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아들’ 공방전

자녀 놓고 벌이는 헛심 공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가상자산(코인) 논란이 여의도 정가서 끊임없이 터진다. 이번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아들이 문제다. 김 대표는 아들이라는 역린을 건드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들을 걸고 넘어졌다. 서로 물타기 중 한쪽에선 완벽히 동의하는 척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이 사태를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만 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들 논란을 두고서 여야가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온갖 공세를 당했다. 김 의원의 탈탕까지 이끌어냈다. 결국 정치권의 코인 논란은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확전됐다. 이번에는 김기현 대표의 아들이 블록체인 업체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지도부
리스크

민주당도 즉시 공격을 가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김 대표가 단순 직원이라고 해명했는데, 최고운영책임자(COO)다. 대표급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상파악을 위해 민주당은 가상자산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할 계획이다. 

물론, 근무 자체만으로는 논란거리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대체불가토큰(NFT)과 게임 관련 회사의 억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에 더해 해당 회사가 러그플, 즉 ‘먹튀’ 논란이 있던 곳이라는 점이다. 

앞서 김 대표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블록체인 회사의 NFT 프로젝트가 과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NFT는 메타버스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바타 NFT로 소개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민팅서 완판 기록을 세울 정도로 유망한 NFT로 꼽혀왔다. 원화로 따지면 16억~17억원상당을 판매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회사가 1년 가까이 약속된 로드맵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또 담당 팀원 규모를 축소했다며 먹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회사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논란에 대해 일축했지만 러그플 의혹은 김 대표의 아들 발언서도 확인 가능하다. 

김 대표 아들이 지난해 2월, NFT와 관련한 음성채팅 프로그램에 남긴 글이 화근이 됐다. 아들 김모씨는 “불장이 다시 왔을 때 다바로 인생 엑싯(탈출)해야죠”라고 언급한 것. 즉 상승장일 때 한 방에 인생을 역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엔 여러 공격들이 들어온다. 김 대표가 직접 나서 아들의 가상자산을 공개하라며 옥죄고 있다. 또 민주당은 아들의 회사가 전무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인데, 해시드는 수조원대 코인 사기 행각을 벌인 테라, 루나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이었던 2021년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한 바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가상화폐가 불안한 청년들의 자화상”이라며 “투자자 보호장치부터 준비하고, 과세 시점도 유예해야 한다”고 가상화폐 과세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김 대표 아들은 SNS와 링크드인, 유튜브에 출연했던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아들이 봉급을 받는 중소기업의 회사원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격 들어오자 다시 아들로 역공
신고 ‘본인’만 있어 사실상 꼼수

앞서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도 아들이 단순 회사원이라고 해명했으나 ‘50억 퇴직금’ 논란이 일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던 바 있다. 


지난 15일, 김 대표는 상황이 다급해지자 아들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국회법과 공직자윤리법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김남국 코인 논란을 감추기 위한 물타기라고 몰아갔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서 해당 논란에 대한 질의를 받자, 오히려 ‘NFT가 코인이냐’며 되물으면서 즉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 전 있었던 국회의원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서 발견됐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9일, 국회의원 가상자산 등록 안내서를 각 의원실에 배포했다. 이번 달 말까지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모으기로 했다. 

여야 의원들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인 2020년 5월3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가상자산 소유 현황과 변동내역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세부 내역은 가상자산 거래일자, 거래 비용, 거래 상대 등이 포함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가상자산 공개 대상이 본인으로 한정돼있다는 점이다. 

