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마 스캔들’ 배우 유아인

명연기 눈빛이 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배우 유아인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경찰 조사 중 대마초 흡연 의혹이 더해졌다. 곧 나올 것으로 보이는 약물 검사 결과에 영화계를 넘어 유통업계의 이목까지 집중되고 있다. 유아인은 평소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런 만큼, 마약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 각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마약 스캔들이 처음 터져 나온 건 지난 8일이다. 이날 TV조선은 “국내 정상급 남자 영화배우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해당 배우를 소환 조사했다. 이는 항정신성의약품 유통 현황을 감시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사 의뢰에 따른 것이다.

엎친 데 
덮쳤다

보도 직후 유아인의 소속사인 UAA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배우가 유아인임을 밝혔다. 의혹이 널리 퍼지기 전에 사실상 ‘자진 납세’한 모양새다. UAA는 입장문에서 “유아인이 최근 프로포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유아인은 여러 병원을 돌면서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정맥에 투여하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이다. 하얀색 액체 형태여서 이른바 ‘우유주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마취제들과 달리 마취 회복이 빠르고 부작용이 적어 의료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프로포폴 투약 후 깨면 개운하고 잘 잤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사용 후기가 퍼지면서 오남용 위험성이 제기됐다. 특히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연예인의 직업 특성상, 이들의 상습 투약 혐의가 꾸준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유아인이 드나든 서울 소재 병·의원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의료기록을 살폈다. 아울러 지난 10일에는 유아인이 프로포폴 이외에 다른 마약을 추가 투약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유아인이 지난 5일 미국 LA에서 입국한 직후, 인천공항에서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속행했다. 사전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동원됐다. 당시 경찰은 유아인의 체모, 소변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관련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이때 건네받은 소변에서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을 발견했다. 다만 당초 경찰이 수사 중이었던 프로포폴에 대해서는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은 투약 후 며칠 이내로 체내에서 배출되므로, 소변 검사로 확인이 어렵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각종 마약류 투약 여부를 비교적 확실히 알 수 있는 모발 감정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경찰은 대마 흡입 혐의점이 발견된 만큼, 이날을 기점으로 수사 범위를 마약류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
소변 검사서 대마초 흡연 의혹 더해져

다만 유아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같은 날 “아직 경찰이나 국과수로부터 대마 양성 관련 내용을 확인받은 바 없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수사 과정으로 미뤄볼 때, 경찰이 이미 유아인의 추가 혐의 발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사전작업’은 치밀했다. 귀국 현장서 잠복하다 즉각 영장을 집행했다. 이는 유아인이 해외 도피·증거인멸 등을 저지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로 경찰은 유아인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아인을 재차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아인의 신병 처리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혐의 정도로는 신병 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피의자 1차 조사는 했고, 감정 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조사하겠다”며 “이를 종합해 대상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 측 설명에 따르면 국과수의 구체적인 감정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예정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관련 혐의가 더욱 뚜렷해진다면 사회 각계에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우선 유아인의 경찰 조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방송·영화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유아인의 출연작이 상당한 탓이다. 

유아인은 2003년 농심 ‘쫄쫄면’ 광고로 데뷔한 뒤 20여년간 배우로 활동해왔다. 2010년대 초반 주목받는 충무로 유망주로 거듭난 뒤, 2010년대 중반에는 명실상부한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유아인은 2004년 성장 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이어 2006년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출연으로 스크린 데뷔도 마쳤다. 이후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인지도를 쌓다가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이듬해 개봉한 영화 <완득이>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공개
출연작은?

데뷔 이래로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유아인이 거친 이미지의 배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014년 <밀회>, 2015년 <베테랑> <사도> <육룡이 나르샤> 등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다. 이때부터 유아인은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각광받는 주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출연작들의 연이은 흥행과 각종 개인 수상은 덤이었다.

2010년대 후반에는 드라마, 오락 영화뿐만 아니라 <버닝> <소리도 없이> 등 예술성 짙은 영화에도 출연했다. 유아인은 <버닝>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버닝>을 본 해외 평단은 그의 연기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더 가디언>의 저명한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유아인은 (자신이 맡은)종수 역을 굉장한 연기로 선보인다”고 언급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었다. 유아인은 <#살아있다> <지옥> <서울대작전> 등에 출연하면서 2020년 이후 매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는 이번 사태의 업계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유아인의 차기작들을 공개 라인업에 대거 넣어뒀었다. 최소한 사건의 진상이 파악될 때까지는 유아인이 출연한 작품 공개가 어렵다. 대부분 유아인이 주연급 배역으로 출연해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영화계에 따르면 유아인은 올해 넷플릭스에서 영화 <승부>와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승부>와 <종말의 바보>는 이미 촬영이 끝난 후 공개 시점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경찰의 수사 결과가 작품의 공개 시점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기존 작품의 후속편 촬영 여부 역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대표적으로 유아인이 시즌1에 출연해 흥행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제작이 암초를 만났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중 촬영이 시작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수사 결과에 따라 계획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로 
드러나면…

