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열차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규에 따른 절차를 어기고 사유화차로 도입해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사유화차는 기업 등이 소유한 화물차지만 코레일에 편입돼 코레일 기관차로 운행된다. 기업 소유의 열차가 철도 노선서 운행하기 위해 코레일의 시스템 등록을 마친 ‘차적 편입’ 차량이라는 의미다.

영풍(주)은 2018년 12월 말 철도차량 제작업체 고려차량(주)에 황산조차 20량 제작을 의뢰했다. 고려차량은 그해 1월 황산조차 도면설계에 착수했고 6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에 통보했다. 이 과정서 코레일은 사규에 따라 차량제작설명서 등 문서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위험천만
황산 운송

이후 2021년 2월 코레일은 “황산조차 20량에 대한 기술검토가 완료됐다”는 공문을 영풍과 고려차량에 발송했다. 유해 물질을 운반하는 화물열차의 기술검토를 절차와 규정을 어긴 채 완료한 것이다.

코레일 사규인 ‘사유화차 취급 및 유지보수 세칙’ 제5조(차량 편입조건)는 사유화차가 코레일 차적에 편입되려면 ‘차량의 구조 및 기능이 철도안전법령 및 공사의 차량제작설명서에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규는 사유화차에 관해 ‘전용 적재화물의 수송이 가능’ ‘신조 차량은 ‘철도안전법’에 따른 형식승인 등에 합격해야 한다’는 점도 들어가 있다.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의 고시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서도 철도차량 발주자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 ‘차량설계·제작·완성검사·시운전 시 운영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며, 철도운영자 등은 철도차량 제작감독 관련 사항을 협의·이행하기 위한 문서화된 절차를 수립·실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차량이 수입·제작한 문제의 열차는 영풍의 사유화차로 2021년 초 도입됐다. 영풍이 운영하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서 나온 황산을 싣고 석포역과 온산역을 왕복한다. 열차 불량으로 탈선·전복 등 사고가 발생하면 대량의 황산 유출로 막대한 환경 피해가 불가피하다.

코레일이 직접 발주하는 화차는 물론, 기업의 사유화차도 반드시 코레일 표준사양서에 맞춰 제작해야만 한다. 표준사양서에 따라 제작해온 철도업계는 고려차량이 시장 교란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현행법상 사양서에 맞지 않아도 기업·개인이 보유한 화차라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보인다. 수년간 코레일 사양서 기준에 따라 제작해온 제작사들은 “물 먹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영풍이 발주한 사유화차에 탑재된 주요 부품이 중국서조차 외면받은 저가품이라는 입장이다. 화차 제조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제보자는 “화차의 안전을 결정짓는 주요 장치는 주행장치(대차), 제동장치, 연결장치”라며 “고려차량이 2년 전 제작한 황산조차의 주요 장치는 모두 중국서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 황산열차 핵심 부품 안전성 논란
코레일 ‘차적 편입’ 왜?···특혜 의혹도 불거져

황산조차 20량에 적용한 대차·제동·연결장치는 기존 코레일 표준사양서와 다를뿐더러, 타 화차 부품과 호환성도 떨어진다.


제보자는 “영풍 황산조차에 적용한 대차가 원 제조사인 미국 와브텍(Wabtec)사 제품의 특허권을 회피하고자 중국서 모양을 변형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대차는 지금까지 국내서 사용한 적이 없었고, 미국 AAR(Asscociation of American Railroads)의 승인도 받지 못한 제품”이라며 “원산지인 중국서조차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불안전한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고려차량이 수입한 중국산 제동·연결기도 문제다. 국내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 보니, 기존 화차와의 호환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연결기 간 호환성이 떨어지면 운행 도중 분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열차 간 연결기에는 출발할 때나 제동할 때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도 있는데, 중국산 화차가 기존 화차와 연결할 때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는 “중국서 들여온 제품은 기존 연결기와 외관부터 달라 단순 체결만 가능한 정도로 호환성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코레일의 검증절차를 거쳐 선정된 사양과 고려차량이 중국서 수입한 사양은 제원상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사양의 A 대차는 북미권서 60년간 사용돼 신뢰성을 확보했다. 반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B 대차는 중국서 1990년도에 개발됐으면서도 현지서 운행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바퀴 단면이 거칠고, 금이 발생하는 등 편마모 현상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B대차의 바퀴가 선로에 알맞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주행 시 미세한 충돌로 손상이 발생한다고 봤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결과에 따르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제동장치는 기존 화물열차에 제동장치보다 제동시간이 2배 이상 늦게 기록됐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외면받은 
저가품?

