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생활동반자법’ 찬반 논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15 09:57:10
  • 호수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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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동성혼 합법화법이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시대의 흐름이다” VS “악법이다” 등 최근 생활동반자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악법을 주장하는 쪽은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합법화’를 촉진할 것을 우려한다. 시대 흐름이라는 쪽은 이미 전통적 가족이 해체된 만큼, 해당 법안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0명의 동료 의원들과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이날 발의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생활을 공유하며 돌보고 부양하는 관계를 ‘생활동반자관계’로 규정한다. 이 법은 일상 가사, 돌봄, 복지, 장례 등 생애 전 과정서 가족의 권리를 보장한다.

“외롭지 
않도록”

이 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으로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이다.

이날 용 의원은 생활동반자법을 재발의하며 “국가에 의해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받고 각종 사회제도의 혜택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국민은 더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의 ‘외롭지 않을 권리’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회가 큰 걸음을 떼어 나아갈 때”라고 설명했다.


생활동반자법의 주요 내용은 ▲생활동반자관계 성립‧해소하고, 효력과 그에 관한 등록·증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 ▲생활동반자관계 증명에 관한 사무는 대법원이 관장하고, 사무 처리 권한은 가정법원장에게, 생활동반자관계 증명서 발급사무 처리에 관한 권한은 시‧읍‧면의 장에게 위임하도록 함 ▲성년이 된 사람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생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혼인 중이거나 생활동반자관계 중인 사람은 다른 생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지 못함이 들어가 있다.

또 ▲생활동반자관계 효력은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 주소지 또는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 또는 가정법원지원에 당사자 쌍방이 연서한 서면으로 신고함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 쌍방이 해소에 합의하거나 일방이 해소를 원하는 경우,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가 다른 사람과 혼인한 경우나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 간 혼인이 성립한 경우는 생활동반자관계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함 ▲생활동반자관계를 해소한 당사자 간에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 생활동반자관계가 해소된 경우 해소에 정당한 이유가 없을 때에는 생활동반자관계를 해소한 당사자 일방은 과실 있는 다른 일방에 대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는 동거 및 부양·협조의 의무, 일상가사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친양자 입양 및 공동 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함 ▲생활동반자관계 증명서 교부 청구, 인터넷 또는 무인 증명서 발급기에 의한 생활동반자관계 증명서 발급 및 생활 동반자 관계 증명서 기록사항 중 일부 사항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함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에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출산휴가, 인적공제, 가정폭력방지 등 제도서 혈연‧혼인에 의한 가족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 부여 등 9가지로 정리된다.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살도록
찬성 51% vs 반대 49% 팽팽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시작한 것은 동거가족의 법적 권리를 재정비를 위해서다. 

진 의원은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의 가족관계와 마찬가지로 법률적 보호를 받도록 법안을 제정할 것”이라며 “생활동반자법의 입법 취지는 누구나 ‘삶을 함께 살아갈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생활동반자법은 보수·종교단체의 거센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대선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결혼하지 않아도 주거 및 경제생활을 함께하면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시민동반자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2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밝혔다.

생활동반자법이 9년 만에 다시 화두에 올랐지만,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국민 4349명(남녀 무관)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활동반자법 도입 찬성은 51.4%, 반대는 48.6%였다. 

찬성 이유로 ‘결혼 비용 절감 등 실용성’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5.8%로 가장 많았으며 ‘개인의 권리 보장’ 24.0%, ‘비혼‧독거 문제 등 시대 변화 반영’이라는 답변은 12.0%였다.

반대하는 이유는 ‘동성혼 합법화법 우회 법안’ 응답이 25.8%, 제도 악용 가능성 22.3%, 가족관계 혼란 등 사회적 문제 야기 14.4% 순이었다.

전통적 개념
치열한 쟁점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생활동반자법의 가장 큰 반대 이유는 ‘동성혼을 합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복음법률가회 등 기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생활동반자법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 500여 단체는 지난 4일 “비혼 동거와 동성 결합을 합법화하려는 생활동반자법안 발의를 규탄하며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이날 이들은 생활동반자법이 결혼에 따르는 책임감을 회피하고 성인의 욕구만 앞세워 아동복리를 현저히 반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9년 전, 국회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에 필요한 10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과 유사한 생활동반자법은 비혼 동거와 동성 간 결합을 합법화함으로써 헌법상 양성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해 국민 정서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혼외 출생자 비율은 급증시키고 혼인율은 급감시켜 자녀 복리를 현저히 저해하는 악법이다. PACS는 프랑스서조차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용 의원이 이런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족의 범위를 확대한 서구는 공통적으로 혼인율 급감, 출생자 중 혼외 출생률 급증(프랑스 출생아 중 혼외 출생 비율 63.5%)이라는 가족 해체 현상을 겪고 있다. 동거 관계는 평균 18개월 정도 지속된다”며 “그 결과 혼외자들은 혼인 중 출생자보다 육체·정신적 학대, 우울증, 학교 중퇴를 경험할 가능성이 4배나 높고, 기증에 의해 출생한 자녀는 생물학적 부 또는 모와 단절된 관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생활동반자법은 배우자에게 허용되는 주택청약, 건강보험료 지급 의무 면제 등 사회복지 혜택을 동거 파트너에게도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부칙 2조19항은 주거기본법상 ‘신혼부부’에 생활 동반자 관계를 포함하는데, 이로 인해 결혼을 원하지 않아 동거를 선택한 커플도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주택 특별공급 혜택을 누리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동성 결합도
부부 관계로?

