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스와 검찰 캐비닛 막전막후

명 다하면 문 열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지난해 3월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임기를 마치면 조용한 삶을 살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잊지 않은 듯하다.

이런 전직 대통령이 있었나. 과거 전직 대통령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퇴임 전 발언과도 대치된다. 기념일마다 SNS를 통해 글을 올리고 정치인을 만난다. 책방을 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자신의 퇴임 이후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잊히고 싶다”
전혀 다른 행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잠잠하다.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온통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쏠려 있는 탓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기 때문.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이탈표가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 내부는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 중이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지지층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으로 지칭해 공격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내년 총선과 맞물리면서 폭발하는 기세다. 당장 선거법 위반 혐의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고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대 사법리스크 외에도 또 다른 의혹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 대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문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중심에서 멀어져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당 상황과 맞물려 이름이 언급되는 정도다. 최근 온라인에는 ‘수박 7적’ 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웹 이미지에는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이간질에 유효한 명단이 나돌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웹 이미지까지 봤다”며 “문 대통령이 당 주축인데 적으로 규정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하면서 통합과 단결을 요구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에 패배한 책임을 지고 송영길 전 대표도 물러났고 문재인 전 대표도 탈당 등으로 당이 굉장한 어려움에 처하니까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퇴임 이후에도 SNS로 정치
여전히 영향력 상당한 수준

두 발언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서 파생돼 나왔다. 민주당 자체가 ‘이재명 이슈’에 매몰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이어 문 전 대통령 측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에 쏠려 있는 검찰의 관심이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 돌입하면 문 전 대통령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문재인정부 지우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굵직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문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가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이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은 문정부 관련 사건서도 ‘윗선’을 노리고 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2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어민 2명이 우리 정부에 나포된 뒤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5일 뒤인 7일 북송이 이뤄진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정부 고위직 인사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문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탈북어민을 북송했다. 

반면 검찰은 탈북어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국내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낸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이 의사결정을 주도했고 국정원과 통일부 등을 통해 북송한 과정이 위법했다고 봤다. 여기에 청와대 노 전 실장이 대책회의서 강제북송 방침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고위직
재판받는 중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한변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변은 “국가 안보의 책임을 맡고 있는 4인의 장관급 인사가 조직적으로 국기문란과 국정 농단의 불법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점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나 수사 결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건도 검찰의 칼끝이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청와대까지 겨냥할 동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현재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을 넘어 문정부 청와대 등 윗선까지 타고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월성원전을 2년 반 더 가동하는 방안을 장관에게 보고했다가 질책받고 즉시 폐쇄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방침 전환에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시스템에 단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 칼끝
윗선 가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은 문정부 때인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후보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당시 울산시장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하는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문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다수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대표는 지난해 12월 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글을 SNS에 올렸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 이후에 올린 글이다.  


김 대표는 당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유린한 심각한 불법”이라며 “국민을 위해 봉직하는 공직 자리를 특정 후보의 경쟁자를 사퇴시키는 뇌물 용도로 악용하는 것은 심각한 매관매직이며 악질적인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수석은 2018년 2월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와 공공기관장직 등을 제안하며 울산시장 포기를 권유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 전 위원은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의 경쟁자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무엇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직접 연루된 증언이 나온 만큼 임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이 그 배후로 지목되고도 남을 만큼 차고 넘치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으니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는 일도 더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언제 시작될지 몰라

윤정부가 문정부 지우기에 몰두하면서 정치, 사회, 외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의혹들이 툭툭 튀어 나오는 중이다. 심지어 감사원은 문정부 시절 국가통계 왜곡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가족도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다. 

당장 크게 언급되고 있는 사건은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이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를 배임 혐의로 체포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태국계 저가 항공사다.


이스타항공이 자사 항공권 판매 대행사인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원 상당의 외상 채권을 설정한 뒤 ‘회수 불능’으로 손실 처리했지만 이 돈이 타이이스타젯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일단 검찰은 해당 사건이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타이이스타젯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씨가 전무로 취업한 회사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시기를 전후해 이상직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맡았다. 

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씨의 특혜 채용 의혹은 2017년 처음 불거진 일로 오랜 시간 정치권을 달군 바 있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힘 심재철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문씨로부터 민·형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심 전 의원과 하 의원은 형사소송에서는 무혐의, 민사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타이밍은
내년 총선?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분 상태에 빠지면서 친문계(친 문재인)가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이 대표와 맞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그 타깃이 문 전 대통령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아직 이 대표에 가려져 있을 뿐 문 전 대통령 역시 사법 리스크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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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