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그날 송암동의 증언’ 이조훈 감독

<5·18 43 주기> 숨겨진 비극을 쫓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잔혹한 ‘광주의 봄’이 또 다시 돌아왔다. 1980년 이후 43년간 반복된 한 맺힌 봄이다. 계엄군의 총칼에 스러져간 시민군, 무기 없이 맨손으로 죽어간 민간인, 사라진 시민까지 광주의 진실은 여전히 꾹 다문 입 너머에 감춰져 있다.

시작은 한 사람의 제보였다. 광주 시내 외곽 송암동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증언이다. 1980년 5월24일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공수부대원 A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조훈 감독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고 말했다. 공수부대와 전투교육사령부대의 오인교전은 엉뚱하게도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마을주민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한 건의 제보

20여년간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 감독은 A의 증언이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는 “A를 3번 정도 만났다. 그때마다 일관적으로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평소 갖고 있는 철학, 군에서의 생활 태도, 제대 이후 모습 등 삶의 길을 봤을 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가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부대원을 특정해서 알려줬다. 그들을 몇 번 찾아갔는데 다들 도망가더라. 그게 A의 말이 진실일 수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사진, 영상 등 피해자의 증언 외에 그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은 사건을 극화하기로 결심했다. 영화 <송암동>의 시작이다. 

지난해 초 나온 시나리오는 극화된 <송암동>의 3배 분량이라고 한다. 당초 구상 자체를 3부작으로 했기 때문. 이 감독은 “송암동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정보 전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배경까지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와중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서 제작지원을 받아 먼저 첫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 <송암동>을 보면 군데군데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 나온다. 20여명의 민간인을 논두렁에 세워두고 한 군인이 이들을 총살하는 장면, 계엄군 사이의 오인교전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일 수 있다는 두 사람의 대화 장면 등 이 감독이 의도적으로 흩뿌려둔 ‘떡밥’이 존재한다.

이 감독은 “(두 부대 사이의) 오인교전이 사건일 수 있다는 의혹을 추적하는 게 2편, 그 의도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뿌리까지 뽑는 게 3편의 주요 내용”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가을로 개봉이 예정돼있는 <송암동>의 흥행 여부에 따라 2~3편의 영화화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부작으로 구상
5회 차 촬영으로 완성

현재 진행 중인 펀딩 모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2~3편의 제작비로 사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상영시간 72분의 <송암동>은 이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블랙딜> <서산개척단>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송암동>까지 총 4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지만 장편 극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1989년 광주청문회서 시민군이었던 최진수씨가 진술을 하는 장면은 실제 화면을 사용했다.

그 외 장면은 모두 배우의 연기로 구성했다. 피해자의 증언을 90% 이상 극화한 것으로 일종의 ‘논픽션 시네마’다.

배우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이 감독은 “전재수 어머니 역할의 오디션을 보는데 배우가 너무 잘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 영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재수는 송암동 사건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11세 소년이다. 사망한 전재수를 끌어안고 어머니와 형이 오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송암동>의 제작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지난해 초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이 결정된 시기가 같은 해 7월 말이었다. 제출 마감은 같은 해 11월. 4개월 만에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이 감독은 5회 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배우의 호연과 감독의 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촬영을) 5회 차 만에 다 마치려면 배우가 완벽해야 했어요. 오디션 과정서 (사투리)네이티브 스피커만 뽑았거든요. 그래서인지 배우들이 본인 이야기로 여기고 정말 열심히 연구를 많이 해오셨어요. 오히려 배우가 서운해 하더라고요. 조금 더 몰입해서 한 번 더 찍고 싶은데 쿨하게 OK 하고 끝냈죠.”

지난 8일 서울 용산 CGV서 열린 언론시사회에는 출연배우가 참석했다. 이들도 이날 시사회서 처음 완성본을 봤다. 이 감독은 “시사회가 끝나고 배우들이 다음 시사회에 가족이나 지인을 더 데려와도 되냐고 묻더라. 영화를 다른 사람한테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지 않나. 쪽팔리진 않겠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송암동>은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에 이어 이 감독이 5·18민주화항쟁을 다룬 작품이다. 광주 출신인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5·18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40대에 이르러서야 제작에 나섰다. 5·18을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시기에 소재를 다루고 싶었기 때문.

뒷모습으로만 등장하는 계엄군
“2편에선 얼굴 낱낱이 보여줄 것”

이 감독의 고심은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영화 중간에 이르면 한 계엄군이 민가에 들어와 물을 달라고 하고 가져다준 아주머니에게 ‘우리도 이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자칫 계엄군의 행위를 합리화 하거나 정당화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송암동 사건의 피해자 한 분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사실 이 영화서 계엄군은 얼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사건을 제보한 계엄군 역할의 배우만 얼굴이 나와요. 저는 계엄군을 하나의 덩어리,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표정이나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감정을 낱낱이 분쇄해서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있던 계엄군의 말을 따오되 뒷모습으로 표현해 이를 중화하려 했습니다.”

<송암동> 2편의 내용은 아예 반대라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계엄군이) 송암동으로 오기 전 출발 단계부터 보여주는데 그때는 객체로서의 계엄군의 얼굴을 낱낱이 드러낼 생각이다. 아예 제목도 <송암동: 얼굴>로 생각하고 있다. 계엄군 가운데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지만 말린 군인도 있었다. 계엄군 사이에도 분명하게 층위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항쟁을 다룬 콘텐츠서 계엄군은 가해자, 광주시민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분류에서 벗어나 그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이 감독은 “섞여 있는 어떤 부분을 잘 발라내서 보여주는 게 앞으로 용서와 화해로 가는 중요한 코드가 아닐까. 그런 길을 열어놔야 감춰져 있던 진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서와 화해

“송암동 사건은 광주시민 가운데서도 모르는 분이 많아요. 일단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5‧18민주화항쟁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을 보고 무엇이 진실을 밝히는 데 더 중요할지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많은 공감을 나누길 바랍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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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