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이 사망’ 1년의 기록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06 11:49:17
  • 호수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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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증거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30일. 정확하게 10개월하고도 24일이 지났다. 유림이가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사고로 심장이 멈춘 뒤 흐른 시간이다. 유림이의 부모인 강승철, 윤선영씨의 시간도 그때 멈췄다. 유림이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혀진 피고인의 재판이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부는 제주도에서 평범하게 살았다. 엄마 윤선영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육아휴직을 했다. 아빠 강승철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봤다.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윗집에 작은 고모와 사촌이 살았고도보 5분 거리에는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외삼촌이 있었던 점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큰 고모네 가족이 모여서 살았다. 

일란성 쌍둥이
첫째로 태어나

모든 가족의 평범한 삶이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12일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13개월 영아 유림이의 가족이다. 강씨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윤씨는 유림이가 떠난 이후 수년간 다녀왔던 회사를 그만뒀다.

부부는 유림이가 있는 천왕사 납골당에 찾아가 생전 유림이가 좋아했던 인형을 끌어안거나, 밤늦게까지 생전 유림이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유림이는 2021년 2월17일 일란성쌍둥이 중 첫째로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몸무게는 3㎏으로 건강했다. 당시 주위에서 ‘안전하다’고 추천한 병원이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였다. 그리고 13개월 뒤 같은 장소서 비극이 일어났다.


지난해 3월11일 유림이는 코로나19에 걸려 음압병동에 입원해야 했다. 13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라 면역력이 약했다. 

집과 가까웠던 제주한라병원에는 음압병동이 없었다. 유림이는 곧바로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됐다. 

유림이는 ‘42병동(코로나 병동)’에 입원했다. 유림이 담당 의사는 유림이가 받아야 할 치료는 끝났고 입원해서 상태를 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적이었던 의사의 말과는 달랐다. 유림이는 오후 6시경 호흡 곤란을 일으켰고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약물 오남용 의혹…13개월 영아 사망
재판 핵심은 ‘과연 살 수 있었겠느냐’

강씨는 “의사가 아이는 코로나에 걸려도 회복 속도가 빨라서 중환자실로 가도 잘 회복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최고다. 믿고 기다리라는 말을 해 밤새 기도하며 지새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병원이 강씨에게 유림이를 보러 중환자실로 급하게 오라고 한 것은 다음 날 오후 5시50분쯤이다. 부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은 유림이를 둘러싸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부는 CCTV로 유림이를 바라봤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림이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부부가 유림이를 다시 안았을 때, 유림이의 몸은 차가웠다. 부부는 아이를 끌어안고 쓰다듬었지만, 마음은 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처음부터 유림이가 의료사고를 겪은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의료진이 유림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CCTV를 통해 봤으니까. 그런데 유림이를 화장했던 지난해 3월13일 유림이 엄마가 42병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유림이가 42병동에 입원한 뒤, 간호사가 유림이를 보살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유림이는 코로나 증상으로 발열이 나는 상태였는데도 42병동은 더웠다. 유림이 발열이 잡히지 않아도 의사는 괜찮다고 했고, 유림이 상태를 확인하는 간호사가 없었다. 

호흡 곤란이 온 유림이를 치료하는 과정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고 응급 상황이었다.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유림이 콧구멍에 산소줄을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처치하는 중간에 산소 주입기 병은 터져서 물이 새어 나왔다.

호흡 곤란이 온 상황에, 유림이가 기도 삽관을 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1시간30분을 넘어섰다. 기도 삽관의 소요시간은 정확하지 않지만 보통 10초에서 10분이다. 1시간30분은 너무 긴 시간이다.

기도 삽관
1시간30분

부부는 먼저 유림이의 의무기록지와 42병동 병상의 CCTV를 확인했다. 둘째가 깨어있을 때는 둘째에게 집중했다. 둘째가 잠든 시간에는 유림이의 부모로 움직였다.

지난해 3월17일에는 병원에 방문했다. 유림이가 입원했을 당시 근무 중이었던 간호사가 동행했다. 간호사는 유림이 병상이 어디였는지 알려줬지만, 부부가 하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42병동서 만난 다른 간호사에게 유림이에 대해 물어도 대답해주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의무기록지에도 문제가 되는 내용은 없었다. 

다음 날 제주대학병원 측에서 전화가 왔다. “사실대로 모든 내용을 알려주겠으니 방문해달라. 먼저 투약의 오류가 있었으나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는 내용의 통화였다. 유림이 사망에 관해 사과하진 않았다. 

