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특검’ 정의당 배신론, 왜?

“그래서 미는 거야 마는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의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2개의 문턱을 남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있었으나 갑작스레 정의당이 입장을 뒤집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적어도 4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의당은 이달 초까지 국민의힘과 ‘50억 클럽 특검법’ 협상을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교감을 중단하고 소통을 이어갔으나 인내심에 한계가 온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방패막이로 추가 회의 일정도 잡지 않는 등 소극적 행보를 보인 탓이다. 민주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소극적 행보
적극적 추진

50억 클럽 특검법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간 국민의힘과 소통해온 정의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라 긴급하고 중요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전체 혹은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에게 제출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이후 표결을 진행해 국회의원 전체 또는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은 패스트트랙이 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현재 대장동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특검법 추진이 옳지 않다고 반대해왔다. 정의당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기조를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새다. 민주당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서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에 동참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은 4월 임시국회 안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확정했다.

법사위에서 절차를 밟아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던 정의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법안심사1소위에서 일어난 국민의힘 소속 소위원들의 항의성 퇴장의 여파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소속 소위원들은 지난 11일 열린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특검 추천 권한과 수사 대상 등을 문제 삼아 항의한 뒤 퇴장했다.

이로써 50억 클럽 특검법은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의결된 특검법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에는 비교섭단체서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50억 클럽 특검법이 당장 법사위 전체회의서 다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법사위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 상정 권한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쥐고 있는 탓이다.

정의당 입장이 정리되자 민주당은 이달 중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함께 이달 내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 정책조정회의서 “어제(12일) 이정미 대표가 ‘법사위서 50억 특검법이 지체된다면, 4월 임시국회 내에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며 “비록 늦었지만 정의당의 진전된 결단을 다행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검법 법안심사소위 민주당 의결로 통과
국힘 반발 집단퇴장 여파? 돌연 입장 선회

국민의힘의 반대는 여전하다. 여당 소속 법사원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대체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을 배제한 채 50억 클럽 특검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가 미진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가 확실시되면서 50억 클럽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오는 27일 본회의서 특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큰 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에 180석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 169석과 정의당 6석 외에도 5석 이상이 더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도 특검이 꾸려지는 데 두세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최장 240일이 지난 뒤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대장동 사건을 화두로 띄울 수 있다.

야권의 쌍특검 맹공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50억 클럽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자는 취지의 특검법의 실제 내용이 대장동 의혹 전반을 포괄하는 데다 수사 대상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포함될 수 있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검이 직접 곽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뒤집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과거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안에는 ▲50억 클럽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불법자금 및 부당한 이익 수수·요구·약속 및 공여 등 의혹 ▲대장동 개발을 위한 사업자금 및 개발수익과 관련된 불법 의혹 ▲천화동인 3호 소유자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부동산 거래 특혜 및 불법 의혹 ▲1~3호까지의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수사 대상으로 50억 클럽 의혹을 넘어 대장동 의혹 전반을 포괄하는 식이다.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들어갔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누나는 성남의뜰로부터 배당받은 개발 수익으로 2019년 윤 대통령 부친으로부터 집을 샀다는 의혹을 받는데, 특검법은 이 부분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명시했다.

법안 통과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곽 전 의원에 대한 공소 유지는 검찰이 계속 담당한다. 이 같은 한계점 때문에 특검이 직접 곽 전 의원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특히 법안 통과 직전 검찰이 관련자들을 재빠르게 재판에 넘기거나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검찰은 뒤늦게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기소 후에는 동일 범죄사실로 압수수색할 수 없기에, 새로 인지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 11일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곽 전 의원 부자의 뇌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발부받은 영장이다.

우선 검찰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새로 적용해 입건했다. 개편 전 수사팀은 곽 전 의원에게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을 구성했다. 다만 1심에서는 이 두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

이전 수사팀은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수사팀이 이 혐의를 새로 인지해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2021년 2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성과급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공제 후 약 25억원)을 지급한 것은 뇌물과 알선의 대가라고 보고 있다.

또 이 부분은 산업은행 컨소시엄과도 연관돼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을 무마해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게 컨소시엄 이탈을 압박했다는 정황 등을 보강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은
재수사

검찰은 화천대유가 뇌물 및 알선의 대가를 직원인 병채씨의 퇴직금과 성과급 등 명목으로 가장해 지급한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50억 클럽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인물은 공여 혐의를 받는 김씨를 제외하고는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기소할 당시 아들 병채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에는 병채씨가 피의자인 뇌물 혐의 고발 사건 등이 남아있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추가로 입건해서 수사 중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준 것은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 후부터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왔다.

결국 검찰 수사는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 공동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방향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 전 의원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배척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결혼한 병채씨가 곽 전 의원과 경제 공동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6년차 대리급 직원에게 세금 공제 후에도 약 2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성과급·퇴직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곽 전 의원과 김씨만 재판에 넘겨졌으나 박영수 전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와 양재식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50억 클럽 특검 논의를 막으려는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치권의 특검 논의를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실상 ‘적과의 동침’
4월 내 본회의 마무리

우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성남금융센터·삼성기업영업본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와 은행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 배제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청탁하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다. 양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민간업자와 실무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서 일하면서 2019년 9월∼2021년 2월 11억원을 받기도 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연이율 4.6%, 3년 기한의 정상적인 대출로 회사 회계장부에 대여금으로 처리됐고, 차용증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50억 클럽 의혹과 엮이면서 ‘수상한 거래’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대장동 업자들과 연결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강남서 일하며 2016년 특검보로서 박 전 특검을 보좌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로 지목된 조우형씨의 변호를 박 전 특검과 함께 맡기도 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서 대장동 일당은 양 변호사를 영입한 것을 두고 ‘신의 한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검찰은 이달 8일 김씨를 대장동 범죄수익 390억원 은닉 혐의로 기소한 뒤 이 수익이 로비 명목으로 50억 클럽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추적을 이어왔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거쳐 양 변호사와 박 전 특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곽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다른 50억 클럽 범죄 혐의도 계속 추적할 방침이다.

박영수 제외
수사 제자리

검찰의 빨라진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특검 추진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지난달부터 50억 클럽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갑작스레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충분히 의혹이 제기돼왔음에도 이제 수사를 시작한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도 “민주당과 추가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이달 내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검찰 수사를 무작정 지켜보기만 하자는 국민의힘과의 대화는 배제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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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