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못 막은 민주당 플랜 B

힘 한 번 못 쓰고 이대로 놓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일본 정부의 오염수 수도꼭지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방류 직전까지 각종 방법으로 저지에 나섰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방류 ‘중단’만이 남았다. 더 이상 퇴로가 없는 민주당이 앞다퉈 차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괴담·선동정치를 멈추라”며 야당 공세를 차단하는 데 나섰다. 오염수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지난 24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이날 오후 1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오염수 해양 방출 방식을 결정한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국내 정치권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일본의 선택을 ‘국제 범죄’로 규정하고 오염수 방류 중지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과학과 괴담
뭐가 진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희석한 오염수(일본식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43~63베크렐이며 이는 일본의 국가 기준치인 6만베크렐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이 자발적으로 설정한 방출 기준치인 1500베크렐보다도 낮은 수치다.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양은 약 3만1200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보관 중인 오염수 약 134만톤의 2.3%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 시점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간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안전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당 보고서는 2021년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발표하면서 IAEA에 안전성을 검토하도록 요청한 문서다.


IAEA는 일본이 오염수로부터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나온 오염수 샘플을 분석하는 등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IAEA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LPS에 관한 기술적 검증이 빠지면서 논란이 됐다. 가장 중요한 신뢰성 부문에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앞서 우리 정부가 IAEA 발표를 존중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상 오염수 투기를 용인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과학’이라고 말하는 IAEA의 보고서는 일본 정부 요구에 부응하는 내용만 작성된 만큼 일본의 입장만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이하 총괄대책위)를 출범시켰다. 상임위원장은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맡았다. 공동위원장은 같은 당 어기구 의원과 위성곤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총괄대책위는 대통령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계속해서 촉구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총공세 나선 거대 야당…타격은 ‘제로’

우 의원은 총괄대책위가 공식 출범하기 이전부터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방류 저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과 일본이 방류를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단식 중단을 요청하자 시작 15일 만에 중단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은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일본 현지의 정치인, 전문가, 시민사회와 만나 연대 투쟁을 강화하고 세계 언론을 통해 한국의 오염수 반대 여론을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연일 안팎으로 나돌자 국민의힘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과거 사드와 광우병 사태처럼 국민을 선동하고 가짜 뉴스로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가 다시 한번 사법 리스크에 맞닥뜨리자 이를 덮기 위해 ‘반일 선동’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대표는 “IAEA의 과학적 조사 결과를 괴담으로 부정하겠다는 것은 천동설이라는 괴담을 근거로 종교재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과학을 부정하고 21세기판 천동설을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은 전 정부를 소환했다. 오염수 방류를 대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문재인정부가 정한 정책 기조와 같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 따르면 문정부 시절 당시 해양수산부 등에서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오염수가 국민과 환경에 미칠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대책보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민주당은 반발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지금처럼 강경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내로남불’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반격에 민주당은 국민 건강과 해양 환경 훼손을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오염수 방류 시기를 두고 일본과 한국의 총선 등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여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된 방류 작업을 두고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내편?
네편?

당초 오염수가 8월 말경 방류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 외에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일본이 국외적인 공식 승인을 받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음 날 기시다 수상이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시찰한 만큼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오염수 방류 절차를 밟았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주장이다.

정부가 한 달 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취지의 영상을 제작해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도움을 줬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게다가 오염수 방류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총리와 아웅의 호흡을 보인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도대체 대통령은 누구를 대변하고 있느냐”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바다지키기검증 TF 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서적 측면서 찬성하거나 지지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측면에서는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를 측정하는 방식이나 결과는 숫자와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므로 ‘과학에 기반한 결과’로 설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무리한 선동은 정부의 이런 노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국익에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은 오히려 야당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수산물 모니터링을 비롯해 2·3중 방사능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며 방류 관련 자료 제공과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과학에 기반한 후속 검증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신뢰성으로 논란이 된 ALPS에 기술적 보완 등을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열띤 공방을 이어가는 사이 지난 22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날짜를 확정했다.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오염수 투기 ‘저지’가 아닌 ‘중단’을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오염수 방류 계획은 최소 30년가량 예정된 만큼 한일 정부를 압박해서라도 방류를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커지는
목소리


