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건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4: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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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가져도 건강 잃으면 다 잃은 것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을 해오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친구·고향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여섯 번째로 그들의 '건강'을 살펴봤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다 잃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인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일.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출마의 뜻을 밝힌 후보들이라면 그들의 건강 역시 중요한 검증 대상일 수밖에 없다.

 

'철의 여인' 박근혜 
"연약해보이지만 건강 이상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여성후보다. 게다가 박 후보는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겉모습은 무척 왜소해 보인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느라 퉁퉁부어 붕대를 감은 손은 박 후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러나 박 후보는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매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단 한번도 건강상의 문제를 드러낸 적이 없는 철의 여인이다.

박 후보를 도와 선거를 뛰어본 사람들은 박 후보의 걸음걸이가 무척 빠른 편이어서 건강한 남자도 따라잡기가 벅찰 지경이라고 말한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그는 일단 구두를 벗는다. 운동화 내지는 단화를 신고 구석구석을 누빈다.

지난 4·11총선 때부터 하루 2~3시간 잠을 자면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강건한 체력에는 참모들도 혀를 내두른다. 박 후보는 차량이동 중에도 등받이에 등을 대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동 중에는 전화를 걸거나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시간에 쫓겨 정독을 못했거나 다시 보고픈 기사는 본인이 직접 스크랩해서 집에서라도 읽는 스타일이다.


박 후보는 꼼꼼한 성격만큼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매일 새벽 5시쯤 일어나 국선도를 한다. 체조와 단전호흡, 팔굽혀펴기, 물구나무서기로 이어진다. 먼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단전호흡에 들어간다. 운동을 하면서 새벽에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는 국선도 단전호흡은 지금까지 박 후보의 건강을 지켜주는 핵심 비법이다. 박 후보가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10여년 전쯤 건강을 챙겨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박 후보의 식사법 역시 건강관리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다. 박 후보는 현미밥과 두릅나물처럼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한때 보좌진들은 박 후보가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는 줄 알고 중식당 예약을 피했다. 그러나 중식은 물론 양식, 일식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술은 소주 2~3잔 정도는 마시며 막걸리나 양주도 조금씩은 한다. 그렇지만 절대 과음은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하루 세끼 밥을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박 후보는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맞추려 애쓴다. 또 채식 위주로 소식(小食)을 한다.

박 후보는 아침 운동 외에도 몇 가지 구기종목을 즐긴다. 특히 테니스와 탁구를 좋아한다. 과거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부터 즐겼다고 한다. 같이 땀을 흘리는 가운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도 많다.

너무 시간에 쫓기는 요즘은 나름대로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허리에 '만보기'를 차고 가급적 많이 걷는 것이다. 의원회관이든 어디든 틈만 있으면 그저 열심히 걷는다. 박 후보는 원래부터 산책을 좋아하는데 유명정치인이다 보니 어디에서든 외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걸어 볼 기회가 드물다. 그래서 해외 방문길에 나서면 보좌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숙소 인근의 산책로 물색이다.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다보니 외국에 나가면 공원이나 숲속을 잠시라도 거닐길 좋아한다고 한다.

박 후보는 정치를 하면서 정치인에게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실감하곤 한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 정치인에게 건강한 체력은 필수다. 선거 때가 되면 지원 유세를 위해서 하루에 800km 이상을 이동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차 안에서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 후보의 측근들은 국선도로 꾸준히 관리해 온 체력이 아니었다면 그런 강행군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녹내장·고혈압' 문재인 
"특전사 출신 만능스포츠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연설 때마다 발음이 안 좋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이는 문 후보가 치아 열 개를 임플란트로 교체한 탓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후보는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치아가 10개나 빠졌다.

문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간 첫 1년 동안 의욕을 앞세워 밤낮 없이 일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상했다. 혈압도 높아졌고, 근무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 1년쯤 되자 다들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체력관리를 해 나가는 게 바람직했다"고 회고했다.

문 후보가 이렇듯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유는 참여정부 출범 후 중대한 사안이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출범 첫 해에 겪었던 이라크 파병, 그리고 부안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지층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컸다.

