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일 만에…’ 이상민 탄핵 불발 후폭풍

죽지 않고 살아 왔지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 167일 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다시 활동에 기지개를 켜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이 장관은 일단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커졌다. 스타가 될지, 빌런이 될지는 이 장관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 조만간 이 장관을 두고 여야가 다시 충돌할 태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국회가 제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앞서 지난 2월8일, 국회는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 부실 등으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재로 넘겼던 바 있다. 이 장관의 탄핵 여부는 정치권 안팎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헌정사상 국무위원 첫 탄핵 사례로 남을 수 있는 데다, 참사 책임을 정부 인사가 질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행안부의 장이므로 사회 재난과 인명피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정 최초
장관 심판

이 장관은 앞서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 지목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해임건의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자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 본회의 상정 후 가결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야당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적 여론이 팽배했던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꾸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모습이 연출됐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특수본은 이 장관에 대해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피의자로 23명을 송치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참사 책임을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등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장관을 비롯해 서울시청, 경찰청 등 ‘윗선’은 구체적인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때부터 야당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장관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야당이 “스스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수위 높게 압박했음에도 꿋꿋이 견뎠다.

대통령실도 이 장관의 거취를 두고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당의 이 장관 탄핵소추 사유는 ▲사전재난 예방 조치 의무 위반 ▲사회재난 대응 조치 의무 위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었다. 

전원 일치 판결로 기각 결정
복귀하자마자 발 빠른 행보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 적법했는지의 여부 ▲이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헌법 및 법률의 위반 여부였다. 관련 법령 34조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탄핵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야당은 이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과 정황이 있다며 탄핵을 주도했다. 또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발언으로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당시 기동대 투입과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아 인명구조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가 켜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처럼 민주당 등 야 4당은 지속적으로 이 장관 탄핵을 위한 여론 주도를 시도했다.

선고를 앞두고 진보당, 정의당, 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의원 182명이 최종 의견서까지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국회의 국정조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거치면서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재난 안전 총괄 조정권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네 차례 공개변론을 열고 사건의 쟁점을 따졌고, 이태원 참사 전후로 이 장관이 관련 사안을 지켰는지 심리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쟁점은 이 장관 본인에게 잘못이 없더라도 정치적인 책임을 이 장관에게 지울 수 있느냐였다. 

야당의 기대와 달리 이 장관은 끝내 살아 돌아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이다. 탄핵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므로 정지 상태였던 그는 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도 이번 탄핵 기각 결정으로 참사 책임으로부터 발을 뺄 수 있는 틈이 생겼다. 특수본으로 송치된 관련자들 역시 수사가 거북이걸음 중이다. 몇몇 핵심 인물들은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고, 여전히 꼬리 자르기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난 6개월간 고심했다”며 “무한한 책임감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천재지변, 신종 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누가 
책임 지나?

이 장관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자, 유가족은 크게 반발했다. 유가족 측은 “참사 직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순간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첫 행보로 충남 청양군의 수해지역 방문을 택했다. 지난 25일, 청양 지천의 제방 복구 현장을 점검한 뒤 농가도 함께 둘러봤다. 이틀 째인 26일에도 연일 수해 복구현장을 찾는 한편, 발빠르게 관련 대책도 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 번 이태원 참사라는 대형사고를 겪었던 만큼 위기 의식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복귀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연일 그에 대한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7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탄핵 기각이 면죄부가 아니며 기각됐다고 해도 아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159명의 목숨을 빼앗은 책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 탄핵 기각’ 결정으로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당분간 야당은 이 장관 및 윤석열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나 결국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탄핵이 기각되면서 정부 인사들 중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비록 직접적인 법적 책임이 없다고는 하지만, 정치적인 책임마저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앞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참사로 불렸던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사건에선 도의적 책임 등의 이유로 자진사퇴했던 바 있다.

반면, 윤정부에선 각종 재난, 참사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 어떠한 인사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겪었던 국정운영의 타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재신임하는 모양새다. 질책 대신 별도 연락을 취해 재난 대응의 근본 대책 마련을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탄핵 기각을 기점으로 여야는 다시 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 입장에선 여전히 참사에 대해 책임질 인물이 필요하고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떻게든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불안
말실수만 해도 타격 불가피

다만 헌재의 기각 결정은 국민의힘이 반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상민 장관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대상”이라며 “권한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사하고 내지르는 세력은 ‘묻지마 폭력’보다 더 심각한 사회악‘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게다가 무리한 탄핵이었다는 일부 여론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재난 안전 컨트롤 타워의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무리하게 탄핵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피로감을 유발시켰고, 정쟁에 몰두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준비해왔던 입법 법안들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앞서 민주당 내부서도 “탄핵을 무리해서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곤 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 내에서도 추후 이 장관을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이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인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탄핵이 기각됐다고 해서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 한 명도 아니고 무려 159분이나 되는 분들이 졸지에 아무 잘못 없이 정부 잘못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뭐가 그리 잘났느냐? 무엇을 그리 잘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적반하장도 유분수, 후안무치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정부와 용산 대통령실, 여당은 회복하고 정신차려라, 그리고 최소한의 책임을 느끼라”고 촉구했다.

야당 악재
여당 호재

다행히 민주당에게는 아직 ‘이태원특별법’이라는 한가지 카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으로 이 장관의 책임을 다시 묻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이태원 유가족이 직접 발로 뛰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발의됐다. 

핵심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으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설치도 포함됐는데 이는 이태원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다. 특조위는 어떤 행정기관에도 속하지 않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비슷한 구조를 띤다. 

특별조사위원 추천위원회서 17명의 위원을 특조위에 추천하면 대통령은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 특조위원장 역시 위원들이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을 강화한 이유는 조사 범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독립성이 인권위보다 더욱 보장됐고, 대상에는 행정안전부, 경찰, 대통령실 등 여러 정부 부처가 포함된다. 여기엔 정부 개입을 최대한 막겠다는 취지가 강하게 녹아 있다. 

이태원특별법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신속 안건)으로 진행됐고, 야당 의원 183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참사를 정쟁화하는 법이라며 반대했고 당시 표결을 앞두고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서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특별법을 두고 과잉 법안이며, 정쟁을 부추기는 법안으로 정의하는 등 악재로 작용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심한 상황 속에서 본회의 표결까지는 최장 11개월이 걸릴 수 있다. 추후 이를 두고 여야 공방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각 결정이 났지만, 국민의힘도 반사이익이 약해진 측면이 존재하는 등 마냥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 장관의 거친 언행이 반복될 경우, 여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는 데다, 헌재로부터 법적 면죄부만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윤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실수하면
바로 끝

현재 야당의 공격 대상 1호인 이 장관으로선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 장관이 자칫 실수 후 대통령실서 다시 ‘방패 모드’를 취할 경우, 윤정부까지 타격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이 장관은 사퇴 타이밍을 놓쳤다. 이는 앞으로도 그의 행보에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닐 사안이다. 

한 여의도 관계자는 “이 장관은 앞으로 실수가 없어야 한다. 잘못이라고 말할 것들이 생기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탄핵이 기각됐지만 야권에선 이 장관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상민 ‘총선 출마론’ 민주당이 키워줬다?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복귀 첫날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탄핵을 기회 삼아 차기 총선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을 스타로 키워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즉시 선을 그었다. 

유 대변인은 “야당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하는데 마찬가지다. 총선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이 장관 성향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게 잘 맞지 않는다. 장관직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기각되자마자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가 되려 역풍을 맞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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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