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IAEA 보고서 대해부

일본 자료만 보고…책임은 나 몰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여야 간 대립도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정부는 IAEA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여론의 반대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를 결정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예상했던 바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측 자료로만 평가해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들여다본 한 전문가의 말이다. IAEA는 수년간 직접 설비 없이 점검해왔다. 보고서 도입부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전제만
깔았다

IAEA 최종 보고서는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방류 계획 발표와 함께 IAEA에 안전성 검토를 요청해서 발표된 결과물이다. IAEA는 같은 해 7월 일본의 요청을 수락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IAEA의 전문 인력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호주, 캐나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마셜제도 11개국의 전문가들이 TF에 참여했다.

한국은 김홍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TF의 일원이었다.

IAEA는 당시 일본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검토 일정을 합의했다. 일본의 방류 계획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범위 등은 이때 정해졌다. 전문가들은 오염수 보관 탱크가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직접 찾아 일본 전문가들과 협의하면서 관심을 두고 살펴볼 장소를 파악하기도 했다.

1단계 작업은 일본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이후로 현장 조사를 통한 본격적인 검증이 진행됐다.

검증 방향은 ▲오염수 처리와 시설 내 안전관리, 방류 절차 등이 환경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수행되는지를 평가 ▲일본 원자력 안전 당국이 이를 제대로 규제·감독하는지 확인 ▲오염수 등 환경 영향 요인이 될 시료를 독립적으로 채취하고 데이터를 확인·분석하는 세 가지로 크게 나뉜다.

이를 위해 IAEA TF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TF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시설과 방류시설 조성 현장 등을 찾았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접촉해 규제·감독 현황을 점검했다.

일본이 오염수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쳐 나온 오염수 샘플을 확보하고,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바닷가서 해수와 해양 퇴적물, 물고기 등을 샘플로 수집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건설이 어떤 설계를 토대로 진행되는지도 점검 대상이었다. 현장 조사 과정서 IAEA 요청에 따라 일본이 자료를 수정·보강하기도 했다.

TF가 오염수 샘플을 분석하는 데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3의 연구기관에 분석을 맡기기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탱크서 채취한 샘플을 IAEA는 산하 연구소 3곳과 함께 같은 해 한국·프랑스·스위스·미국의 연구시설에도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국제 기준 부합 예정된 결과 막을 방법 전무
알프스 성능 논란 현재진행형…검증도 안 돼

오염수에 어떤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는지, 도쿄전력이 핵종 분석을 위해 채택한 방법이 적절한지 등을 비교 평가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이 같은 작업을 마친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자가 없다는 내용이지만 신뢰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진 게 크다.

일본 측이 넘긴 자료를 토대로 알프스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최종 보고서를 통해 IAEA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과 후에 일본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능 논란 중심에 선 알프스는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능 물질 정화 장치로 62개 핵종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정수기에 달린 필터와 같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가 알프스 처리를 거친 이후에도 스트론튬-90과 세슘-134, 세슘-137, 이루테늄-106, 아이오딘-129, 안티모니-125 등 6개 핵종이 남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는 해당 6개 핵종들의 경우 2019년 이전 사례로, 최근 실시한 검사에서 추가 핵종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현재 1070여개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가 그대로 해양으로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염수는 방류 전 K4탱크로 옮겨져 농도 측정 과정을 거치며, 이때 삼중수소 외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오염수는 다시 알프스로 보내져 처리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본이 본격 해양 방류를 시작한 이후엔 사실상 알프스 성능 검증을 위한 수단이 제한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류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확한 검증을 위해 알프스를 통과한 오염수에 대한 ‘직접 시료 채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 없다”
신뢰성 의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언론 인터뷰서 “이번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알프스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며 “알프스가 잘 돌아가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알프스가 믿을 수 있는 방사능 정화 장치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IAEA가 자체적으로 설비를 뜯어보는 식의 검증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의 도입부도 논란이다. 한 소장은 “이번 최종 보고서의 도입부를 보면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IAEA는 견해만 발표했을 뿐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종 보고서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대형 저장탱크 건설을 통한 육상 보관 같은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도 적시되지 않았다.

