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꼬리표 뗀 이영하·김대현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3.06.07 11:19:13
  • 호수 1430호
  • 댓글 0개

억울한 누명? 생사람 잡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야구판을 흔든 김대현에 이어 이영하도 자유의 몸이 됐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원투펀치로 함께 활약했던 둘은 후배들을 괴롭힌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학폭 투수’ 꼬리표를 일단 뗀 것이다.

법원이 고등학교 시절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9개월간 
법적 공방

2021년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이영하는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한 이영하는 9개월간의 법적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전기 파리채를 이용한 괴롭힘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라면 갈취나 숙소, 자취방서의 얼차려 등도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지 않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가 있었다는 2016년 훈련 당시 이씨가 해당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며 “피해자는 2015년 고덕야구장과 학교 웨이트장서 피해가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씨는 당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자취방도 해당 시기에 퇴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3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이영하가 야구부 동기였던 김대현(LG 트윈스)과 함께 2015년 3월 피해자이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후배인 A씨에게 전기 파리채를 주며 손가락을 넣도록 강요해 감전시키고 폭행한 것으로 봤다. 


또 이영하는 피해자들을 수치심이 드는 별명으로 부르거나, 체육관 입구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노래와 율동을 시키고 피해자가 거부하면 머리 박치기를 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대만의 한 호텔서 A씨에게 라면을 내놓으라고 욕설을 하며 피해자와 동급생 투수 7명을 피해자 방으로 불러 머리 박기를 시키고 폭행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선린인고 시절 ‘전국구 원투펀치’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

재판을 마친 이영하는 “작년부터 시즌도 못 마치고 재판을 받았는데, 얼른 팀 복귀해서 도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 가서 던질 수 있게 몸을 잘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고소인이)자기만의 고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시 조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더 케어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어 (손해배상청구소송)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폭력이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영하는 “학교폭력은 내가 어렸을 때 분명히 있었던 문화다. 최근에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분명 남아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학교폭력 이슈가 많았는데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관행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베어스는 학폭 의혹을 벗은 이영하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1억2000만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연봉 1억6000만원에서 4000만원 삭감된 금액이다.

두산 구단은 이영하가 재판에 넘겨진 후 미계약 보류 선수로 분류했다. 무죄판결이 나온 직후 이영하와 계약하겠다고 밝힌 두산은 곧장 사인까지 마쳤다. 개인훈련을 하던 이영하는 지난 1일부터 구단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영하는 지난해 8월13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 이후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학교폭력이 불거진 이후 두산 2군 구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서 개인 훈련만 진행했다.


입증된
알리바이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 시절 경북고 최충연과 함께 고졸 특급 파이어볼러로 손꼽혔다. 완성된 체격,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경기 내내 143~145km/h의 빠른 공을 손쉽게 뿌려대는 체력, 최대 150km/h까지 찍어내는 빠른 구속 등을 갖춘 완성형 투수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제27회 WBSC U-18 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포함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예상대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서 1차 지명을 받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씨는 2018년부터 주축 선발 투수로 뛰었다. 2019년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의 성적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21경기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93의 성적을 냈다.

이영하와 함께 전국구 에이스 원투펀치로 이름을 날린 LG 트윈스 투수 김대현도 앞서 학폭 꼬리표를 뗐다. 이영하와 마찬가지로 A씨를 특수폭행, 강요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씨는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현역 복무 중이라 군사재판을 받았다.

김대현도 2015년 선린인터넷고 3학년 시절 야구부 1학년 후배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군재판에 회부됐다. 김대현 측 변호인은 “A씨는 김대현에게 두 차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마침내 벗은 
‘학폭 허물’

변호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A씨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았다. 당시 김대현과 A씨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고,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을 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대표팀 훈련 기간 중인 날짜에 특정 장소서 어떤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법정 증언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반복해서 했다. 하지만 그날 김대현은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증인의 증언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가 폭행과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고, 주장한 날짜에 A씨와 김씨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사실 역시 입증됐다.

판결 직후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김대현은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투수 송은범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김대현을 등록했다.

김대현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2021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1군에서 4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2.27로 부진했었다. 개막 엔트리에 빠진 김대현은 퓨처스리그 6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0.82로 좋은 성적을 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마운드 강화를 위해 김대현을 1군으로 콜업했다.

모두 1심 무죄 “입증 어렵다”
훌훌 털고 다시 마운드 올랐다


김대현은 지난달 16일 74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KT와 LG의 경기서 6-10으로 뒤진 8회 초 등판했다. 첫 타자 강백호를 2루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2루수 정주현이 1루 악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무사 1루서 김상수에게 좌중간 담장을 맞는 2루타를 맞고 실점을 허용했다. 홈 송구 때 김상수는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서 조용호를 좌익수 앞 짧은 뜬공 아웃, 정준영을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문상철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2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9회에도 등판한 김대현은 선두타자 홍현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박경수를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장준원을 유격수 땅볼로 2아웃을 잡으며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다. 2사 3루서 강백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다가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김대현은 이날 2이닝 3피안타 1사구 1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김대현에 대해 “롱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영하와 함께 김대현은 선린인터넷고 원투펀치로, 고2 때부터 선린고 파이어볼러 듀오로 이름을 날렸다. 팔 스윙이 불안정하고 이에 따라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게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140km/h 중반대를 쉽게 쉽게 던지는 구속이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곧바로 계약
1군에 합류


비록 경북고 최충연, 박세진, 같은 학교의 이영하에 비해 한 급 낮다는 평도 받았지만, 구위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친 LG 트윈스의 선택을 받았다. 2016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대현은 군 입대 전인 2021년까지 1군에서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30경기에 출전해 16승 21패 12홀드 평균자책점 5.90이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폭 무죄’ 선배 이승엽의 조언
“딴 생각 말고 야구만 집중하라”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영하가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모범적인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NC 파크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홀가분한 상태가 됐을 것 같다”면서 “이제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설수 자체로 좋은 일 아냐”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 돼야”

그는 “무죄가 나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프로 선수가 구설수에 올랐다는 자체로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영하가 그동안 준비를 해왔다고 들었다. 이제 불펜피칭도 할 수 있다고 보고받았다”며 “팀에 합류하면 조만간 2군(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등판할 것으로 생각되고, 1군에서 뛸만한 구위가 됐다고 판단되면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영하가 스프링캠프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발 투수를 준비한다면 실전까지 1~2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며 “올 시즌은 시간도 부족하다고 보고 1군에 올라온다면 우리 팀에 당장 필요한 릴리프(구원)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