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사수’ 국힘 비윤 3인방 맨파워

수도권 위기 존재감 쑥쑥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친윤, 비윤이 서로를 향한 견제가 다시 시작한 듯 보인다. 친윤은 위기가 아니라 말하고, 비윤은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 경기도, 인천 지역구에 소속된 비윤 인사들이 한마디씩 보태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진짜 위기인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수도권 위기론이 대두됐다.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당사자가 수도권 중진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아 보인다. 비주류로 분류된 인사들도 수도권을 꺼내들며 지도부의 수도권 역량을 문제 삼고 있다. 당 지도부에선 ‘지도부 흔들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가운데, 당내서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도부 문제?
첨예한 대립

총선을 약 7개월 앞둔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다. 영남권에 몰린 지도부 탓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탓을 하락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대외적으로는 전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수도권 위기론을 먼저 띄운 인물은 신평 변호사다. 그는 국민의힘서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수도권서 전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당장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타 정당보다 앞서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총선이라는 상황서 받아든 결과는 정반대다. 정부 견제론이 조금 더 우세한 편이다. 

최근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이를 토대로 수도권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마디씩 보탰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도 수도권이 어려운 만큼 위기라며 국민의힘을 에둘러 비판했다.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윤상·안철수 의원이 수도권 위기론에 동조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도부에 수도권 당 경쟁력이 없다며 묵직한 직구를 던졌다.


그는 “제3지대의 출현도 무시할 수 없다. 무당층이 40% 가까이 되는 상황서 제3지대의 탄생은 국민의힘에 위기가 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수도권 위기론에 동참한 안 의원도 “당에 인물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김기현 대표가 총선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김 대표를 저격했다. 급기야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서 연거푸 패배를 당했던 전력이 있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의힘이 수도권서 승리한 사례는 2008년 단 한 차례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이 원래 국민의힘의 험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중간 평가 격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아무리 험지로 분류돼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결국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서 인재로 불리는 인물을 많이 끌어다 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당내에선 인재 공백으로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몸값 키우며 민심 향해 스킨십 
당내보다 지역서 이미지 좋아

양적인 측면서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질적으로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게 현재 국민의힘의 고민거리다.


이 같은 와중에 수도권 내 비윤계 인사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본래 윤 대통령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된 인물이었던 윤 의원의 경우, 전당대회를 거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당내서 수도권 위기론을 계속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위기론이 발생하자, 이를 대체할 인물로 평가받던 인물이 바로 윤 의원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됐었지만 당내 비윤계, 친윤(친 윤석열)계를 가리지 않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지난 20대 대선을 거치면서는 윤 대통령과 친분도 두터운 편이었다. 

그러나 연일 윤핵관을 저격하면서 관계가 불편해진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는 윤핵관에게 수도권에 출마하라며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전당대회 경선서 1차 컷오프되면서 존재감은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당시 지도부 구성이 끝났음에도 “아쉽다”고 평가하면서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저격은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왔다. 윤 의원이 자신있게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배경은 자신이 몇 안 되는 수도권(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의 4선 중진 의원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인천 지역서 윤 의원의 입지는 상당히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당내 현역 의원들 중 초선 배준영 의원과 윤 의원을 제외하면 인천은 모두 민주당 성향이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탈당한 이성만·윤관석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을 제외하고 인천지역 의원들 중 선수도 가장 높은 만큼 해당 지역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위태위태
불안불안

윤 의원은 인천 민심도 심상치 않다면서 위기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앞서 이 사무총장의 경고에도 윤 의원은 “당을 향한 우려를 오히려 침몰로 받아들인다”며 오히려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좌초된다면 영남, 강원권이 아닌 수도권 의원이 가장 큰 타격”이라며 “공천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의 꾸준한 수도권 위기론 제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천은 현재 무당층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지난 해 6월1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서 국민의힘은 윤형선 후보를 냈지만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바 있다.