결국 넷플릭스는 라인업이 당초 계획보다 다소 부실해지면서, 당분간 구독자 동원력 약화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하이파이브> 역시 개봉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강형철 감독의 복귀작인 이 영화는 유아인을 비롯해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이재인 등이 초능력자로 출연한다. 올해 극장 개봉을 목표로 현재 후반 작업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은 2021년 11월부로 끝냈다.

파장은 유통업계로도 향했다. 유아인을 메인 광고모델로 내세운 브랜드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인과 단순한 모델-광고주 관계를 넘어 협업구조를 구축한 일부 브랜드는 사업 계획마저 수정해야 할 위기에 내몰렸다. 

브랜드들은 계약해지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노출되고 있던 광고들은 모두 내려둔 상황이다. 일례로 유아인을 메인 모델로 내세웠던 제약회사는 재빨리 흔적을 없앴다. 업계 특성상 약물 오남용이나 마약 문제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중국 상거래 플랫폼 및 브랜드 또한 황급히 ‘유아인 지우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마약 관련 범죄에 유독 엄격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아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온 중국 의류업체는 관련 홍보물과 이미지 등을 당분간 사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는 유아인이 출연한 광고를 각종 상거래 플랫폼에서 모두 내렸다.

일각에선 업계가 한발 빠른 ‘손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미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 계약해지가 이뤄지면 이후 위약금 분쟁이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마약 수사로 확대 불가피?
촉각 세우는 영화·광고계

통상 광고 계약서에는 모델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광고료의 2~3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다. 이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계속해서 연예인 마약 논란이 불거지는 점을 고려하면, 유아인의 계약서에도 마약 관련 기준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아인 본인이 침묵을 이어가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평소 사회 주요 이슈들에 관해 활발히 의견을 밝혀온 유아인이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유아인 갤러리’는 유아인의 해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글에서 “그간 각종 소신발언을 통해 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왜 본인의 의혹에 대해서는 이다지도 침묵하는가”라며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철학을 보여줬던 ‘인간 엄홍식’은 어디로 자취를 감췄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아인은 본인의 병역 의혹이 불거졌던 2017년 소속사를 통해 ‘일부 특권층과 유명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병역기피 사례를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의 환멸을 저 역시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권리와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면서도 국민으로서 가지는 의무를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지금 스스로의 말을 지키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즉시 공식 입장을 통해 이를 소상히 해명하고 논란을 종식시켜주기 바란다. 그것이 본인이 주장했던 ‘유명인으로서의 의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침묵하는
소신 배우

이들은 ‘무죄추정의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유아인 갤러리는 “유아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사는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수사 과정이 일거수일투족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경찰은 ‘피의사실공표죄’라는 기본적인 형법도 지키지 않는 것인가”라며 “이미 ‘무죄추정의원칙’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며 유아인을 향한 수사기관과 언론, 그리고 대중의 융단폭격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아인 ‘약’ 발언 뭐길래…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의혹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의 과거 발언 중 ‘약’과 관련된 내용들이 하나씩 재조명되고 있다.

우선 유아인이 2015년 영화 <베테랑> 기자간담회에서 “광기 어린 연기의 비결은 약인 것 같다”며 농담한 것이 최근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는 현장에서 유아인이 “긴장하며 봐서 그런지 해롱해롱한 기분”이라고 말하자, 동료 배우 황정민이 “약 하셨냐”고 농담한 것을 맞받는 발언이었다.

유아인은 <베테랑>에서 악역 재벌3세 ‘조태오’를 연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극 중 조태오 역시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다.

또 유아인이 2017년 한서희와 설전을 벌이던 중 사용한 이모티콘에도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시 그는 한서희와 페미니즘 관련 논쟁을 하면서 자신의 SNS에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말라고, 그냥 이거 드시라고 떡밥. 내일 또 삭제해드린다고, 그 분노 마음껏 태우시라고 다시 전해드리는 선물”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 말미에는 ‘알약’ 이모티콘이 붙었다.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인 한씨는 빅뱅 멤버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누리꾼들은 유아인이 한서희의 전과를 비꼬기 위해 마약이 연상되는 해당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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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