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사수’ 국힘 비윤 3인방 맨파워

수도권 위기 존재감 쑥쑥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친윤, 비윤이 서로를 향한 견제가 다시 시작한 듯 보인다. 친윤은 위기가 아니라 말하고, 비윤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 경기도, 인천 지역구에 소속된 비윤 인사들이 한마디씩 보태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진짜 위기인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수도권 위기론이 대두됐다.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당사자가 수도권 중진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아 보인다. 비주류로 분류된 인사들도 수도권을 꺼내들며 지도부의 수도권 역량을 문제 삼고 있다. 당 지도부에선 ‘지도부 흔들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가운데, 당내서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도부 문제?
첨예한 대립

총선을 약 7개월 앞둔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다. 영남권에 몰린 지도부 탓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탓을 하락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대외적으로는 전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수도권 위기론을 먼저 띄운 인물은 신평 변호사다. 그는 국민의힘서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수도권서 전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당장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타 정당보다 앞서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총선이라는 상황서 받아든 결과는 정반대다. 정부 견제론이 조금 더 우세한 편이다. 

최근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이를 토대로 수도권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마디씩 보탰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도 수도권이 어려운 만큼 위기라며 국민의힘을 에둘러 비판했다.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윤상·안철수 의원이 수도권 위기론에 동조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도부에 수도권 당 경쟁력이 없다며 묵직한 직구를 던졌다.


그는 “제3지대의 출현도 무시할 수 없다. 무당층이 40% 가까이 되는 상황서 제3지대의 탄생은 국민의힘에 위기가 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수도권 위기론에 동참한 안 의원도 “당에 인물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총선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김 대표를 저격했다. 급기야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서 연거푸 패배를 당했던 전력이 있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의힘이 수도권서 승리한 사례는 2008년 단 한 차례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이 원래 국민의힘의 험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 평가 격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아무리 험지로 분류돼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결국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서 인재로 불리는 인물을 많이 끌어다 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당내에선 인재 공백으로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몸값 키우며 민심 향해 스킨십 
당내보다 지역서 이미지 좋아

양적인 측면서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질적으로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게 현재 국민의힘의 고민거리다.


이 같은 와중에 수도권 내 비윤계 인사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본래 윤 대통령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된 인물이었던 윤 의원의 경우, 전당대회를 거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당내서 수도권 위기론을 계속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위기론이 발생하자, 이를 대체할 인물로 평가받던 인물이 바로 윤 의원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됐었지만 당내 비윤계, 친윤(친 윤석열)계를 가리지 않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대 대선을 거치면서는 윤 대통령과 친분도 두터운 편이었다. 

그러나 연일 윤핵관을 저격하면서 관계가 불편해진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는 윤핵관에게 수도권에 출마하라며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전당대회 경선서 1차 컷오프되면서 존재감은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당시 지도부 구성이 끝났음에도 “아쉽다”고 평가하면서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저격은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왔다. 윤 의원이 자신있게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배경은 자신이 몇 안 되는 수도권(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의 4선 중진 의원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인천 지역서 윤 의원의 입지는 상당히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당내 현역 의원들 중 초선 배준영 의원과 윤 의원을 제외하면 인천은 모두 민주당 성향이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탈당한 이성만·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제외하고 인천지역 의원들 중 선수도 가장 높은 만큼 해당 지역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위태위태
불안불안

윤 의원은 인천 민심도 심상치 않다면서 위기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앞서 이 사무총장의 경고에도 윤 의원은 “당을 향한 우려를 오히려 침몰로 받아들인다”며 오히려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좌초된다면 영남, 강원권이 아닌 수도권 의원이 가장 큰 타격”이라며 “공천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의 꾸준한 수도권 위기론 제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천은 현재 무당층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지난 해 6월1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서 국민의힘은 윤형선 후보를 냈지만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바 있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서 이겨 5선 의원이 되기 위해선 이 대표와 견줄 만한 파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되기 위해선 윤 의원의 입장서 큰 메리트가 필요한 셈이다. 

수도권 내 몇 안 되는 현역인 안 의원도 최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등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그는 열흘간 미국 방문으로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외교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경제, 과학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안 의원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대선 기간 동안에는 늘 “또철수” “언제 철수하느냐” 등의 조롱을 받아왔다.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도 지지율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결국 단일화를 이루면서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주역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꾸려졌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인수위원장도 맡았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다만 인수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과정서 당시 윤 당선인과의 마찰 및 전당대회서의 고배 등으로 인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정치 행보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구였던 그는 민심은 높았지만, 당심서 밀려 김기현 후보에게 패했다. 또 윤 대통령과는 사실상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자연스레 당내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자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나서는 등 조용히 민심을 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 분당을 자주 방문하며 민심과 스킨십을 늘렸다. 더구나 원래 주인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여전히 민심 측면에서는 안 의원의 지지세가 두드러진다. 

안 의원도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위기론을 줄곧 주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경기도 역시 인천처럼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지역이다. 실제로 경기도 내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6명인 반면, 민주당은 최근 탈당한 김남국 의원, 당적이 사라진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48명이나 된다. 경기도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최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의 내분도 여전히 지속 중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이 불리한 형국을 맞는 건 자명해 보인다. 

문제는 경기도 역시 위기로 인식돼있는 지역 중 한 곳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김학용 의원이 재보궐선거를 통해 컴백에 성공했지만, 지난 총선에선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지난 대선서 사실상 ‘민주당 텃밭’이라는 지역임에도 윤 대통령이 승리를 가져갔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내부서도 파열음 들리기 직전
중도층 끌어올 방법 찾아내야

여기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국민의힘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또 경기도서 의원을 지냈던 인물들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도의 공천 싸움은 한층 더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은 말 그대로 독자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민심과의 스킨십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의 정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보단 대선주자로서 몸을 풀고 있는 액션을 지속적으로 취한다.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 윤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는 윤·안 의원뿐만이 아니다. 입당에 앞서,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문재인정부의 월성원전 감사를 두고 반기를 들었던 최재형 의원(전 감사원장)도 있다. 최 의원은 미담 등으로 완벽하다는 평가와 함께 단숨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지만, 컷오프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재보선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마해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혁신위를 맡았으나 당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했다. 이후 이 전 대표가 대표직서 쫓겨나 혁신위도 자연스레 힘을 잃으면서 그의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다가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그는 국회가 국정조사로 여야가 책임 소재를 밝혀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요구는 민주당이 감사원 감사를 불신하면서 국조를 요구하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이런 탓에 현재 정권서도 불편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는 서울 역시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현재 서울 내 현역 의원 수가 8명에 그치는 반면, 민주당에는 40명이 포진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 의원의 지역구는 굵직한 대권 잠룡들이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다.

또 여야가 번갈아가며 당선됐던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우회적으로
정부 비판

비록 민주당이 지난 재보선서 패배했지만, 내년 총선만큼은 상징적 의미가 큰 지역구인 만큼 중량감을 가진 인물을 공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수도권 내 핵심지역인 서울 종로, 경기도, 인천 지역구 인사들의 본격적인 체급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지지율이 앞선다고 총선을 이기는 게 아니다. 총선까지는 아직 7개월이 남았다”며 “국민의힘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 대신 수도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할 시기”라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도 수도권 위기?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

무당층 응답의 비율이 더 높아지면서다. 민주당도 수도권 지지율 확보를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21대 총선 당시 크게 승리를 가져갔지만, 다수의 현역 의원이 있음에도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크게 앞서지 못해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서 이길 전략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를 시작으로 돈봉투 사태 등에 휘말린 의원 일부가 수도권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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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