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창업 트렌드 - 복합점포가 뜬다

최근 창업시장에 한 점포에서 두 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취급하는 복합점포가 주목받고 있다. 매출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아이템을 복합적으로 취급함으로써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수요를 확대해 점포 효율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호황기에는 세분화가 불황기에는 복합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창업 전문가들은 “한곳에서 다양한 욕구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복합화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진단한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고림고등학교 건너편 상가에 위치한 피자&치킨 전문점 ‘피치타임’은 전형적인 복합점포로 상승가도에 올라선 창업 사례다. 대중적인 먹거리 아이템인 치킨과 피자를 동시에 취급해 배달과 테이크아웃 판매하는 33㎡(약 10평) 규모의 소형 매장이다. 

점주 박찬석 사장(55)은 “치킨과 피자 맛이 좋은 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처음 보는 순간 바로 창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물류사업을 26년간 해온 덕분에 시쳇말로 장사꾼이라서 딱 보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피자+치킨

박 사장이 판단한 피치타임의 가장 큰 장점은 식재료와 소스 맛이 풍부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메뉴라는 점이다. 게다가 치킨과 피자 두 가지 세트 메뉴 가격대가 2만4000~2만6000원이고, 피자 두 판과 치킨 한 마리로 구성된 세트 메뉴도 3만4000원대로 저렴해 물가 상승으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를 겨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피치타임의 성공 포인트는 단골 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처음 주문한 고객은 있지만, 한 번만 주문한 고객은 거의 없을 정도로 재주문이 100%에 가깝다”며 “맛과 양에 반하고, 저렴한 초가성비에 만족한 고객들이 온라인 곳곳에 칭찬 리뷰를 남기고 있어서 매출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점포는 일평균 매출이 120만~150만원이고, 월평균 매출은 4000만원 내외로 창업 초기부터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들어간 창업비용은 점포 구입비를 포함해 총 1억원 이내다. 본사가 개설비용을 일체 받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오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아가 박 사장은 올해 안에 용인시 지역을 중심으로 총 4개의 피치타임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점포당 두 명 정도 직원을 채용하면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같이 가장 일반적인 복합화 전략은 메뉴나 업종을 묶는 것이다. 전문점 두세 업종을 하나의 점포서 취급함으로써 매출 다각화를 가져오는 전략을 보인다. 피치타임처럼 가장 대중적인 업종인 치킨과 피자를 판매하고, 거기다가 떡볶이, 치즈볼 등 메뉴를 함께 취급하면 고객층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피치타임 가맹본부 관계자는 “피자와 치킨의 메뉴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가격대도 초저가에서 중저가 수준으로 촘촘하게 구성해서 고객 각자의 선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 1~2인 가구와 3~4인 가구 모두로부터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고 복합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처럼 피치타임은 시장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어 가맹점 모집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소자본 창업 희망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해 당분간 가맹비, 교육비, 인테리어비 등 본사 개설 마진을 남기지 않고 가맹점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 점포서 두 가지 이상 아이템 취급
호황기 세분화 불황기엔 복합화 경향

서울 지하철 논현역 인근의 ‘봉산평양냉면’은 냉면, 제육보쌈과 편육, 만두, 그리고 다양한 전골 메뉴로 사계절 대박 점포로 자리 잡고 있다. 평양냉면 맛집으로 소문나자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접목함으로써 사계절 인기 맛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주점의 경우도 계절별 매출 편차를 극복하고 있는 업종이 부상 중이다. 과거에는 치킨 호프가 겨울철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업종이었지만 최근 뜨고 있는 ‘역전할머니맥주’ ‘금별맥주’ ‘범맥주’ 등은 소주 안주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계절별 매출이 고르게 오르고 있다. 

낮과 밤의 매출 편차를 극복하는 점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대찌개와 닭갈비 전문점 ‘박가부대’는 낮과 밤 간의 매출 편차를 극복해 장수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 브랜드 론칭 초기에 부대찌개 전문점으로 출발했지만 부대찌개가 낮 매출은 높으나 저녁 매출이 낮은 단점을 닭갈비가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할머니보쌈족발’도 도시락 메뉴를 출시해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원할머니보쌈족발은 점심 메뉴로 국수와 가마솥밥반상을 추가한 점포에 고객 반응이 매우 좋다는 것이 본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외식업에 판매업의 기능을 접목하고, 판매업에 서비스업의 기능을 더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복합화 전략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얻기도 한다.

도시락 전문점 ‘한솥도시락’은 도시락을 판매하면서, 점포 안에 음료수나 컵라면 등의 제품을 갖춰 놓고 같이 판매하고 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료나 라면 판매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샐러드&밀키트 전문점 ‘영영상점’은 외식업인 샐러드 전문점과 판매업인 밀키트 전문점을 결합해서 시너지효과를 보고 있다. 여름철 메뉴인 샐러드와 겨울철 메뉴인 밀키트가 계절별 매출 편차를 보완하면서 전국 70여개 매장이 장사가 잘되고 있고, 서울 도곡점의 경우 월평균 매출이 8000만원 선에 이를 정도로 대박 점포라고 한다. 

특히 영영상점은 늦은 밤에는 무인점포로 전환해 밀키트 상품 위주로 판매해 매출의 다각화를 이루고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채선당 도시락&샐러드&밀키트24’는 한 점포서 도시락과 샐러드&포케에 가정간편식 밀키트까지 3가지 아이템을 취급해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혔고, 가맹점주들은 이를 통한 삼중 수익구조 구축이 가능해 안정적인 매출 견인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시너지효과

이 밖에 유기농화장품전문점들은 매장 내에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숍인숍 형태로 들여 놓아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도 한다. 화장품을 사러 온 손님이 피부 관리를 받거나, 피부 관리를 하러 매장에 들린 손님이 화장품을 사도록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단일 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유기농 회사의 인기 제품을 모아 취급하는 ‘멀티숍’ 개념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는 점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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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