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자유와 권리, 균형점 찾는 법·제도 보완 시급

‘집회·결사의 자유’(21조) 앞세워 ‘환경권’(35조) 침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시민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복추구권’ 못지않게 ‘환경권’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집회와 시위가 쾌적한 생활환경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환경권’을 공공연하게 침해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앞세워 동등한 가치의 헌법상 권리인 ‘환경권’을 외면한 채 벌어지는 막무가내식 집회와 시위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 사옥 주변 등 곳곳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목적 관철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끼치는 수단으로 집회·시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표현 및 허위 사실이 적시된 현수막 등을 별다른 제재없이 내걸고 있고,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고음의 운동가요를 반복 재생하는 방식 등을 동원해 특정인과 기업, 인근 지역 시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 헌법은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가려진 ‘환경권’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집회·결사의 자유 내세운 무분별 집회·시위, 시민의 기본권인 ‘환경권’ 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현행 헌법 개정(1987년) 이후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의 절대적 금지(신고제), 국가의 절차적 통제 최소화, 사전 신고 등 시위 당사자의 의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왔다.

헌법재판소도 집회와 시위의 장소(국회, 법원 인근 금지 등), 시간(일몰 후 ~ 일출 전 금지) 등의 제한 움직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시위 소음으로 인한 업무 방해’와 ‘사전 신고 절차를 위반한 집회 개최’ 등과 관련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취지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해오고 있다.

집회·결사 자유 내세운 막무가내식 집회·시위,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 이탈
특정 목적 관철 위한 시위 만연으로 국민의 ‘환경권’ 훼손 사례 수시 발생

문제는 민주화의 결실로 탄생한 현행 헌법의 영향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과도하게 해석되면서 헌법이 동등하게 보장하고 있는 가치인 ‘환경권’ 등이 불합리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 서초 사옥이 위치한 서울 강남역 주변은 주말까지 집회 시위가 지속돼 기업은 물론 주변 상인들과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까지 극심한 소음피해를 입고 있다. 불특정 다수 시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환경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로 자동차 판매업을 했던 A씨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서 근거 없는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10년 이상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데 소음과 불법 천막으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이 상당하다.


A씨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극심한 소음을 발생시키며 기업과 인근 시민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인도 위에 불법 천막을 설치해 보행하는 시민들의 이동 환경마저 저해하고 있다. 지자체의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천막을 설치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강남역 주변 시위, 인근 시민들 주말도 없이 쾌적한 환경 저해 소음 공해 노출
현대차 사옥 주변 시위, 인도 위에 불법 천막 설치로 시민들의 이동 환경 저해

또 도로 사거리 주변에 세운 10여개의 깃발형 현수막은 천막과 함께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 보행자들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성마저 높이고 있다.

A씨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민·형사상 판결 등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지자체와 경찰 등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적시한 헌법 제21조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도구로 전락하면서 다수 시위 현장이 법원의 판결과 행정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통제 불능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서 생활할 권리’ 중요성 부각…’환경권’ 권리 주장도 강해져

우리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서 공해 없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국민의 기본권인 ‘환경권’을 명시하고 있다. ‘환경권’은 부당한 환경 침해 방지를 요청할 수 있는 생존권적 기본권 중 하나인 셈이다.

환경권 이념은 일부 선진국서 산발적으로 논의돼오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UN 인간환경회의서 “인간환경의 보호와 개선은 인간의 복지와 경제발전에 미치는 주요 문제므로 이는 전 세계 인간의 절박한 염원이고 모든 정부의 책임”이라는 ‘UN 인간환경선언’ 결의문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자국 법 체계에 흡수했다.

환경권서 언급되는 환경은 토지·물·공기 등 자연적 환경뿐만 아니라 도로·공원과 같은 인공적 생활환경서, 넓게는 문화유산·의료·교육과 같은 문화·사회적 환경까지 인간을 둘러싼 환경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환경권은 우리 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권리로, 침해될 경우 즉시 생활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함께 가치와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환경권’에 대한 시민들 권리 주장 강해져…집회·시위의 자유 조정 검토 필요
회기 1년 남짓 국회, 집시법 개정 논의 외면…헌법상 가치 보호 노력 절실

하지만 쾌적한 생활환경 추구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집회·시위의 확산으로 인한 환경권침해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헌법상 권리인 환경권이 침해됐을 때 현수막 설치, 진정서 제출,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적 구제 수단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직 대통령 자택 인근인 서울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맞은 편서 열리는 집회 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며 경찰에 “확성기 사용 등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환경권에 대한 인식변화는 개인이 누리는 환경권의 가치와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집회·시위의 자유' vs ‘환경권’, 헌법상 기본권 충돌 조정 위한 법·제도 개선 나서야

헌법상 다른 권리들에 비해 집회·시위의 자유가 과도하게 보호받는 과정서 나타난 기본권 간 충돌을 국회가 나서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본권 간 충돌을 조정할 수 있는 법률 개정 권한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전제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다른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 30여건이 다수 의원들을 통해 발의돼있다.

자신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정도를 넘어 타인에게 심각한 괴롭힘이나 피해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집회·시위를 악용하는 것을 법률로써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 결과다.

하지만 지난해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해 건물로부터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대상에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한 것 외에는 별다른 논의의 진전이 없다.

21대 국회(2020년 5월30일 ~ 2024년 5월29일) 회기가 고작 1년 남짓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시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의 오랜 격언 중 ‘당신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타인의 코앞에서 끝난다’(Your right to swing your fist ends where the other man’s nose begins)는 말이 있다”면서 “지금은 집시법 개정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에 가려진 다른 헌법상 가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