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㉞대통령 부녀의 양면성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5.31 11:53:39
  • 호수 1429호
  • 댓글 0개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이젠 미국과 소련 혹은 중국과 일본에게만 물어보지 말고 전 세계의 여러 나라에 다 문의해서 연구해 참된 방법을 우리 스스로 찾아내야 할 것 같아요. 자칭 4대국은 전 세계를 자기네의 나르시시즘 같은 암종으로 지배하려 혈안이니까요. 만일 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4대국을 싹 없애 버리고 그 땅을 완전히 초원으로 자연화해놓고 싶어요. 암굴 속의 핵무기 또한 본래대로 분해하여 청정 에너지로 돌려보내고….” 

“후훗, 술이나 한 잔 마시죠.”

우리는 건배를 했다. 그러고는 너무 심각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하숙 생활의 희비 쌍곡선에 대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문득 언젠가 소설 속에서, 주인공 남자가 꼽추인 각시를 위해 방바닥에 등의 혹을 넣고 잘 만한 작은 홈을 파 주는 장면이 떠올라 한번 입을 열어 보려 했으나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인신의 딸


우리의 여자 대통령은, 그동안 남자 대통령들에게 속아 온 국민들의 여망 때문인지 혹은 아버지의 후광 때문인지 아직은 지지율이 꽤 높았다. 그래도 서서히 여기저기서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왕’으로서의 자존심과 아이덴티티를 너무 표나지 않게끔 스리슬쩍 과시하며 푸른 기와 궁궐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집무실엔 잘 나타나지 않고 내정(內庭)에서 주로 칩거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외국으로는 여전히 자주 나다녔다. 외교가 아니라 여행하러 다닌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입방아를 찧는 사람 또한 출장을 간다면 오직 업무에만 매달리진 않을 터였다. 여행하며 구경도 하고 비즈니스도 하고,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다만 문제는, 뻔질나게 나다니면서도 왠지 국익에 도움되는 활동은 별로 없을뿐더러 도리어 손해를 불러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었다.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도중 엉뚱하고 공상을 하다가 실없는 대답을 중얼거려 비웃음을 산다거나, 중국 천안문 앞에서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느라 떠들다가 망신당했다는 참새들의 입방아는 무시하고 넘어가자.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또 뭐 별 대단한 일은 아니니까. 허허실실 전법으로 국익을 도모하는 여왕님의 지혜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야권의 비판자들뿐 아니라 친정부적인 보수파 내의 정략가들마저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 

자세한 언급은 자제하겠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명확해질 테니까.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드를 굳이 일찍 중뿔나게 서둘러 배치한 건 두 번 세 번 비판받아 마땅한 어리석은 짓거리였다.

왜 그랬을까?

미국의 압박이 아무리 심했을지언정 좀 천천히 계산하며 저울질할 기회가 있었건만 자진하여 얼렁뚱땅 밀어붙여 버렸다.

미국 스스로 놀랄 만큼 속전속결 전격적이었다. 삼척동자마저 의아스러워할 정도로….

나라와 국민의 이익보다 군산정(軍産政) 복합체 괴물의 사리사욕이 빚어낸 결과임을 시민들이 더 잘 알았다. 미래에 자기들이 살 땅을 더럽히지 말라고 울부짖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사드, 위안부…박정부 외교 잔혹사
국리민복? 사리사욕? 아리송한 의도

놀랄 만한 일은 탱크의 전진처럼 착착 진척됐다. 이번엔 일본이 속으로 놀랄 차례였다.

닛뽄도 같은 혀와 철벽보다 더 굳은 마음으로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응하는 일본 수상과 달리 한국의 여대통령은 설마설마 했으나 한 많은 피해자 여인들의 절규를 모르쇠한 채 껌값 몇 푼 받곤 면죄부 협약서에 진짜로 국새를 찍어줘 버리고 말았다.

자기 아버지인 박통의 ‘마음과 정신의 고향’ 같은 나라인지라 친밀감을 느낀 것일까?

일본 육사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뒤 관동군 장교로서 항일 독립군을 체포하는 짓에 청춘 시절을 바친 사람의 생태는 어떠했으며 그의 딸은 어떤 영향을 받았을지…. 


그들이 범인(凡人)이 아니라 대통령이므로, 부녀의 내면 심리를 살펴보는 건 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쯤 해볼 필요가 있으리라.

어쨌든 딸은 아버지가 한일친선협정 문서에 국새를 찍는 것보다 더 경망스럽고 손쉽게 위안부 협약에 날인을 해주었다.

일본인들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으되, 아마 정녕 무지하고 헤픈 국민들이 뽑아 놓은 대통령이라고 속으로 낄낄 비웃었으리라.

중학교에 다니는 소녀와 소년들마저도 앞으로 자기들이 살아갈 나라의 정신과 영혼을 훼손시키지 말라고 부르짖었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 가슴이 터질 듯했기에…. 

정치가 아닌 정치꾼들은 현재와 미래의 국리민복을 생각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추구한다. 한국뿐 아니라 동서고금이 다 그렇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헷갈리는 문제는 과연 박정희와 박근혜 대통령 부녀가 추구한 것이 국리민복인지 사리사욕인지 무척 아리송하다는 사실이다.


국민을 보릿고개에서 건지기도 했지만 많이 죽이기도 했다. 경제 성장 과정을 통해 이익을 본 사람은 박통을 영웅이라 숭앙하지만, 죽은 사람의 가족들은 살인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으리라.

사랑하는 자식을 잃거나 고문당해 정신줄을 놓은 사람에게 풍요는 과연 어떤 의미가 얼마만큼 있을까?

한국인들이여, 제발 부디 타인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하는 관용을 지니지 않으면 모두 함께 점점 더 숨막히는 아수라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치가였는가, 정치꾼이었는가? 아마 그를 정치꾼이라고 하면 고개를 흔들 사람이 많을 터이다.

그럼 정치가냐고 물어도 역시 머리를 흔들어 부정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무엇인가?

그가 대한민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려는 집념을 갖고 18년 동안 노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가 아니면 어렵다는 독선과 아집으로 전횡과 횡포를 부린 것 또한 사실이다. 그건 동양의 지혜인도 서양의 지식인도 추천하는 정치가 상이 아니다. 

가와 꾼

그는 사리사욕에 물들어 눈알이 뻘건 정치판의 모리배도 아니었다. 허나 아집 아견이 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름다운 욕망인 여색에 지나치게 빠져 갈수록 정신이 혼몽스러워졌던 것도 부정할 길이 없다. 그 자신은 여전히 올바른 길을 걷고 있노라 믿었는지 모르되 이미 비틀비틀 엉뚱한 골로 빠져들고 있었다. 국정 또한 그에 따라 흔들렸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