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국감 위증 논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02 13:58:30
  • 호수 1416호
  • 댓글 0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박현종 bhc 회장의 위증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박 회장의 위증 논란은 이미 ‘2020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던 바 있다. 당시 국감이 종료되면서 수면 아래로 꺼졌다가 최근 다시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다.

위증은 거짓으로 증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위증죄가 되려면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해야 성립한다. 위증죄는 형법 제152조에 규정돼있다. 형법 제152조(위증, 모해위증)에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이처럼 위증죄는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경우 성립되는 범죄로 특히 한국 사회선 중죄에 해당한다. 위증 시 재판장이 사실을 오인해 적정한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14조(위증 등의 죄)에는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했을 때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최근 박현종 bhc 회장의 위증죄가 다시 논란이 될 조짐이 보인다. 발단은 bhc가 지난달 13일 서울고법 제18민사부가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서 일부 패소하면서부터다. 재판부가 박 회장이 BBQ에 28억원 규모 손해를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BBQ가 완전히 승리한 것으로 봤다.

이 소송은 BBQ가 2013년 당시 bhc 매각 작업을 담당했던 박 회장(당시 BBQ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2019년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bhc는 지난달 25일 “BBQ 측 주장이 왜곡된 것”며 즉시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는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통해 박 회장이 ‘주식매매계약(bhc매매)’에서 bhc에 대한 실사 과정을 총괄했거나 가맹점 목록의 구체적 내용의 적성에 관여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상품공급 계약’ 및 ‘물류 용역 계약’ 일방 해지, ‘영업비밀 침해’ 등 소송이 이어져왔는데 판결문을 유리하게 해석한 입장을 언론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모두 직원이 개인적으로 했던 일”
‘2020 국정감사’ 증언 뒤집는 판결

하지만 제네시스BBQ 측은 판결문의 한 문장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판결문에 명시된 ‘박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에서 bhc에 대한 실사 과정을 총괄했거나 위 가맹점 목록의 구체적인 내용의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을 두고 한 말이다.

해당 문장 바로 밑에는 ‘박 회장은 BBQ의 이사로서 bhc 매각에 관한 협상을 담당했다. bhc로부터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서의 작성에 관한 사무를 위임받았으며, 박 회장 과실로 제1 진술보증조항의 대상인 bhc 브랜드를 달고 있는 총가맹점 목록이 아닌 개점/일시 폐점(휴점)/폐점 예정으로 분류된 이 사건 가맹점목록을 그대로 이 사건 공개목록에 포함시킴으로써 위반했다’고 판시돼있다.


또 ‘박 회장은 2012년 7월1일부터 2013년 6월4일까지 bhc 회사의 해외글로벌사업부 대표로, 2013년 3월11일부터 2013년 6월28일까지 bhc 사내 등기이사로 각각 재직했다. 2012년 11월8일 이후부터 오랜 대기업 근무 경력,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 전반적으로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부서의 오씨 및 이씨를 통해 bhc의 각 부서로부터 이 사건 공개목록에 들어갈 내용을 취합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이 사건 공개목록을 완성하는 등 이 사건 공개목록의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기재돼있다.

판결문에 적힌 ‘핵심적인 역할’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위증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판결을 이끌어낸 결정적 요소는 BBQ가 디지털포렌식 작업으로 복구한 증거에 있다. BBQ는 박 회장이 BBQ 재직 당시 bhc 매각 업무를 담당할 때 업무기록을 복구해 증거로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증거로 인정한 것이다.

뒤집힌
항소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2020년 국정감사에서 박 회장의 위증죄가 논란이 됐었는데, 이번 판결문을 보고 의원실 차원에서 단계를 거쳐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화두가 된 것은 박 회장의 위증죄다. 박 회장의 위증죄 논란은 2020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그해 10월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 회장은 “선서, 본인은 국회가 실시하는 2020년도 국정감사와 관련해 정무위원회서 증언함에 있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제8조에 의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했다. 

