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정당하지 못한 ‘정당방위법’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09.03 00:00:00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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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정 SNS 영상과 게시글이 여러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의아함과 더 나아가서는 화를 나게 하고 있다. 바로 ‘정당방위’ 문제다.

영상 속의 사람은 자신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람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나름의 방어행위를 했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폭력 행위의 피의자로 소환됐다고 언급했다.

우리의 형법은 21조에서 ‘정당방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상당한 법익 침해 행위가 있을 것 ▲자신과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어한다는 의사를 가진 상당한 이유가 있는 방어행위여야 할 것 ▲도발하지 않을 것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상대가 폭력 행위를 그친 뒤에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 것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의 피해보다 심하지 않을 것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을 다 충족시킨다고 해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이 전치 3주 정도면 어느 정도 폭력이고 피해인지, 일단 폭력을 멈췄다고 또 다시 폭력을 가할지 않을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약자가 과연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방위할 수 있을지, 상대의 피해자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알고 판단할 수 있을까?

미국은 사정이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법률 자체만으로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인은 타인으로부터 불법적이고 즉각적인 폭력의 분명한 위협에 대항해 자신을 방위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는 무력을 사용할 특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롭고 자기방어에 대한 필요와 인식이 강한 만큼 정당방위에 대한 인정의 범위도 그 만큼 넓다.

미국 수정헌법 2조로부터 시작되는 정당방위는 개인이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정당방위법을 “Stand Your Ground Law”, 글자 그대로 ‘니 땅을 니가 지켜라’ 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이는 집주인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도망칠 필요 없이 즉시 총기로 대항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각각의 주에서는 “Castle Doctrine”이라고 해서 집안에 들어 온 침입자는 총으로 쏴 죽여도 기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기까지 한다. 집에서 침입자에게 위협을 받거나 위협을 느끼면 도망가거나 후퇴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냥 매를 맞고 때로는 죽거나 도망가거나 뿐이고, 이게 아니라 자신을 방위하려면 자칫 폭력 피의자가 되라는 것이다. 총기 소지나 휴대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한국서 미국만큼 정당방위를 확대해서는 오히려 남용으로 인한 위험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우선 현행 정당방위의 문제는 법 규정 자체보다는 오히려 법 해석과 적용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 어느 정당방위 관련 재판서 국민참여 재판의 배심원들은 무죄를 평결, 즉 정당방위를 인정했으나, 법원은 반대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곧 시민의 법 감정과 법원의 법리적 해석에는 너무나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간극은 없거나 좁을수록 좋다. 정당방위의 문턱도, 과잉방위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 정당방위는 물론이고 모든 법은 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법 해석과 적용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하나는 정당방위에 대한 판단을 법원이나 사법기관서 제3자의 관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절체절명의 절박한 위험에 놓인 대부분의 가해자보다 훨씬 약자고 무장하지도 않은 피해자 관점서 정당방위를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해보지 않은 제3자가 어떻게 그 심정을 알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정당방위가 규정됐던 시대 상황과 현재의 시대 상황은 크게 변했음에도 그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과거에 없던 ‘묻지마’ 폭력, 흉기 난동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정당방위의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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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