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부작용 두 번 울리는 병원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27 15:30:27
  • 호수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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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사 까는 진단서 “안 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성형외과서 기능코 수술을 했다. 기능코 전문 병원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수술 후 결과는 처참했다. 코안의 뼈는 심각하게 휘었고, 귀 모양 변형까지 왔다. 하지만 그 어떤 병원서도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진단서를 써 주지 않는다.

성형외과는 사람 몸에 생긴 선천적·후천적 변형과 기형으로 생긴 형태와 기능을 정상에 가깝도록 수술해 교정하는 외과수술을 하는 곳이다. 성형외과가 다루는 의료 분야는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성형수술을 한다’고 하면 미용수술과 재건 수술을 생각한다. 한국이 인구 대비 성형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인 탓이다.

실제로 성인남녀 10명 중 1명, 30대 여성은 10명 중 3명이 성형수술 유경험자다. 눈, 코, 입을 포함한 15개 신체 부위에 134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부위별 시술법과 보형물의 종류에 따라 세분하면 시술 방법은 940가지가 넘는다.

늘어나는 분쟁
합의는 제자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형수술 부작용이나 후유증으로 분쟁 조정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수술, 시술, 주사, 처치 등 부작용과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피부과 및 성형외과 의료분쟁 신청 건수는 114건이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의료분쟁은 2018년 225건서 2019년 208건, 2020년 190건으로 감소하다가 2021년 194건으로 다시 느는 추세였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수술 분쟁이 2018~2020년 53건, 2021년 54건으로 전체의 25% 내외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으며 ▲2018년 27건 ▲2019년 24건 ▲2020년 27건 ▲2021년 12건이었다. 시술 분쟁은 2021년부터 16건으로 신규 집계됐다. 지난해엔 10건이 발생했다. 

합의에 이르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2018년엔 총 225건의 분쟁 중 합의된 건은 59건에 그쳤다. 합의율은 2019년 25.4%, 2020년 24.7%, 2021년 33.5%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기준 114건 중 19건이 합의됐고 이 중 36건은 분쟁 조정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의료기술이 해외서 인정받고 있고, 특히 성형수술 분야는 독보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렇다면 성형수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코안 쪽 뼈가 심각하게 휘어 기능코 수술을 한 A씨는 “피해자가 되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일을 겪기 전엔 전혀 몰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B 병원서 기능코 수술을 받았는데 이 병원은 초창기부터 기능코 수술로 자리매김했다. 코 성형수술 상담 당시 병원 의사는 A씨에게 “코안 쪽이 심각하게 휘어 있고 협착도 있다. 이미 코가 매우 높으니 보형물을 넣지 말고, CT상에 메부리가 보이니 교정하자”고 권유했다.

그는 해당 병원 의사를 믿었다. 당시 기능코 수술은 시간이 경과하면 실비 보험처리가 불가능했다. 5월은 병원 비수기라 그달에 상담하고 바로 수술을 받았다.

점점 늘어나는 K-성형의 그늘
10군데 이상 거절당한 소견서


부작용은 수술한 뒤 바로 나타났다. A씨는 수술을 담당했던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경과에 대해 물었다. 간호조무사는 원내 총괄실장을 통해 ▲귀 연골을 크게 떼어냈고 ▲인조 진피를 사용했다 등의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상담 과정에선 인조 진피를 사용할 것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실제로 A씨는 귀가 계속 불편했다. 수술에 귀 연골을 사용했기 때문에 몰딩을 귀에 넣어줘야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몰딩은 연골을 뗀 귀 모양에 변형이 오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계속 귀를 포함한 머리 통증이 있었지만, 담당 주치의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네이버 지식인에 “코 수술을 한 지 약 20일째다. 비중격이 작아 귀 연골을 사용했다는데, 병원서 준 귀 몰딩은 맞지 않는다. 30분씩 씨름하고 끼면 귀만 아프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했다.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해당 지식인 상담 의사는 “연골을 어떻게 떼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절개한 상처 아래로 들뜸 현상이 생겨 굴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며 “혈종(혈관 밖 국부 출혈)이 생긴 것이 흉살로 바뀐 것 아닌지 의심된다. 이런 상황이니 레진몰드도 제대로 끼워지지 않는다. 귀 모양의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몸이 망가진 느낌이 드는 데다, 주치의를 믿고 기다리기엔 귀 모양도 좋지 않았다. A씨는 지인 의사에게 귀 사진을 보여주며 자문을 구했는데, 귀 모양만 문제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코 모양까지 틀어져서, 한쪽 콧속 뼈는 너무 휘어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으며 당연히 비염도 개선되지 않았다. 

지인 의사는 A씨에게 귀 모양 변형이 심각한 상태인 만큼 조속히 귀 성형 전문병원을 찾아 가라고 조언했다. 이미 귀가 수축 및 착색으로 구축됐고, 피부 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틀어진 귀
휘어진 코

귀 성형 전문의는 “귀 피부가 죽었다. 연골 채취 양과 위치가 잘못됐다”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내렸다. 그러면서도 해당 의사는 A씨의 귀가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소견서를 써 주는 것은 거절했다.

이후에도 성형수술 집도의는 귀나 코 상태가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코 모양이 최고며 구조적인 문제도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A씨는 연골을 채취했던 귀 뒤쪽서 끊임없는 통증에 시달렸으며 원래 매끈했던 콧대도 혹이 난 것처럼 울퉁불퉁해졌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대개 성형수술은 수술 이후 6개월까진 무조건 경과를 지켜본다. 수술 후 모양이나 기능적인 부분의 문제점은 6개월 뒤에 확인하는 게 보편적이다. 이 시기에 귀의 상처는 점점 아물었다. 하지만 귀 뒷머리 통증은 여전했고, 어느 때는 머리가 마비되는 느낌이 들 정도의 통증이 몰려왔다.