당시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박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부당한 광고비 의혹 ▲보복성 가맹 계약해지 ▲불공정 거래 행위 ▲갑질 행위 등 bhc와 가맹점협의회 간에 불거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bhc가 국감에 앞서 전 의원에게 제출한 상생방안도 질의사항에 포함됐다. 박 회장은 전 의원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기업 의무 차원에서 상생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신선육 가격 인하가 상생방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위증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bhc와 경쟁사 BBQ 간의 갈등에 대한 박 회장의 답변이었다. 당시 bhc는 경쟁사 오너인 윤홍근 BBQ 회장의 회삿돈 횡령 수사 배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정무위 국감을 앞두고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발뺌하더니…
개입 밝혀져

2018년 11월 윤 회장이 회삿돈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비를 10억원 넘게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경찰 수사가 뒤따랐다. 이후 2020년 10월 <한국일보>는 경찰 수사의 배후에 bhc가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BBQ 전 직원인 제보자 A씨와의 인터뷰, 윤 회장이 결재한 서류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경찰은 매체 보도 한 달 뒤 BBQ 본사와 임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을 한 뒤, 횡령 의혹이 있다며 윤 회장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BBQ 이미지가 추락됐지만 결국엔 불기소 처리된 횡령 의혹 사건의 배후에는 경쟁업체인 bhc가 있었다. 해당 의혹은 미국 동부에 사는 제보자 A씨와 박 회장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A씨는 2018년 3월20일 박 회장에게 “생신을 축하드린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말문을 텄다. bhc는 2013년 독립하기 전까지 BBQ 계열사였기 때문에 BBQ서 함께 일했던 박 회장과 A씨는 아는 사이였다. 오랜만이었던 두 사람은 BBQ와 bhc의 소송전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두 회사는 bhc가 분리된 후로 현재까지 영업비밀 유출, 계약파기 등을 이유로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견원지간인 관계다.

A씨가 이튿날 카카오톡으로 박 회장에게 BBQ를 공격할 수 있는 윤 회장 일가 관련 비리 의혹 20여개를 나열하자, 박 회장은 곧바로 항공편을 마련해 A씨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2018년 4월5일 낮 12시 bhc 계열사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고급 고깃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A씨가 가져온 BBQ 비리 의혹 자료를 살폈다.

이후 6개월 뒤인 10월1일, 박 회장은 이번에도 항공편을 마련해 A씨를 입국시켜 같은 곳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번에는 박 회장이 A씨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았고 방송사 기자에게 A씨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이것이 A씨가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서 밝힌 윤 회장 횡령 의혹 보도와 경찰 수사의 발단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 전반적으로 관여’
‘사건 공개목록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 담당’

사건의 단초가 된 윤 회장의 횡령 사건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무리한 경찰 수사 논란으로 번졌다.

제보자 A씨는 윤 회장의 횡령 의혹을 제보하는 과정에서 bhc와 박 회장 등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회장은 A씨를 언론사에 연결해준 일밖에 관여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bhc는 A씨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 의원은 박 회장의 해명을 ‘거짓’으로 봤다. 그는 A씨와 bhc 홍보팀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bhc가 담당 임원의 주소, 차량 번호 등 경찰에 진술해야 할 내용을 ‘밀착 코칭’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해명과는 달리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전 의원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일을 진행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박 회장은 “현재 사건과 관련해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인 만큼 답변하기 어렵다.(증거로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대화 맥락의 앞뒤를 모두 확인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선임해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박 회장의 발언 중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주지 않았다 ▲매각 과정을 총괄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bhc 분리매각)업무기록을 포함해 증거자료를 행정실에 제출할 수 있도록 위원장님께서 해주신다면, 정무위원회서 위증 고발 조치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무런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박 회장의 위증 문제가 ‘잘못된 지적’이라고 여겨진 시기도 있었다. 바로 판결문에서다. 윤 회장 등 BBQ 측이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같은 해 11월 기각됐다. 이후 서울고법에 항소했지만 소각하 판결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BBQ 측은 형사고소도 병행했다.

위증 고발
다시 검토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내린 사유로 ▲ICC 중재 판정에서 bhc 매각 당시 bhc 대표이사였던 김모씨가 ‘가맹 점포 수 산정을 총괄’하면서 가맹 점포 수를 잘못 계산했다고 인정한 점 ▲BBQ 재무 이사가 중재 재판에서 bhc 가맹점 현황 자료는 bhc 전략기획팀 소속 직원들이 만든 것이고, ‘대표이사가 이를 총괄했다’고 증언한 점 ▲박 회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bhc 전략기획팀 직원들이 박 회장으로부터 가맹 점포 수를 부풀리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위증 논란도 잠잠해진 것이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