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30일. 정확하게 10개월하고도 24일이 지났다. 유림이가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심장이 멈춘 뒤 흐른 시간이다. 유림이의 부모인 강승철, 윤선영씨의 시간도 그때 멈췄다. 유림이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혀진 피고인의 재판이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부는 제주도에서 평범하게 살았다. 엄마 윤선영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육아휴직을 했다. 아빠 강승철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봤다.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윗집에 작은 고모와 사촌이 살았고도보 5분 거리에는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외삼촌이 있었던 점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큰 고모네 가족이 모여서 살았다.
일란성 쌍둥이
첫째로 태어나
모든 가족의 평범한 삶이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12일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13개월 영아 유림이의 가족이다. 강씨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윤씨는 유림이가 떠난 이후 수년간 다녀왔던 회사를 그만뒀다.
부부는 유림이가 있는 천왕사 납골당에 찾아가 생전 유림이가 좋아했던 인형을 끌어안거나, 밤늦게까지 생전 유림이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유림이는 2021년 2월17일 일란성쌍둥이 중 첫째로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몸무게는 3㎏으로 건강했다. 당시 주위에서 ‘안전하다’고 추천한 병원이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였다. 그리고 13개월 뒤 같은 장소서 비극이 일어났다.
지난해 3월11일 유림이는 코로나19에 걸려 음압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13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라 면역력이 약했다.
집과 가까웠던 제주한라병원에는 음압병동이 없었다. 유림이는 곧바로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됐다.
유림이는 ‘42병동(코로나 병동)’에 입원했다. 유림이 담당 의사는 유림이가 받아야 할 치료는 끝났고 입원해서 상태를 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적이었던 의사의 말과는 달랐다. 유림이는 오후 6시경 호흡 곤란을 일으켰고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약물 오남용 의혹…13개월 영아 사망
재판 핵심은 ‘과연 살 수 있었겠느냐’
강씨는 “의사가 아이는 코로나에 걸려도 회복 속도가 빨라서 중환자실로 가도 잘 회복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최고다. 믿고 기다리라는 말을 해 밤새 기도하며 지새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병원이 강씨에게 유림이를 보러 중환자실로 급하게 오라고 한 것은 다음 날 오후 5시50분쯤이다. 부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은 유림이를 둘러싸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부는 CCTV로 유림이를 바라봤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림이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부부가 유림이를 다시 안았을 때, 유림이의 몸은 차가웠다. 부부는 아이를 끌어안고 쓰다듬었지만, 마음은 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처음부터 유림이가 의료사고를 겪은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의료진이 유림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CCTV를 통해 봤으니까. 그런데 유림이를 화장했던 지난해 3월13일 유림이 엄마가 42병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유림이가 42병동에 입원한 뒤, 간호사가 유림이를 보살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유림이는 코로나 증상으로 발열이 나는 상태였는데도 42병동은 더웠다. 유림이 발열이 잡히지 않아도 의사는 괜찮다고 했고, 유림이 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가 없었다.
호흡 곤란이 온 유림이를 치료하는 과정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고 응급 상황이었다.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유림이 콧구멍에 산소줄을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처치하는 중간에 산소 주입기 병은 터져서 물이 새어 나왔다.
호흡 곤란이 온 상황에, 유림이가 기도 삽관을 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1시간30분을 넘어섰다. 기도 삽관의 소요시간은 정확하지 않지만 보통 10초에서 10분이다. 1시간30분은 너무 긴 시간이다.
기도 삽관
1시간30분
부부는 먼저 유림이의 의무기록지와 42병동 병상의 CCTV를 확인했다. 둘째가 깨어있을 때는 둘째에게 집중했다. 둘째가 잠든 시간에는 유림이의 부모로 움직였다.
지난해 3월17일에는 병원에 방문했다. 유림이가 입원했을 당시 근무 중이었던 간호사가 동행했다. 간호사는 유림이 병상이 어디였는지 알려줬지만, 부부가 하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42병동서 만난 다른 간호사에게 유림이에 대해 물어도 대답해주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의무기록지에도 문제가 되는 내용은 없었다.
다음 날 제주대학병원 측에서 전화가 왔다. “사실대로 모든 내용을 알려주겠으니 방문해달라. 먼저 투약의 오류가 있었으나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는 내용의 통화였다. 유림이 사망에 관해 사과하진 않았다.