또 “이를 악용해 신혼부부 특공을 노리고 동성 룸메이트끼리 허위로 ‘생활 동반자 관계’를 맺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생활동반자법이 주택정책을 악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현재 법률혼 외에 사실혼이라는 개념으로 사실상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남녀에 대해 법률혼 가정에 준하는 보호를 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안에서 규정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이나 결별 시 손해배상 청구권은 모두 사실혼 제도로 보호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생활동반자법안에서는 민법상 부부에게만 인정되는 의무인 동거 및 부양·협조 의무, 일상가사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 연대책임, 친양자 입양 및 공동 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데, 이는 생활동반자법안이 사실혼으로도 인정될 수 없는 동성 결합까지 부부관계를 확장하는 목적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이 거세지만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다. 찬성론자들은 어차피 전통적 개념의 가족 형태는 해체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적인 개념’은 혼인신고를 한 무보와 자녀가 같이 사는 가족을 말한다.

우리나라 법 체계는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사는 경우를 ‘정상 가족’으로 규정하고 이를 장려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와 애인·친구와 같이 사는 비친족 가구를 합하면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가구와 가족 구성원들을 ‘규범 밖 가구’로만 규정하고 이를 국가제도의 울타리로 보호하지 않으니, 40%의 구성원 구성원은 계속 차별받고 있다.

가장 큰 차별은 주거·돌봄·출산·양육 등 대부분의 권리와 의무가 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진 가족관계를 기준으로 형성돼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미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에 발맞춰 여러 사회적 관계를 차별 없이 인정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출생률 반등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청약, 아동 인권 등 큰 문제
"저출생 문제 해결될 수 있는 요지”

법적 가족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는 요구는 수년간 이어졌다. 민법 779조는 가족을 ‘혼인과 혈연으로 이뤄진 관계’로 정의한다. 이런 정의서 ▲한부모 ▲비혼 동거 ▲동성 부부 ▲주거 공동체 등 가족 범위 밖에 있는 관계는 사회보장 등 공공 서비스 보호서 배제된다.

수술과 같은 의료적 위급 상황서 가족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보호자는 역할이 제한된다. 또, 친밀한 관계여도 사망 이후 ‘장례 주관자’가 될 수 없고, 입양아에 대한 차별적 시선으로 인해 입양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 등 문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진 의원 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생활동반자법 마련을 주도했던 황두영 작가는 “우리 사회의 외로움이 보편적인 만큼 생활동반자법도 보편적일 것이다. 당신이 지금 외롭다면, 어쩌면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책 <외롭지 않을 권리>(시사IN북)의 저자다. 이 책은 생활동반자법의 해설서로 불리며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이성 배우자‧혈족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외에도 다양한 관계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인 것을 설명한다.

황 작가는 <주간경향> 인터뷰서 “입법 영역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추상적인 상상을 구체적인 법안을 통해 현실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여러 사람이 ‘씹고 뜯을’ 수 있는 논쟁의 기준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가족제도’의 대전제가 여기저기서 균열이 나고 있다. 보수 세력은 생활동반자법 제정에 반대하지만, 생활동반자법이야말로 원초적인 보수의 가치를 담은 정책”라며 “가족끼리 책임지고 가족 안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원초적인 보수적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창할 수 있지만 지난 20~30년간 신자유주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사람들을 흩트려놨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삶으로 가족이 붕괴됐다. 즉, 생활동반자법은 가족과 같이 살고, 장기적 삶의 전망을 꿈꾸는 데 토양이 된다. 급진적인 정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초적인 보수
가치 담은 정책”

동성애에 대해선 “혐오 세력 때문에 생활동반자법을 두고 사회가 오랜 기간 고민하고 주저했다. 이 법이 동성애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지난 9일에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기 1년 전인 지금, 반드시 완수해야 할 개혁 입법 과제를 신속처리안건으로 정하자”며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촉구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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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