IAEA는 환경 모니터링 결론 도출을 위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실제 최종 보고서에도 3차례 진행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채취된 2·3차)두 시료에 대한 분석이 포함된 보고서는 2023년 후반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시료 분석은 안전성 검토의 3가지 구성 요소의 하나인 ‘독립적 샘플링, 데이터 확증 및 분석 활동’의 일부다.

최종 보고서는 오염수 시료뿐만 아니라,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서 공개됐다. 사실상 일본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확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이 밖에도 IAEA가 직업적 방사선 노출을 판단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실 간 교차분석(ILC)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직업적 방사선 방호’는 원자력기구 안전성 검토의 8가지 기술적 주제 중 하나다. IAEA는 이 결과 역시 “올해 말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제 버리나
카운트다운

IAEA가 주요 시료에 대한 분석을 끝마치기도 전에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선 비판이 나왔다.

한 소장은 특히 오염수 시료 분석을 한 차례만 하고 끝낸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시료 분석은 신뢰 있는 값을 얻기 위해 3회 실시하는 게 화학 분석계의 ‘국룰’(모두가 지키는 규칙)”이라며 “IAEA도 세 번은 하기로 했을 텐데 1회 결과만 나온 상태서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분석 결과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출신의 또 다른 안전규제 전문가는 “IAEA가 가능한 한 보고서를 빨리 정리해줬으면 하는 일본 입장서 용역 기간을 바짝 당겨 완성되지도 않은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것은 신뢰성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방류설비 완성 ▲IAEA 최종보고서 ▲일본 NRA의 사용 전 검사를 오염수 방류를 위한 3가지 전제로 삼아왔다. 일단 조건은 충족된 상태인데, 문제는 일본 내의 부정적 여론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후쿠시마현 및 인근 지역의 어민,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불안이 강하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어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네 번째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내놨다.

전국 여론조사(민영 뉴스네트워크 JNN의 지난 1∼2일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40%로 찬성 의견(45%)보다 낮기는 했지만 만만찮은 비율이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 여론도 예의주시 중이다. 일본 언론이 최근 방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와 거부감 등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이 근거다. 중국 정부의 대응에는 불만이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3일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 데이터를 준비한 설명을 하겠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도서국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특사파견 등으로 공을 들여왔다.

기시다, 여론 봐가며 여름 중 방류 시기 결정
IAEA, 시료 분석 못 끝내고 보고서 발표 강행

방류 시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올해 여름쯤’이라는 기존 방침을 반복하며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사능=공포’라는 공식이 깨지길 바라는 쪽이 있는 반면, IAEA 최종 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임만성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서 “과학적으로(방류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오염수 방출 과정서 우리나라 등 주변국이 참여해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번 오염수 방류 논란이 방사능을 향한 대중의 막연한 공포를 바로잡는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이준택 건국대 핵물리학과 명예교수 등은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서 명예교수는 “IAEA는 일본 도쿄전력이 떠다 준 깨끗한 물을 갖고 깨끗하다는 보고서를 냈을 뿐”이라며 “IAEA 보고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외에도 방법이 있는데 IAEA는 단 한 번도 심도 있게 따져보지 않았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이 방한하면 전문가 대 전문가로서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도 IAEA 보고서의 신뢰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일부는 미리 실험 방향을 잡아놓고 목표대로 수치를 조작하는 걸 볼 수 있다. IAEA 보고서가 그렇다”며 “세상엔 2000종 이상의 핵종이 있는데 IAEA는 입맛대로 64종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바닷물에 희석하면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창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방침 관련 질문을 받고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이해가 심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 내부도
반대 극심

마쓰노 장관은 “동일본대지진 뒤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는 게 계속된 정부의 중요 과제며,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도쿄전력은 지난달 12일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에 들어갔다. 현지 어민들은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방류 외에 콘크리트 용기 설치 후 보관이나 증발 등 다른 대책을 요구하는 일본 내 목소리도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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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