9개월이 지난 시점이 되자, 집도의는 “다른 사람에 비해 귀 모양이 많이 틀어진 건 아니다. 이 정도 변형은 다 있다. 환자가 생각하는 것과 객관적인 것은 다르다. 귀 통증은 일반적이지 않으니 정확하게 검사해봐야 알 수 있다. 검사 결과지를 가져오면 진단에 맞춰 치료 방법을 확인해주겠다”고 했다.

A씨는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적힌 의사소견서나 진단서가 필요했다. 수술 전에는 비염 증상 외엔 어떤 문제도 없었지만, 이런 부분은 의미가 없었다.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진단서에 써주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를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성형외과서 코 성형수술 후 귀에 문제가 생겼다”고 문의하자 “성형외과서 수술 받았으면 진료가 불가하다. 당장 염증 등의 문제가 심각하면 응급실을 통해서 올 순 있다”는 답을 들었다.

여러 번
진료 거부

다른 대학병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료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비인후과에서는 신경외과로 가라고 했고, 신경외과에선 통증의학과를 권유했다. 다시 통증의학과를 가면 성형외과로 가 보라는 식이었다. 당연히 진단서는 받을 수 없었다. 

또 다른 대학병원에선 ‘성형외과가 없는 병원’이라며 진료를 거부했다. 이 외에도 일반 이비인후과 세 곳을 더 방문했지만 모두 진단서 작성을 거부했다. 어떤 성형외과는 진단서 코드명을 넣을 수 없어 진단서를 발급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서울이 아닌 지역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귀 통증의 원인이 궁금했던 A씨는 해당 의사로부터 “귀 연골을 떼내서 생긴 통증으로 증명이 잘 안 된다. 소견서에는 ‘의심이 된다’고만 쓸 수밖에 없다”며 “아마 다른 의사도 소견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을 들었다.

그러면서 “유명한 곳에서 수술한 거 아니냐? 거기서 뭐라고 했나? 귀는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해당 병원을 찾아 “귀 검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병원은 “검사를 해도 의미가 없다”며 돌려보냈다.


다른 지역의 이비인후과에선 “귀 부위를 교정하면 좋다. 하지만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차라리 실리콘을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성형외과로 큰 업적을 이룬 의사도 있었는데 그는 A씨를 수술한 B 병원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것 같다고 의심했다.

해당 의사는 “코 모양이 완전히 돌아갔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맞는지 의심된다. 이 정도면 재수술해야 한다. 연골이 완전히 누웠다. 코가 거의 통째로 쓰러졌고, (코끝이)수술했다고 도장 찍어 놓은 것처럼 연골을 넣었다. (귀를 확인한 뒤)Y자는 건드리면 안 되는데, 귀 브리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코 재수술로 유명한 성형외과도 의견은 같았다.

해당 성형외과는 “코 시작 부분이 아예 옆으로 누웠다. 안장코가 된 것 같다. 메부리 부분을 간 게 아니고 뼈를 친 것 같다. 오른쪽 코로는 숨이 안 쉬어질 것”이라며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속이 문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옆으로 더 주저앉을 것이다. 비중격(비강을 좌와 우로 나누어주는 칸막이 벽)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주치의가 “문제없다” 하면?
“피해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A씨의 코와 귀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망가졌다고 진단했지만, 소견서나 진단서를 써 주진 않았다. 겨우 받은 소견서에서도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 내용은 빠져 있었다. 

소견서에는 “우측 귀의 연골 관련 수술 이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어 신경과 외래로 내원했다. 상기 진단 가능성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이에 대해 약제 처방 추적 관찰 예정이다” “환자 내원 시 시행한 비내시경검사 및 이학적 검사상 우측 코막힘, 우측 턱 비대증 소견이 확인됨”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전부 이런 식이었다. 성형수술이 문제가 됐다는 말은 일절 들을 수 없었다.

A씨는 ‘재수술’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뒤 대학병원서 진료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재수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해당 대학병원 의사는 “코안 쪽이 완전히 휘어 숨을 쉴 수가 없다. 다시 비중격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어서 재수술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우측 코막힘이 지속할 시, 기능코 재수술을 권유했다.

재수술 문의에 의사들은 “이제는 코에 실리콘을 사용하려고 해도 사용 불가능한 상태다. 코끝 포인트만 뾰족하고 양옆은 퍼져 있어서 주먹코가 될 수도 있다. 코안 비중격이 휘어있으나 수술 시 상태를 다시 봐야 하지만 귀는 수술이 불가하다” “귀 수술이 잘못돼 3차 신경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코 모양으로 복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귀는 수술이 불가하다” 등의 진단을 내렸다.

A씨는 성형외과 수술 피해자다. 모든 수술이 잘될 수는 없겠지만, 비상식적인 방법의 수술로 코는 수술 효과가 전혀 없고, 귀는 재수술할 수도 없는 상태다. 그는 빈번하게 찾아오는 신경통으로 심각한 불면증마저 겪고 있다. 

이제 A씨에게 남은 것은 재수술뿐이다. 이번 일로 직장은 그만뒀고 어디를 가더라도 모자를 써야 했다. 이런 과정서 피해자가 느낀 것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진단서 받급도 할 수 없었다.

피해자는
어디로?

A씨는 “타 전문의와 일반인도 수술 후 귀와 코 모양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B 병원 의사만 인정하지 않는다. 나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재수술을 빨리 받고 싶다”면서도 “수술이 잘못됐다는 객관적 증거인 진단서를 받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조차 B 병원은 협박이라고 한다”고 억울해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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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