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슬쩍…’ 새시 바꾼 사천 신축 분양 시공사, 왜?

모델하우스 안내문에 돌연 ‘PNS’ 업체 추가
시공사 측 취재에 “연락주겠다” 후 묵묵부답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남 사천 소재의 한 신축 아파트 시공사가 모델하우스에 분양 전 공지했던 내용에 분양 후 돌연 시공업체 명단이 추가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입길에 올랐다.

2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요즘 신축 아파트 이 정도는 기본이죠?’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어제 신축 아파트 문제가 뉴스에 나오면서 나름 유명해져서 저희 아파트 입주민들게 제보 사진을 많이 받았다. 재미난 사진 약 40여장을 준비했다. 구경하고 가셔라”며 다수의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분양 당시의 모델하우스 창문 사진과 분양 후의 모델하우스 창문 사진 등이 담겼다. 모델하우스 창문 사진에는 ‘최상단의 창호 업체 설명 2줄’이라는 분양 전 설명과 함께 ‘슬쩍 3줄로 바꾸면서 ’PNS‘를 끼워놨다’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그는 “나중에 붙여서 뒷면으로 보면 다른 2개의 스티커와 재질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양 당시엔 ‘공사 시 창호 형태, 생산업체, 개폐 방식, 유리 색상, 설치 위치, 규격 등은 동등 이상의 제품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분양 후 돌연 ‘공사 시 창호 형태, 생산업체, 개폐 방식, 유리 색상, 설치 위치, 규격 등은 동등 이상의 제품으로 변경될 수 있다. LG, KCC, 한화, PNS 중 시공된다’고 추가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내용을 추가한 이유는)PNS로 바꾸려고 추가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 같은 A씨의 의혹은 첨부된 실제 시공됐다는 창호 사진을 통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모델하우스에 설치돼있는 창호(KCC) 제품과 실제 시공된 PNS 창호 사진을 나란히 올리며 “입주민들 사이에선 쿠쿠다스 창호라고 부른다”고 조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머지 대부분인 새시 불량 사진을 쭈욱 올리겠다”며 다수의 사진을 게재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창틀 새시에 크랙이 가 있는 모습, 어린아이들의 발이 빠질 정도로 넓게 건축된 비상계단 통로, 아래만 맞고 위 아귀가 맞지 않는 창틀, 새시 구멍, 걸쇠에 들어가지 않는 잠금장치, 창틀 전체의 심한 오염 및 흔들림 등이 등장한다.

특히 유난히 눈길을 끄는 사진은 클로즈업된 창틀로 ‘창호 완벽주의’라는 글귀 위로 가로로 금이 가 있다. 이 외에도 아귀가 맞지 않아 위쪽 궤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창틀, 세로 창틀이 완전히 깨져 바닥에 파편이 뒹구는 장면 등 주로 새시 시공에 하자들이 다수 발견됐다.

그는 “호응이 좋으면 3탄을 만들어보겠다. 아파트 하자, 어디까지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으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보배 한 회원은 “설계일을 하면서 현장을 수도 없이 가 봤지만 저렇게 개판인 현장은 처음 본다. 저 정도라면 시공사 직원들도 거의 없이 협력사에게 다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회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실공사로 보이는데 가장 큰 것은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라며 “감리와 시공 문제”라고 꼬집었다.

A씨는 1시간20분 후 ‘2.5탄 요즘 신축 아파트 이 정도는 기본이죠? 실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보배 화력 보시고 기자님들 방문하셨는데 진입 못하게 막고 있다. 켕기는 게 없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며 “내집 내 재산 지키고 싶어 누님 형님들 힘 빌려서 기자님들 관심 끌었는데 이게 잘못됐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09동 4·5라인 입구로 향하는 언론사 취재진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게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43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8명가량의 취재진이 109동 아파트 진입을 시도했지만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장면이 담겼다.

지난 2021년 11월26일, 시공사는 입주자 모집 당시 공고문을 통해 “목창호류, 가구류, 바닥재, 걸레받이, 벽지, 타일 등 마감재의 색상, 디자인, 재질 등은 실제 시공 시 견본주택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각 면적별 분양되는 단위세대의 마감재 색상 및 제품은 차이가 있으므로 필히 견본주택서 확인하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던 바 있다.

