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이 사망’ 1년의 기록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06 11:49:17
  • 호수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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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증거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30일. 정확하게 10개월하고도 24일이 지났다. 유림이가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심장이 멈춘 뒤 흐른 시간이다. 유림이의 부모인 강승철, 윤선영씨의 시간도 그때 멈췄다. 유림이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혀진 피고인의 재판이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부는 제주도에서 평범하게 살았다. 엄마 윤선영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육아휴직을 했다. 아빠 강승철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봤다.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윗집에 작은 고모와 사촌이 살았고도보 5분 거리에는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외삼촌이 있었던 점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큰 고모네 가족이 모여서 살았다. 

일란성 쌍둥이
첫째로 태어나

모든 가족의 평범한 삶이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12일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13개월 영아 유림이의 가족이다. 강씨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윤씨는 유림이가 떠난 이후 수년간 다녀왔던 회사를 그만뒀다.

부부는 유림이가 있는 천왕사 납골당에 찾아가 생전 유림이가 좋아했던 인형을 끌어안거나, 밤늦게까지 생전 유림이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유림이는 2021년 2월17일 일란성쌍둥이 중 첫째로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몸무게는 3㎏으로 건강했다. 당시 주위에서 ‘안전하다’고 추천한 병원이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였다. 그리고 13개월 뒤 같은 장소서 비극이 일어났다.


지난해 3월11일 유림이는 코로나19에 걸려 음압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13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라 면역력이 약했다. 

집과 가까웠던 제주한라병원에는 음압병동이 없었다. 유림이는 곧바로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됐다. 

유림이는 ‘42병동(코로나 병동)’에 입원했다. 유림이 담당 의사는 유림이가 받아야 할 치료는 끝났고 입원해서 상태를 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적이었던 의사의 말과는 달랐다. 유림이는 오후 6시경 호흡 곤란을 일으켰고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약물 오남용 의혹…13개월 영아 사망
재판 핵심은 ‘과연 살 수 있었겠느냐’

강씨는 “의사가 아이는 코로나에 걸려도 회복 속도가 빨라서 중환자실로 가도 잘 회복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최고다. 믿고 기다리라는 말을 해 밤새 기도하며 지새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병원이 강씨에게 유림이를 보러 중환자실로 급하게 오라고 한 것은 다음 날 오후 5시50분쯤이다. 부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은 유림이를 둘러싸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부는 CCTV로 유림이를 바라봤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림이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부부가 유림이를 다시 안았을 때, 유림이의 몸은 차가웠다. 부부는 아이를 끌어안고 쓰다듬었지만, 마음은 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처음부터 유림이가 의료사고를 겪은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의료진이 유림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CCTV를 통해 봤으니까. 그런데 유림이를 화장했던 지난해 3월13일 유림이 엄마가 42병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유림이가 42병동에 입원한 뒤, 간호사가 유림이를 보살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유림이는 코로나 증상으로 발열이 나는 상태였는데도 42병동은 더웠다. 유림이 발열이 잡히지 않아도 의사는 괜찮다고 했고, 유림이 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가 없었다. 

호흡 곤란이 온 유림이를 치료하는 과정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고 응급 상황이었다.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유림이 콧구멍에 산소줄을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처치하는 중간에 산소 주입기 병은 터져서 물이 새어 나왔다.

호흡 곤란이 온 상황에, 유림이가 기도 삽관을 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1시간30분을 넘어섰다. 기도 삽관의 소요시간은 정확하지 않지만 보통 10초에서 10분이다. 1시간30분은 너무 긴 시간이다.

기도 삽관
1시간30분

부부는 먼저 유림이의 의무기록지와 42병동 병상의 CCTV를 확인했다. 둘째가 깨어있을 때는 둘째에게 집중했다. 둘째가 잠든 시간에는 유림이의 부모로 움직였다.

지난해 3월17일에는 병원에 방문했다. 유림이가 입원했을 당시 근무 중이었던 간호사가 동행했다. 간호사는 유림이 병상이 어디였는지 알려줬지만, 부부가 하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42병동서 만난 다른 간호사에게 유림이에 대해 물어도 대답해주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의무기록지에도 문제가 되는 내용은 없었다. 

다음 날 제주대학병원 측에서 전화가 왔다. “사실대로 모든 내용을 알려주겠으니 방문해달라. 먼저 투약의 오류가 있었으나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는 내용의 통화였다. 유림이 사망에 관해 사과하진 않았다. 

