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일 만에…’ 이상민 탄핵 불발 후폭풍

죽지 않고 살아 왔지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 167일 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다시 활동에 기지개를 켜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이 장관은 일단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커졌다. 스타가 될지, 빌런이 될지는 이 장관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 조만간 이 장관을 두고 여야가 다시 충돌할 태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국회가 제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앞서 지난 2월8일, 국회는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 부실 등으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재로 넘겼던 바 있다. 이 장관의 탄핵 여부는 정치권 안팎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헌정사상 국무위원 첫 탄핵 사례로 남을 수 있는 데다, 참사 책임을 정부 인사가 질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행안부의 장이므로 사회 재난과 인명피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정 최초
장관 심판

이 장관은 앞서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 지목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해임건의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자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 본회의 상정 후 가결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야당에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적 여론이 팽배했던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꾸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모습이 연출됐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특수본은 이 장관에 대해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피의자로 23명을 송치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참사 책임을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등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장관을 비롯해 서울시청, 경찰청 등 ‘윗선’은 구체적인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때부터 야당의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장관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야당이 “스스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수위 높게 압박했음에도 꿋꿋이 견뎠다.

대통령실도 이 장관의 거취를 두고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당의 이 장관 탄핵소추 사유는 ▲사전재난 예방 조치 의무 위반 ▲사회재난 대응 조치 의무 위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었다. 

전원 일치 판결로 기각 결정
복귀하자마자 발 빠른 행보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 적법했는지의 여부 ▲이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헌법 및 법률의 위반 여부였다. 관련 법령 34조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때는 탄핵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야당은 이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과 정황이 있다며 탄핵을 주도했다. 또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발언으로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당시 기동대 투입과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아 인명구조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가 켜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처럼 민주당 등 야 4당은 지속적으로 이 장관 탄핵을 위한 여론 주도를 시도했다.

선고를 앞두고 진보당, 정의당, 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의원 182명이 최종 의견서까지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국회의 국정조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거치면서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재난 안전 총괄 조정권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네 차례 공개변론을 열고 사건의 쟁점을 따졌고, 이태원 참사 전후로 이 장관이 관련 사안을 지켰는지 심리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쟁점은 이 장관 본인에게 잘못이 없더라도 정치적인 책임을 이 장관에게 지울 수 있느냐였다. 

야당의 기대와 달리 이 장관은 끝내 살아 돌아왔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이다. 탄핵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므로 정지 상태였던 그는 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이 장관도 이번 탄핵 기각 결정으로 참사 책임으로부터 발을 뺄 수 있는 틈이 생겼다. 특수본으로 송치된 관련자들 역시 수사가 거북이걸음 중이다. 몇몇 핵심 인물들은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고, 여전히 꼬리 자르기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난 6개월간 고심했다”며 “무한한 책임감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천재지변, 신종 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누가 
책임 지나?

이 장관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자, 유가족은 크게 반발했다. 유가족 측은 “참사 직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순간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첫 행보로 충남 청양군의 수해지역 방문을 택했다. 지난 25일, 청양 지천의 제방 복구 현장을 점검한 뒤 농가도 함께 둘러봤다. 이틀 째인 26일에도 연일 수해 복구현장을 찾는 한편, 발빠르게 관련 대책도 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 번 이태원 참사라는 대형사고를 겪었던 만큼 위기 의식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복귀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연일 그에 대한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7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탄핵 기각이 면죄부가 아니며 기각됐다고 해도 아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159명의 목숨을 빼앗은 책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 탄핵 기각’ 결정으로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당분간 야당은 이 장관 및 윤석열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나 결국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탄핵이 기각되면서 정부 인사들 중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다. 비록 직접적인 법적 책임이 없다고는 하지만, 정치적인 책임마저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앞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참사로 불렸던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사건에선 도의적 책임 등의 이유로 자진사퇴했던 바 있다.

반면, 윤정부에선 각종 재난, 참사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 어떠한 인사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겪었던 국정운영의 타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재신임하는 모양새다. 질책 대신 별도 연락을 취해 재난 대응의 근본 대책 마련을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탄핵 기각을 기점으로 여야는 다시 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 입장에선 여전히 참사에 대해 책임질 인물이 필요하고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떻게든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불안
말실수만 해도 타격 불가피

다만 헌재의 기각 결정은 국민의힘이 반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상민 장관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대상”이라며 “권한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사하고 내지르는 세력은 ‘묻지마 폭력’보다 더 심각한 사회악‘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게다가 무리한 탄핵이었다는 일부 여론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재난 안전 컨트롤 타워의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무리하게 탄핵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피로감을 유발시켰고, 정쟁에 몰두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준비해왔던 입법 법안들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앞서 민주당 내부서도 “탄핵을 무리해서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곤 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 내에서도 추후 이 장관을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이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인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탄핵이 기각됐다고 해서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 한 명도 아니고 무려 159분이나 되는 분들이 졸지에 아무 잘못 없이 정부 잘못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뭐가 그리 잘났느냐? 무엇을 그리 잘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적반하장도 유분수, 후안무치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정부와 용산 대통령실, 여당은 회복하고 정신차려라, 그리고 최소한의 책임을 느끼라”고 촉구했다.

야당 악재
여당 호재

다행히 민주당에게는 아직 ‘이태원특별법’이라는 한가지 카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으로 이 장관의 책임을 다시 묻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이태원 유가족이 직접 발로 뛰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발의됐다. 

핵심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으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설치도 포함됐는데 이는 이태원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다. 특조위는 어떤 행정기관에도 속하지 않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비슷한 구조를 띤다. 

특별조사위원 추천위원회서 17명의 위원을 특조위에 추천하면 대통령은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 특조위원장 역시 위원들이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을 강화한 이유는 조사 범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독립성이 인권위보다 더욱 보장됐고, 대상에는 행정안전부, 경찰, 대통령실 등 여러 정부 부처가 포함된다. 여기엔 정부 개입을 최대한 막겠다는 취지가 강하게 녹아 있다. 

이태원특별법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신속 안건)으로 진행됐고, 야당 의원 183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참사를 정쟁화하는 법이라며 반대했고 당시 표결을 앞두고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서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특별법을 두고 과잉 법안이며, 정쟁을 부추기는 법안으로 정의하는 등 악재로 작용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심한 상황 속에서 본회의 표결까지는 최장 11개월이 걸릴 수 있다. 추후 이를 두고 여야 공방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각 결정이 났지만, 국민의힘도 반사이익이 약해진 측면이 존재하는 등 마냥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 장관의 거친 언행이 반복될 경우, 여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는 데다, 헌재로부터 법적 면죄부만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윤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실수하면
바로 끝

현재 야당의 공격 대상 1호인 이 장관으로선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 장관이 자칫 실수 후 대통령실서 다시 ‘방패 모드’를 취할 경우, 윤정부까지 타격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이 장관은 사퇴 타이밍을 놓쳤다. 이는 앞으로도 그의 행보에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닐 사안이다. 

한 여의도 관계자는 “이 장관은 앞으로 실수가 없어야 한다. 잘못이라고 말할 것들이 생기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탄핵이 기각됐지만 야권에선 이 장관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상민 ‘총선 출마론’ 민주당이 키워줬다?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복귀 첫날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탄핵을 기회 삼아 차기 총선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을 스타로 키워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즉시 선을 그었다. 

유 대변인은 “야당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하는데 마찬가지다. 총선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이 장관 성향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게 잘 맞지 않는다. 장관직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기각되자마자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가 되려 역풍을 맞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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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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