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한국 교민사회가 큰 피해를 당했던 LA 폭동도 발단은 Rodney King이라는 흑인 청년에 대한 경찰의 합법적이지 못한 무차별적인 폭력 때문이었다.
경찰의 불법적 무력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수년 전 미네소타주 남동부의 최대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서 George Floyd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폭력을 가하는 경찰에 예산을 배당하지 말라고 외치거나, 아예 경찰을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최근 멤피스에서는 29세 흑인 청년 Tyre Nichols가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최근 미국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야 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왜 무자비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폭력을 가할까. 미국에서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로 경찰 폭력 사건의 상당수는 백인 경찰관이 흑인 시민에게 폭력을 가한 형태기에 이 같은 지적이 결코 편견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Tyre Nichols 사망 사건은 관련 경찰관 전원이 흑인이었다는 점에서 경찰 폭력이 단순히 인종 문제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경찰 폭력을 무력의 오남용에 그치지 않고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다하거나 불필요하거나 위법인 경찰의 무력 사용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찰 폭력 사건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경찰이라는 조직에 내제된 위험요인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어느 조직이나 나름의 조직문화가 있기 마련이고, 경찰도 조직(부)문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그들과 우리(We VS. They)’라고 하는 조직(부)문화다.
이는 경찰이란 우리와 시민이란 그들을 구분 짓는 것이다. 과연 경찰에게 시민은 적인가, 아니면 우군인가. 혹시 우군보다는 아직도 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따른다.
경찰의 폭력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부문화는 경찰의 역할, 사명, 임무에 대한 혼란일 것이다. 경찰에게는 시민의 인신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더 나아가서는 총기라는 치명적 무기를 비롯한 무력을 사용할 권리도 주어지고 있다.
경찰권이 혹시 경찰 폭력의 작은 원인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경찰 폭력을 용이하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경찰에게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적법한 절차로 마지막 수단으로 최소한으로 무력을 사용함이 마땅하지만 때로는 남용하고 오용하고 과용하지는 않는지 의문스럽다. 경찰의 기본 역할은 범죄 예방, 질서 유지 등이지만, 몇몇 미국 경찰은 서부 영화에서 악당을 물리치던 John Wayne을 꿈꾸고, 도주하는 범인을 초고속으로 추격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경찰에 입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찰의 폭력적 행동은 마초적 직업의식과 관련이 없을까. 현대 경찰에 요구되는 경찰 사명이 다양하지만 많은 경찰관들은 자신을, 또는 경찰의 사명을 범죄 투사나 전사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