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당간당’ 이재명 구속영장 재청구 시나리오

아직 세 발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나 부결과 가결에 큰 차이는 없었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을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 모두 피의자들의 진술이 180도 바뀌면서 이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사건과 혐의로 추가 영장 청구를 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두 사건이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 미적시
3개 내용은?

검찰은 보강수사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거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사건 등 남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를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향후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 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부결 통지 공문이 법무부,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전달되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검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아직 여러 개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공모해 성남도개공이 적정 배당이익을 받지 못하게 해 4895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당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민간업자를 시행사로 선정해 8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도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도 수사했지만, 이번 영장 청구에서는 내용이 제외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428억 약정’ 의혹을 보충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방울·백현동·정자동
세 의혹 추가 수사 보완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부지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백현동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부장검사 엄희준)가, 정자동 호텔 비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가 수사하다 지난달 1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첩했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서두르지 않고, 일단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후 보강수사 및 영장 재청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공소장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김씨를 오는 9일까지 구속수사할 수 있는 만큼 그 안에 최대한 관련 진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김씨에게서 만족할만한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보강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소 시기는 유동적으로 점쳐진다. 위례·대장동 의혹 외에도 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줄줄이 수사 중이기에 수사 상황에 따라 기소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위례·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에 더해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까지 모두 포함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이 됐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많았던데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많았다.

태도 바꾸는
핵심 관련자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기류가 최근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말 노웅래 의원부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까지 세 번이나 내리 부결했을 때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이 대표 신병 확보에 또 실패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난과 함께 수사로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검찰은 우선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전 부지사를 매주 두 번 수요일과 일요일에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재판이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다.

검찰은 최근부터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대질 위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측에 대가를 건네고 부적절한 도움을 받았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북사업 관련 양측의 ‘연결고리’가 이 전 부지사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성태 대포폰 재판부 증거 인정 관건
키맨 엇갈린 진술 신빙성 다툼도 주목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성 등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나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의혹 핵심 관련자들이 기존에 했던 진술을 뒤집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전 부지사와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모씨를 대질 조사했다.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경기도와 대북교류 행사를 공동 주최한 단체로, 이 행사에 수억원의 비용을 아태협이 부담했는데 실제 비용을 쌍방울이 냈다는 의혹이 있다.

안씨는 21만5040달러와 180만위안을 북측 인사들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 조사에서 안씨는 기존 입장과 달리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알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김 전 회장을 원래 알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 소개로 2018년 무렵 김 전 회장을 처음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이 바뀐 것이다.

안씨가 진술을 바꾸면서 당초 쌍방울 방모 부회장, 김 전 회장 순으로 이어가려던 대질 계획도 다음 조사로 밀리게 됐다. 방 부회장의 경우 ‘혐의를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최근 법정에서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방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추가 영장
통과 가능성

김 전 회장은 최근 대질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모르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따져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를 연결 짓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가 확실시되면 이 대표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기소·불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맡겨보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 예규)에서 규정한다.

수사심의위가 논의할 수 있는 사건의 기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다. 국민의 알권리, 사안의 중대성, 인권보호 필요성 등도 고려 요소다. 이재명 대표 사건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심의 대상은 ▲수사 계속 ▲기소 및 불기소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다. 피의자·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이는 검찰 측의 소집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가결 같은 부결 양측에 치명타
검, 물적 증거 확보 여부 핵심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무조건 열리는 건 아니다. 2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우선 관할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시민위원장이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심사 대상으로 인정하면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꾸려진다. 부의심의위는 신청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부칠지 검토한다. 여기서 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수사심의위가 개최된다. 기존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뒤 개최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수사심의위원은 150~300명이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검찰총장이 위원으로 위촉한다.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특정 사건의 수사심의위에서 실제 심사를 맡을 위원들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추려진다. 위원장을 제외하면 15명으로 구성된다.

이 대표의 사건을 대상으로 한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과 ‘불기소’라는 결론이 나오면 검찰은 부담을 갖게 된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지만 ‘주임검사는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놓으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방어권 카드

수사심의위 카드는 위험 부담도 크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면 검찰 수사에 정당성이 더해지면서 이 대표의 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서 무죄를 선고받기 전까지는 ‘사법 리스크’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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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