윤 의원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서 이겨 5선 의원이 되기 위해선 이 대표와 견줄 만한 파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되기 위해선 윤 의원의 입장서 큰 메리트가 필요한 셈이다. 

수도권 내 몇 안 되는 현역인 안 의원도 최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등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그는 열흘간 미국 방문으로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외교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경제, 과학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안 의원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대선 기간 동안에는 늘 “또철수” “언제 철수하느냐” 등의 조롱을 받아왔다.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도 지지율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결국 단일화를 이루면서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주역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꾸려졌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인수위원장도 맡았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다만 인수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과정서 당시 윤 당선인과의 마찰 및 전당대회서의 고배 등으로 인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정치 행보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구였던 그는 민심은 높았지만, 당심서 밀려 김기현 후보에게 패했다. 또 윤 대통령과는 사실상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자연스레 당내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자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나서는 등 조용히 민심을 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 분당을 자주 방문하며 민심과 스킨십을 늘렸다. 더구나 원래 주인이었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여전히 민심 측면에서는 안 의원의 지지세가 두드러진다. 

안 의원도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위기론을 줄곧 주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경기도 역시 인천처럼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지역이다. 실제로 경기도 내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6명인 반면, 민주당은 최근 탈당한 김남국 의원, 당적이 사라진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48명이나 된다. 경기도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최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의 내분도 여전히 지속 중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이 불리한 형국을 맞는 건 자명해 보인다. 

문제는 경기도 역시 위기로 인식돼있는 지역 중 한 곳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김학용 의원이 재보궐선거를 통해 컴백에 성공했지만, 지난 총선에선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지난 대선서 사실상 ‘민주당 텃밭’이라는 지역임에도 윤 대통령이 승리를 가져갔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내부서도 파열음 들리기 직전
중도층 끌어올 방법 찾아내야

여기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국민의힘은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또 경기도서 의원을 지냈던 인물들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도의 공천 싸움은 한층 더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은 말 그대로 독자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민심과의 스킨십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의 정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보단 대선주자로서 몸을 풀고 있는 액션을 지속적으로 취한다.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 윤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는 윤·안 의원뿐만이 아니다. 입당에 앞서,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문재인정부의 월성원전 감사를 두고 반기를 들었던 최재형 의원(전 감사원장)도 있다. 최 의원은 미담 등으로 완벽하다는 평가와 함께 단숨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지만, 컷오프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재보선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마해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혁신위를 맡았으나 당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했다. 이후 이 전 대표가 대표직서 쫓겨나 혁신위도 자연스레 힘을 잃으면서 그의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러다가 최근 잼버리 사태를 두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그는 국회가 국정조사로 여야가 책임 소재를 밝혀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요구는 민주당이 감사원 감사를 불신하면서 국조를 요구하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이런 탓에 현재 정권서도 불편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는 서울 역시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현재 서울 내 현역 의원 수가 8명에 그치는 반면, 민주당에는 40명이 포진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 의원의 지역구는 굵직한 대권 잠룡들이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다.

또 여야가 번갈아가며 당선됐던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우회적으로
정부 비판

비록 민주당이 지난 재보선서 패배했지만, 내년 총선만큼은 상징적 의미가 큰 지역구인 만큼 중량감을 가진 인물을 공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수도권 내 핵심지역인 서울 종로, 경기도, 인천 지역구 인사들의 본격적인 체급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지지율이 앞선다고 총선을 이기는 게 아니다. 총선까지는 아직 7개월이 남았다”며 “국민의힘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 대신 수도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할 시기”라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도 수도권 위기?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

무당층 응답의 비율이 더 높아지면서다. 민주당도 수도권 지지율 확보를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21대 총선 당시 크게 승리를 가져갔지만, 다수의 현역 의원이 있음에도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크게 앞서지 못해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서 이길 전략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를 시작으로 돈봉투 사태 등에 휘말린 의원 일부가 수도권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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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