제보자는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은 연결장치가 화차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일반 열차와 달리 화차의 경우, 서로 다른 화차끼리 혼합해 연결·분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황산조차는 물론, 컨테이너화차, 유조차, 시멘트화차 등 다양한 종류의 화차끼리 연결하더라도 제 성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호환성을 보장하는 국내산 화차 핵심장치들이 있음에도 불구, 중국산을 들여온 것은 잇속 챙기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제보자는 “화차에 사용하는 대차, 제동, 연결장치 등은 모두 국내 중소기업서 생산해온 제품”이라며 “(고려차량이)국산제품을 외면한 채 중국산을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영풍이 단가를 낮춰 사유화차를 발주하는 상황서, 고려차량이 입찰을 위해 헐값에 중국산 화차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산 화차가 선로를 활보할 수 있는 이유는 국토부의 생색내기식 승인 절차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려차량은 국토부 형식승인제도를 거쳤기에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철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유화차 도입 절차와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제보자는 “차량제작설명서 없이 제작된 사유화차를 차적에 편입해 운행하는 것은 코레일이 고려차량에 특혜를 준 것”이라며 “새로 도입된 사유화차의 주행, 제동, 연결장치 등이 기존 코레일 차량과 달라 철도 시스템에 필요한 안전성과 표준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알았나 
몰랐나

이에 대해 고려차량 관계자는 “국토부 철도차량 형식 승인을 받은 사유화차의 안전성과 차적 편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숱하게 나왔다”며 “신경 안 쓴다”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영풍이 어떤 그룹인데 화차 수입하는 게 얼마나 한다고 아까워하겠냐”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코레일이 차적에 이미 편입한 황산조차 20량을 계속 운행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코레일이 차량기술단과 종합검토를 무시하고, 해당 열차를 차적 편입하면서 연쇄적 현상도 야기된다. 상급기관인 국토부는 ‘철도 운영 전문인 코레일이 차적 편입을 했기에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형식승인제도에 따라 허가한 상태다. 서류로만 확인하고 승인해 중국산 화차의 안전상 문제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국토부서 제대로 확인했다면 승인하지 않았을 중국산 화차가 현장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화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영풍이 고려차량에 발주해 제작한 황산조차 30량도 차적 편입을 위해 대기 중이다. 앞서 20량도 허락해준 코레일이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1년 10~11월 영풍은 고려차랑에 두 차례에 걸쳐 도합 30량의 황산조차를 추가 발주했다.

영풍은 이듬해 2월 코레일 측에 제작 협의를 요청한 데 이어 올해 5월 차적 편입을 요청했다. 

황산조차 30량의 적정성을 두고 코레일과 영풍·고려차량 측 입장이 엇갈린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되던 기술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서 영풍과 고려차량이 올해 5월 차적 편입을 요청하는 등 코레일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차적 편입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열차와 호환성 입증 어려워
사문화된 국토부 내규···권고일 뿐?

이에 영풍 측은 “앞서 차적에 편입된 20량과 동일한 모델임에도 코레일 측이 자사의 ‘권고사항 미이행’이라는 이유로 계속 차적 편입을 미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사규를 위반하면서 스스로 재갈을 물게 됐다. 코레일은 앞서 영풍 황산조차 20량을 차적 편입하는 과정서 차량제작설명서를 제시하지 않는 등 자사 사규를 위반한 것을 시인했다. 

코레일이 영풍의 추가 발주한 30량의 차적 편입을 미룰 경우 “기존 황산조차 20량 운행은 되고, 추가 편입은 안 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코레일 측은 “사고 우려 등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30량의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 이미 도입한 20량과 편입을 검토하는 30량 중 각 2량 정도를 기존에 운행해온 황산조차 화차와 혼합 조성해 제동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표준사양서에도 맞지 않는 중국산 화차에 관해 코레일이 차적 편입해준 것은 “영풍에 특혜를 줬거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내규인 ‘사유화차 취급 및 유지보수 지침’에 따라 부적합한 중국산 화차는 차적을 주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사규를 어긴 것은 맞다”면서도 “국토부령으로 상위법에 해당하는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이 시행되면서 해당 내규가 사문화됐다”고 해명했다.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에 따르면 철도차량 발주자(소유자)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 발주자는 차량 설계, 제작, 완성검사, 시운전 시 운영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최대한 반영’이라는 점이다. 시행령을 법리적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권고일 뿐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소유주가 표준사양서에 맞지 않게 화차를 제작했더라도, 절차에 따라 검사를 통과해 차적을 편입해달라고 요구하면 제재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산조차 20량 제작 당시 철도연서 형식, 제작자 승인, 성능시험 등을 모두 통과했다”며 “근거 없이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전관 개입?
카르텔 의혹

그러면서 “신규 제작한 황산조차가 실제 운행을 하면서 ‘휠 플랜지 편마모 현상’ 등 위험징후가 나타났다고 했는데, 확인 결과 기준치 이내였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코레일 표준사양서를 지켜가며, 화차 부품과 완성차를 만든 국내 업체가 중국산 화차에 밀려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토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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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