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IAEA 보고서 대해부

일본 자료만 보고…책임은 나 몰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여야 간 대립도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정부는 IAEA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여론의 반대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를 결정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예상했던 바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측 자료로만 평가해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들여다본 한 전문가의 말이다. IAEA는 수년간 직접 설비 없이 점검해왔다. 보고서 도입부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전제만
깔았다

IAEA 최종 보고서는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방류 계획 발표와 함께 IAEA에 안전성 검토를 요청해서 발표된 결과물이다. IAEA는 같은 해 7월 일본의 요청을 수락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IAEA의 전문 인력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호주, 캐나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마셜제도 11개국의 전문가들이 TF에 참여했다.

한국은 김홍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TF의 일원이었다.

IAEA는 당시 일본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검토 일정을 합의했다. 일본의 방류 계획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범위 등은 이때 정해졌다. 전문가들은 오염수 보관 탱크가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직접 찾아 일본 전문가들과 협의하면서 관심을 두고 살펴볼 장소를 파악하기도 했다.


1단계 작업은 일본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이후로 현장 조사를 통한 본격적인 검증이 진행됐다.

검증 방향은 ▲오염수 처리와 시설 내 안전관리, 방류 절차 등이 환경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수행되는지를 평가 ▲일본 원자력 안전 당국이 이를 제대로 규제·감독하는지 확인 ▲오염수 등 환경 영향 요인이 될 시료를 독립적으로 채취하고 데이터를 확인·분석하는 세 가지로 크게 나뉜다.

이를 위해 IAEA TF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TF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시설과 방류시설 조성 현장 등을 찾았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접촉해 규제·감독 현황을 점검했다.

일본이 오염수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쳐 나온 오염수 샘플을 확보하고,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바닷가서 해수와 해양 퇴적물, 물고기 등을 샘플로 수집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건설이 어떤 설계를 토대로 진행되는지도 점검 대상이었다. 현장 조사 과정서 IAEA 요청에 따라 일본이 자료를 수정·보강하기도 했다.

TF가 오염수 샘플을 분석하는 데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3의 연구기관에 분석을 맡기기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탱크서 채취한 샘플을 IAEA는 산하 연구소 3곳과 함께 같은 해 한국·프랑스·스위스·미국의 연구시설에도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국제 기준 부합 예정된 결과 막을 방법 전무
알프스 성능 논란 현재진행형…검증도 안 돼


오염수에 어떤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는지, 도쿄전력이 핵종 분석을 위해 채택한 방법이 적절한지 등을 비교 평가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이 같은 작업을 마친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자가 없다는 내용이지만 신뢰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진 게 크다.

일본 측이 넘긴 자료를 토대로 알프스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최종 보고서를 통해 IAEA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과 후에 일본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능 논란 중심에 선 알프스는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능 물질 정화 장치로 62개 핵종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정수기에 달린 필터와 같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가 알프스 처리를 거친 이후에도 스트론튬-90과 세슘-134, 세슘-137, 이루테늄-106, 아이오딘-129, 안티모니-125 등 6개 핵종이 남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는 해당 6개 핵종들의 경우 2019년 이전 사례로, 최근 실시한 검사에서 추가 핵종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현재 1070여개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가 그대로 해양으로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염수는 방류 전 K4탱크로 옮겨져 농도 측정 과정을 거치며, 이때 삼중수소 외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오염수는 다시 알프스로 보내져 처리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본이 본격 해양 방류를 시작한 이후엔 사실상 알프스 성능 검증을 위한 수단이 제한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류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확한 검증을 위해 알프스를 통과한 오염수에 대한 ‘직접 시료 채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 없다”
신뢰성 의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언론 인터뷰서 “이번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알프스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며 “알프스가 잘 돌아가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알프스가 믿을 수 있는 방사능 정화 장치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IAEA가 자체적으로 설비를 뜯어보는 식의 검증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의 도입부도 논란이다. 한 소장은 “이번 최종 보고서의 도입부를 보면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IAEA는 견해만 발표했을 뿐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종 보고서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대형 저장탱크 건설을 통한 육상 보관 같은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도 적시되지 않았다.

IAEA는 환경 모니터링 결론 도출을 위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실제 최종 보고서에도 3차례 진행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채취된 2·3차)두 시료에 대한 분석이 포함된 보고서는 2023년 후반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시료 분석은 안전성 검토의 3가지 구성 요소의 하나인 ‘독립적 샘플링, 데이터 확증 및 분석 활동’의 일부다.


