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일가 ‘양평 카르텔’ 논란

급 노선 변경 ‘알았나 몰랐나’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에는 양평고속도로 사업에 얽힌 김건희 여사와 그의 처가를 둘러싼 부동산 특혜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눈에 불을 켜고 이권 카르텔 추적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포하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었다. 몸집을 키워가는 진실 공방의 종점이 어디일지 이목이 쏠린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두고 김건희 여사와 그의 일가를 둘러싼 ‘부동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고속도로 종점이 당초 계획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바꾸는 안이 공개되면서다. 종점과 0.5㎞ 떨어진 곳에는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이 있다. 기막힌 우연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선이다.

절묘한 턴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6일,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당원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땅 투기한 곳으로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문제가 된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서 광주시를 지나 양서면까지 약 27㎞ 구간을 잇는 사업이다. 이 방향으로 길을 트게 되면 평일 출퇴근 차량은 물론 혼잡했던 두물머리 교통량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됐다.

해당 사업은 2008년 경기도에 처음 제안됐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7년 1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발표한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2016~2020년)’에 포함되면서 동력을 되찾았다. 2019년 3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고, 2021년 4월 이를 통과하면서 본격 추진에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서면 종점부 노선에는 변동이 없었는데,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 건 지난해 7월경이었다.

당시 양평군은 국토부에 기존 노선을 일부 조정하거나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등 3개 노선안에 대한 건의 의견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5월8일 국토부는 ‘서울-양평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서를 통해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이 바뀌자 고속도로 종점도 김 여사 소유의 땅 인근으로 변경됐다는 의혹이 툭 튀어나왔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서 여당인 국민의힘 전진선 후보가 양평군수로 당선된 후 사업의 방향성이 바뀐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양평 고속도로 계획 달리 종점 조정
주변에 김 가족 땅…특혜 의혹 제기

국토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현지 여건과 교통량 분산 효과, 환경영향 등을 고려한 최적안을 만들어가는 단계일 뿐, 확정안은 아니다”며 노선안이 변경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양평군서 먼저 변경된 노선안을 제시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양평군청에 문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양평군청 관계자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해당 사업은 두물머리 일대의 교통체증 완화를 위한 것이므로, 종점이 바뀌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예산과 총연장을 2㎞씩 늘여가면서까지 종점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국토부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점도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아내와 처가만 배를 불렸다는 비판이 가장 크다. 변경된 노선안대로 고속도로가 생길 경우, 해당 부지로부터 송파, 강남까지 20~30분이 소요돼 김 여사 소유 부동산이 ‘황금 땅’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길이 뚫린다면 부동산 가격은 최소 2배 이상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건 보통이 아닌 일”이라며 “논평 한두 장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양평 카르텔’이 아닌 ‘김건희 카르텔’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양평군수를 지낸 김선교 여주‧양평 당협위원장(전 국민의힘 의원)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 양평군민들의 ‘관내 IC 신설’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

김 당협위원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예비타당성 통과안에는 양평군 관내에 IC 신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군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지역구 의원이었던 저의 강력한 신설 요구와 국토부의 검토 결과에 따라 변경안이 마련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국토위 회의는 지난해 8월1일 진행됐고 국토부의 의견수렴 요구는 같은 해 7월18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당협위원장의 해명이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셈이 됐다.

기막힌 우연일까
의도된 계산일까

해당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 처가가 양평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이미 대통령선거 과정서부터 알려진 사실로 사업 관계자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여사의 권력이 양평까지 뻗어 ‘김건희 라인’이 생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여사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참모들이 나서 아부를 떨고 ‘알아서 기었다’는 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지난 5일 ‘고속도로게이트TF’(이하 TF)를 꾸리고 해당 사건을 ‘양평 카르텔’로 본격 규정하는 등 김 여사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당협위원장, 전진선 양평군수, 그리고 김 여사와 그의 가족들이 진정한 ‘이권 카르텔’의 한 팀이라고도 못 박았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원 장관은 긴급 당정협의서 고속도로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 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TF가 꾸려진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었다.

원 장관은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서 하라”며 “(그때는)민주당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노선 결정 과정에 관여하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저에게 청탁 압력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만 아니라 정치생명도 걸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을 향해서는 “간판을 걸라”고 응수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아무래도 원 장관이 제 발이 저린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이권 카르텔이 드러나니 이를 감추기 위해 급히 무마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이를 두고 ‘직권남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면 백지화

고 의원은 “양평군민들이 원 장관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10년 가까이 염원해왔던 고속도로 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으니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1조원이 넘는 사업이 단 한 사람의 말만으로 백지화가 될 위기에 처했는데, 과연 이렇게 쉽게 엎을 수 있는 사업인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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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