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층간소음 ‘보복 발차기’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1 10:01:44
  • 호수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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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대문 발로 차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꿈에 그리던 아파트로 이사 갔다. 이제는 이사 갈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한 줄 알았다. 이곳에서 행복할 일만 생각했는데, 그 꿈은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났다. 아늑해야 할 집에 찾아오는 불청객 ‘층간소음’ 때문이다.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불청객으로 가족이 편하게 쉴 집은 없어졌다.

층간소음 갈등이 폭력과 살인 범죄로 이어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갈등

지난 4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연도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층간소음 건수는 4만393건이다.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 ▲2019년 2만6257건 등 3만건이 넘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4만2550건 ▲2021년 4만6596건 등 신고 건수가 4만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동시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폭력 등 5대 강력범죄가 늘었다. 이는 ▲2016년 11건 ▲2017년 42건 ▲2018년 60건 ▲2019년 84건 ▲2020년 114건 ▲2021년 110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층간소음에 따른 보복 범죄 문제도 심각해졌다. 불만을 품고 이웃에 해를 가한 사람에게 법원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분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은 층간소음 피해를 주장하며 윗집을 찾아가 협박하고 현관문을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층간소음 다툼으로 윗집에 피해를 주려고 천장에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소음을 낸 40대 부부 역시 법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층간소음 갈등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형사적 처분이 필요하긴 하나, 유사한 상황임에도 유무죄가 엇갈리는 경우가 있어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층간소음 스토킹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웃이 층간소음을 내지 않았는데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층간소음 가해자가 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난달 1일에 경기도 이천의 LH 아파트로 이사 간 A씨도 똑같은 일을 겪었고, 아직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스토킹 방문
밑도 끝도 없이 “조용히 해”

A씨가 입주한 임대주택은 국민임대 46형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주택도시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저소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85㎡ 이하 주택을 30년 이상 장기간 임대하는 것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다.

A씨는 앞으로 이사 걱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사 후 3일간은 짐 정리를 한다고 바빴다. 이후에는 외출하거나 회사를 나갔다.


지난달 14일 밤 11시30분경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왔다. 늦은 밤 A씨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누군가 벨을 누르고 문고리를 세차게 흔들며 “쿵쿵대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놀란 A씨가 인터폰으로 확인해보니, 모르는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A씨가 “지금 혼자 있다. 티비 보고 있어서 쿵쿵거릴 게 없다”고 답하자마자 “쿵쿵거리지 말라고! XX!”이라며 욕을 했다. 중년 여성 옆에는 같이 온 남편이 말리고 있었다.

A씨는 황당해서 “시끄러운 집은 우리 집이 아니다. 나는 혼자 있다. 왜 늦은 밤에 와서 이런 행동을 하느냐”고 화를 냈더니, 상대는 적반하장이었다. “나와서 때려봐!”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A씨는 대응하지 않았다. 너무 늦은 밤이기도 했고, 애당초 말이 안 통했다. A씨가 반응하지 않자, 남편이 여성을 데려갔다.

이후 A씨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여름휴가로 부산에 내려갔다. 휴가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대문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누가 봐도 대문을 발로 강하게 찬 흔적이었다. A씨가 집을 비운 사이에도 중년 여성은 층간소음을 내지 말라고 A씨 집 문을 찬 것이다.

A씨는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우리 집은 자녀도 없고 집에서도 슬리퍼를 신고 있어서 층간소음이 날 일이 없다. 그런데 층간소음이 난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의 이야기를 들은 관리사무소는 중년 여성을 알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 전체 주민 피해
피해자인데 “먼저 이사 가?”

관리사무실은 “대화가 안 되는 분이다. 애당초 복도식 아파트라서 윗집이 아니라 다른 집에서 소음이 날 수도 있다. 우리도 그분에게 이 설명을 했는데, 도저히 이해를 못 한다”는 답답한 말을 할 뿐이었다.

중년 여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LH 본사에 민원을 넣었다. 여성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않았다. 이제 A씨가 해야 할 일은 중년 여성이 현관에 발을 찼다는 증거를 찾는 것이다.

얼마 후 같은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저녁 11시20분 갑자기 현관문을 강하게 발로 차는 소리와 동시에 “쿵쿵대고 XX이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A씨는 어머니와 함께 있었고, 8~9회 연속으로 대문을 발로 차는 소리에 A씨의 어머니는 너무 놀라서 공황 상태가 됐다. 11시42분에 A씨는 문자메시지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관은 중년 여성이 내려간 뒤 도착했고, A씨는 경찰관의 입회하에 경위서를 작성하고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다음날 A씨는 현관문에 CCTV를 설치했다. 

이틀 뒤 바로 중년 여성은 A씨의 집을 찾아와 다시 대문을 발로 찼다. 그 당시는 집에 사람이 없었다. 즉, 중년 여성은 층간소음이 있다는 이유로 빈집의 대문을 발로 찬 것이다. 층간소음이 있을 리 만무했다. A씨는 “빈집에 와서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집에서 뛰었으면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황당한 것은 중년 여성의 횡포를 겪은 주민이 A씨 말고도 더 있다는 것이다. 벌써 해당 아파트에는 중년 여성을 피해 다니는 입주민이 많았다. 다른 입주민들도 중년 여성을 피해 다니고 있었고, 중년 여성이 대문을 차는 소리에 이사를 생각할 정도다.

범죄

A씨는 중년 여성을 재물손괴와 주거침입죄로 신고했다. 그러나 언제 또 중년 여성이 올라와 대문을 발로 찰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고 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실은 “힘들면 다른 동을 알아봐 주겠다”고 답했다. LH 본사의 담당 직원은 휴가 중이라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A씨는 “내가 층간소음 가해자도 아니고, 오히려 알 수 없는 보복의 피해자다. 피해자가 떠나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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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