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용’ 안철수·나경원·유승민·이준석 끌어안기

멀어진 4인방 다시 모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공개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쉽지 않다. 이러다가 차기 총선서 정말 필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국민의힘 내부서 감돈다. 최근 들어 내친 인물들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내치기 전에는 이미지가 정말 괜찮았기 때문이다. 배신자, 총질러, 방해꾼에게 손을 다시 내밀게 될까?

22대 총선 디데이가 200일대까지 떨어지며 한층 더 바짝 다가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우려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돈봉투 사건 및 코인 거래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 내 악재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당협위원장 공모에 수도권 신청이 저조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급하다 급해
총선 빨간불

국민의힘은 최근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서는 등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앞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서울 9곳 ▲부산 1곳 ▲인천 3곳 ▲울산 1곳 ▲대전 2곳 ▲경기 14곳 등 총 36개 지역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조강특위는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공모를 보고받은 뒤,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민의힘에서는 경쟁력 있는 인물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청년에 초점을 맞춰 젊은 기업인 등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당협위원장 공모의 특징은 현역 의원 외에도 원외 인사들 다수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 중에는 대통령실 출신의 인물도 포함돼있는데 바로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대통령실 출신으로는 2번째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국민의힘에는 한층 더 불안함이 감돈다. 부산 물갈이설, 수도권 험지 출마론 등 여러 이야기가 나와서다. 


황보승희 의원 발 논란이 물갈이설의 시발점이다. 황보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중·영도인데 그에게 최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사생활 논란이 일었다. 앞서 논란이 일자 그는 국민의힘 탈당 및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이런 탓에 부산 일대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관건은 황보 의원의 지역구에 누가 ‘공천’을 받게 되느냐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고 평가되는 검찰 출신 인사 가운데 부산 출신이 많다는 것도 물갈이설에 힘을 보탠다. 현재 부산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은 총 14명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중 일부 인사는 부산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당이나 지역을 제대로 다져놓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이들이 주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특성 탓에 부산 지역은 보수당 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란 것도 특징이다. 수도권 험지 출마론도 현역 의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데, 영남권 소속 의원들을 대거 수도권에 출마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안, 미리 민심 다져…비윤이나 필요
나, 보수 대표 여성 정치인급 인정

이미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소속으로 험지에 출마할 인물이 딱히 없다는 걱정이 나온다. 수도권에 인재가 고갈된 데다, 그나마 있던 인재들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다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일단 수도권은 확실히 문제로 거론되는데, 조강특위 공모 지역 36곳 중 무려 26곳(서울 14곳, 경기 3곳, 인천 3곳)이 수도권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수도권은 지역구 의석을 50% 가까이 차지할 만큼 수가 많다. 총선 때마다 중도 표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지역이고 전체 총선의 향배를 가르기도 한다. 이번에 포함된 수도권 26개 지역은 국민의힘이 대부분 패배해온 지역이라 더욱 험지로 분류된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선 단 한 지역도 가져오지 못했다. 신청만 하면 공천받을 확률이 높지만, 대부분 기피한다. 현역 의원이 없는 탓에 조직 관리가 힘들며 대표적인 ‘얼굴 없는’ 케이스로 불린다. 

게다가 제3지대들이 속속 출현하거나 출연을 예고하고 있어 국민의힘에 불편 요소로의 작용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무당층(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층)을 노리고 있으며,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경우 ‘청년층’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역시 조만간 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새 정치’를 내걸고 기존의 양당 정치세력을 타파하겠다는 게 주요 목표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의 성공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노리는 지점은 기존 정당들의 빈틈이다. 국민의힘 역시 틈을 메우기 위해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결국 총선은 얼굴(인물)로 치러지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바로 얼굴로 어느 인물을 세우느냐다. 막연하게 김기현 대표와 윤 대통령의 얼굴로만 총선에 돌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르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에 뒤처져 있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키워드로 ‘방탄 국회’ ‘이재명’ ‘문재인정부’를 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언제까지 남탓만 하겠냐며 비판 목소리도 들린다.

갈길이 막막
악재 투성이

민생에 방점을 찍고, 괜찮은 메시지를 내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김 대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후반 대와 40% 초반대를 오가며 박스권에 갇혀 있다.

결국 자체적으로 ‘얼굴’을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온 셈이다. 이 같은 인식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역구는 손을 대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은 당시에도 해당 지역을 손대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국민의힘에서도 일정 부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인지도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성비위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으며 대표직서 물러났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원외서 세력을 꾸준하게 모아왔다. 그는 꾸준히 험지로 통하는 노원병에 출마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출마는 불가하다. 그의 당원권 정지 시점은 내년 1월8일이다.