단, 발코니 확장 시 확장 부분의 외부 새시는 이중창호 등으로 설치되나 향후 창호 사양(제조사, 브랜드 및 창틀, 하드웨어, 유리 등)은 변경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문제는 새시 시공업체가 KCC나 LG, 한화 등의 대기업이 아닌 PNS(피엔에스홈즈)라는 것보다는 크랙, 깨짐 등의 시공 불량이 상식적인 선을 넘어섰다는 점과 이에 대한 현장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점이다. 이는 곧 감리 소홀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또 다른 하자 발생으로 인해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외부로 드러난 문제보다는 누수나 곰팡이 등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게 될 하자도 꼼꼼하게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재경 소재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새시의 크랙이나 파손 등 눈으로 보이는 하자들은 시공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아파트 입주 후 살면서 맞닥뜨리게 될 천정 누수나 겨울철 단열처리 문제로 인한 곰팡이 발생 등의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입주일이 늦춰지더라도 하자 부분을 철저하게 체크해 재시공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관공서 일을 주로 하는 창호 시공업체 운영 중이라는 한 보배 회원은 “요즘은 하이새시를 잘 쓰지도 않지만 만약 관급 창호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전면 재시공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며 “창호 제작업체, 시공업체, 재무부처까지 싹 다 잡혀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셀프 감리’로 인한 ‘철근 누락’으로 입길에 올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아파트 단지 및 주택 공사 현장의 감리 인원이 법정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16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자체 감리를 실시했던 104개소의 공사 현장 중 85개소서 법정 인력 기준의 인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현행 건설기술진흥법상 공사의 품질점검 및 현장 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할 공사감독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적정 인원은 직급에 따라 비율이 달라진다. 남양주별내 A1-1블록 아파트 공사 17공구는 22.10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18.90명이 배치됐다. 


또 시흥장현 A-3블록 아파트 공사 12공구에선 18.90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실제로 배치됐던 감독자 수는 4.25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시공 논란에 대해 시공사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응대해드릴만한 부서가 없어 현장 관리자에게 전달한 후 연락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나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사천시청 공동주택팀 관계자는 “지난 16일 입주민이 찾아오셨는데 ‘2차 점검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시공사는 입주 지연금 문제도 있고 예정일에 맞춰 입주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에서 갑작스럽게 세대 확인 행사 날짜를 공지했다’는 제보자 주장에 대해선 “지난 16일 입주민 면담 후 17일에 시공사 측으로부터 입주자 현장 방문을 받겠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반박했다.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새시 크랙이나 깨짐 등 시공 불량 부분에 대해선 “해당 사진들은 1차 사전점검 때 예비 입주민분들이 촬영한 사진인 것 같은데, 현재 수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상당수는 수리가 완료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아파트 사용승인 여부에 대한 질문엔 “주택법상 중대 하자(철근 노출이나 누수 등) 및 공용 부분에 대한 하자 발생 시 사용 검사자(사천시청)이 검사를 마쳐야 내주도록 돼있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새시는 중대 하자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이 시공사를 대변하는 모양새가 됐는데 저희는 어쩔 수 없이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난처해하기도 했다.

아울러 “입주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선 (예정대로 입주를)진행한 후 계속 보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업 주체는 사전검검 때 지적된 사항에 대해 중대 하자는 사용 검사를 받기 이전까지, 나머지 하자들은 입주 전까지 보수공사를 끝내야 하며,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 예방 및 입주자 권리 강화방안’(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사 등 공동주택 사업주체는 입주 지정 기간 개시 45일 이전까지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사검을 2일 이상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검 시 입주 예정자가 지적한 사항들에 대한 조치계획을 수립해 사용 검사권자(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해당 아파트는 우리자산신탁이 수탁을, S&D파트너스가 위탁을, 삼정기업과 삼정E&C서 시공사로 참여해 지난 2021년 11월26일,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8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9일(일반1순위), 10일(일반2순위) 청약 응모를 받았고 17일 당첨자 발표, 20일부터 28일까지 서류 제출, 29일~31일까지 입주 계약을 체결했던 바 있다.

이날 다음 부동산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905만원으로 전용면적별로 2억2740만원서 4억4270만원대로 형성돼있다.

한편, 입주민들은 입주 예정자협의회 커뮤니티를 통해 오는 25일, 사천시청 앞에서 사용승인 반대집회 입주민 참가 투표 신청을 받는 등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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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