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꼬리표 뗀 이영하·김대현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3.06.07 11:19:13
  • 호수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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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누명? 생사람 잡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야구판을 흔든 김대현에 이어 이영하도 자유의 몸이 됐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원투펀치로 함께 활약했던 둘은 후배들을 괴롭힌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학폭 투수’ 꼬리표를 일단 뗀 것이다.

법원이 고등학교 시절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9개월간 
법적 공방

2021년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이영하는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한 이영하는 9개월간의 법적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전기 파리채를 이용한 괴롭힘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라면 갈취나 숙소, 자취방서의 얼차려 등도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지 않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가 있었다는 2016년 훈련 당시 이씨가 해당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며 “피해자는 2015년 고덕야구장과 학교 웨이트장서 피해가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씨는 당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자취방도 해당 시기에 퇴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3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이영하가 야구부 동기였던 김대현(LG 트윈스)과 함께 2015년 3월 피해자이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후배인 A씨에게 전기 파리채를 주며 손가락을 넣도록 강요해 감전시키고 폭행한 것으로 봤다. 


또 이영하는 피해자들을 수치심이 드는 별명으로 부르거나, 체육관 입구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노래와 율동을 시키고 피해자가 거부하면 머리 박치기를 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대만의 한 호텔서 A씨에게 라면을 내놓으라고 욕설을 하며 피해자와 동급생 투수 7명을 피해자 방으로 불러 머리 박기를 시키고 폭행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선린인고 시절 ‘전국구 원투펀치’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

재판을 마친 이영하는 “작년부터 시즌도 못 마치고 재판을 받았는데, 얼른 팀 복귀해서 도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 가서 던질 수 있게 몸을 잘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고소인이)자기만의 고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시 조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더 케어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어 (손해배상청구소송)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폭력이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영하는 “학교폭력은 내가 어렸을 때 분명히 있었던 문화다. 최근에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분명 남아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학교폭력 이슈가 많았는데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관행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베어스는 학폭 의혹을 벗은 이영하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1억2000만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연봉 1억6000만원에서 4000만원 삭감된 금액이다.

두산 구단은 이영하가 재판에 넘겨진 후 미계약 보류 선수로 분류했다. 무죄판결이 나온 직후 이영하와 계약하겠다고 밝힌 두산은 곧장 사인까지 마쳤다. 개인훈련을 하던 이영하는 지난 1일부터 구단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영하는 지난해 8월13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 이후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학교폭력이 불거진 이후 두산 2군 구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서 개인 훈련만 진행했다.


입증된
알리바이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 시절 경북고 최충연과 함께 고졸 특급 파이어볼러로 손꼽혔다. 완성된 체격,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경기 내내 143~145km/h의 빠른 공을 손쉽게 뿌려대는 체력, 최대 150km/h까지 찍어내는 빠른 구속 등을 갖춘 완성형 투수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제27회 WBSC U-18 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포함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예상대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서 1차 지명을 받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씨는 2018년부터 주축 선발 투수로 뛰었다. 2019년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의 성적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21경기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93의 성적을 냈다.

이영하와 함께 전국구 에이스 원투펀치로 이름을 날린 LG 트윈스 투수 김대현도 앞서 학폭 꼬리표를 뗐다. 이영하와 마찬가지로 A씨를 특수폭행, 강요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씨는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현역 복무 중이라 군사재판을 받았다.

김대현도 2015년 선린인터넷고 3학년 시절 야구부 1학년 후배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군재판에 회부됐다. 김대현 측 변호인은 “A씨는 김대현에게 두 차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마침내 벗은 
‘학폭 허물’

변호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A씨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았다. 당시 김대현과 A씨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고,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을 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대표팀 훈련 기간 중인 날짜에 특정 장소서 어떤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법정 증언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반복해서 했다. 하지만 그날 김대현은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증인의 증언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가 폭행과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고, 주장한 날짜에 A씨와 김씨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사실 역시 입증됐다.

판결 직후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김대현은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투수 송은범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김대현을 등록했다.

김대현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2021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1군에서 4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2.27로 부진했었다. 개막 엔트리에 빠진 김대현은 퓨처스리그 6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0.82로 좋은 성적을 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마운드 강화를 위해 김대현을 1군으로 콜업했다.

모두 1심 무죄 “입증 어렵다”
훌훌 털고 다시 마운드 올랐다


김대현은 지난달 16일 74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KT와 LG의 경기서 6-10으로 뒤진 8회 초 등판했다. 첫 타자 강백호를 2루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2루수 정주현이 1루 악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무사 1루서 김상수에게 좌중간 담장을 맞는 2루타를 맞고 실점을 허용했다. 홈 송구 때 김상수는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서 조용호를 좌익수 앞 짧은 뜬공 아웃, 정준영을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문상철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2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9회에도 등판한 김대현은 선두타자 홍현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박경수를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장준원을 유격수 땅볼로 2아웃을 잡으며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다. 2사 3루서 강백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다가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김대현은 이날 2이닝 3피안타 1사구 1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김대현에 대해 “롱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영하와 함께 김대현은 선린인터넷고 원투펀치로, 고2 때부터 선린고 파이어볼러 듀오로 이름을 날렸다. 팔 스윙이 불안정하고 이에 따라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게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140km/h 중반대를 쉽게 쉽게 던지는 구속이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곧바로 계약
1군에 합류


비록 경북고 최충연, 박세진, 같은 학교의 이영하에 비해 한 급 낮다는 평도 받았지만, 구위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친 LG 트윈스의 선택을 받았다. 2016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대현은 군 입대 전인 2021년까지 1군에서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30경기에 출전해 16승 21패 12홀드 평균자책점 5.90이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폭 무죄’ 선배 이승엽의 조언
“딴 생각 말고 야구만 집중하라”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영하가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모범적인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NC 파크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홀가분한 상태가 됐을 것 같다”면서 “이제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설수 자체로 좋은 일 아냐”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 돼야”

그는 “무죄가 나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프로 선수가 구설수에 올랐다는 자체로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영하가 그동안 준비를 해왔다고 들었다. 이제 불펜피칭도 할 수 있다고 보고받았다”며 “팀에 합류하면 조만간 2군(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등판할 것으로 생각되고, 1군에서 뛸만한 구위가 됐다고 판단되면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영하가 스프링캠프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발 투수를 준비한다면 실전까지 1~2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며 “올 시즌은 시간도 부족하다고 보고 1군에 올라온다면 우리 팀에 당장 필요한 릴리프(구원)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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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