최종 보고서는 오염수 시료뿐만 아니라,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서 공개됐다. 사실상 일본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확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이 밖에도 IAEA가 직업적 방사선 노출을 판단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실 간 교차분석(ILC)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직업적 방사선 방호’는 원자력기구 안전성 검토의 8가지 기술적 주제 중 하나다. IAEA는 이 결과 역시 “올해 말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제 버리나
카운트다운

IAEA가 주요 시료에 대한 분석을 끝마치기도 전에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선 비판이 나왔다.

한 소장은 특히 오염수 시료 분석을 한 차례만 하고 끝낸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시료 분석은 신뢰 있는 값을 얻기 위해 3회 실시하는 게 화학 분석계의 ‘국룰’(모두가 지키는 규칙)”이라며 “IAEA도 세 번은 하기로 했을 텐데 1회 결과만 나온 상태서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분석 결과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출신의 또 다른 안전규제 전문가는 “IAEA가 가능한 한 보고서를 빨리 정리해줬으면 하는 일본 입장서 용역 기간을 바짝 당겨 완성되지도 않은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것은 신뢰성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방류설비 완성 ▲IAEA 최종보고서 ▲일본 NRA의 사용 전 검사를 오염수 방류를 위한 3가지 전제로 삼아왔다. 일단 조건은 충족된 상태인데, 문제는 일본 내의 부정적 여론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후쿠시마현 및 인근 지역의 어민,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불안이 강하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어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네 번째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내놨다.

전국 여론조사(민영 뉴스네트워크 JNN의 지난 1∼2일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40%로 찬성 의견(45%)보다 낮기는 했지만 만만찮은 비율이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 여론도 예의주시 중이다. 일본 언론이 최근 방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와 거부감 등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이 근거다. 중국 정부의 대응에는 불만이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3일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 데이터를 준비한 설명을 하겠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도서국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특사파견 등으로 공을 들여왔다.

기시다, 여론 봐가며 여름 중 방류 시기 결정
IAEA, 시료 분석 못 끝내고 보고서 발표 강행

방류 시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올해 여름쯤’이라는 기존 방침을 반복하며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사능=공포’라는 공식이 깨지길 바라는 쪽이 있는 반면, IAEA 최종 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임만성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서 “과학적으로(방류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오염수 방출 과정서 우리나라 등 주변국이 참여해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번 오염수 방류 논란이 방사능을 향한 대중의 막연한 공포를 바로잡는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이준택 건국대 핵물리학과 명예교수 등은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서 명예교수는 “IAEA는 일본 도쿄전력이 떠다 준 깨끗한 물을 갖고 깨끗하다는 보고서를 냈을 뿐”이라며 “IAEA 보고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외에도 방법이 있는데 IAEA는 단 한 번도 심도 있게 따져보지 않았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이 방한하면 전문가 대 전문가로서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도 IAEA 보고서의 신뢰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일부는 미리 실험 방향을 잡아놓고 목표대로 수치를 조작하는 걸 볼 수 있다. IAEA 보고서가 그렇다”며 “세상엔 2000종 이상의 핵종이 있는데 IAEA는 입맛대로 64종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바닷물에 희석하면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창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방침 관련 질문을 받고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이해가 심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 내부도
반대 극심

