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 프로젝트’ 한동훈 미는 속내

선거 전까지…최대한 업적 쌓기

[일요시사 취재1팀 ]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 일부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총선 출마 채비 때문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그는 현재까지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입장이다.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해부터 제기됐으나 본인의 치적을 쌓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이민청 프로젝트’다. 전문가들도 이 프로젝트가 대한민국에 다가올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 장관이 그외 다른 현안에는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법무부 안팎서 제기된다. 정치권에 데뷔할 때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정적 순간
결정적 정책

한 장관의 활동 폭은 꽤 넓다. 법무부 본연의 업무 외에도 지난 7월15일 제주 서귀포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해 경제에 관해 강연을 진행했다. 한 장관에게 주어진 강연 제목은 ‘경제성장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이었다.

한 장관이 이 자리서 언급한 “과거 70년 전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진 올바른 정책적 결정’은 농지개혁이었다. 농지개혁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중앙일보> 인터뷰를 보고나서였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는 2004년 8월15일 작성됐다.

한 장관이 19년 전부터 지금까지 농지개혁에 관심을 가져왔다면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왔다는 말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의 결정적인 정책’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건 과거의 보수·진보정권 대통령 정책을 번갈아 언급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정부가 도입한 중공업 정책과 의료보험, 연금 도입이 빈곤 해결 복지국가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노무현정부의 한미FTA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의 과감한 결단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 장관의 행보를 두고 정치·시사평론가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치 행보’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국민의힘 내부 젊은 인재 중 가장 부담이 없는 인물이 한동훈 장관으로 꼽힌다”며 “총선 이슈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다.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정치권서 ‘콜’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야권서 ‘젊은 인재’로 꼽히는 인물은 많지 않다. 그나마 ‘한동훈 대항마’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장점은 구세대를 대체할 인물이 많다는 것으로 내부 갈등이 산적하지만 민주당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국민의힘 같은 경우 86세대의 힘이 세지 않다. 1970년대생, 1980년대생 차기 대선주자를 키우는 게 가능하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평가했다.

과거 역대 총선을 보면 선대위원장은 이회창, 이해찬, 안철수, 김종인과 같은 거물급이 맡았다. 선대위원장을 하는 순간 대권후보로 언급돼왔다.

‘스마트 우파’ 여권 내 지지도 독주 체제
활동폭 넓혀 경제·법무행정 연관성 언급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도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난해 6월부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를 해온 리서치뷰의 지난 7월 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서 한 장관은 36%를 기록해 30%대를 독주하고 있는 유일한 유망 대권주자였다.

한 장관은 이 기관조사에서 13개월째 부동의 보수층 대권주자 적합도 1위 주자를 기록 중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해 7~8월 20%대 지지율을 기록해 2위 오세훈과 오차범위 내를 기록했지만, 한동훈이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며 “지난해 10월부터 29%로 올라선 뒤 약간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올해 2월부터는 30%를 유지하며 오차범위를 넘어서 독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장관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이미 정치권에 진입하지 않았을 뿐, 준정치인으로 변신을 완료했다고 보인다”며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강연 정치 행보가 총선서 한 장관의 역할을 규정할 것으로 본다. 즉 자기만의 세력을 모으고 국민의힘이 자기 발판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민주당의 다음 대선후보로는 현재까지 이재명 외에는 뚜렷하게 안 보인다”며 “기자들이 물어보니 대답한다고 하지만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와 맞대결하는 모습으로 본격적으로 프레임을 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말하자면 총선 밟고 대선으로 가겠다는 구도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서 뒷받침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장관은 한 강연서 “복합위기와 경제 안보가 대두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게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인구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는 저출생·고령화 기본계획과 같은 “출산율 회복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미 늦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수 대권
적합도 1위