가족은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신고는 본래 직계존비속으로 법률화돼있는데, 공직자윤리법 제3조, 제5조, 제6조에 따라 공개 의무가 있다. 즉, 가상자산 공개 시 본인으로만 한정해 양당이 가상자산 등록에 합의한 셈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게다가 국회의원 가족의 경우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하도록 공개 시점이 미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대표 아들이 이미 가상자산을 팔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현재로선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불거진 NFT 외에 그의 아들이 다른 가상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알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국회법에 따라 독립생계자일 경우 고지를 거부하면 공개할 의무도 없어진다. 실제 김 대표는 올해 아들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한 전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 절차를 마치며 국민의힘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행위도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정보 제공 동의서라는 게 문서 양식이 있긴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양식이 다 다르다”며 “(민주당이)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힌 수준이고, 해당 동의서로 실제 조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회사마다 양식이 달라 어떤 분야는 빠져 있는 등 제각각인 셈이다. 한 의원실의 경우 직접 양식을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게 ‘정치적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다른 국회 관계자도 “요식행위일 수 있다. 국민의힘도 이를 알고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 동의서를 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원실서 만든 형식을 윤리감사관실서 만든 것처럼 의원들에게 보내면 동의서를 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 회사 내에서 정보를 받으려면 저마다 동의서를 내야 한다.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동의서만 제출해놓은 상태라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먹튀 논란
둘 다 위험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 대표 아들 논란이 커져버린 까닭에 민주당의 주장은 힘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도 동의서 제출에 유보적인 태도다. 전수조사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달까지 입법 절차인 가상자산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수조사 반대 이유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문재인정부 인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포함시켰다. 

채택된 결의안은 여야 합의 사안이다. 국민의힘서 유일하게 제출한 인사는 안철수 의원뿐이다. 이런 탓에 논란은 국민의힘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론 민주당의 한발 앞선 조치가 먹혀든 셈이다. 

현재 청년층은 일시적이나마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중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로 자꾸 시간을 끌 경우인데, 전 위원장이 물러나고 난 뒤 뒤늦게서야 전수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아들 논란이 더 확전될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돼 당 차원서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 

전수조사 역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가상자산 전수조사는)우리 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다”고 언급했었다. 


양당이 가상자산으로 공방을 벌이던 중 김 대표 아들이 공격을 받자 국민의힘은 반대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들을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앞서 이 대표 역시 아들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아들 이모씨가 성매수와 도박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민주당 조사 응하는 척 요식행위
앞으로 더욱 대화 단절될 가능성

해당 논란은 대선 기간인 2021년 터졌다. 이씨가 미국에 서버를 둔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게시판에 200개 정도 게시글을 올린 게 문제였다. 해외 포커 사이트의 게임머니를 거래하자는 글도 다수 올렸다. 또 스스로 서울과 경기도 소재의 불법 도박장을 방문했다는 글도 포착됐다. 

민주당은 2019년부터 2020년 7월까지 1년 반 동안 도박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시 조사팀을 꾸렸다. 자체조사를 통해 이 대표의 아들이 한 사이트서 2020년 7월까지 도박했고, 포커를 쳤다며 시인했다. 성매수 의혹도 이씨가 “특정 마사지 업소가 위치한 지역과 상호 중 일부를 언급하며 다신 안 가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해당 업소 이용자들이 여러 커뮤니티에 성매수 후기를 퍼다 나르면서 이씨 역시 성매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게시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이 대표도 즉시 “아들이 쓴 글이 맞다. 다시는 해당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발 방지와 함께 머리를 숙였다. 아들 역시 입장문을 내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성매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상습도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로 확대됐다. 경찰은 성매매 혐의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검찰의 재수사 요청 및 보완수사까지 이뤄졌다. 경찰은 성매매 의혹 사건에 대해 혐의를 증명할만한 새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기존 불송치 결정을 유지했다.

이처럼 아들이라는 역린을 건드리자, 양당의 분위기는 한층 더 냉랭해지는 모양새다. 결국 가족 리스크가 당 차원으로까지 확장된 양상이다. 이런 탓에 TV 토론회와 관련된 협의가 난항을 맞고 있다. 회동 논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책 대화를 하자며 이번에는 손을 내미는 듯 보였으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껏 지도부의 논란은 수차례 있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명이 징계를 받았고, 재보궐선거까지 이뤄졌다. 

이제는 양당의 아들 공방으로 이어져 당 대표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 수장의 리스크가 커지자 양당 모두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너나 나나
가족 숨기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당 대표 리스크가 터진 꼴이다. 이런 탓에 앞으로 토론은 물론 대화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도부 리스크가 아니라 당 대표 리스크로까지 확전돼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정부 내정자도… 아들 학폭 논란

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특보는 이와 관련해 내정되기 전에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외압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피해 학생과 화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는 4명으로 ‘피해자로 몰지 말라’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3명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특보가 화해했다고 밝힌 피해자도 1명뿐인 가운데, 윤석열정부는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커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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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