마쓰노 장관은 “동일본대지진 뒤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는 게 계속된 정부의 중요 과제며,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도쿄전력은 지난달 12일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에 들어갔다. 현지 어민들은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방류 외에 콘크리트 용기 설치 후 보관이나 증발 등 다른 대책을 요구하는 일본 내 목소리도 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일요시사 정치팀]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컨벤션효과로 반짝 빛을 볼 것이란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대권주자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셈법이 빨라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027년 치러질 21대 대선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당시 제66대 법무부 장관이던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받는다. 절벽 끝서 기사회생 지난해 12월 조 대표는 항소심서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2018년 8월 장관 지명 이후 검찰과 언론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70군데 이상이 압수수색당했고 가족과 나눈 소소한 문자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조롱당하는 등 5년간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도적인 검찰권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고 생지옥이었다”며 “분노와 절망 감정에 휩싸여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했고 쓰린 자책의 과정에 들어갔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조 대표의 온 가족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대표의 딸 조민씨는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과 조민씨 양측 모두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조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아들 조원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처분 전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조 대표의 사건이 확정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는 자녀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위해 지난 3월 조국당이 출범했지만 조 대표는 여전히 불구속 기소 상태다. 지금의 조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생명에 다시 날개를 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사로 인해 ‘정치적 죽임’을 당했으니 이번 총선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출범식서 “정치권과 보수 언론서 ‘조국의 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 ‘윤석열의 강’”이라며 “조국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 강’을 건너 검찰 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조국당은 선거 전까지 지지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5%로 집계됐다. ‘복수의 날’ 손에 쥐고 돌아왔다 목표는 하나 “검찰 독재 조기종식” 이 외에 ▲국민의미래 24% ▲더불어민주연합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 1%로 집계됐다. ‘아직 결정하지 않음’은 24%, ‘지지하는 정당 없음’은 4%였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에 응답률은 12.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높은 지지율을 견인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을 경우 지금과 같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조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되면 정치인 조국은 어떻게 되느냐’란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사법부를 쥐락펴락 못한다. 국법과 절차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감옥에 가야 한다. 그동안 재판받느라, 정치하느라 못 읽었던 책을 읽고 팔굽혀 펴기, 스쿼트, 플랭크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감옥서) 나오겠다”고도 했다. 이날 조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사도 안 받고, 그래서 기소도 안되니 유죄판결도 받지 않는 특수집단이 있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와 고발사주 의혹 등을 받는 한 비대위원장을 동시에 지적했다. 정치적 부활을 기대하는 조 대표가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1야당과의 복잡함 셈법을 풀어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22대 국회가 야당의 ‘주도권 싸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조국당과 민주당은 서로 협력 관계임을 강조해 왔다. 조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외치며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에도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할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이재명·조국 모두 각자의 노선을 택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답 없는 방정식 조국당은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도 잘된다”며 충돌 가능성을 축소했다. 조국당 신장식 대변인은 “(민주당과)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만 한 배를 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야권은 현재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두 분이 든든하게 서로 공조하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서 윤정부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국정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뜻을 밝혔다. 총선 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조 대표는 “창당 선언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화 없이 조국당은 자당이 갖고 있는 정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과 협력과 연대를 할 것이라는 말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선거운동 과정서 괜한 말이 아니라 실제 조국당이 생각하는 정당을 실천하기 위해 22대 국회서도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이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성격이 유사한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협력 관계만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조국당은 ‘우군’이라면서도 “지역구도 비례도 모두 민주당을 찍어달라”며 견제에 나섰다. ‘몰빵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합당 가능성을 닫아둔 것이다. 조국당의 색채가 너무 강해 민주당과 섞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를 안은 조 대표가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합당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는 지난 총선서 열린민주당(이하 열민당) 합당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조국당은)개혁 연대 세력으로서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나는 최강욱 전 대표가 이끌었던 열민당의 합당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열민당?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합당하면 그 당의 색깔과 주장을 희석해버리기 때문에 만류했다”며 “지금의 조국당도 개혁 우군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합당하면 당내서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우아한 개혁이 등을 주저하는 세력에게 먹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합당 가능성에 크게 힘을 실었다. 신 변호사는 “조 대표는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바로 대권 행보에 들어간다”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가 (그곳에서)선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보는 한 조 대표는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 이 대표와 경합해 대권후보 쪽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180석’을 정확히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열민당 루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했던 민주당과 열민당이 결국 손을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선거를 치른 후 함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열민당은 2020년 민주당의 중도지향을 비판하면서 창당한 민주당계 정당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열민당은 민주당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열민당 비례대표 명단 선정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경선 탈락, 혹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0명가량이 열민당 예비후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열민당’ 데자뷔…떠오르는 기시감 “손잡을까? 말까?” 팽팽한 찬반론 쟁쟁한 기싸움이 벌어졌던 만큼 민주당은 열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열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지도부는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며 말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진보 진영의 파이를 나눠 먹는 상황이 되면서 열민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에 비례표를 몰아주기 위해 조국당을 견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절대 합당하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과 열민당은 결국 2022년 8월 손을 잡았다. 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열민당에게 합당을 제안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는 범야권을 하나로 뭉쳐 지지자를 결속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개혁 세력’의 표를 한곳에 몰아줘야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렬의 과정만 놓고 볼 때 조국당이 과거 열민당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하지만 합당 절차를 밟는다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이재명·조국의 파워 게임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두 사람은 합당 후 조금이라도 분쟁이 생긴다면 그대로 끝나는 관계”라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선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지난 총선처럼 쉽게 합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면 둘 중 한 명이 대권주자로 활약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아야 한다. 조국당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총선을 통해 검찰 독재 조기종식에만 집중하겠단 것이다. 선거를 완주한 조 대표의 첫 번째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요시사> 취재진이 조 대표에게 물었고 그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합치면 무적으로 조 대표는 “총선 이후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비대위원장도 아닐 것”이라며 “법안 내용은 준비가 됐으며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열민당과 합당하면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민주당이 조국당과 손을 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각자의 성적표를 받아든 두 사람의 관계도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판론 VS 안정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이조 심판특별위원회(이하 이조특위)’를 구성했다. 이조특위는 “불공정을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연대한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정 안정론을 주장해야 할 여당이 선거전략서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