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 위기의 국민의힘 중진들 속사정

큰일 앞두고…풀어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중진들이 위기를 맞았다. 주변도 아닌 직접적인 본인 리스크 탓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점점 부각되는 양상이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의힘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중진들이 연속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맞은 이들의 지역구는 충청권과 수도권이다. 현역 중진들의 위기 속에 국민의힘은 총선 채비를 하고 있지만 불안한 기류가 흐른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준 곳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한 부정 평가가 70%가 넘을 정도다. 

혼란스러운
지역 민심

최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1심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당시 정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몸담았던 시절에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부부싸움 끝에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글을 게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는 정 의원을 고발했고 무려 6년 만에 1심 결과가 나왔다.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정 의원에게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어떤 형태의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지만, 정 의원은 1심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검찰은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은 해당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약식 기소는 비교적 범죄 혐의가 가벼운 경우 정식 재판을 열지 않은 상태서 서면 심리를 통해 벌금형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 등 필요성에 따라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가 가능하다. 

결국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 뒤, 5년 만에 정 의원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게 됐다. 이번 선고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판결과 성향에 문제가 있다”며 1심 선고 판사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았다. 판결을 내린 판사가 노사모(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유 때문이다. 판사의 성향 문제와는 별개로 정 의원에게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5선 중진 의원이다. 

16·17·18·20·21대를 거쳐 오며 탄탄하게 입지를 쌓아왔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는 어느 계파에 속하지 않아 중간선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인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을 당시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싸움서 승리를 쟁취하기도 했다. 

구원 등판했을 때만 해도 정 의원의 당내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었다. 6개월간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혼란을 수습해나갔다. 중간중간 잡음도 들려왔지만,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원장직을 무사히 마쳤다. 


정, 1심 징역 6개월 총선 출마 불투명?
권, 윤리위 제소…이태원 참사 관련성

이후 정 의원은 지역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총선 대비 모드였으나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정 의원도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그는 “(선고 결과를)받아들일 수가 없으며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 입장을 냈다. 

해당 지역구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이 표심을 과반 차지했던 곳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득표율 차이도 6%p 넘게 차이가 난다. 

1년이 넘은 현재 충청지역 민심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 의원의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충남 민심은 한층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충남도의회 의원 중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만 해도 3명이다. 이미 한 도의원은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충청권 시장·구청장까지 공직선거법 등 재판에 많은 이들이 연루돼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국민의힘 내부서도 악재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총선서 충청을 지휘한 인물로 평가받는 정 의원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탓이다. 또 이 같은 악재는 윤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악재가 터진 이가 정 의원뿐만 아니다. 또 다른 친윤계, 중진으로 평가받는 권영세 의원도 자신을 둘러싼 리스크가 여럿 산적해 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신뢰를 듬뿍 받던 인사다. 4선 중진으로서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이끌었고,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본부장,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서 보좌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내에서는 ‘전략가’로 꼽히는 그는 결국 차기 총선서도 중책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19대 총선서도 공천 실무를 총괄해 과반 승리를 이끌었던 바 있기 때문이다. 

큰 존재감
부각된 논란

권 의원은 윤석열정부 초기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최근 여의도로 복귀했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윤리자문위에 제출한 여야 의원 11명 가운데 한 명인 권 의원은 21대 국회 기간인 3년간 400회 이상의 코인 투자를 했다.

투자 금액은 3000만원가량으로 누적 10억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 권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직면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권 의원의 지역구는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위치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곳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일찍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복귀한 이유도 자신의 지역구 관리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여의도 복귀 의사를 애초부터 강력히 희망했다고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권 의원은 박 구청장이 구치소에 있을 때 면회를 갔을 정도로 가까우며 박 구청장은 권 의원의 정책특보 출신이기도 하다. 박 구청장과 권 의원의 정치적 인연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깝다. 용산구의원으로서 박 구청장을 공천한 정치적 연대가 공고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에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박 구청장은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업무를 재개했다. 

추후 차기 총선서 권 의원이 용산서 출마할 경우 이태원 참사 책임론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구청장 책임론이 강해질수록 권 의원에게도 영향이 가는 구조다. 


터지는
리스크

용산은 국민의힘에 차기 총선서도 꼭 사수해야 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서울서 보수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까지 자리 잡고 있는 용산 수성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권 의원은 현재 침묵을 유지 중이다. 괜스레 전면에 나섰다가 자신의 논란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는 만큼 권 의원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총선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필승을 위해선 경험을 가진 전략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말 국회 복귀가 유력해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가 터지면서다. 원 장관은 즉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뒤, 현재까지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민들도 원 장관을 향한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운 장관은 국회 국토위 현안 질의에 출석해 질의 문답 과정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가 결국 거짓임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고 원 장관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관해 명명백백 밝히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조사 대상은 ▲서울과 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윤 대통령의 처가 토지가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된 경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 신규 노선으로 변경하는 과정서 제기된 절차에 관한 의혹 등 6가지 사안이다. 

이미 국정조사 요구서는 국회에 제출했다. 존재감이 커진 원 장관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윤정부도 함께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국정조사에 돌입한다면 원 장관 역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 장관은 대선 기간에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온 인물이다. 선대위가 해체된 이후 선대본부서 당시 윤석열 후보,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선대위 얼굴 역할을 도맡아 당선에 일조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공격하던 인물서 이제는 더 나아가 윤정부의 대표적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원, 양평 고속도로로 차기 입지 흔들?
논란 탓 메시지 약해져…의혹 해소해야 

국토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국민에게는 ‘일하는 장관’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원 장관은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불렸다. 

이전까지 소장파로 불렸으나 윤정부의 공격수로 모습을 바꿔 보수층 지지율도 꽤 높은 편이다. 차기 총선서도 권 의원과 함께 여당의 얼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험지에 출마하더라도 원 장관의 존재감을 감안할 때 충분히 당선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연말 국회 복귀가 다가온 만큼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를 원만하게 마무리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만약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의 원 장관의 정치 행보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원 장관의 출마설이 나오는 대표적인 지역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고양시갑, 서울에서는 동작구다. 권 의원과 마찬가지로 원 장관은 수도권 탈환을 위해 필요한 인물이다. 당내 인지도를 봤을 때 원 장관은 험지로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양평 사태에 휘말려 있는 만큼, 수도권 험지에 나가더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능력 있는 인물을 다수 소비했다. 현실적으로 차기 총선서 새 인물을 수혈해온다고 해도 승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젊은 기업 대표 등 영입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문제는 이들의 인지도가 현역 중진들만큼 커질 수 있느냐의 여부다. 

국민의힘 중진들의 논란이 하나둘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힘도 다소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초선 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쉽게 진화가 가능하지만 중진은 다르다. 논란 자체로도 큰 리스크인 데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선 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공격 빌미
융단 폭격

한 정계 인사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은 물론, 국회 내에서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리스크를 털어내야 당장 여당의 메시지가 강력해진다. 그래야만 차기 총선서 자신은 물론 당의 존재감도 더욱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수도권도 위기?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인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 우리 당 지도 체제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진다”며 수도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렸다. 

경기도 분당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 의원 역시 “심각한 위기”라며 “여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내년에 야당을 뽑겠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도권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한참 밀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30%로 답보 상태다. 이대로라면 수도권의 승리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가올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 평가 격으로 총선서 패배하게 되면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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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