면담은 지난해 4월1일에 진행됐다. 병원 관계자 8명이 모인 면담이었고, 이들 중 진료 처장, 사무국장, 간호 부장, 간호 과장, 담당 교수는 도의적 사과를 했다. 이 밖에 ▲네블라이저용 에피네프린 5㎎이 정맥주사로 잘못 투약됨 ▲투약이 잘못된 것을 간호사가 알고 있었지만, 의사는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오늘 병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추가적인 보고가 있으면 필요 시 그에 따른 자료나 설명을 드리겠다. 혹시 또 오늘과 같은 자리가 필요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병원 면담에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너무 부실해서 사고 경위서, 보고서, 투약 기록지를 포함한 일부 의무기록 사본을 요청하고 끝났다. 이후 먼저 연락이 없어 두 번이나 먼저 연락했고. 그때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4월24일에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병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족에게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드린 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후 11월부터는 병원이 3차례 연락해 ‘직접 찾아뵙고 진정한 사과를 드리고 싶다. 시간을 내주길 바란다’ ‘신임 병원장 취임 전이라 위치, 규모 등은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림이를 추모하기 위한 식수 진행 여부에 의견을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준치
50배 약물

이 같은 병원 입장에 대해 유가족은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다산은 “기소된 간호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인터뷰 이후 어떠한 질의응답 요청마저 지난 9개월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병원은 지난해 10월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의료기록을 삭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추모 식수’를 진행하자는 구실로 화해하려는 병원의 태도가 몹시 불쾌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2일에는 병원 소속 임직원에게 ‘사망 원인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극히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과 함께 제주대학교병원의 운영에 있어 ▲42병동의 열악한 현실 ▲간호사들의 업무과중 ▲영유아 확진자 폭증에도 성인 환자 경험만 있는 간호사 투입 ▲피해자가 소아병동이나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귀원의 공식적인 사과 표명 및 피해자 측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의 의사가 전제되지 않은 무의미한 연락은 더 이상 삼가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4월14일 병원 측 관계자는 “민사든 형사든 진행하는 것은 모두 다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이에 부부는 민·형사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유림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기치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3명이 전원 구속됐다. 제주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는 지난해 10월25일 열린 영장심사서 도주와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간호사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모 “입원했던 병동부터 문제 있어”
병원 “사망 인과관계는 재판서 결정”

이들은 지난해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유림이에게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투여했고, 이를 병원에 알리지 않은 채 의무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간호사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에 더해 유기치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아 유림이가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본 것이다.

강귀봉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고 판단했다.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재판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우선 민사소송 첫 기일은 다음 달 15일에 잡혀있으나, 형사소송의 경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수 있다. 구속된 3명의 형사소송 절차가 끝나는 시점에서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는 탄원서 제출과 탄원서 연명부 작성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에피네프린 과다투약 후 생존한 사례 등 유림이의 소생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찾는 것이다. 유림이는 코로나 감염 후 사망했기 때문에 코로나 장례절차에 따라 중환자실 입관 뒤 바로 다음 날 화장됐다.

결국 부검조차 이뤄지지 못했고, 당시 제주도 방역당국도 유림이를 ‘입원치료 중 사망’으로 기록했다.

강씨는 “지난해 5월4일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했고, 국민청원이 종료되는 시점에 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탄원서 연명부는 홍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만3000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제출된 탄원서는 270건”이라고 진행 상황을 알렸다.

모든 사람들이 부부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강씨는 “보호자의 능력 부족을 탓하거나 코로나 때문에 고생한 피고인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격려하고 응원해줘서 힘을 받았다”며 “초면임에도 공판일에 맞춰서 제주법원으로 찾아온 사람도 있다. 앞으로 구속된 피고인 3명의 재판이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모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된 3명을 제외한 보완 수사 요청으로 경찰로 되돌아간 8명에 대해서도 어떤 처벌이 이뤄지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정맥주사로 
잘못 투약?

아울러 “특히 구속된 피고인 중 1명은 유림이 사고 후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임신도 했다. 변호사 중 일부는 일부러 감형을 위한 계획 임신 아니냐고 의심도 했다. 난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피고인의 판결이 끝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대학병원 관계자는 “유림이 사망의 인과관계는 재판서 증명되는 것이다. 재판 결과를 따르겠다. 현재 병원은 보호자와 계속 접촉하고 있고,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이 구속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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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