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기획고소’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30 11:31:39
  • 호수 1412호
  • 댓글 4개

피 말리는 물귀신 소송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모욕죄 고소·고발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피의자는 자신이 고소된 이유를 알지도 못한다.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도, 고소인은 피의자를 항고한다.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싸움에 피의자는 합의금을 제출한다. 이런 고소를 두고 ‘기획고소’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형법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제331조 모욕에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제312조 고소와 피해자의 의사에는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용되는
모욕죄 실태

이는 모욕죄에 해당하는 법률이다. 모욕죄는 사람을 모욕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제311조에 규정돼있다. 큰 맥락으로 볼 때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인 명예훼손죄와 비슷해 보이지만,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즉,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인은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 차이가 없으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를 적시해 명예를 침해하는 것이다. 모욕죄는 단순히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감을 나타내는 말을 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고,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를 적시해 그 사람의 대외적 평가를 저하시켰으면 명예훼손이 되는 것이다. 

쉬운 예로 대법원 판례 중에는 “늙은 화냥년의 간나, 네가 화냥질을 했잖아”라고 한 피고인의 발언을 두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도덕성에 관해 경멸적인 감정표현을 과장되게 강조한 욕설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명예훼손이 아니고 모욕죄라는 것이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대부분 서면으로 재판하는 약식명령으로 재판이 진행되며, 경찰이 벌금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즉결심판에 회부할 수 있다. 보통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법적인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또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상황도 초래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명예훼손·모욕 고소·고발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7월14일 오픈넷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0년 2만2777건에서 2020년 7만9910만건으로 10년 사이 약 4배가량 급증했다.

명예훼손 사건은 2010년 1만4912건에서 2020년 3만5518건으로, 모욕 사건 역시 2010년 7865건에서 2020년 4만4392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접수 사건 중 기소 처리된 건수는 연간 약 7000건에서 1만2000건 사이로, 평균 1만1000건 수준이다. 이 통계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오픈넷이 분석한 것이다. 

명예훼손·모욕 10년 사이 4배 증가
수사력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 발생

오픈넷은 “개인 간의 분쟁 상황이나 게임,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오간 언쟁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형사사건으로 자주 비화되고 있는 현상, 그리고 많은 정치인과 공인이 자신들에 대한 의혹 제기나 부정적인 표현들에 ‘가짜 뉴스나 악플에 대한 선처 없는 법적 대응’을 곧잘 선언해 비판적 여론을 진화시키려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지적하면서는 “매년 8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표현 행위로 인해 형사 피의자 지위에 놓여 심리적 위축 및 생업에 지장을 겪는 문제, 중대 범죄에 집중돼야 할 수사력이 낭비되는 현실적 문제와 사회적 부작용도 동반한다”고 비판했다.


모욕죄가 남용되는 상황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김지아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을 때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김씨는 ‘귀하의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모욕 : 타관 이송’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김씨는 이 문자를 스팸으로 여겼다. 평범하게 직장생활하다가 퇴사 후 쉬고 있었던 김씨가 고소당할 일이 없었던 탓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컴퓨터를 켜고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형사사법포털 사이트는 공인인증서로 접속하면 사건번호를 조회할 수 있다. 확인해보니 6개월 전에 고소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김씨는 당황했다. 사건 진행 이력에는 본인이 모욕죄로 고소됐다는 사실만 나와 있을 뿐이다.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고소당한 내용이 문자로 왔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다. 

경찰 사건 조회 결과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A씨 외에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무려 64명이나 됐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고소당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6개월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민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문자를 받은 지 6일 후 김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서의 담당 형사였다. 형사는 김씨에게 모욕죄 고소를 당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략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작성한 댓글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형사는 “경찰서에 와서 이 문제에 대해 소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고소부터 
항고까지

김씨는 형사의 설명을 듣자, 자신이 남긴 댓글이 생각났다. 커뮤니티 글은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케이크 업체에 주문 제작을 했는데, 케이크가 주문했던 내용과 달랐다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케이크 업체 주인과 다퉜던 내용도 올렸다.

형사는 김씨가 케이크 업체 주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케이크 업체 주인이 김씨를 모욕죄로 신고한 것이다. 김씨 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사람도 있었다. 

김씨는 공개정보 포털 사이트에 신청해 고소장 내용 일부를 볼 수 있도록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확하게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그 사이 다시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볼 수 있도록 요청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담당 형사는 “정보공개 신청하셨냐. 왜 한 거냐”고 물었다. 김씨가 “고소당한 게시글의 내용을 알고 싶어서 했다”고 하자, 형사는 조사받으러 오면 확인시켜주겠다고 했다. 

답답했다. 형사가 알려줬으니 게시물에 케이크 가게 주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남겼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댓글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 어떤 댓글을 쓴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해당 게시물은 이미 삭제된 지 오래였다.

결국 조사받으러 가는 날까지 고소장의 내용을 볼 수 없었다. 조사받으러 가는 길에 김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암담했다. 진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도 어떤 댓글을 썼는지 알 수 없으니 정확하지 않았다. 


김씨는 사이버팀에서 진술을 받았다. 담당 형사는 휴가를 간 상황이어서, 다른 형사가 왔다.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한 뒤 형사는 ▲사는 곳 ▲최종 학력 ▲한 달 수입 ▲재산 ▲건강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다른 사건에 고소된 적 있는지 ▲교통사고·상해·손괴 등 처벌을 받아봤는지를 물었다.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온 적은 처음”이라고 김씨는 답했다. 

