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미애 헛발질 트라우마

누굴 잡으려고…여의도 저승사자 부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쏠 때는 명중인 것처럼 보였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과거에 쏜 총알이 눈앞까지 되돌아왔다는 점이다.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한 상대는 멀쩡한 상태로 ‘되치기’에 들어갔다. 피해는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작전 수행자의 능력이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서 법무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유독 부침이 많은 편이었다.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이라는 두 갈래 정책의 선봉장이었기 때문. 검찰과의 관계도 정책 방향에 따라 널을 뛰었다. 적폐 청산 기조 아래에서는 손발을 맞췄다가 검찰개혁의 깃발을 들고서는 극렬하게 대립했다. 

조국 후임
구원 실패

문정부의 법무부 장관은 이 모든 기조의 선봉장이었다. 문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은 2017년 7월19일 취임, 2019년 9월9일까지 2년여 동안 재임했다. 박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2017년 7월25일~2019년 7월24일) 총장과 발맞춰 큰 문제없이 임기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두 사람의 후임서 불거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 전 총장의 후임으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문정부 출범과 동시에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파격 인사였다. 여기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명했다.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서 조 전 장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여러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 대통령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칼을 댔다. 윤 대통령과 문정부 사이에 균열의 틈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지만 조 전 장관은 36일 만에 사퇴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역대 법무부 장관 중 6번째로 재임기간이 짧은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조 전 장관의 도덕성을 의심할만한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졌고, 문 전 대통령이 이를 감싸면서 정부 지지율도 흔들리던 때였다. 추 전 장관은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로 법무부에 입성한 셈이다. 

‘추다르크(추미애+잔 다르크)’라는 별명답게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검찰인사에서 ‘윤석열 라인’으로 불렸던 검사들이 줄줄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윤석열 체제’서 승승장구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좌천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살아나
합수부로 신설 정식 조직으로

문정부와 완전히 대립각을 세운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도 추진했다. 추 전 장관은 앞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발동했다. 검찰청법 제8조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2005년 처음 발동된 이후 15년 만에 윤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지휘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인사와 직제개편 카드로 검찰 권한을 착실하게 줄여 나갔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없애는 과정서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도 표적이 됐다. 금융범죄가 활개 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추 전 장관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수단은 금융감독원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직원이 파견돼 근무하는 형태였다.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던 합수단은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서 만들어졌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인 2020년 1월 합수단을 없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추 전 장관의 재임 시절 행보가 대부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은 문정부 법무부 장관 4명 가운데 조 전 장관에 이어 2번째로 짧은 재임기간(2020년 1월2일~2021년 1월27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임팩트’만큼은 가장 컸다는 평이 나온다.


공격했지만
번번이 졌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자리서 내려와 정치로 방향을 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추 전 장관을 꼽는 사람이 많다. 1년 남짓한 재임기간 내내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과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웠다. 오죽하면 두 사람의 갈등을 전쟁에 빗대 ‘추·윤 대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수시지휘권 발동, 징계 청구 시도, 실제 징계에 이르기까지 추 전 장관의 행보를 ‘윤석열 때리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고 그 결과 윤 대통령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총선 완패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렸던 보수 진영에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등장했고 결국 정권이 교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어느 진영이든 정권을 잡으면 10년은 유지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 공식이 깨졌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등 확고한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선출직에 단 한 번도 출마한 적 없는 정치 초보가 덜컥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아이러니한 말이 나왔다. 실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무렵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왜 특정인의 ‘킹메이커’를 하느냐”고 꼬집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결과가 나온 때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에서는 추 전 장관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서 추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끊임없는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이 문정부의 ‘희생양’처럼 비쳐지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장관
킹메이커 역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에 비해 추 전 장관과 좀 더 대립면이 넓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서 한 장관이 관련자로 지목되며 부침을 겪었다. 추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도 이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한 장관은 채널A 출신 이동재 전 기자 등이 2020년 2~3월 수감 중이던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이 전 대표와 가족이 강도 높은 수사로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정보를 말하도록 강요하려다 미수에 그친 과정에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2020년 4월 시작된 수사는 2년 만인 지난해 4월 한 장관의 무혐의로 종결됐다. 

한 장관은 네 번의 좌천에도 검복을 벗지 않았다. 그러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됐다. 한 장관 역시 추 전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 ‘투사’ 이미지를 얻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수차례에 걸쳐 인사 조치를 당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관심과 인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추 전 장관의 정책을 손보기 시작했다. 최근 합수단이 정식으로 부활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관보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령에는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를 신설하는 안이 담겼다. 


폐지 배경에 관심
라임·옵티머스 사건?

현재 비직제 임시조직으로 운영 중인 합수단을 정식 직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합수단이 합수부로 정식 운영되면 임시 검사 신규 발령이나 예산 배정 제한이 해소된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던 합수단이 폐지 2년4개월 만에 윤정부서 부활했다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아예 합수단 폐지와 관련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에 대한 감시체계의 무력화가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테라‧루나 사태와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등 가상자산 및 금융시장의 범죄, 사기 행각이 감시체계의 약화로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합수단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추 전 장관의 행보가 수면 위로 떠오를 기세다. 추 전 장관이 합수단을 폐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합수단으로 넘겼다. 

옵티머스 사건은 지난해 6월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400억원 규모의 ‘옵티머스크리에이터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만기 상황이 어렵다고 통보하면서 55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내용이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안전한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며 1조3000억여원의 투자금을 모아 부실사모사채에 투자하면서 ‘돌려 막기’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40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몇 번째
되치기?

문제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그 이면에 정치권이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서 민주당 그림자를 읽어내는 주장도 제기된다. 추 전 장관은 합수단을 ‘부패범죄의 온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 반면, 윤정부는 ‘감시체계’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다시 한번 윤 대통령과 한 장관에 ‘되치기’를 당할까?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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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