실제로 그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일을 1년 정도만 하고 나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전해진다. 한 명 뒀던 여직원을 슬그머니 두 명으로 늘렸고 그 사이에 이가 하나하나 빠졌다. 남들은 다 긴장하는 치과치료를 받으며 졸았을 정도로 일을 했다고 한다. 평소 취미가 등산에 스쿠버다이빙일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던 문 후보였지만 청와대 생활 1년 만에 고혈압과 녹내장을 얻었다.

결국 문 후보는 건강악화를 이유로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네팔 산행에 나선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네팔 산행 도중 문 후보는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영자신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무효 판결 이후 다시 청와대로 복귀한 문 후보는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렇듯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건강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감히 문 후보를 '약골'이라 부를 수는 없다. 문 후보는 다름 아닌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 당해 공수부대에 차출된 뒤 1공수특전여단 3대대에서 복무했다. 유신독재 정권은 학생운동 주동자들의 맥을 끊기 위해 신체검사도 하지 않은 상태로 강제징집했다.

그렇게 강제징집을 당한 문 후보는 특전사에 입대한 후 오히려 뛰어난 재능을 발견했다. 문 후보는 특전사에서 특등사수였으며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모습대로 선임분대장을 맡으며 최고의 군인으로 변해갔다. 그는 악명 높은 특전사 훈련을 단순히 견뎌낸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강의 군인들만 모인 특전사에서 두 번씩이나 최우수 특전사 표창을 받은 것이 그 증거다. 폭파 주특기로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특기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최우수 화학병 표창도 받았다.

문 후보의 취미 또한 군 시절 수중폭파조 경험으로 익힌 스킨스쿠버다. 이처럼 문 후보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한다. 비록 과로 앞에 잠시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특전사 출신에 만능스포츠맨, 가리는 것 없는 식성으로 유명한 문 후보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만성 B형 간염' 안철수 
"건강의 중요성 누구보다 잘 알지만…"

지난 19일 정식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들어갔다. 그는 한 강연에서 "체력이 달려서 요즘 근육 만드는 운동을 한다"며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복근운동을 하는데 식스팩이 윗부분에 두 개만 있고 아래 네 개가 아직 안 생겼다"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안 원장은 "운동을 시작한 후 몸이 무척 가벼워진 느낌"이라며 건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이토록 망설인 이유가 그의 '건강'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안 전 원장은 의사출신인데다 모범적인 사생활로도 유명하지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시절엔 술을 무척 자주 마셨고,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에도 과음을 해 간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술을 끊어 전혀 마시지 않고 있으며 흡연도 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간 관련 병력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피로가 누적되고 무리를 하면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 원장은 간염 보유자다. 안 전 원장의 직접적인 병명은 '만성 B형간염'으로 그는 1988년 이후 7년간이나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의사 생활과 백신개발을 병행해 신체를 너무 혹사하는 바람에 간염에 걸려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난 1998년에는 한창 크고 있던 '안철수연구소'를 자리 잡게 하는 일과 미국 유학생활을 병행하느라 무리한 나머지 급성간염으로 입원했다. 안 전 원장은 당시 누워서 회의를 주재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안 전 원장의 측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지만 과로로 인한 간염이었다. 6개월 정도 고생한 후에야 이전의 상태를 거의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뜻밖에 찾아온 간염은 안 전 원장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경영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회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건강 회복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경영자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하지만 갑작스런 건강악화는 안 전 원장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건강을 포함한 사업 외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이다. 특히 의학도였던 그로서는 새삼 건강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안 전 원장은 병을 앓고 난 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 돼야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그 이후로 안 전 원장은 건강관리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아침마다 30~40분 정도 러닝머신을 이용해 빨리 걷는 운동을 한다. 안 전 원장은 "학창시절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못하는데 장거리 달리기는 잘한다"며 스스로 이를 악물고 오래 참는 데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B형 간염을 한번 앓은 사람은 이를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한다. 안 전 원장의 평소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빛을 발할지 아니면 또 다시 건강상의 문제점을 드러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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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