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8일‧이하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이하 성탄절‧12월25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 날 하루 쉬게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인사혁신처가 15일, 대통령령으로 석가탄신일과 성탄전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승호 인사처장은 “이번 개정안이 국민에게 적정한 휴식권을 보장하고 소비진작, 지역경제 등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대체공휴일은 설(음력 1월1일)과 추석(음력 8월15일), 어린이날(5월5일), 3‧1절(3월1일), 광복절(8월15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만 적용 대상이다. 지난 2014년 추석 연휴 다음날이었던 9월10일 처음 적용된 후로 지난해부터는 어린이날과 설날도 추가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종교 관련 공휴일인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된 데 반해 그 의미가 뜻 깊을 수밖에 없는 현충일(6월6일)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부분이다. 이로써 15일의 공휴일 중 현충일과 신정만 대체공휴일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표밭’으로 알려진 종교계의 입김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기독교 및 불교 신자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국내 종교인구 분포도’에 따르면 기독교 17%, 불교 16%, 천주교 6%, 비종교인은 60%로 각각 나타났다(2021년 기준). 즉, 전체 인구 5173만명 중 879만 4000여명이 기독교 신자였고 827만6000명이 불교 신자, 310만명가량이 천주교 신자인 셈이다.
이 정도면 정치인들이 종교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을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원내대책회의서 “올해 성탄절과 일요일이 겹쳤다. 내수진작과 국민 휴식권의 확대, 종교계 요청 등을 고려해서 정부가 대체공휴일 지정 확대를 검토할 때”라고 신호탄을 쏴올렸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개인적인 의견임을 강조하면서 “사리에 맞는지 좀 살펴봐야겠다. 노동자 휴무를 늘리는 대체공휴일 확대에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가 기세를 떨쳤던 지난 2021년 말, 방역패스 적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생존권이 걸려 있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포함한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영업제한을 명령했지만 유난히 종교계에겐 관대했던 바 있다.
실제로 종교 활동을 막지 않고 전체 수용 인원의 30%나 299명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방역당국의 정책을 두고 먹고사는 문제보다 종교가 더 중요하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신앙의 자유 및 기본권 침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종교시설에겐 상대적으로 느슨한 잣대가 적용됐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이고 석가탄신일은 석가모니(부처)의 출생을 기념하는 날로 모두 법정공휴일이다. 매년마다 전국의 교회 및 사찰에서는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기독교인 및 불자들이 모여 성대한 기념식이 거행된다.
특히 성탄절의 경우는 석가탄신일보다 비종교인들에게도 친숙한 날로 남녀 커플들이 기념 만남 등으로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다만 입법예고만 됐을 뿐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관보에 공포돼야 시행이 가능하다. 인사처에 따르면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경우 올해 석가탄신일인 5월27일 토요일이 첫 적용 사례가 돼 월요일인 29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된다.
한편, 석가탄신일은 지난 210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