그는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출입국과 비자 담당은 법무부가, 외국인 노동은 노동부가, 다문화가족을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현실을 거론했다. 행정적으로 자기 영역만 담당하다 중요하고 산적한 질문에는 책임지는 이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한 장관은 ‘이민청 프로젝트’ 중 하나로 현재 E-9 비자로 들어와 있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적응하면 E-7-4 비자(숙련 기능인력 장기취업비자)를 주는 것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E-9으로 일단 들어오면 장땡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기업과 지역사회가 검증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자는 것이다. 비자는 평등과 공정의 영역이 아니라 국익의 영역”이라며 “비자는 어떤 산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은 인류애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익,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말미에 1000여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발급 인원이 윤석열정부 들어 3만5000명이 됐으니 35배 늘어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다. 해당 비자가 만들어진 건 2017년으로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는 게 핵심이다. 사실상 제도 시행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 변화를 칭찬하고 나선 셈이다.

한 장관의 주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민청 설립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일본·중국·대만보다 늦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수립 차원서 이민청 설립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해 5월17일 한 장관의 취임사에도 등장한다.

지난 1월26일 청와대 영빈관서 진행된 법무부 2023년 업무보고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 실현’에 이은 두 번째 과제로 ‘국가 백년대계로서의 출입국·이민정책 추진’을 거론하고 있다.

사실상
자기 정치

이민청 설립 추진이 윤정부서 처음 추진하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정부 당시에도 노동시장 인력 수급 문제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책’ 등을 총괄할 이민청 설립 추진 이야기가 나왔던 바 있다. 한 장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앞으로의 설립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MB 정책 따라잡기’와 다를 바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 혼자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다. 과거 법무부 정책위원회,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위원회, 고용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등 3개의 컨트롤타워로 나눠 추진하려 했다. E-9 비자로 대표되는 외국인 노동정책만 봐도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이민청 추진이 자기 정치를 위한 디딤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데뷔하는 게 아닌 ‘대선 직행’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당 내부서 수도권 위기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의 총선 데뷔가 끊이지 않고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서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말씀드린 건 당을 위한 충정, 또 총선 승리 특히 당 지도부를 보강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며 “현재의 당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내년 총선에 어느 당을 찍을 거냐? 그걸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민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훨씬 더 높게 나온다. 우리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는 꾸준히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듯 그 실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연찬회 첫머리 발언서 “수도권 선거서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때는 딱 한 번 빼고는 없지 않았냐”며 “실제로 어려운 지역”이라고 인정했다.

민감한 문제라…일사천리 불가능
총선 데뷔 가능성도 사실상 반반

다만 “우리 당이 전국 선거를 주도하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좋은 인물이 앞에 나서도록 하고, 그런 분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개혁을 주도해나간다고 하면 우리 취약 지역인 수도권 지역서도 압승을 이룰 기반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총선서 승리할 수 있는 좋은 인재라고 하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해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정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구원 투수’로 언급되는 장관급 인사들도 이날 연찬회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이들은 다만 총선 출마설에 대한 답변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현재 국토부 업무에 전념하고 그곳에서 성과를 내 윤석열정부 국정 동력 확대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그게 장관으로서 본분이기도 하고 우리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한 장관 역시 총선 관련 질문에 “내 답은 늘 똑같다”며 “비슷하게 계속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 대표의 ‘수도권 인재 영입’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내가 드릴 말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 참모 중 일부는 총선에 출마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대통령실 개편은 추석 직후인 다음 달 초순쯤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12월 중순쯤 총선에 나설 용산 참모들을 위한 추가 대통령실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순차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 중에서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들 중에서는 전희경 정무1비서관과 주진우 법률비서관,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등이 총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 53조 1항은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년 총선은 2024년 4월10일에 실시되기 때문에, 공직자는 내년 1월11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출마를 준비 중인 용산 참모들 입장에서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나, 내년 총선이 ‘초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대통령실을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 중책
수행하나

강 수석은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와 자신이 국회의원을 지냈던 서울 마포구를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국민의힘 안팎서 나온다. 김 수석의 출마 예상지로는 경기 분당을과 용인 지역구 등이 거론된다. 경기 의정부서 초·중·고를 졸업한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의정부갑 지역구 출마설이 유력하다. 주 비서관은 부산 수영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충북 청원 출신의 서 비서관은 충북 지역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총선에 나설 후보군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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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