면담은 지난해 4월1일에 진행됐다. 병원 관계자 8명이 모인 면담이었고, 이들 중 진료 처장, 사무국장, 간호 부장, 간호 과장, 담당 교수는 도의적 사과를 했다. 이 밖에 ▲네블라이저용 에피네프린 5㎎이 정맥주사로 잘못 투약됨 ▲투약이 잘못된 것을 간호사가 알고 있었지만, 의사는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오늘 병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추가적인 보고가 있으면 필요 시 그에 따른 자료나 설명을 드리겠다. 혹시 또 오늘과 같은 자리가 필요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병원 면담에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너무 부실해서 사고 경위서, 보고서, 투약 기록지를 포함한 일부 의무기록 사본을 요청하고 끝났다. 이후 먼저 연락이 없어 두 번이나 먼저 연락했고. 그때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4월24일에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병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족에게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드린 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후 11월부터는 병원이 3차례 연락해 ‘직접 찾아뵙고 진정한 사과를 드리고 싶다. 시간을 내주길 바란다’ ‘신임 병원장 취임 전이라 위치, 규모 등은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림이를 추모하기 위한 식수 진행 여부에 의견을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준치
50배 약물

이 같은 병원 입장에 대해 유가족은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다산은 “기소된 간호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인터뷰 이후 어떠한 질의응답 요청마저 지난 9개월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병원은 지난해 10월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의료기록을 삭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추모 식수’를 진행하자는 구실로 화해하려는 병원의 태도가 몹시 불쾌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2일에는 병원 소속 임직원에게 ‘사망 원인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극히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과 함께 제주대학교병원의 운영에 있어 ▲42병동의 열악한 현실 ▲간호사들의 업무과중 ▲영유아 확진자 폭증에도 성인 환자 경험만 있는 간호사 투입 ▲피해자가 소아병동이나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귀원의 공식적인 사과 표명 및 피해자 측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의 의사가 전제되지 않은 무의미한 연락은 더 이상 삼가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4월14일 병원 측 관계자는 “민사든 형사든 진행하는 것은 모두 다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고 이에 부부는 민·형사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유림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기치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3명이 전원 구속됐다. 제주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는 지난해 10월25일 열린 영장심사서 도주와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간호사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모 “입원했던 병동부터 문제 있어”
병원 “사망 인과관계는 재판서 결정”

이들은 지난해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유림이에게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투여했고, 이를 병원에 알리지 않은 채 의무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간호사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에 더해 유기치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아 유림이가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본 것이다.

강귀봉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고 판단했다.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재판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우선 민사소송 첫 기일은 다음 달 15일에 잡혀있으나, 형사소송의 경과를 지켜보고 판단할 수 있다. 구속된 3명의 형사소송 절차가 끝나는 시점에서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는 탄원서 제출과 탄원서 연명부 작성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에피네프린 과다투약 후 생존한 사례 등 유림이의 소생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찾는 것이다. 유림이는 코로나 감염 후 사망했기 때문에 코로나 장례절차에 따라 중환자실 입관 뒤 바로 다음 날 화장됐다.

결국 부검조차 이뤄지지 못했고, 당시 제주도 방역당국도 유림이를 ‘입원치료 중 사망’으로 기록했다.

강씨는 “지난해 5월4일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했고, 국민청원이 종료되는 시점에 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탄원서 연명부는 홍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만3000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제출된 탄원서는 270건”이라고 진행 상황을 알렸다.

모든 사람들이 부부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강씨는 “보호자의 능력 부족을 탓하거나 코로나 때문에 고생한 피고인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격려하고 응원해줘서 힘을 받았다”며 “초면임에도 공판일에 맞춰서 제주법원으로 찾아온 사람도 있다. 앞으로 구속된 피고인 3명의 재판이 공정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모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된 3명을 제외한 보완 수사 요청으로 경찰로 되돌아간 8명에 대해서도 어떤 처벌이 이뤄지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정맥주사로 
잘못 투약?

아울러 “특히 구속된 피고인 중 1명은 유림이 사고 후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임신도 했다. 변호사 중 일부는 일부러 감형을 위한 계획 임신 아니냐고 의심도 했다. 난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피고인의 판결이 끝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대학병원 관계자는 “유림이 사망의 인과관계는 재판서 증명되는 것이다. 재판 결과를 따르겠다. 현재 병원은 보호자와 계속 접촉하고 있고,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이 구속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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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