이어 ▲해당 커뮤니티 아이디가 있는지 ▲언제쯤 만든 아이디인지 ▲해당 아이디로 댓글을 달았던 사실을 인정하는지 ▲댓글을 달 때 어디에서 달았는지 ▲거주 지역은 왜 바뀌었는지 ▲해당 댓글을 어떤 기계로 작성했는지도 물었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

김씨가 비방했던 케이크 업주는 사실 마카롱 업주였다. 주문 제작 케이크 관련 글도 아니었고, 마카롱 관련 글이었다. 다만 글쓴이의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내용은 맞았다. 진술 시간은 1시간 걸렸으며 결과가 나온 것은 한 달이 넘은 후였다. 아무래도 64명을 고소한 사건이다 보니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린 것이다.

결과는 문자로 왔다. “귀하의 사건 처분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모욕 :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이었다.


고소를 당하고 두 달이나 기다려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이다. 김씨는 아직도 자신을 고소했던 가게의 이름을 모르고,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직고소했으니 서울에 있는 가게가 아닐지 예상할 뿐이었다.

김씨는 이 일을 겪은 뒤, 앞으로 커뮤니티에 글을 쓸 때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소를 당하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애초에 고소를 당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건이 끝나는 것 같았다면 좋았겠지만,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김씨는 뜬금없이 해당 사건을 조회하고 싶어졌다. 다시 형사사법 사이트에 들어가 내 사건으로 등록해놨던 사건 목록을 확인했다. 고소인은 항고를 한 상태였다.

사건번호 이력에 새로운 목록이 추가됐다. 고소인이 모욕에 대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에 대해 항고했고, 이 사건은 상급청으로 송부됐다. 이미 항고는 진행된 상태였다. 처음 고소가 걸렸을 때처럼 한참 후에 알려줄지 알 수 없었다.

항고를 당한 지 이미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다시 마음이 답답했다. 피항고인이 모르는 항고라는 것도 기가 막혔다. 항고는 지방검찰청에서 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갔고, 추후 항고 기각처분을 받았다. 김씨가 항고당한 것을 알게 된 날에는 입맛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처음 고소를 당했던 심정과 같았다.

앞서 언급했듯 해당 사건의 댓글과 게시글은 진작에 삭제됐다. 경찰서 조사를 받을 때 봤던 해당 글 제목을 검색해도 검색되지 않는다. 

소장 이어 합의 종용
십중팔구 돈이 목적

물론 비방 목적의 댓글을 단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고소인이 ‘비꼬는 한 줄짜리 댓글’로 고소하고 항고까지 갔다는 것을 두고, 김씨는 고소인이 ‘합의금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김씨는 “내가 쓴 댓글 한 줄 말고는 추가 자료도 없을 텐데 항고까지 한 것을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려고’ ‘겁먹고 덜컥 합의하길 바라는 마음’ ‘경찰·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항고 인용률이 10% 내외라고 하는데, 항고가 기각되면 그 후에 ‘재정신청’을 넣어서 또 괴롭힐 수 있다. 이번에 나는 항고를 당하면서 처음 고소당한 걸 알았을 때와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고소당했다는 걸 알았을 때보다는 덜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때의 기분을 비유하자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했다”며 “결과가 나왔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대체 고소인은 비꼬는 댓글 한 줄이 보기 싫었던 건지, 아니면 돈이 필요했던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부러 손님과 업체 간의 갈등을 빚는 글을 커뮤니티에 조작해서 쓰고 댓글로 욕하는 사람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합의금을 타 먹는 ‘기획고소’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말하는 기획고소는 속칭 고소 남발자들이 불순한 의도나 고의로 행하는 고소를 부르는 말이다. 즉, 일부러 욕먹을 상황을 만든 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하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사연은 ‘특이하거나’ ‘운이 나빠서’ 걸린 게 아니다. 모욕죄가 남발되는 상황은 큰 사건에서 더 흔하다. 

예를 들어 ▲가평계곡 살인 사건에서 공범인 조현수가 도주 전 네티즌을 무더기로 고소 ▲최순실이 자신에게 악플을 단 2700여명을 고소 ▲스티브 유가 자신을 비판하는 악플러를 고소하려고 한 것 등이 있다.

모욕죄 논란은 꾸준히 되풀이되고 있고, 관련 사건이 급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관련 법리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 이승민 경정은 2021년 <형법상 모욕죄에서 모욕의 개념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는 모욕죄 형사 처벌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경정은 “일선 수사 현장에서 모욕 고소장을 보면 술자리‧주차 문제 등 주민들 간 분쟁과 온라인 게임 중 채팅 등 사소한 분쟁에서 시작된 욕설과 댓글 내용이 상당수”라며 “작은 무례와 멸시로 시작된 욕설에 대해 형사처벌 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고 자조했다.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모욕죄는 빈번한 형사처벌과 당사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경론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일반 국민들이 법을 무시하거나 경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명확히 수긍하지 못하는 판단으로 잦은 처벌을 받는다면 더 이상 자신의 행위를 위법 행위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수백명 
무더기 경찰행

이어 “오히려 수사와 사법기관의 불신을 만들 수 있고, 결국 법은 강제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모욕의 개념을 일관성 있게 해석해 수범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줄 필요가 있다. 경범죄처벌법의 행위 유형을 보완 입법하거나, 모욕죄에도 별도의 면책 규정을 따로 규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앞으로 수사 및 법원 실무에서 모욕죄에 대해 일반인들도 예측하게 할 수 있는 판단의 축적과 함께 입법적 보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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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