민주당과 총괄대책위는 방류 중단의 카드로 런던협약·의정서 총회를 꺼내들었다. 일본이 채택한 오염수 폐기 방식은 폐기물의 해양배출을 금지한 런던협약·의정서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 시 1㎞ 파이프라인을 사용한다. 따라서 해당 행위는 투기가 아니라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하지만 총괄대책위는 인공해양구조물에도 운송되는 폐기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일본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가 일본 정부를 편들기 위해 대응을 회피했다”고도 비판했다. 총괄대책위에 따르면 2021년 문정부는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런던협약·의정서를 공식 안건으로 제작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21년 대한민국이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국제해사기구(IMO) 법률국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다”며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윤정부가 IAEA에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으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021년 제출된 안건이 올해 총회 공식 안건으로 채택된 만큼 상황을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방류 시점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여론전의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은 오염수 저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당은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당원 등 3000여명(민주당 추산)을 소집해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일본의 해양투기는 주변국의 이해는 물론이고 자국민의 동의조차 얻지 못한 결정”이라며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 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한 윤정권을 규탄한다”고 날을 세웠다.

오염수 방류 결정에 면죄부를 준 윤정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비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의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일본 범죄에 가담한 현 정부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며 일본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 있어 현 정부 역시 공범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168석으로 윤석열 탄핵 발의합시다.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합니다. 이제는 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포기한 대통령을 탄핵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견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서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탄핵 추진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을뿐더러 탄핵이라는 카드는 다소 무거운 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 날인 24일, 일본 정부는 발표한 대로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이날 도쿄전력은 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앞바다에 방출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하루에 약 460톤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한다. 이후 1차적으로 오염수 7800톤을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다.

“지금이라도 막겠다”
네 가지 약속 보니…

방류 당일 민주당은 오염수 저지 방안과 함께 수산업 보호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발표했다. 168석을 활용해서라도 법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선 방사성 오염수의 노출 우려가 있는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농수산물 가공품은 만든 국가만 표시되는 만큼 원료에 대해선 원산지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후쿠시마 위험 지역 수산물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공돼 우리나라에 유통되지 않도록 수산물 원산지 표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어업 재해인 이상조류, 적조 현상, 태풍 등에 ‘방사능 피해’ 항목을 추가해 피해 범위를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피해 지원대상 역시 어업인을 비롯해 수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수산물 가공 유통업자까지 포함된다. 이를 대상으로 피해 지원기금을 마련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기금 조성을 위해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오염수 저지를 위한 민주당 대책위원회도 각 시도마다 꾸려질 예정이다. 현재 민주당은 강원특별자치도당을 비롯한 울산시당, 충북도당, 대전시당 등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한 시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정당과 연합해 장기간 오염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촘촘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왔다.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한 거대 야당의 총공세에도 정부가 사실상 ‘무대응’ 기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민심을 잘 꿰뚫어 볼 수 있을지 역시 관건으로 꼽혔다. 당내서조차 국민들이 민주당의 ‘오염수 투쟁’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불안한
다음 스텝

당내 일부에서는 오염수를 계기로 어민을 비롯한 수산업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사실 어민분들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 탓을 가장 많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공포심을 유발함으로써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었으면 절반이라도 갔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며 “오염수 투쟁이 오히려 민심을 깎아 먹은 계기가 된 것 같아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과 총리 이심전심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의 문제 가능성까지 고려해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염수 방류 직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제 중요한 것은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철저하게 과학적 기준을 지키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채 “한 총리가 정부 입장을 상세하게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을 한 총리의 담화로 갈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치 선동이 아니고 과학”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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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