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사이코패스 탓만 하는 잘못된 통념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06.09 14:28:12
  • 호수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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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강호순, 유영철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 이름 뒤에는 언제나 연쇄살인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이코패스라는 또 다른 이름 하나가 붙어 다닌다. 이들의 행각이 부각된 이후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나라 전체가 범인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궁금해하고, 규정짓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또래 여성을 살해 후 시체를 토막내고 유기한 여성 살인범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싸이코패스 여부를 규정짓는 데 혈안인 행태는 과연 옳은 것일까? 아마도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경구가 여기에 딱 맞는 것은 아닐지.

상식은 과학이 악마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가장 주류적인 과학적 개념 중 일부는 민속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마 사이코패스가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한다. 이런 관점서 최근 미국 아이다호대학교서 4명의 학생을 살해한 범죄 용의자 Bryan Kohberger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위 전문가들은 그를 ‘사이코패스의 눈초리’를 가졌다거나, 혹은 나르시즘(자기 도취증), 반사회적 인격장애, 그리고 마키아벨리즘의 ‘어둠의 삼합(dark triad)’ 관점서 논의하기도 한다. 악마적으로 특징지으려는 이 같은 시도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회의적이라는 징표이기도 하다.

마치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 정신의 문제고 범죄와 관련해서는 이 반사회적 인격장애, 사이코패스가 그 중심에 있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마치 사이코패스가 만병의 근원, 범죄의 모든 것인 것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범죄는 인간의 행위고, 인간의 행위는 마음, 정신, 또는 뇌의 문제라는 인식의 바탕 위에 ‘도덕적 비정상성(moral insanity)’이나 ‘범죄적 정신병(criminal psychosis)’과 같은 질병의 관리와 진단이라는 악의 의료화, 환자화(The medicalization of evil)를 너무나 쉽게 접하곤 한다.


물론 예전에는 범죄자와 같은 나쁜 사과, 암적인 존재를 격세유전과 같은 이론을 통해 설명하곤 했으나, 이 퇴화이론은 글자 그대로 ‘정신질환(soul sickness)’의 하나인 ‘반사회적 인격장애(psychopathy)’라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개념으로 대체됐다.

문제는 이들 악당들에 대한 다수의 사고가 과학적 증거라기보다는 대중 매체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와 별개로 사람들은 기존 기질만 기술하기를 바라지 않고, 이들 기질을 측정하는 척도를 범죄행위의 원인, 이유, 동기로 설명하고, 미래 행위를 예측하려 한다는 것이다.

형사사법제도에 있어서 ‘Hare Psychopathy Checklist(PCL)’와 같은 평가 결과가 반사회적 인격장애, 사이코패스에 대한 가장 절대적인 평가도구로 인식되곤 한다.

우리가 사이코패스에 매몰되는 것은 아마도 우리 정상적인 사람들은 누군가를 그토록 잔인하고, 그것도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게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믿고 있고, 언론은 그런 메시지를 보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사이코패스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접근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그냥 옳지 않은 것임을 각종 과학적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왜 그럴까?

먼저 연쇄살인마건 연쇄 강간범이건 그들을 사이코패스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범죄에 대한 책임도 죄에 상응한 처벌도 큰 의미가 없어지고, 따라서 형사정책은 여기서 끝나고 만다.

사이코패스는 전체 인구의 1%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도 절대다수는 폭력적이지도 않고 살인마도 강간범도 아니며,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폭력성은 사이코패스 진단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Fallon 박사가 스스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를 가졌다고 시인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위 ‘성공적인 사이코패스’도 적지 않다. 

Fallon 박사처럼 성공하는 사이코패스도, 세기의 연쇄살인마처럼 악마적 사이코패스도 있다면 사이코패스인지 여부만이 아니라, 성공한 사이코패스와 범죄적 사이코패스의 원인이나 경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사이코패스의 원인이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성공한 사이코패스처럼 후천적인 환경적, 상황적 영향도 적지 않다. 유전적으로 사이코패스로 진단된 사람을 후천적, 상황적인 노력으로 성공적 사이코패스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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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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