면담은 지난해 4월1일에 진행됐다. 병원 관계자 8명이 모인 면담이었고, 이들 중 진료 처장, 사무국장, 간호 부장, 간호 과장, 담당 교수는 도의적 사과를 했다. 이 밖에 ▲네블라이저용 에피네프린 5㎎이 정맥주사로 잘못 투약됨 ▲투약이 잘못된 것을 간호사가 알고 있었지만, 의사는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오늘 병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추가적인 보고가 있으면 필요 시 그에 따른 자료나 설명을 드리겠다. 혹시 또 오늘과 같은 자리가 필요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병원 면담에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너무 부실해서 사고 경위서, 보고서, 투약 기록지를 포함한 일부 의무기록 사본을 요청하고 끝났다. 이후 먼저 연락이 없어 두 번이나 먼저 연락했고. 그때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4월24일에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병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족에게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드린 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후 11월부터는 병원이 3차례 연락해 ‘직접 찾아뵙고 진정한 사과를 드리고 싶다. 시간을 내주길 바란다’ ‘신임 병원장 취임 전이라 위치, 규모 등은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림이를 추모하기 위한 식수 진행 여부에 의견을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준치
50배 약물
이 같은 병원 입장에 대해 유가족은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다산은 “기소된 간호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인터뷰 이후 어떠한 질의응답 요청마저 지난 9개월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병원은 지난해 10월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의료기록을 삭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추모 식수’를 진행하자는 구실로 화해하려는 병원의 태도가 몹시 불쾌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2일에는 병원 소속 임직원에게 ‘사망 원인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극히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과 함께 제주대학교병원의 운영에 있어 ▲42병동의 열악한 현실 ▲간호사들의 업무과중 ▲영유아 확진자 폭증에도 성인 환자 경험만 있는 간호사 투입 ▲피해자가 소아병동이나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귀원의 공식적인 사과 표명 및 피해자 측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의 의사가 전제되지 않은 무의미한 연락은 더 이상 삼가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4월14일 병원 측 관계자는 “민사든 형사든 진행하는 것은 모두 다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이에 부부는 민·형사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유림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기치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3명이 전원 구속됐다. 제주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는 지난해 10월25일 열린 영장심사서 도주와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간호사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모 “입원했던 병동부터 문제 있어”
병원 “사망 인과관계는 재판서 결정”
이들은 지난해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유림이에게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투여했고, 이를 병원에 알리지 않은 채 의무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간호사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에 더해 유기치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아 유림이가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본 것이다.
강귀봉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고 판단했다.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재판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우선 민사소송 첫 기일은 다음 달 15일에 잡혀있으나, 형사소송의 경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수 있다. 구속된 3명의 형사소송 절차가 끝나는 시점에서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는 탄원서 제출과 탄원서 연명부 작성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에피네프린 과다투약 후 생존한 사례 등 유림이의 소생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찾는 것이다. 유림이는 코로나 감염 후 사망했기 때문에 코로나 장례절차에 따라 중환자실 입관 뒤 바로 다음 날 화장됐다.
결국 부검조차 이뤄지지 못했고, 당시 제주도 방역당국도 유림이를 ‘입원치료 중 사망’으로 기록했다.
강씨는 “지난해 5월4일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했고, 국민청원이 종료되는 시점에 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탄원서 연명부는 홍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만3000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제출된 탄원서는 270건”이라고 진행 상황을 알렸다.
모든 사람들이 부부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강씨는 “보호자의 능력 부족을 탓하거나 코로나 때문에 고생한 피고인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격려하고 응원해줘서 힘을 받았다”며 “초면임에도 공판일에 맞춰서 제주법원으로 찾아온 사람도 있다. 앞으로 구속된 피고인 3명의 재판이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모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된 3명을 제외한 보완 수사 요청으로 경찰로 되돌아간 8명에 대해서도 어떤 처벌이 이뤄지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정맥주사로
잘못 투약?
아울러 “특히 구속된 피고인 중 1명은 유림이 사고 후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임신도 했다. 변호사 중 일부는 일부러 감형을 위한 계획 임신 아니냐고 의심도 했다. 난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피고인의 판결이 끝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대학병원 관계자는 “유림이 사망의 인과관계는 재판서 증명되는 것이다. 재판 결과를 따르겠다. 현재 병원은 보호자와 계속 접촉하고 있고,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이 구속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