물리적으로 후보 등록 시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신청 자체도 쉽지 않다. 다만 당 지도부의 의결이 이뤄진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이 전 대표가 나간 뒤, 국민의힘 청년층 지지세는 한동안 크게 휘청거렸다. 지금쯤 당 지도부에선 이 전 대표의 복귀 및 완전한 손절을 두고 청년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서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청년의 중요성을 연일 체감하고 있으며 현재 청년층의 지지가 굳건하지 않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이런 탓에 연일 청년에 방점을 찍고, 예비군 학습권 보장 법제화, 452억원 규모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114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 등을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이 같은 공약이 성공한다면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년층이 국민의힘에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계속 민심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보수 정치인에게 약한 부분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놓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 반기를 드는 중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민주당으로 입당하라는 힐난까지 나온다. 그는 윤정부의 정책, 오염수 방류, 킬러 문항 삭제 등 매 사안이 발표될 때마다 어깃장을 놓고 있다.

반기 접고
원팀으로?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 전 의원에게 분탕질만 한다며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용 의원은 유 전 의원을 향해 “정치인 유승민은 사라졌고, 정치 협잡꾼 유승민만 남았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유 전 의원이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유 전 의원은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국민의힘과, 윤정부에 가한 공격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이 노리는 지점도 결국 ‘민심’으로 오염수 방류는 국민의 상당수가 반대 중인 사안이다. 국민의힘이 상당히 고민되는 지점일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내에서의 이미지는 좋지 않으나, 대외적으로 유 전 의원의 인지도는 전 국민적으로 어느 정치인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유 전 의원은 일찍부터 민주당과 국민의힘, 윤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해왔다. 이른바 중도 무당층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총선이나 다음 대선서 민심을 미리 다져놓기 위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 전 의원의 내부 총질이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도가 없다. 여러 인사들이 유 전 의원에게 경고와 비판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징계 등의 조치는 따로 내려지지 않았다. 민심이 유 전 의원의 무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당내 일각에선 총선 때 유 전 의원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도 생겼다. 그러나 여권의 거부감이 워낙 큰 만큼 실제로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전 의원이 말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면, 행동으로 일찌감치 지역구 다지기에 돌입한 인물이 있다. 바로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윤 대통령과 윤안 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외치고 나섰으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고 나섰다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규정됐던 바 있다. 

유, 차기 대권주자 1위 무당층 포섭
이, 청년표 계산 뒤 손잡을 지 결정

앞서 안 의원은 재보궐선거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지역구에 입성했었다. 그러나 전대 이후 김 수석이 다시 안 의원 지역구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안 의원은 지역구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입장서도 안 의원은 위협적인 존재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지역구를 윤심 공천 가늠자 격으로 보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계서 비윤(비 윤석열)계로 낙인찍혀버린 안 의원에게 다른 지역구를 제안할 경우,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 역시 유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표처럼 민심에선 여느 정치인 못지 않은 인물로 통한다. 안 의원이 열심히 지역구를 다지고 있는 것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의원에게도 험지 출마론과 본래 지역구였던 노원병 출마설이 제기됐으나, 현 지역구인 성남분당갑을 무조건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조금씩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개인적 행보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안 의원은 스스로 미리 민심을 다져놓으면 당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도당위원장 역시 다른 인물에게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일부 안 의원에 대한 정치적 인지도 등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 세력과 갈등을 겪었던 터라 그의 손을 쉽사리 잡지도, 뿌리치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 유 전 의원과 반대로 잠행을 택한 인물도 있다. 바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나 전 대표는 대통령실의 압력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 자리서 물러났으며, 당 대표 출마도 포기했다. 

지난해 수해복구 현장부터 얼굴을 드러내며 지역구 관리에 힘써왔다.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공천 여부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전투력이 강한 나 전 의원 역시 필요한 인물로 보고 있다. 본래 보수 세력에게 호감도가 높았던 인물인 데다 보수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다.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얼굴 중 한 명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비윤·친윤 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 

단순히 당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라는 이유로 총선을 앞두고 내칠 경우, 보수당의 분열은 불보듯 뻔하다. 또 측근 공천, 낙하산 공천 등 공천 파동이 일어나게 된다면 차기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국민의힘은 대선 과정서도 수많은 다툼과 화해가 반복돼왔다.

내부의 적
역풍 우려

당시처럼 억지로라도 손을 잡고, 총선 승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 역시 이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전당대회는 결국 내부 조직 다지기에 그치지 않아 극단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총선은 민심과 얼굴로 치를 수밖에 없어 하루라도 빨리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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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